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희망의 22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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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어······ 디지즈?”
“어! 응! 우와! 진짜 이게······ 우와······ 진짜 나왔어! 진우야, 어쩌면 이거, 내가 바라는 마법 쪽으로 특화되는 걸지도 몰라! 어제도 플레임 드레이크 연습하다고 실수로 손에 살짝 화상을 입었거든. 그리고 몇 번 더 연습하다가 힐링이 생겼단 말이야! 이번에도······ 내가 큐어 디지즈를 원해서······!”
이유미는 잔뜩 신이 나서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아무튼 그거 참. 신기하네.
그리고 굉장히 희망적인데.
“축하해. 진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내일은 부활 마법을 원하면서 마법 써주면 고맙겠네.”
“헉! 그······ 그렇지, 응. 진우야, 미안······ 미안해.”
갑자기 뭐가 미안하다는 거······ 아하.
이유미는 아무래도 처음으로 배운 마법이 부활이 아닌 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질병치료 마법이 이유미가 원했기 때문에 나온 건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설혹 그게 맞다고 하더라도, 나를 위해 자신에게 급선무인 마법을 뒤로 미루는 게 맞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니가 바란다고 한 판에 부활이 뜨겠냐? 거의 신관 궁극기잖아 그거. 애초에 하루이틀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
“그, 그럼?”
“사나흘 정도?”
“으, 응!”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 마법이나 잘······ 흠, 되길 바란다.”
이유미는 눈을 이상하게 떴다.
“그······ 그게, 진우 너, 알고 있었어?”
“몰라. 니가 어제 그랬잖아. 너 신병 때문에 어머니가 쓰러지셨었다며. 그래서 질병 치료 생각한 거 아냐?”
“아, 내가, 그런 얘기 했었구나······. 응. 맞아. 사실은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응. 지금, 이제, 어머니한테······ 가봐야지.”
그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유미는
무척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나도 그랬으려나.
그녀를 통해 스승님을 살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을 때, 저렇게 햇살처럼 웃었으려나.
작은 부러움과 작은 우울함 속에서 난 이유미에게 어렵사리 웃어보였다.
이유미는 무척 기뻐했다.
“헤헤헤헤, 근데······ 진우야.”
“그래.”
“나, 택시비좀 빌려줘.”
내가 니 지갑이냐!
나는 지갑을 꺼내 만원권 세 장을 꺼냈다.
“이거면 돼?”
“헤헤헤, 하나면 돼. 올 때는 전철 타고 와야지.”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인데.”
“응!”
이유미는 촉촉한 눈망울로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음······ 아래에서 보면 되게 오크같을 텐데, 비위도 좋은 녀석이다.
“항상 몸조심해라. 매일 12시 전에 생존 확인전화 할 거야. 절대로 폰 꺼놓지 말고. 넌 지금 나한테 유일한 희망이니까.”
“흐, 흥!”
진심어린 말에 어째선지 콧방귀가 돌아왔다.
“그렇게 함부로 흘리고 다니면 안 돼, 못생긴 오크야.”
······ 이 은혜도 모르는 녀석!
내 예쁜 은혜와는 아주 딴판이다.
흘리고 다니는 오크라니.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잖아. 애초에 뭘 흘린 적도 없고 말이지.
“스승님을 살리기 위해서야. 헛생각 말고.”
“알겠네요, 이 사람아. 그럼······ 내일 봐.”
이유미는 상큼한 윙크를 남긴 뒤에, 뛸 듯이 달려서 판잣집을 나섰다.
그녀가 세 번째로 익히게 된 질병치료 마법이 어머니의 병환을 치료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잘 되길 마음속으로 빌어줬다.
청소부의 시체가 사라지고 이유미가 떠난 판잣집의 마당은 무척 허했다.
한때 스승님과 내 이야기로 떠들썩했던 공간은
이제 가끔 우는 풀벌레 소리만이 귀를 채우고 있다.
나는 평상 위에 앉아 생각했다.
스승님이 돌아오시면······
음. 그러면.
