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경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공경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8
최근연재일 :
2024.06.30 12:43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09,765
추천수 :
1,796
글자수 :
231,904

작성
24.06.30 12:43
조회
828
추천
28
글자
12쪽

43. 천풍제왕검법(天風帝王劍法)

DUMMY

비무장 주위로 갖가지 천막들이 즐비해있었다.


소림, 팽가, 상회 등 안휘비무제를 구경하러 온 이들의 것이다.


인파의 규모는 과연 안휘의 패자(覇者)가 누구인지 가릴 법했다.


허나 답안지가 나온 것처럼, 비무의 초반 구도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황산검문이 강하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남궁의 이대제자들이 이렇게나 힘을 못쓰고 질 줄이야."

"역시, 이제 안휘는 황산검문인가?"


구경꾼들의 반응에, 남궁 사람들은 당연히 이 상황이 마뜩치 않았다.


'이놈들···, 비동가서 다 논 건가?'


남궁도의 미간이 좁혀졌다.


지금 8번 싸워 8번 패배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황산검문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격차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아니겠지···. 다만, 저 녀석들이 빠른 속도로 강해진 것일 뿐.'


남궁의 이대제자들은 가문이 예상했던 것만큼 성장해주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경쟁 문파는 그것보다 빠르게 강해졌으니.


힐끗-

괜히 살펴보게 된다.

지금 이 상황을 그 녀석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하암-


단청은 하품하며 코를 후비적거렸다.


"폐관수련은 얼어죽을. 요즘 것들은 동굴에서 곰처럼 산 것도 폐관수련이라고 하나? 나때는 안그랬는데, 나때는!"


저 망둥이 놈은 참··· 한결같다.

그래서일까, 이런 답답한 상황에 오히려 나긋해질 지경이다.

저 녀석이 시덥잖은 눈빛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단청아, 넌 긴장도 안 돼···?"


남궁방이었다.

묻는 말 그대로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헹!


단청은 코웃음쳤다.


"애송이들 싸움에 긴장은 무슨. 이건 장에 기별도 안 가."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말 맞지?


"동기야, 그런데 넌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냐. 어차피 이번에 참가안하잖아?"


단청이 물었다.


남궁방은 이번 비무제에 참가하지 않는다.


극강의 둔재(鈍才)는 각고의 노력으로 계속 성장 중이나, 가문의 이름을 대표할 만한 곳에 나가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너나, 사형들이 싸우고 있는 것만 상상해도 괜히 긴장이 되어서······."

"거참- 신기한 놈일세."


단청은 신기한 놈 다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그건 남궁방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본 사람들 중 단청이 이 세상에서 가장 철저하게 신기한 놈이었다.


'그나저나, 확실히 뒷냄새가 구릿하긴 하네.'


시덥잖은 눈빛으로 비무를 지켜보고 있으나, 그 이면엔 수상한 부분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황산검문의 검은 남궁의 것과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궁이 가주의 자리를 두고 수십년 동안 혼란을 겪는 사이, 가문의 탈주자들이 발생했고 그들이 세운 문파 중 하나가 황산검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무공이 비슷하다 하여 문제삼을 순 없었다.


과거사와 무공에 대한 시시비비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난 문제였으니.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허나 확연히 조금은 다른······.

황산검문의 이대제자들이 단청이 알고 있던, 애매하게 비슷한 느낌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그 녀석의 무공은 아니야.'


남궁천의 무공이라면 십여 년이 넘도록 지켜봐왔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것들은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황산검문주 장백산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일까. 아니면 기존의 것에 조금 변형이라도 준 것일까.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아직 이대제자라 그런가······.

각자의 해석도 달랐지만, 수행이 부족한 탓인지 무공의 진의(眞意)가 딱히 드러나지도 않았으니까.


"그 다음. 남궁의 남궁성혁, 황산검문의 손옥량!"


한껏 엄숙한 분위기의 두 사내가 비무장 위로 올라왔다.


어떻게 보면 이번 비무제에서 가장 관심 많은 대결이기도 했다.


둘 다, 대외적으로 이대제자 중에선 가장 촉망받는 기재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단청아, 누가 이길 것 같아?"


남궁룡이었다.


이대제자들이 8전 8패 한 탓인지, 얼굴이 핼쑥해져 있었다.


삼대제자들이 이를 뒤엎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비무제는 패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토룡이 어서오고."

"······토룡이 아니거든?"

"뭘 당연한 걸 물어."

"당연하다고?"

"저기가 이기지."


스윽-


단청의 시선이 손옥량에게 닿았다.


남궁룡은 궁금했다.

남궁성혁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을 떠나, 그래도 그는 남궁의 대제자였고 실력도 확실히 뛰어난 축에 속했다.

그리고 들리는 말로, 이번에 폐관수련을 하며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손옥량이란 자가 그 정도인가?'


