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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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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1
최근연재일 :
2023.08.19 19: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828
추천수 :
98
글자수 :
296,827

작성
23.05.27 19:00
조회
50
추천
2
글자
10쪽

킬러들

DUMMY

태성은 세영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세영이 누군가, 이러다가 또 깔깔거리며, 이 바보야, 장난이었어,라고 언제든 놀릴 수 있었다.


“약속할게. 그 친구가 내게 총만 겨누지 않는다면.”

“확실히 약속했다.”

“물론. 언제 만날까?”

“지금.”


태성은 세영의 말뜻을 얼른 이해하지 못했다. 장난을 치는 것은 맞는것 같은데 생뚱맞았다.


“지금? 이 근처에 있다고? 그래, 가자.”

”아니, 여기 와있어.”

“.... 여기?”


태성은 홀 안을 휘이 둘러보았다. 유시열 대위라고 짐작될만한 남자는 없었다.


“뭐야? 장난하는거야?”



태성이 피식 웃어보였다.


“네 뒤에 서있잖아.”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선 태성은 엇, 소리를 지를 만큼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녕하십니까? 유시열입니다.”


어느 새, 방금 둘러 보았던 자신의 바로 뒤에 한 남자가 서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분 전에 들어왔던 그 남자였다. 바로 뒤, 칸막이 너머 옆자리에 앉았던 모양이다.


면도를 며칠 째 하지 않은 얼굴은 신분증에서 캡쳐해왔을 수배 사진 속의 얼굴과 차이가 있었지만 이목구비는 분명히 그 유시열 대위였다.


유시열 대위는 세영의 옆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네요.”


고태성이 무슨 말인지 몰라 세영을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경제과였어···. 같은 학번···.. 캠퍼스에서 서로 많이 마주쳤을거야.”

“아, 그렇군요. 어쩐지 사진을 보면서 낯이 익었다, 했읍니다. 고태성입니다. 전국적인 스타를 만나서 영광입니다.”


태성은 시열의 굳은 표정을 보며 적절한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둘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2년전 세영이 자신을 밀쳐내고 ‘나 남자가 있어’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가 틀림없었다. 태성은 굳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물잔을 들었다.


웨이터가 다가왔다.


“다 오신거죠? 주문하시겠어요”


웨이터가 그 테이블의 주문을 받는 동안, 선글라스를 낀 20대 후반의 여자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혼자세요?”


흰색 셔츠에 자줏빛 에이프런을 두른 웨이트리스가 익숙하게 그녀를 맞았다.

그녀는 검은 색 가죽 자켓과 바지를 입고 있어 마치 금방 모터 사이클에서 내려 들어온 사람으로 보였다. 가끔 서울 북쪽 교외에서 라이드를 즐긴 모터 싸이클족들이 들르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여자종업원은 별 생각없이 그 여자를 자리로 안내했다.


“저쪽 자리로 앉으시겠어요?”


웨이트리스는 숲이 보이는 창가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여자는 홀 안을 둘러보고는 별다른 말도 없이 테이블 하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당히 과묵한 손님이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자 웨이트리스는 메뉴판을 놓고 물었다.


“식사하시겠어요?”


“식사는 됐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더블로.”

“..... 네?”

“샷 추가해서 진하게 달라고.”

“아, 네.”


웨이트리스는 내려놓았던 메뉴판을 들고 돌아섰다.


물론, 그녀는 방금 이야기를 나눈 여자가 캐트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는 무시무시한 킬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캐트가 앉은 테이블은 시열의 테이블 에서 5미터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그리고, 잠시 후 종업원이 겉면에 작은 물방울들이 송송 달려있는 차가운 아이스 커피를 놓고가자, 손가락으로 글라스의 물기를 닦은 다음 뒷편 목표물의 테이블이 잘 비쳐보일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정했다.


맞은 편 3층 건물의 옥상에는 자칼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늘 캐트와 한 팀이 되어 움직였다. 무방비 상태의 목표물에 접근하여 총이나 다른 도구로 순식간에 해치우고 사라지는 단순 임무라면 혼자가 효율적이겠지만, 미행을 해야 한다거나, 단순히 목표의 생명을 거두어들이는 것외에 다른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는 2인조가 적합했다.


물론, 2인조였기에 가격은 더 높았다. 이번 고객은 목표물이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과 그의 생명을 원했기 때문에, 즉, 복합 업무였기 때문에 2억 5천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자칼과 캐트는 이번 일이 끝나면 태국의 해변에서 보름쯤 쉬고 올 계획이었다.


자칼이 줌을 최대한 당겨 찍고 있는 휴대폰 카메라에 창가에 앉아 있는 세 사람과 주문을 받고 있는 웨이터의 모습이 찍히고 있었다. 그의 귀에는 역시 이어폰이 꽂혀있었고, 옆에 야구 장비용 검은 가방이 있었는데 그 가방 안에는 야구배트 대신 저격용 라이플이 들어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방금 찍은 사진을 고객에게 전송했다. 그가 만나본 적도, 알려고도 하지 않은 고객은 최교연 중령이었다. 그들은 역시 실명을 모르는 중간 알선책 에이전트 X를 통해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다.


보통의 경우, 고객이 지정한 타겟을 처리하면 끝이었지만, 이번 일은 미행을 포함한 복합 업무였기 때문에 중간 중간 고객이 뭘 원하는지 파악해야 했다. 그래서, 자칼은 업무 수행 중에 필요한 교신에서 고객을 보스라고 부르겠다고 했었다. 고객은 보스이니 적절한 호칭이었다.