헤헤헤, 정말 좋겠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슬슬 강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복수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해서 지금껏 신중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강적.
이제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테니까, 나중에 청소부 대신 강준에게 죽는 것도 괜찮겠다며 자포자기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허망한 복수나 회귀의 종결은 이제 내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나 때문에 돌아가신 스승님을 살려내고, 다시 한 번 내 평범한 일상을 돌려받는 것.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바보같이 떠들고, 스승님을 도와 검도장을 일으키고, 은혜와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그런 평범한······ 너무나도 행복한 일상을.
나는 다시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에 있어서 나를 수호자의 적이라고 부르는 강준은 걸림돌이다.
7일 후에 천존을 만나고 나를 찾아오겠다고 했던 강준.
그 대화가 어떻게 결론난다 해도 내게는 좋지 않다.
그건 무척 곤란한 딜레마였다.
만약 천존이 날 죽이라고 강준에게 명령한다면, 나는 그 보이지도 않는 검을 상대로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짜내야 한다.
그 검.
단지 보이지 않는 거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애초에 악귀들도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러나 그 검은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초인적인 내 감각으로도 파공성 하나, 쇠 냄새 하나, 작은 솜털의 곤두섬조차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검을 만들어내 순식간에 가슴에 박아버리는 강준을 상대로 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천존이 내게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청소부들에게 명령을 철회한다면.
그건 이제 더 큰 위협이었다.
청소부가 사라지면 이유미의 성장이 무뎌진다.
그렇게 되면, 스승님을 되살리는 게 점점 더 늦춰지고 만다.
늦춰지는 것뿐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과연 악귀만 상대해서 치료마법의 정점인 부활을 익힐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전자의 경우보다도 내 목표에 장애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예측하기도 대비하기도 어려운 미래.
내가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4시간.
6일 후에 나타날 강준에 대비해, 나는 24시간의 반복만으로도 양쪽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킹갓진우를 완성해야 한다.
······ 되겠냐 그게······.
아니, 되게 해야지.
주먹을 꼭 쥐고, 나는 희망을 결의했다.
“진우야, 먹을 만해?”
“······ 응, 어? 아, 맛있다니 다행이다.”
“어? 어, 헤헤. 그래.”
은혜는 어색하게 웃었다.
참 복잡한 표정이지만 어쨌든 웃으니까 두 배로 더 예뻐 보였다.
나는 다시 강준의 검에 대해 생각했다.
“진우야, 이따 우리 코노 갈까?”
“······ 어, 아, 응! 더 시켜, 더 시켜.”
“어? 헤헤, 아니야. 괜찮아.”
음. 몸매도 훌륭한 은혜는 좀 더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많이 먹질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너무 늦은 시각이라 살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나는 다시 이유미의 성장에 대해 생각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은혜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라도 뭔가 얘길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복잡해서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난 은혜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진우야, 오늘 재밌었어. 내일도 같이 아침 먹을까?”
“어······ 내일은 학교 제낄 거야. 갑자기 또 중요한 일이 생겨가지구······.”
“그, 그래? 응······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난, 너 없는 학교는, 되게 재미없어서······.”
이런 귀여운 발언을!
“은혜야, 으으, 미안해. 진짜 중요한 일이라서 그래. 그게 아니면 너랑 같이 놀 텐데.”
“아······하하하, 놀지 말고 공부해야지, 착한 진우야.”
“마, 맞아. 공부도 할게, 똑똑한 은혜야.”
우린 바보같은 대화를 나누고 어색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강준의 검에 대해
딩도로로랭 딩도로로랭
막 내 원룸 건물에 들어서기 직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오크니?]
“······ 거 너무하시네! 미소 누나,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요?”
[이력서 좀 봤어.]
이런 범죄자 같으니. 왜 내 사생활을 방해하는 거야?
“저 오늘 바빠요. 땜빵 안 됩니다.”
[뭐래. 내가 언제 땜빵 부탁하디?]
음. 그건 그렇다. 평일 오후알바 김미소씨는 걸걸한 입과 불성실한 태도와는 달리 업무시간 자체는 철저하게 준수하는 편이었다.
