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침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1
최근연재일 :
2023.08.19 19: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825
추천수 :
98
글자수 :
296,827

작성
23.06.01 07:20
조회
48
추천
1
글자
12쪽

자칼과 캐트의 뒤를 쫓다

DUMMY

시열은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등 뒤로 사람이 지나가는 기척이 나면 얼른 화면을 바꿨다가 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다시 화면을 되돌렸다.


화면에는 605호 세영의 아파트 거실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바닥에 누워있는 세영과 세영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있는 자칼, 그리고 캐트.


그가 일요일에 용산전자 상가에서 구매한 것은 위치추적기 만이 아니었다. 그때 그가 구매한 조그만 스파이 캠은 세영의 아파트 TV옆에 있는 화분 안에 흙으로 살짝 덮여 있었다. 세영과 함부로 통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안전을 확인하고, 또한 그녀의 아파트에 들어가기 전에 혹시 누군가가 잠복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화면 속, 캐트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영의 멱살을 잡고, 무언가 물어보다가 다시 세영의 양쪽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리고, 다시 세영의 머리끄뎅이를 잡고 다그치다가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고문 수준의 폭행은 계속되었다.


시열은 화면을 껐다. 하지만, 섣불리 일어나 뛰쳐 나갈 수는 없었다. 지금 들어갔다가는 세영이 위험해질 수 있다. 저들은 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저들을 아파트에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저들은 나와 휴대폰을 찾기 위해 유일한 실마리인 세영을 어떻게 해서든 끌고 나올 것이다.


시열은 화면을 다시 켜고, 화면을 보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도청 당할 수 있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아파트 안,


세영의 쇼울더 백에서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러나오자, 캐트는 잡고 있던 세영의 머리카락을 놓고, 쇼울더 백 을 뒤져 세영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자칼은 권총을 자켓 안에 집어넣고 재빨리 주방 서랍을 뒤져 테이프를 갖고 와 그것을 입으로 물어 끊은 다음 세영의 입에 붙였다.


캐트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가능한 세영의 목소리 톤을 흉내내며 말했다.


“여보세요.”

“여기 아파트 관리소인데요, 103동 605호 이세영씨죠?”

“그런데요.”

“혹시 벌써 퇴근하셨나요?”

“아뇨, 아직···. 왜 그러세요?”

“어떤 입주자 분이 댁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는데,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경찰이 다녀간 다음에 들어가시라구요. 저희도 곧 직원을 보내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그렇게 할게요.”


캐트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자칼이 물었다.


“뭐야?”


“나가야 할 것 같아. 경찰이 오고 있어.”


말을 마치자 마자 캐트는 침실로 뛰어들어갔고, 자칼은 세영의 다리에 묶여있는 테이프를 끊어낸 후, 일으켜 세웠다. 캐트는 옷장에서 꺼내온 봄철용 노란색 코트를 세영에게 뒤집어 씌우고 세영의 쇼울더 백을 어깨에 걸쳐 메고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자칼이 권총을 꺼내어 그 코트 안으로 밀어넣어 세영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들은 마치 쇠약한 환자를 부축해서 병원으로 가는 길인 양, 세영을 부축해서 아파트 문을 나섰다.


그들이 아파트 문 밖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시열은 화면을 끄고 일어섰다. 그리고, PC방을 뛰쳐 나갔다. 그리고, 상가 건물을 나와 달려오는 차들을 무시하고 차도를 건너 단지 안으로 들어가 103동으로 내달렸다.


저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하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한 명이 거기에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지상 주차장에 있는 차를 갖고 내려갈 것이다. 시간은 충분해 보였다..


‘따라 잡을 수 있어.’


이를 악 물고 달리는 시열은 그렇게 생각했다.


드디어, 103동 건물 근처까지 왔을 때, 시열은 꽉 끼는 검은 가죽 바지를 입은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낯익은 얼굴.


‘어디서 봤더라.’


어제 저녁, 구기동 예사랑에 있었던, 바로 그 여자.


그제서야, 시열은 자신이 계속 미행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시열은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주차되어 있는 차 뒤에 몸을 숨겼다. 예상대로라면, 이 주차장 어딘가에 그 남자가 세영을 붙들고 숨어 여자가 몰고올 차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딜까?


엘리베이터 옆의 콘크리트 기둥 뒤가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 그 총은 그들이 세영에게 걸쳐놓은 코트 안에 있다. 격투가 벌어진다면, 저들은 먼저 세영을 쏠 수 있다. 휴대폰 때문에 나는 함부로 죽일 수 없지만 세영은 그저 나를 잡기 위한 미끼일 뿐이니까.


일단 미행하면서 기회를 보아야 한다.


