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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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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7.04 01: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18,607
추천수 :
1,890
글자수 :
237,121

작성
24.07.04 01:41
조회
926
추천
31
글자
12쪽

44. 이렇게 쉽다고?

DUMMY

천풍제왕검법(天風帝王劍法).


알 법한 이들은 알고 있는 남궁의 검법.

정확히는··· 폭군무존이 만든 검법. 물론 그 사실은 이 세상에 단둘만이 알고 있었지만.


그 이름에 좌중이 술렁였다.


반응의 종류는 여러가지다.


"검법 이름···, 멋있는데?"

"저 소협, 폼 잡을 줄 아는군."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름이 그저 멋있게 느껴졌거나, 혹은 손옥량의 대사가 멋있게 느껴졌거나.

대부분이 그런 반응이었다.


검법에 담긴 비밀을 알고 있는 몇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스윽-


특히 거듭된 연패 속에서도 잠자코 보고만 있었던 남궁무위의 눈빛이 날카롭게 떠졌다.


그는 과거의 비사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천풍제왕검법이라면, 남궁의 직계들이 사용하는 검법 아니었나?'


창천이 지금과 달리 시퍼렇게 푸르던 시절, 혜각은 우연히 남궁의 사람들이 천풍제왕검법을 펼치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괜히 검법의 이름에 '제왕'이 붙은 것이 아니다.


고고한 직계로서 그 아래인 방계를 억누르기 위함인 듯, 초식 하나하나에 '압(壓)'이 느껴졌다.


실제로 천풍제왕검법이 모종의 이유로 실전된 후, 직계의 권위는 차츰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황산검문으로······?'


개방조차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정보였다.


남궁이 초대 가주 사후, 수십년 동안 혼란을 겪는 과정 속에서 황산검문이 발족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남궁의 성을 쓰던 자들이 결국 남궁의 성을 버렸던 것.

그것은 익히 퍼진 사실이다.


'남궁의 직계 검법이 황산검문으로 넘어갔을 줄이야······.'


황산검문주는 수백년 전, 전대고수의 비급서를 얻어 강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비급서가 남궁 직계의 것이었나?

그렇다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걸 말하는 뜻은 무엇일까.


힐끗-


혜각의 시선이 다른 누구도 아닌, 단청에 향했다.


왜일까.

가문의 중진도 아닌, 저 어린 녀석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암-"


단청은 대수롭지 않은 듯 길게 하품했다.


"······."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표정에서 드러난 것만 보면 '그래서 그 다음판은?' 이라고 묻는 것 같았다.


손옥량은 일전에 합의되었던 대로 이어서 십(十)번으로 나섰다.


황산검문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제자들의 수가 부족했던 것.


사실 이대제자들 중에 실력이 가장 뛰어난 그가 비무를 두 번 하면 남궁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궁은 이의없이 이 비무를 받아들였다.


"사고, 적당히 해선 안 돼. 아주 후드려 패놓아야 한다고, 낄낄낄."


남궁지약이 비무장 위로 올라가려는데, 단청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성."


그녀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치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


"······."


그런 반응이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단청은 충격을 먹었다.


'이래서 키워봤자 아무런 소용이······.'


단청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어느덧 비무장 위로 올라갔다.


"남궁지약입니다."

"······황산의 손옥량이오."


손옥량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했다.


대외적으로 유명한 대제자 남궁성혁과는 달리, 그녀는 이렇다 할 외부활동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그 얼굴을 볼 일이 흔치 않았다.


'보기 드문 미인이군······.'


그의 생각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딱 거기에 머물렀다.


상대는 남궁의 몇 없는 직계이자, 장녀였다.

비록 직계의 무공이 실전되었다고 한들, 창천은 창천이었다.


뭣보다,


'그 놈과 같이 다녔지.'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했다.

속이 시꺼멓게 생긴 것과 같이 어울리고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슥-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손짓이 있었지만, 두 사람 다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의념을 읽어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수단을 궁구하는 것.