자칼이 한손으로 검은 가방의 지퍼를 열며 이어폰에 붙어있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보스, 지울까요?”


저격해야하는지 묻는 그 질문은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있는 캐트의 이어폰에도 들리고 있었다. 보스의 대답은 3~4초 동안의 망설임 뒤에 들려왔다.


“아냐, 물건이 어디있는지부터 알아야 해!”


최중령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칼이 전송해온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사관을 불러, 유대위와 이세영 기자가 만나고 있는 남자의 신원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그들이 예사랑 안으로 들어간지 삼십분이 되었을 때 캐트가 말했다.


“나갈 것 같습니다.”

“물건은?”

“안보였습니다.”

“미행 준비 해!”


가방을 챙겨든 자칼은 자세를 최대한 낮춰 옥상을 가로질러가, 바로 밑의 담장 위로 뛰어내렸고, 곧 바로 그밑의 골목으로 뛰어 내렸다. 고양이과 동물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간 디딤돌을 이용하는 2단 뛰기와 같은 동작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 온 차 안으로 들어가 검은 가방을 뒷자리로 던져놓았다.


잠시 후, 그는 세 사람이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고태성이 말없이 손을 내밀자 시열이 그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려운 부탁드려 미안합니다.”


고태성은 시열의 시선을 피하면서 세영을 바라보았다.


“전화할게.”


고태성은 세영에게 그렇게 말하고 시내쪽으로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다.


세영이 멀어져 가는 택시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자, 시열은 그녀의 등뒤로 팔을 올려 가볍게 안아줬다.


세영은 다시 후회가 들었다. 시종일관 굳어있던 태성의 표정,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도 곧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예사랑을 떠났다.


먼저 떠난 택시, 그리고 그 다음의 택시, 자칼은 어느쪽을 따라 붙어야 할지 보스에게 물었다.


“남자가 누군지 알아냈어. 둘 다 유시열 쪽으로 붙어.”



택시 안에서 고태성 경감의 머릿속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세영과의 관계는 그렇다치고, 전국에 지명수배된 흉악범이 나타나 경찰 장비로 휴대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해달라니, 그것도 경찰 안의 아무도 모르게··· 내가 경찰인데.


내일 그와 다시 만나자고 하고, 체포조를 매복시킨다면···.. 경찰의 위상은 한층 올라갈 것이고 개인적으로 일계급 특진도 가능하다.


정말 그렇게 할까?


그러나, 그의 눈은 진실했고, 나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었다. 게다가···.


제기랄! 세영이가 있었다.



택시가 구기동 터널 쪽으로 향할 때 시열은 사이드 미러를 다시 보았다. 아까부터 멀리서 모터 사이클 한대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경이 너무 예민해서였을까? 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시열은 기사에게 명동으로 가자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예전만큼의 활기를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녁 시간의 명동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인파 안에서 서행하는 차량들은 옆을 지나가는 행인의 발 걸음 정도의 속도만 낼 수 있을 뿐이었다. 차량을 타고 가는 쪽이나 차량으로 미행하는 쪽이나 다른 곳으로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택시는 유명 브랜드의 패션 매장과 화장품 매장이 늘어선 명동 중심도로에 이르러 천천히 우회전을 했다.


자칼의 세단도 따라서 우회전했다. 불과 백여미터만 지나면 명동 거리가 끝나고 퇴계로가 나온다. 자칼은 저 남녀가 퇴계로에 들어서기 전에 내릴 것이라 짐작하고, 그럴 경우, 캐트가 먼저 따라붙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시는 퇴계로에서 우회전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잠시 후 서소문을 거쳐 은평구로 향했다.


자칼은 고개를 갸웃했다.


구기동에서 은평구로 가는 직선 코스를 놓아두고 왜 복잡한 명동을 거쳐···..?

그러다가, 그는 아까 명동에서 택시가 코너를 돌며 약 10초간 시야에서 사라졌던 장면을 떠올렸다.


“쉣!”


자칼의 입에서 비릿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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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는 살아있다 23.08.19 56 1 12쪽
57 엄습해오는 불안감 23.08.19 5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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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목표는 광화문 23.06.28 53 1 8쪽
54 추격전 23.06.27 4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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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돌아올 수 없는 출동 23.06.25 49 1 11쪽
51 특전사령관 체포 23.06.22 48 1 9쪽
50 체포 명령서 23.06.22 48 1 14쪽
49 공항 경비대 23.06.21 43 1 10쪽
48 비상 계단 23.06.21 44 1 12쪽
47 아홉번째 문 23.06.18 48 1 11쪽
46 부드러운 손길 23.06.18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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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자칼과 캐트의 뒤를 쫓다 23.06.01 49 1 12쪽
35 세영이 붙잡히다 23.05.31 48 2 11쪽
34 함정 23.05.31 54 1 11쪽
33 고민하는 고태성 경감 23.05.28 46 2 9쪽
» 킬러들 23.05.27 51 2 10쪽
31 도망가는 늘씬한 몸매 23.05.26 50 3 12쪽
30 유시열 대위, 진범이 아닐 수도 23.05.26 50 3 9쪽
29 시열이 살아있다 23.05.25 5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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