"잘 지켜보기나 해. 토룡이 수준에선, 다양한 종류의 비무만 잘 견식해둬도 좋은 경험이 되니까."

"······토룡이 아니라고."


남궁룡의 입술이 댓바람처럼 튀어나왔으나, 곧 시선이 비무장 위로 향했다.


단청이 가끔, 아니··· 자주 헛소리를 하기는 해도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소협에게 악감정은 없소. 허나, 내 검은 자비가 없으니 적당한 시기에 기권을 하는 게 좋을 것이오."


남궁성혁의 말에 손옥량은 헛웃음을 흘렸다. 보아하니 상대는 주제파악이 안되는 것 같았다.


"남궁이란 작은 세상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게,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 크험험······."

"······?"


손옥량이 말을 하다 끊었다.


'남궁은 작은 세상이 맞지. 다만 우물에 웬, 미친 이무기가 살고 있을 뿐······.'


도대체 왜 우물에 이무기가 살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 이무기는 이 시야 좁은 개구리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그러니까,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거요?"


이래나 저래나 말의 뜻은 전달이 되었다.


사실 그것은 남궁성혁도 인정하는 바, 남궁이란 작은 우물에 갇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는 스스로 믿고 있었다.

이미 개판이 난 남궁을 되돌려 놓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안휘비무제에서 실력을 증명하여 가문 내에서의 위치를 확고히한다.

상대가 어떻든 그것은 바뀌지 않아야 할 명제였다.


"과연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지 궁금하군."


스아아악-


남궁성혁의 검이 출수하여 상대의 어깨를 내려쳤다.


무애검법의 1초, 낙천.

개량 전의 초식이다.


손옥량은 그렇게 나올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검을 쳐냈다.


쳐내는 것과 동시에 물 흐르듯, 남궁성혁의 가슴을 베어나갔다.


'무슨-'


남궁성혁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렀다.


단 1합을 나눈 것만으로 상대가 그보다 우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반응이 반응이지만, 연계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날카로웠다.


급히 몸을 틀어 가까스로 피했다.


허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옥량의 검이 뱀처럼 그의 몸을 쫓아왔다.


까앙-!


결국 검으로 맞서보지만 힘으로도 역부족이었다.


힘에 밀려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구도가 그려졌다.


남궁성혁이 무애검법의 어떠한 초식을 펼치든, 곧바로 그에 대응되는 반격이 이뤄졌다.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손옥량의 검은 마치, 남궁의 검을 상대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설마. 그거였나?'


단청은 헛웃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남궁성혁을 상대하는 손옥량을 보니 이제야 알 것 같기도 했다.


기억이 아주 옛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교와의 기나긴 전쟁 중에, 잠시 숨 돌릴 틈이 있었다.


"형님, 그 검법은 뭡니까?"


남궁천이 물었다.


단청은 별 힘들이지 않고 허공에 검을 슥슥 휘두르고 있었다.


"네가 만든 창궁무애검법을 완벽히 엿맥이는 검법."

"······형님?"


남궁천의 표정에 한숨이 묻어나왔다.


도대체 왜 그런 걸 만드시는 겁니까······? 이 새끼야···?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만든 동기를 떠나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중요했다.

정말 이런 게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이 인간의 무재(武才)는 가히 신에 범접할 만했다.


"난 가능하던데?"


단청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형님은 정말 신선이라도 되는 겁니까?

"신선은 무슨."

"하여간······, 형님 앞에선 이제 검도 못 휘두르겠습니다."


남궁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그 날'의 선택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옳았다.


"그 검법···, 비급서로 좀 남겨주십쇼."

"왜?"


매우 귀찮음.

단청의 표정에 그 생각이 그대로 쓰여있었다.


하아-


남궁천은 한숨을 쉬었다.


"······창궁무애검법은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검법입니다. 훗날 저의 후손들이 쓸 검법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것을 완벽히 파훼하는 검법이 나와버렸습니다. 물론, 형님이 세상에 널리 알리지 않는다면 문제야 없겠지만, 그것을 본 이상 저는 대종사로서 그것을 역으로 파훼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역으로 파훼한다?"


단청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만든 무공인데?"


무려 폭군무존인 그가 만들었으니 파훼할 생각은 엄두조차 내지 마라, 이 뜻인가?


과연 그다운 발상이긴 했다.


"하아- 그래도 좀 비급서로 남겨나주십쇼. 이미 봐버린 이상, 저는 어떻게든 이 갈증을 해결해야 한단 말입니다."

"뭐, 그러던가."


단청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지나가듯 답했다.


그 모습을 본 남궁천의 표정이 시꺼멓게 타들어갔다.


'내 속도 모르고, 저 인간이······.'


신도 무심하여라.

어떻게 저 인간에게 저런 재능이 주어졌을꼬.


"형님······, 그래서 방금 그 검법의 이름이 뭡니까?"

