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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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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1
최근연재일 :
2023.08.19 19: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829
추천수 :
98
글자수 :
296,827

작성
23.06.0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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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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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결국, 두 손을 들고 나온 시열

DUMMY

지찬원 소령은 대대를 해산시킨 후, 곧장 본부 소대 김기태 상병을 불렀다.


“야,김상병! 사단장님 드실 만한 음료가 뭐 있냐?”


그는 허둥지둥 김상병을 대대 본부로 이끌며 물었다.


“커피하고 유자차가 있습니다.”

“그 커피, 인스탄트야?”

“네. 그렇습니다.”

“사단장님께서 인스탄트 드시나?”

“그건···. 모르겠는데요.”

“유자차, 그게 낫겠다.”


지소령은 김기태 상병이 커피 포트에 물을 올려놓은 것을 확인하며 대대장실 문 앞에서 복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철모는 비뚤어지지 않았는지, 탄띠와 권총은 제대로 매어져 있는지.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야, 똑똑,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연대장의 목소리였다.

지소령은 안에 들어서자 마자 부동자세로 우렁차게 경례를 붙였다.


“충성!”


잠시 후, 김기태 상병은 잔받침까지 있는 사기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철모와 방독면을 착용한 채 들어가야 하나, 벗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벗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혹시라도 사단장 앞에 찻잔을 놓을 때 철모라도 떨어지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는 쟁반에 석 잔의 유자차를 받쳐들고 문 앞에 서서 가볍게 한번 노크를 했다. 그리고, 평소에 그랬던 것 처럼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문 안으로 첫 걸음을 떼자마자 그는 즉시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방금까지 두런 두런 들렸던 사단장의 목소리가 뚝 끊기더니, 침묵이 흘렀다. 일개 상병 나부랑이가 사단장의 말을 끊어버린 참사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이미 들어선 걸음, 김상병은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며 테이블 위에 찻잔들을 내려놓았다.


“됐어. 그만 내무실로 올라가”


지소령이었다. 낮고 짧은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방안의 공기는 낮고 무겁게 깔려 있었다.


얼굴이 벌개진 김상병은 문을 나오자 마자 군장과 소총을 챙겨들고 황급히 대대건물을 빠져나갔고, 지소령은 대대장실 문을 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사단장이 유자차를 한 모금 마시자, 연대장 조찬영 대령이 방금 전 끊긴 사단장의 말을 잇기 위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언제 실행하실 계획이십니까?”

“이틀 후, 금요일이다. 주말이니 경계 분위기가 느슨할 것이고, 비도 온다니 거사일로는 길일이지.”


사단장은 찻잔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금요일 오후, 내가 총장을 만나서 9공수 최성섭 준장 조사 필요성을 보고할 것이다. 사전에 수사본부에서 특전사 정희용 중장을 격리할 것이고. 그날, 1대대는 비상 출동 훈련을 나가고, 85연대는 영내에서 출동 대기태세로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지찬원 소령이 목젖이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꿀꺽 움직였다. 그것을 본 사단장 박병태 소장이 윗몸을 지소령 쪽으로 기울이고 말했다.


“1대대는 상암동 서쪽 서울 경계 근처까지 출동해서 대기해있다가, 강세평 대령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서울로 들어가! 혹시, 어떤 놈이 출동 이유를 물으면 무조건 총장 명령으로 반란군 진압하러 간다고 한다. 알았나!.”

“넷, 알겠습니다.”

“그리고, 출동 후, 1대대 교신 암호는 칠패산이다.”


지소령은 처음듣는 산 이름이기에 확실하게 기억하기 위해 사단장에게 되물었다.


“칠패산입니까?”

“그래, 칠패산.”


조찬영 대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방사가 막아서면 대대 병력으로 진입이 쉽지 않을텐데, 대책이 있으십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장세원 중장도 우리 쪽이다.”


조찬영 대령과 지찬원 소령은 수방사가 가담되어 있다는 사단장의 말에 저으기 놀랐다. 하지만, 한결 위안이 되는 놀라움이었다.


9사단 혼자가 아니다. 뭔가 거대한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


1대대가 상암동 인근에서 전 속력으로 달려가면, 수방사가 사태를 깨닫고 방어 태세를 취하기 전에 광화문 네거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수방사가 비상 출동하여 막아선다면 그 다음이 쉽지 않다.


그러나, 수방사가 아군이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서울 시내의 주요 거점 확보는 순식간이다.


“거사 당일 중요 지휘관에게 세부 작전계획이 하달될 것이니 일단 그렇게만 알고 있어. 그리고 말야.”


이 대목에서 사단장은 윗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은밀하게 말했다.


“내가 두 사람에게 미리 알려주는 이유는 알고 있겠지?”


지찬원 소령이 허리를 펴고 씩씩하게 답했다.


“선봉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맞았어. 1대대 역할이 중요하다. 알았나, 지찬원 중령!”

”넷, 알겠읍니다.”


지소령은 얼떨결에 중령 소리를 들으니 나쁘지 않았다. 물론, 혁명 동지가 그 정도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동지가 아니고 혁명 선봉군이다. 지찬원 소령은 솔직히 겁이 났었지만, 이왕 들어선 것, 끝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돌아설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내일 아침 당장 해야할 일이 있었다.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었다.


월요일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거래소가 일시 휴장되기 전에.