“그럼 이력서는 왜 찾아봤는데요?”
[너 찾는 손님이 있어. 엄청 예쁜 여잔데? 저기요, 이름이 뭐랬죠? 아. 이수아. 오크야, 이수아 씨래.]
이수아······씨가 날 찾았다고?
머리가 빠르게 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도출했다.
아마도, 스승님의 비보를 들은 거겠지.
미소 누나가 전화기를 건네준 건지 곧 이수아의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지금 어디십니까. 잠깐 보죠.]
“예. 제가 편의점으로 갈게요.”
[아, 네. 어······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까지야.
오히려 연락처를 몰라 지금껏 전화하지 못한 내가 미안한 처지다.
스승님의 죽음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는 나는······ 그녀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분쯤 뒤에, 나는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수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크야, 왔어? 그 여자 저기 있어. 근데 너랑 무슨 사이야?”
“누나랑 상관없는 사이요.”
“에이, 치사한 새끼.”
이수아는······ 여전히 단정한 투피스 차림이다. 색상만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재킷 위에서 까딱거리는 조그마한 이수아의 얼굴은, 무언가를 꾹 참는 듯 복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곁에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 어디 카페라도 갈까요?”
“아뇨, 됐어요. 여기서 얘기하죠.”
심각한 얘기를 하기에는 너무 탁 트인 편의점이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뭐.
나는 이수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탁진우씨.”
“아, 네. 말씀하세요.”
“혹시······ 스승님, 어디 가셨는지 아세요? 전화도 안 받으시던데. 검도장 마당에는······ 핏자국도 있고 해서.”
“아. 이런. 저한테 처음 연락하신 건가요?”
이수아는 소태를 씹은 것처럼 얼굴을 구겼다.
“그, 제가, 유파에서······ 처지가 좀 그래서요.”
아, 맞다. 배신자였지.
천검세를 떠나 월연검으로 이적한 그녀이기에 스승님의 행방에 대해 딱히 문의할 곳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부고를, 내가 전해야 하는 거군.
하하. 젠장.
“수아씨. 저기, 저······ 스승님은······”
“스승님?”
“아, 네. 제가 그날 스승님과 사제의 연을 맺게 됐습니다.”
“······ 제 사제로군요.”
“예? 아, 그렇게 되죠.”
전에도 생각했지만 참 당당하다.
스승님을 배신했다는 자책감 속에서도 사제의 인연만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스승님 역시 그녀를 여전히 제자로 여기고 있었으니 틀린 생각은 아닌 셈이었다.
그러니 난, 이 사형······ 뭐라고 부르지? 사저라고 하던가? 아무튼 난 이수아에게 사제로서 진실을 전할 의무가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말할 수 없다.
“스승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어디로요?”
“예? 아······ 그러니까, 돌아가셨다고요.”
“그러니까 어딜 가셨······ 예?”
이제 이해가 된 모양이었다.
“스승님이요?”
“······ 예.”
“왜요?”
“저도 정확하겐 알지 못해요. 칼을 가진 괴한과 대결하셨던 것 같은데, 범인도 흉기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저희 아버지는 따로 흉수를 찾겠다면서 경찰에는 일단 병사라고”
“헛소리!”
으. 무서운 호통이다. 뭔 목소리가 이렇게 커.
“거기 언니? 여기 매장이거든요? 오크야, 조용히 좀 얘기하지?”
미소 누나의 힐난 속에서 나는 이수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 지켜드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수아는 진정하지 못했다.
두 명 있던 손님들이 우리 쪽을 노려보고, 알바생 김미소씨도 험한 눈빛을 날리기 시작했다.
“일단 나가서 얘기하죠. 따라오세요.”
“헛소리라니까! 당신이, 니가 뭘 알아! 스승님이 어떤 분이신데, 칼에 맞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아으, 귀청이야.
미소 누나와 손님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건네고 난 이수아의 팔을 잡아 편의점 밖으로 끌고 갔다.