"짓기 귀찮아. 네가 지어라."

"에-?"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창궁무애검법을 파훼할 정도의 검법이라면, 단순 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가문을 대표할 만한 초상승무학이라 부를 만했다.


무림의 역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일인데, 그 이름조차 붙이지 않는다?


'형님이라 이해가 되긴 합니다만···.'


스윽-


남궁천은 단청이 순식간에 휘갈겨 쓴 비급서를 받아들었다.


휘리릭-

비급서의 내용을 살펴봤다.


쓴 시간은 가히 찰나였지만, 그 내용은 정성 들여 쓴 것처럼 세세했다.


비급서를 읽으며 남궁천은 무의식적으로 희열에 차올랐다.


무학에 대한 갈증이 일부나마 해소되는 느낌.


"앞으로 이 검법은 이제 남궁의 것입니다."


그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름은 어떻게 지어줄 건데."


본인이 이름 지을 생각은 없지만, 정작 이름을 어떻게 지어줄 것인지는 궁금한 건가?


형님, 참··· 성격이 고약하십니다.


"이 검법의 이름은······."


스윽-


열 합에 이르렀을 때, 결국 남궁성혁은 손옥량의 검을 받아내지 못했다.


어느덧 그의 목 언저리에 닿은 손옥량의 검.


그 순간 비무의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꿀꺽-


남궁성혁의 목젖이 거칠게 움직였다.


지금 이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될까.


비참함? 우울함? 절망감? 좌절감?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이 비틀리듯 열렸다.


"······소협, 그 검법의 이름은 무엇이오?"


마치 창궁무애검법을, 그 열화판인 무애검법까지도 완벽히 우위의 상성에 있는 듯한 검법.


남궁성혁은 그 이름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승자가 패자를 내려다본다.


"천풍제왕검법(天風帝王劍法)."


남궁성혁을 지긋이 바라보던 손옥량의 입이 열렸다.


"이것이 소협을 쓰러트린 검법의 이름이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연재주기는 주5일 연재로 가보려고 합니다.

연재주기 공지는 1~2주일 내로 올리고 지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2024.5.24.)남궁환생기 -> 사파정점, 남궁으로 환생하다 24.05.16 1,607 0 -
» 43. 천풍제왕검법(天風帝王劍法) +2 24.06.30 829 28 12쪽
42 42. 남궁의 부산물 +6 24.06.26 1,179 30 12쪽
41 41. 당연히 남궁이 최고죠! +6 24.06.23 1,440 36 12쪽
40 40. 오래됐기 때문에 +5 24.06.20 1,542 34 12쪽
39 39.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8 24.06.18 1,648 35 12쪽
38 38. 부동(不動) +8 24.06.15 1,736 43 12쪽
37 37. 망할 선조 같으니라고 +5 24.06.13 1,814 34 11쪽
36 36. 못따라가겠다 이것들아 +6 24.06.11 1,790 39 12쪽
35 35. 이어짐 +5 24.06.10 1,941 38 12쪽
34 34. 한 대만 찰지게 때려보자 +6 24.06.08 1,861 31 12쪽
33 33. 조금만 더 떠들어보란 말이다 +6 24.06.08 1,963 36 12쪽
32 32. 은인(恩人) +8 24.06.06 2,033 37 11쪽
31 31. 검수(劍手)들의 대화 +5 24.06.05 2,091 33 11쪽
30 30. 약자(弱者) +6 24.06.04 2,138 34 13쪽
29 29. 소면 한 그릇의 가치 +5 24.06.03 2,111 37 12쪽
28 28. 이것저것 다 따질 필요없다고 +2 24.06.02 2,155 39 12쪽
27 27. 답은 사형들이 맞혀야지 +4 24.06.01 2,216 40 12쪽
26 26. 의념(意念) +4 24.05.31 2,258 39 13쪽
25 25. 토룡이 +6 24.05.30 2,379 40 11쪽
24 24. 화가 난 이유 +6 24.05.29 2,470 40 11쪽
23 23. 짓밟을 생각으로 오셨으면, 짓밟힐 각오도 했어야죠. +5 24.05.27 2,439 40 12쪽
22 22. 정신나간 내 새끼 +6 24.05.26 2,427 41 14쪽
21 21. 옥의 티 +2 24.05.25 2,514 38 11쪽
20 20. 쫄리면 뒤지시던지 +5 24.05.24 2,551 44 11쪽
19 19. 대연신공 +4 24.05.23 2,695 42 12쪽
18 18. 구애 +4 24.05.22 2,677 41 12쪽
17 17. 미친 노인과 미친 강아지 +2 24.05.21 2,657 42 11쪽
16 16. 꿈 깨 +6 24.05.20 2,625 41 12쪽
15 15. 극강의 둔재(鈍才) +5 24.05.19 2,711 4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