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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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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1
최근연재일 :
2023.08.19 19: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839
추천수 :
98
글자수 :
296,827

작성
23.05.26 12:00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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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유시열 대위, 진범이 아닐 수도

DUMMY

회견장 안에 가벼운 탄성이 나왔다. 그 탄성 가운데, 어떤 기자가 옆 사람에게 나즈막히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친구, 불사조구만.


“조사 결과, 유시열 대위와 숨진 채 발견된되 배모 대위는, 유시열 대위와 함께 2018년 9월부터 1년간 미국 군사 훈련 파견을 함께 다녀온 사이였으며, 수사본부는 이 두 사람 이외에 추가로 연루된 인물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읍니다. 이상 브리핑을 마치고 오늘은 질문을 받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최일암 중령이 브리핑 자료를 들고 그대로 돌아서자, 회견장은 기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질문을 받아야 할 거 아뇨,”

“질문을 안받는 기자회견이 기자회견야!”


그 아우성 속에서 세영은 홀로 자판을 두드리며 방금 기자 회견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렀지만, 더 이상 슬픔이 아니고, 감사의 눈물이었다.


고맙다, 이 자식아! 살아있어서.


세영의 기사 제목은 ‘유시열 대위, 진범이 아닐 수도’였다.


그리고, 마부장에게 송고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와 걷고 있는데, 가방 속에서 다시 ‘엘리제를 위하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마부장이었다.


“부장님, 기사 받으셨죠?”

“지금 읽어보고 있는데, 이거 너무 나간 거 아냐?”

“그대로 가세요. 나중에 말씀드릴 때가 있을거예요.”

“너, 뭐 알고 있는거야?”

“나중에요. 믿으세요.”

“알았어. 일단 가보자. 들어올거야?”

“아뇨, 새벽에 부장님 전화받고 이제까지 이빨도 못 닦았거든요. 좀 쉬었다 갈게요.”

“그래, 수고했어.”


세영은 빠른 걸음으로 국방부 청사를 벗어났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 타고 시열이 응암동으로 달려갔다. 시열이 돌아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자신의 아파트로.




세영이 탄 택시가 막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간 때였다.


빵!


짤막한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길 옆에 정차 중인 허름한 갈색 소나타였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시열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세영은 혹시 누가 보았을까,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저씨, 여기요! 여기서 세워 주세요.”


세영은 택시를 내려 주위를 살피며 그 차로 다가가 얼른 차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곧 바로 시열을 꼭 끌어 안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줄 알았던 시열이었다. 가슴이 북받쳐 오르고, 눈물이 나왔다.


“.....뭐야? 왜 그래?”


시열이 물었다.


“그냥 있어, 잠깐만.”


시열은 세영이 진정하기를 잠시 기다려 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세영아, 너, 괜찮은 거야?”

“오늘 새벽에 반포 공원에 갔었어. 시신이 담긴 검은 자루가 앰뷸런스에 실려갔다고 해서 나는···..”


세영의 목이 다시 메어왔다.


“난 줄 알았구나.”


그제서야, 세영은 시열을 풀어주었다.


“괜찮은거야? 다친데 없고?”

“괜찮아. 다친 데도 없고. 일단 여기를 벗어나자. 벨트 매.”


시열은 시동을 걸고 단지 밖으로 차를 몰아 나갔다.


“어떻게 된거야? 기자 회견 뉴스는 봤고?”

“응.”

“네가 배모라는 공범하고 한교식 대표를 살해했다고 하던데, 그 사람, 누구야? 정말 네가 그런거야?”

“배대정 예비역 대위, 함께 미국 연수 다녀온 친구였지.”

“그래서? 그 친구하고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른거야? 그런거야?”


세영은 상황이 자꾸 이렇게 꼬여가는 것이 답답했다.


시열이 살아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정말 그가 간밤에 그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그건 아니고···.. 그 친구 단독 범행이었어.”

“근데, 왜 네가 거기에 있었냐고! 그 친구 꾐에 빠져서 갔던 거야? 이 차는 또 어디에서 났고? 금방 있었던 기자 회견 뉴스는 어디에서 봤어? 하여튼, 네가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 나 속터지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제발 속시원하게 얘기 좀 해봐.”


세영의 답답한 마음이 이해가 갔다. 불과 며칠 만에 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고 졸지에 무장 탈영 연쇄 살인범의 도피를 도우는 신세가 되어 버렸으니.


시열은 후! 짧은 숨을 내뱉은 다음 말을 이었다.


“뉴스는 이 차 안에서 라디오로 들었고, 이 차는 그 배대정 대위가 준거야. 군대를 떠난 후에 폐차장을 했거든. 그리고···..”


시열은 잠시 말을 끊고, 다시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난 오월리 그날 밤, 그 친구를 알아봤었어.”

“알아봐? 그럼···. 너희 대대장을 죽인 그 괴한이 그···.”

“그래.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은 몰랐었다고 하더라. 자신이 살해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사람, 미치광이야?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나 막 죽여?”

“말하자면, 청부업이었지.”

“.... 돈 받고 사람 죽이는···.?”

“맞아.”

“정목사하고 한대표도?”

“그것도 맞고.”


세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털썩 던졌다. 엄청난 사실에 당혹스럽기도, 겁도 났지만, 한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진범이 누군지 알게 됐으니 일단은 다행이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었다.


그때, 빛처럼 빠르게 세영의 머리를 무엇인가 반짝하고 스쳐갔다.