이윽고, 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내려와 시열의 앞을 지나갔다. 운전석에 방금전 그 여자.

그 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끼익!하는 타이어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고, 동시에 트렁크 문이 올라갔고,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기둥 뒤에서 남자가 세영을 끌고 나왔다.


“사람 살려? 누구 없어요!”

세영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그녀의 뒷목내리친 자칼의 일격에 맥없이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그는 늘어진 세영을 트렁크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탕! 소리와 함께 트렁크를 닫고 운전석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여자가 그 옆으로 들어갔다. 그차는 다시 시열의 앞을 지나 주차장 입구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기아 검은 색 K-7, 차량 번호 2785.


시열은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도어 열림 버튼을 누르며 세영의 엘란트라로 달려갔다.

서둘러야 한다. 늦으면 저들이 단지를 벗어난 후, 큰 길의 어느 쪽 방향으로 틀었는지 놓치게 된다. 그럼, 영영 세영을 못볼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끼이이익!하는 타이어 음이 지하 주차장에 울려퍼졌다.


지상으로 올라 오자 시열은 눈으로 그들을 찾았지만,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묵직한 부르릉! 소리와 함께 나무 밑에서 모터사이클 한대가 출발하는 것이 보였다. 헬멧을 쓰고 있었으나 그 여자가 틀림없었다.


시열은 눈치채지 않도록 조용히 그 모터사이클을 따라 단지를 나갔고, 머지 않아 검은색 2785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칼이 캐트에게 물었다.


“따라오고 있어?”


캐트는 백미러에 비친 흰색 엘란트라를 보며 답했다.


“따라오고 있어요. 흰색 엘란트라.”


사실, 캐트는 아까 계단을 내려가다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어 자칼에게 말했었다.


“아파트 관리소라는데, 왜 발신자 번호가 없었지?”


그제서야 자칼도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발로 나타났으니 잘 된거야. 델타 포인트로 달고 간다.”


그래서, 캐트는 시열이 자신들을 놓치지 않도록 지하 주차장에서 흰색 엘란트라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모터 사이클의 시동을 걸었던 것이다.


트렁크 안에 갇혀있는 세영은 자칼의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시열을 함정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의도···. 하지만, 그에게 알릴 방도가 없었다.


검은색 K-7과 모터 싸이클은 북쪽으로 가다가 서울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렸다. 북한산 뒷편이었다. 캐트는 가끔씩 백미러로 보면서 흰색 엘란트라가 계속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K-7과 모터 싸이클은 북한산 뒷편에서 빠져나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곧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었다.


작전 장교로서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시열은 이 길이 1킬로미터 이내에서 끊기고, 양 옆의 산속에 드문 드문 가옥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가옥들 중의 하나가 이들의 목적지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K-7과 모터 사이클이 산길 코너로 사라졌다. 차를 타고 올라 갈 수 있는 한계가 거기까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열은 도로 한편에 차를 세워두고 내렸다. 그리고, 산길을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의 차량이 보였는데, 어떤 쇠락한 가옥의 전나무 담장 너머였다. 시열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85연대 1대대에 또 비상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하필, 석식 배식 중이던 18시 20분이어서, 전투복에 철모까지 쓰고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거나, 식판을 들고 줄지어 서있던 사병들은 식판을 그자리에 놓고 내무실로 뛰어들어가 군장과 개인화기를 들고 연병장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병사들 중에, 어떤 병장이 ‘에이, 씨발, 대대장 사건 때문에 우리 대대만 뺑뺑이 돌리는거 아냐!’라고 푸념했고, 그 옆에 같이 달려가던 다른 병장이 ‘제대 말년에 이게 무슨 좇까라 마이신인지 모르겠다. 씨발!”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취사병들은 배식기에 아직 반 이상이나 남아있는 음식들을 계속 보관해야 하는지 담당 부사관에게 물었고, 그가 한시간이면 끝날테니 일단 그냥 놓아두라고 하자, 모든 배식기의 뚜껑을 덮고 사병들이 부대 복귀 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국통의 소고기 미역국을 모두 가마솥에 다시 부었다.


간부들은 훈련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이미 연병장에 나와 정위치하고 있었고, 사병들은 그 간부들들 따라 정렬하기 시작했다.


“뒤로 번호!”

“하나, 둘, 셋, 넷,···.. 열! 번호 끝!”


소대 별로 인원 점검 번호를 외치는 소리가 연병장에 가득했고 이윽고, 소대장들은 차례대로 중대장에게 인원보고했다.


“1소대 인원보고, 총원 32명, 현재 인원 31명, 열외 1명, 열외는 보고자 1명, 이상 인원보고 끝!”