이른 바, 탐색전이었다.


'뭐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손옥량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전의를 아예 상실한 아이라면 모를까, 지금 달려드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백지(白地)의 세상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파앗-


먼저 움직인 것은 남궁지약이었다.


그녀의 검이 상대의 어깨를 내리친다.


움직임을 뒤늦게 읽은 손옥량의 반응이 늦었다.


맞댄 검이 손목을 타고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손목부터 시작해서 어깨가 저릿저릿하다.


"크읏-!"


천풍제왕검법은 분명, 창궁무애검법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확실한 상성의 우위에 있다.


허나 애당초 상대의 수를 전혀 읽을 수 없다면?


'뭐 이런-'


손옥량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평생 여러 상대와 검을 숱하게 나눠봤지만, 이 정도로 무감(無感)했던 적이 있을까.


그녀는 모순적인 존재였다. 마치 살기(殺氣)가 느껴지지 않는 살수 같았다.


저벅저벅-


주춤 뒷걸음질친 그와 거리를 좁히는 걸음도 그러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백색(白色)의 세계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역시, 그 녀석의 핏줄이군.'


단청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어졌다.

남궁천의 무재(武才)가.

24살이란 나이에 이미 의념의 확장을 넘어, 심상(心象)을 구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닐 지라도, 평생 저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무인들의 숫자가 저 연무장 바닥에 깔린 흙보다 많을 것이다.


비무의 결과는 불보듯 훤했다.


손옥량이 이어지는 상대의 검을 받아내지 못하고 복부에 공격을 허용해버렸다.


와아-!

역시 남궁의 직계인가ㅡ!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저벅저벅-


남궁지약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단청에게 다가와 지긋히 바라보았다.


'······뭐야?'


단청은 괴상한 생물체를 대하듯 미간이 좁혀졌다.


순수한 백색의 세계에 색을 머금은 의념이 아주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이건 칭찬해달라는 건가?


"······어땠어?"


그 시선이 오롯이 단청의 입에 향해있었다. 주위의 환호성도, 그리고 다른 이들의 평가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나참-'


단청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남궁방도 그렇고, 남궁지약도 그렇고 왜 이렇게 신기한 사람이 많은 건지.


"잘했어······. 물론 아직 하아아안참- 멀었지만."

"······."


스윽-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려다 멈칫했다. 이내 고개가 좌우로 절레절레 움직였다.


저벅저벅-

그 사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혁이 단청에게 다가왔다. 남궁명과 남궁진이 뒷따랐다.


이대제자의 비무.


마지막 한 판을 보기좋게 이겼다지만, 9패 1승으로 결과는 참혹했다.


판정승을 거두려면 삼대제자 전원이 승리를 거둬야만 했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남궁혁.

세 명 동기 중에서도 늘 먼저 나서지 않는 그는 삼대제자의 첫 비무를 맡게 되었다.


머릿속에 든 물음은 비슷했다.


ㅡ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단청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정신이 단련되었다지만, 대외적으로 늘 패배만 맛보던 그들이다.


오대기전에서 깨진 기억이 아직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이건 또 뭔데?"


거의 울상을 짓고 있는 이들의 표정에, 단청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 아니······. 우리가 혹시 질 수도 있지 않을ㅡ"


화르륵ㅡ!


순간 악귀처럼 변한 단청의 표정에 남궁혁이 황급히 말을 바꿨다.


"그, 그게 아니라 혹시 비무대 올라가기 전에 뭐, 어떤 조언이라던지- 하하하ㅡ!"

"사형들."

"으응-?"

"내가 누누히 말했잖아. 비무에서 지면 당장 나한테 죽는다고."


단청이 보란듯이 주먹을 위로 올린 채 꽈악 쥐었다. 착각인지, 그 주먹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


고맙다, 이 새끼야······.

절대로 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줘서.


"사형들, 토룡이도 어서오고."

"······토룡이 아니라고."


어느덧 남궁룡도 이 무리에 합류했다.