녹음!


“그 얘기, 그 친구한테 들은 거야?”

“응. 어젯밤. 반포 공원에서. 죽기 전에.”

“혹시, 녹음···. 같은 거 했어?”



그 배대정이라는 사람의 육성 녹음만 있다면···..

세영은 시열의 얼굴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제발, 했다고 대답해줘. 녹음한 것이 여기 있다고 보여줘.

하지만, 시열의 대답은,


“그 생각은 못했네.”


너무 허탈했다.


“하긴, 핸드폰도 없으니···. 내가 있었다면 했을텐데. 왜 그 생각을 못했어? 바보같이!”


녹음···.. 사실, 했었다.


시열이 용산 전자 상가에서 구매한 품목 중에는 위치 추적 송신기 뿐만 아니라 소형 녹음기도 있었다.


하지만, 버렸다.


친구의 마지막 육성이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시열은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이 싸움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그와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넌 어떻게 어젯밤에 그 사람하고 있었던건데?”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기록이었다. 나중에 법정에서 그의 무죄를 증언할 수 있는 근거이고, 한편 이세영 기자 이름으로 나갈 산하 일보의 기사 내용일 수도 있었다.


“일요일에 그 친구를 찾아갔었어. 오월리에서 본 괴한이 그가 아니길 바랬는데······ “


시열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후!하고 내뱉으며 숨을 골랐다.


“처음 그를 찾아갔을 때, 난 그 친구가 오월리 사건의 진범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정광운 목사의 살해범일지 모른다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지. 그래서, 그저께 밤에 다시 찾아가서 그 친구 차에 위치 추적기를 달았었던거야. 또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했거든. 물론, 내가 저지른 것으로 포장해서. 근데, 어제 그가 움직였던거야, 그래서 뒤쫓아갔었지. 물론, 나는 거기가 한교식 대표의 집이라는 것은 당연히 몰랐었고.”


그저께 밤이라면, 시열이 중화루에서 취해있던 날이었다.


그제서야, 세영은 그날 밤 시열의 무모한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 친구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괴로웠겠지. 친구가 자신을 끝도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 배대정이라는 사람한테서 다른 실마리를 찾은 건 없고?”

“.....실마리?”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긴 누군가가 있을거 아냐?”

“모른다고 하더라.”

“몰라? 누군지 모르면서 그런 일을 덥석 덥석 받아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는 말야?”

“길게 설명하면 복잡하다. 그 친구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야, 유시열! 지금 누구 프라이버시 챙겨줄 상황이야, 지금!”


세영이 짜증을 폭발시켰다. 답답했다. 베일이 벗겨질 듯, 벗겨질 듯하다가도 결정적인 대목에서 아무 진척이 없었다.


결국, 윤월호 중령의 휴대폰으로 돌아왔다.


“너 혹시, 고태성이라고 기억나?”

“고태성? 글쎄. 모르겠는데.”

“잘 생각해봐. 내 정외과 동기인데, 복도나 캠퍼스에서 마주쳤을거야. 키가 너보다 조금 더 크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양복 자켓 같은 거 잘 입고 다녔던······”

“나보다 공부도 잘했고?”

“그래, 행정고시 패스했거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었겠네.”

“이제 기억나는구나.”

“아니. 근데, 지금 무슨 말하려는거야?”

“걔가 경찰청에 있는데, 경감이라지, 아마. 한번 만나볼래?”


시열은 어이가 없어 세영을 돌아보았다.


“사실은 말야.”


세영은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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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는 살아있다 23.08.19 56 1 12쪽
57 엄습해오는 불안감 23.08.19 50 1 9쪽
56 육본 상황실 23.06.28 49 1 8쪽
55 목표는 광화문 23.06.28 53 1 8쪽
54 추격전 23.06.27 49 1 12쪽
53 한밤의 체포작전 23.06.27 46 1 11쪽
52 돌아올 수 없는 출동 23.06.25 49 1 11쪽
51 특전사령관 체포 23.06.22 49 1 9쪽
50 체포 명령서 23.06.22 48 1 14쪽
49 공항 경비대 23.06.21 43 1 10쪽
48 비상 계단 23.06.21 45 1 12쪽
47 아홉번째 문 23.06.18 48 1 11쪽
46 부드러운 손길 23.06.18 47 1 12쪽
45 죽을 텐가, 나를 따를 텐가 23.06.12 47 1 11쪽
44 재생되는 녹음 23.06.12 50 1 12쪽
43 커피 한잔 23.06.09 50 1 11쪽
42 종로 약국 23.06.09 54 1 10쪽
41 동대문 시장 23.06.06 49 1 13쪽
40 새벽 조깅 23.06.06 50 1 11쪽
39 에이전트 X 23.06.02 53 1 11쪽
38 보지 마. 23.06.02 47 1 12쪽
37 결국, 두 손을 들고 나온 시열 23.06.01 60 1 10쪽
36 자칼과 캐트의 뒤를 쫓다 23.06.01 49 1 12쪽
35 세영이 붙잡히다 23.05.31 49 2 11쪽
34 함정 23.05.31 54 1 11쪽
33 고민하는 고태성 경감 23.05.28 47 2 9쪽
32 킬러들 23.05.27 51 2 10쪽
31 도망가는 늘씬한 몸매 23.05.26 51 3 12쪽
» 유시열 대위, 진범이 아닐 수도 23.05.26 51 3 9쪽
29 시열이 살아있다 23.05.25 5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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