“이거 놔! 이 거짓말쟁이······! 사실을 말해! 너야? 너지! 너가 뒤에서 찌른 거지! 그런 게 아니면 스승님이 칼을 맞으실 리가 없어!”
화를 내며 내 팔을 뿌리치려는 이수아.
나는 그녀를 보며
행복해졌다.
스승님.
제가 몰랐는데······ 의외로 제자복이 있으시네요.
첫 제자한테 배신당하고 둘째 제자 때문에 목숨을 잃으셔서 정말 박복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음 써주는 제자가 있다는 거, 참, 제가 괜히 기분이 좋네요.
“빨리 말하라고! 이거 놔, 너, 내가 죽여버릴 거야! 그런 말을 어떻게 그렇게 말해? 넌, 너도 제자라며! 어떻게 그런 말을, 눈물 한 방울도 없이!”
눈물이라. 하하하······ 그렇지.
스승님 얘길 하면서 눈물도 흘리지 못한다니.
정말 못난 제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난 강준 때문에 스승님에 대한 죄책감을 되살릴 수가 없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500일 동안 흘린 눈물이 너무 많아서, 이젠 거의 눈물샘이 말라버렸다.
뭐, 그런 얘길 이수아에게 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뭐라고 말 좀 해봐! 흑, 야, 넌 뭔데! 제자라는 놈이, 모르겠다고? 발견을 못해? 너는, 그럼,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는데! 역시 다 헛소리야. 스승님이 그렇게 돌아가실 리가 없잖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이수아에게서 난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스승님을 살릴 수 있을까 싶어 반복해 내 목을 베었던 날
스승님의 시신을 하루라도 더 보려고 자살한 수백 번의 20일
그 시간들 속에서, 나 역시 지금의 이수아처럼 인지부조화 속에 빠져 있었다.
광인. 감정에 잡아먹혀 미쳐 있었다.
그리고 강준의 술법으로 그 미친 감정마저 빼앗긴 지금의 탁진우는
눈물을 흩뿌리며 고개를 흔드는 이수아에게서
위로받고 있다.
“수아씨. 저기요. 잘 들어요.”
인적 드문 골목에 도달했다.
이수아는 그제야 내 팔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내가 복수할 겁니다. 그리고 내가 살릴 겁니다. 스승님, 곧 돌아오실 테니까······ 당신은 차분하게 기다려요. 그게 스승님을 위하는 길이니까.”
“······ 뭐? 복수······ 살려······요? 그게 무슨······?”
“여기까지. 고마움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예요. 그 외엔 이제 당신과 무관한 일입니다. 얌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이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놔두면 괜히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닐지도 모르고, 그러다 혹시라도 청소부들의 눈에 든다면, 살려야 할 사람이 둘로 늘어날지도 모르니까.
이수아는 3초쯤 뒤에 소리쳤다.
“알면, 경찰에 신고해야 할 거 아냐!”
“경찰은커녕 군대가 와도 안 되니까 그래요.”
나는 적당한 전봇대를 물색해 그 곁으로 이수아를 데려갔다.
그리고, 쾅.
내 주먹이 전봇대 안으로 1cm 정도 파고들었다.
“으아, 으으······!”
“봤죠? 지난번엔 좀 봐드렸는데, 이런 나나 되니까 상대할 수 있는 적입니다. 당신은 나서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덜덜 떨기 시작한 이수아에게 나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어요. 어떻게든 스승님을 되살리고, 그게 안 된다면 복수라도 할 겁니다. 그러니까······ 기다려주세요.”
그녀를 골목에 두고 나오며 나는 마음속으로 사죄했다.
사실은 나 때문에 돌아가신 거고, 내가 멍청해서 회귀하지 못한 건데······
미안합니다. 그건 말할 수 없는 이야기.
그러니까 부디 기다려줘요.
내가 스승님을 되살리고, 이 빌어먹을 악몽을 끝낼 때까지.
그 이야기는 전해질 수 없었다.
나는 텔레파시를 보내는 청소부가 아니니까.
나는······ 그 청소부를 잡는 청소부 청소기, 탁진우니까.
- 작가의말
예약합니다.
졸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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