시열은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전나무 담장 너머의 가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가옥의 가운데는 커텐으로 가려져있으나 거실로 보였고, 그 거실 양쪽으로 하나씩, 두개 정도의 침실이 있어 보였다. 건물의 앞은 배구장보다 다소 작아보이는 마당이 전나무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원래 잔디가 깔려있었을 마당은 풀밭이 되어 있었고, 전나무 사이에도 사람 키를 넘는 잡목들이 수풀을 이루고 있었다.


시열은 종아리에 차고 있던 대검을 뽑아들었다. 권총이 있었으면 일이 더 수월했을텐데. 대검 한자루로 총을 가진 두명의 킬러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 게다가, 세영이 잡혀 있다.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한치의 실수도 없이.


저들이 잠들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저들은 프로이니까.


오히려, 막 도착한 지금이 더 나을 수 있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


시열은 전나무 사이 수풀 뒤를 우회하며 마당 안으로 통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거실의 커텐이 활짝 열리며 집안의 불빛이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열은 수풀 속에서 몸을 낮췄다.


커텐이 모두 열리고,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의자에 묶인 채 청색 테이프로 입이 가리워진 세영과 그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마치 소극장 무대의 연극 장면처럼 적나라하게 보였다.


시열이 의외의 상황에 당혹해하고 있을 때, 거실 오른 쪽에 있는 문이 열리고 남자가 나왔다. 그리고, 거실에서 나오는 조명을 등지고 서서 두팔을 들어보였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가 없었다. 그는 팔을 내린 다음, 마당 주위를 한번 쓰윽 둘러보고 말했다.


“유시열 대위!”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반응이 없자 다시 아주 여유있게 말을 이어갔다.


“휜색 엘란트라로 따라온 것, 그리고, 여기 와있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아까 아파트 괸리소라고 전화한 것, 깜박 속을 뻔했죠. 아주 훌륭 했어요.”


그는 마치 아무도 없는 어두운 객석을 향해 모노 드라마의 대사를 하듯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유대위나 유대위 여자 친구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그게 목표였다면 지금 저 이세영씨는 살아있지 않겠지요. 휴대폰만 주시면 됩니다. 어떤 휴대폰인지는 잘 알고 있죠?”


남자는 어둠 속을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씨익웃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신 것 같으니, 제가 도와드리죠. 이세영씨 허벅지에 총알을 한방 박아넣으면 되겠죠? 그 다음은 어깨인데 출혈이 심할테니 빨리 병원으로 가셔야할 겁니다. 그래도 버티신다면, 물론, 그 다음은 당연히 머리입니다. 이해하셨죠? 자, 그러면 허벅지부터 하겠읍니다.”


남자가 거실 안을 돌아보며 손을 올리자, 여자가 들고있던 권총으로 앉아 있는 세영의 허벅지를 겨냥하고 남자의 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자, 셋을 세면 제 손이 내려갈겁니다. 하나, 둘···”


세영의 겁에 질린 얼굴은 숲속에서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결국, 시열은 두 손을 들고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자칼은 그의 한손에 들려져 있는 휴대폰을 확인하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가 들고 있던 대검이 그의 허리 뒷춤에 꽂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물론, 자칼의 허리 뒷춤에도 권총이 꽃혀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남자의 뒷 모습을 보고 있는 세영은 시열에게 도망가라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나, 캐트가 권총으로 그녀의 어깨를 내리치자 강한 통증을 느끼며 늘어졌다.


하지만, 캐트는 그녀의 두 손을 묶고 있는 테이프가 그녀의 손톱에 의해 반쯤 찢겨져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세영이 권총에 어깨를 가격당하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자 시열의 눈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시열이 7~8미터 앞까지 오자, 자칼은 자연스럽게 한손을 뒤로 보내며 다른 손의 손바닥을 시열에게 내보였다.


시열은 그자리에 섰다. 그러자, 자칼이 여유있는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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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는 살아있다 23.08.19 56 1 12쪽
57 엄습해오는 불안감 23.08.19 5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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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돌아올 수 없는 출동 23.06.25 4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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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체포 명령서 23.06.22 48 1 14쪽
49 공항 경비대 23.06.21 43 1 10쪽
48 비상 계단 23.06.21 44 1 12쪽
47 아홉번째 문 23.06.18 48 1 11쪽
46 부드러운 손길 23.06.18 47 1 12쪽
45 죽을 텐가, 나를 따를 텐가 23.06.12 47 1 11쪽
44 재생되는 녹음 23.06.12 50 1 12쪽
43 커피 한잔 23.06.09 49 1 11쪽
42 종로 약국 23.06.09 54 1 10쪽
41 동대문 시장 23.06.06 48 1 13쪽
40 새벽 조깅 23.06.06 50 1 11쪽
39 에이전트 X 23.06.02 53 1 11쪽
38 보지 마. 23.06.02 47 1 12쪽
» 결국, 두 손을 들고 나온 시열 23.06.01 60 1 10쪽
36 자칼과 캐트의 뒤를 쫓다 23.06.01 49 1 12쪽
35 세영이 붙잡히다 23.05.31 48 2 11쪽
34 함정 23.05.31 54 1 11쪽
33 고민하는 고태성 경감 23.05.28 46 2 9쪽
32 킬러들 23.05.27 51 2 10쪽
31 도망가는 늘씬한 몸매 23.05.26 50 3 12쪽
30 유시열 대위, 진범이 아닐 수도 23.05.26 50 3 9쪽
29 시열이 살아있다 23.05.25 5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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