소대장들의 인원보고가 끝나자 중대장들은 1중대부터 대대장에게 인원보고했다.

인원보고를 받고 있는 장교는 대대장 직무대행 지찬원 소령이었다.


중대장들의 인원 보고 소리는 곧 트럭과 장갑차가 달려오는 소리에 묻히기 시작했고, 대대 전체 인원보고가 끝날 때쯤 그 차량들은 병사들 뒤에 차례로 정렬하며 도착했다.


“탑승!”


지소령이 소리치자, 중대장들은 “탑승”이라고 복창하고 자신의 중대원들에게, ‘중대, 뒤로돌아!”라고 구령을 내렸다. 대대의 전병력은 자신들의 뒤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에 신속히 탑승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 1중대 부터 헤드라이트를 켠 트럭과 장갑차들이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연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차량에 탄 사병들은 이렇게 삼,사십분쯤 달리다가 다시 부대로 복귀할 것을 알고 있었다. 벌써 두달째 일주일에 한두번씩 있는 비상출동 대기태세 점검이었다. 자대 배치되어온 지 한두달 밖에 안된 이등병들은 군대의 일상적인 훈련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군대밥 좀 먹은 선임병들은 이 훈련이 족보에도 없는, 사단장의 꼬장이라며 투덜댔다.


대대 병력 모두가 짐작한 대로, 출동한지 이십분 남짓되자, 사단 상황실로부터 지찬원 소령에게 부대복귀 명령이 하달되었고, 출발 후 한시간도 되지 않아, 차량들은 대대1호차를 선두로 다시 연병장으로 돌아왔다.


차량에서 내린 병력들은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인원보고를 하기 위해 정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들은 구령대 위로 올라가던 지찬원 소령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충성!하는 소리를 들었다.


구령대 뒤편 낮은 언덕 위, 대대본부 건물 앞에 사단장과 연대장이 서있었던 것이다. 사단장 박병태 소장은 가볍게 거수 경례를 하고 대대본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혼비백산한 지찬원 소령은 구령대 위에 올라 마치 건물 안으로 들어간 사단장님 들으시라는 듯, 평소답지 않게 엄청나게 큰 소리를 질러댔다.


“각 중대 인원 보고!”


대대 병력의 인원보고는 출발 할 때보다 훨씬 더 일사분란하고 우렁차게 진행되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연병장에서 마치 목소리 크게 지르기 시합을 하고 있는 듯, 요란한 구령소리가 울려퍼졌다.


“씨발, 밥먹다 말고 잠깐 드라이브 갔다 왔는데 뭔 놈의 인원 보고야. 스벌!”


제대가 일주일 남짓 남은 고참 병장의 작은 푸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침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대마는 살아있다 23.08.19 56 1 12쪽
57 엄습해오는 불안감 23.08.19 50 1 9쪽
56 육본 상황실 23.06.28 49 1 8쪽
55 목표는 광화문 23.06.28 53 1 8쪽
54 추격전 23.06.27 48 1 12쪽
53 한밤의 체포작전 23.06.27 46 1 11쪽
52 돌아올 수 없는 출동 23.06.25 49 1 11쪽
51 특전사령관 체포 23.06.22 48 1 9쪽
50 체포 명령서 23.06.22 48 1 14쪽
49 공항 경비대 23.06.21 43 1 10쪽
48 비상 계단 23.06.21 44 1 12쪽
47 아홉번째 문 23.06.18 48 1 11쪽
46 부드러운 손길 23.06.18 47 1 12쪽
45 죽을 텐가, 나를 따를 텐가 23.06.12 47 1 11쪽
44 재생되는 녹음 23.06.12 50 1 12쪽
43 커피 한잔 23.06.09 49 1 11쪽
42 종로 약국 23.06.09 54 1 10쪽
41 동대문 시장 23.06.06 48 1 13쪽
40 새벽 조깅 23.06.06 50 1 11쪽
39 에이전트 X 23.06.02 53 1 11쪽
38 보지 마. 23.06.02 46 1 12쪽
37 결국, 두 손을 들고 나온 시열 23.06.01 59 1 10쪽
» 자칼과 캐트의 뒤를 쫓다 23.06.01 49 1 12쪽
35 세영이 붙잡히다 23.05.31 48 2 11쪽
34 함정 23.05.31 54 1 11쪽
33 고민하는 고태성 경감 23.05.28 46 2 9쪽
32 킬러들 23.05.27 50 2 10쪽
31 도망가는 늘씬한 몸매 23.05.26 50 3 12쪽
30 유시열 대위, 진범이 아닐 수도 23.05.26 50 3 9쪽
29 시열이 살아있다 23.05.25 52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