"뭐, 아무튼. 내가 해줄 말은 그것뿐이야. 사형들이 지금껏 한 훈련을 믿으라고. 솔직히 막상 상대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을걸? 너무나 쉬워서."


그 말에 삼대제자의 표정이 각기 달랐다.


쉽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다.

이대제자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9패 1승.

사실상 완패였다.

삼대제자라고 해서 과연 다를 것인가.


"남궁혁 비무장 앞으로-"


진행자의 부름에, 남궁혁은 가까스로 긴장을 억누르고서 자리에 올랐다.


곧 그보다 1~2살 정도 많아보이는 상대가 앞에 섰다.


'······내가 정말 이길 수 있을까?'


기껏 단청의 조언아닌 조언을 들었지만, 여전히 그 물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무(武)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끌리는 것, 혹은 따라가는 것.


어떻게 하다보니 입관 동기인 남궁명과 남궁진과 친하게 어울리게 되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남궁명과 남궁진은 서로 경쟁의식을 가지며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갔다.


남궁혁은 이 둘에게서 뒤쳐지고 싶지 않았다.

막 선두에 치고 나가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이들과 동일선상에 서있고 싶었다.


그리고 남궁혁이 알고 있는 둘이라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애당초 이런 자리에서 패배를 맛볼 인간들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도 반드시 이긴다.'


뒤쳐질 수는 없지 않은가.


꼴사납게 패배하고 나서 같잖은 위로 따윈 죽어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남궁혁은 제 나름대로 마음가짐을 정돈하며 검을 잡았다.


사뭇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무가 시작되었다.


스아아악ㅡ!


'음···?'


······너무나 쉬웠다.


'뭐지······?'


이렇게 쉽다고?


남궁혁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단 1수만이었다.


좌측 어깨로 어렴풋이 느껴지는 상대의 의념을 읽었다.


몸을 틀어 피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피하겠지, 싶었다.

허나 상대는 피하지 못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털썩-


입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황산검문의 삼대제자.


"······남궁혁 승."


비무장 아래로 내려오는데, 여전히 헛웃음이 자꾸만 피식피식하고 흘러나온다.


그 다음 비무자인 남궁명과 시선이 마주친다.


'뭐야?'

'나도 몰라.'


눈빛이 그리 묻고 답한다.


'뭐냐고.'

'일단 해보면 알아.'


남궁혁의 떨떠름한 반응에, 남궁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고 있는 황산검문이라면 절대로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당장 이대제자들만 봐도 그렇지 않던가?


특히 황산의 검은 남궁의 검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음···?'


"······남궁명 승."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남궁명도 단 1수만에 승리를 거둬냈다.


"황산검문 뭐야? 왜 이렇게 쉬워?"


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아, 이겨서 기분좋은 건 알겠는데, 다 보는 앞에서 그게 무슨 예의범절이니······.


그 이후로도 일사천리였다.


남궁진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 역시 1수 만에 승리를 거뒀고, 남궁룡과 남궁강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이대제자들은 몇 합을 겨뤘지만, 삼대제자들은 단 1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 즈음되면, 이 비무를 개최하고자 한 황산검문주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 지 궁금해진다.


'후후-'


특히, 음흉한 구석이 있는 남궁위가 그러했다.


스윽-


겉은 평온했지만, 속은 환희를 외치는 그의 시선이 힐끗 장백산의 표정에 닿았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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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이렇게 쉽다고? +4 24.07.04 927 31 12쪽
43 43. 천풍제왕검법(天風帝王劍法) +4 24.06.30 1,231 31 12쪽
42 42. 남궁의 부산물 +6 24.06.26 1,412 33 12쪽
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6 24.06.23 1,650 38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1,739 37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832 37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915 44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990 36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962 41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2,099 39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2,029 32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2,128 38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2,197 38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2,248 35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2,299 36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2,265 39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2,312 40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2,368 42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2,421 40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539 41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634 42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592 41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579 42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661 39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710 45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855 43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835 43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812 43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773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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