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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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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688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08 17:30
조회
41
추천
6
글자
12쪽

신안의 눈으로

DUMMY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을 향해서, 자운도 빠르게 사람들 틈 속으로 묻혀 들어가고 있었다.


많은 인파들 속에서 어깨가 떠밀리고 뭐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커다란 목소리와 그들의 짙은 숨결 탓에 잠시 현기증이 났지만,

드디어 그녀의 두 눈에 비춰졌던 여인의 바로 앞에까지 떠밀리며 다가서고 있었다.


순간 자운의 손에도 무언가가 쥐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에는 신경 쓸 틈도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야 거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서게 된 여인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여인은 창백한 얼굴빛에 도화 무늬 화전을 단아하게 그려 넣고, 수수하지만 귀한 옷감으로 만든 옷을 따뜻하게 걸쳐 입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무지개떡과 오리구이 한 마리씩을 나눠주는 하인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옆에 서 있는 모습은, 무표정했지만 곧 쓰러지고야 말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병색이 짙어 보였다.


그녀의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그녀를 향해서 존경과 선망의 눈빛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고 예를 올리며 지나갔다.


지나가는 인간들 틈에 밀려가며 그녀의 앞에 이른 자운이, 여전히 무표정하게 서있는 그녀를 향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운우 ...상...”


하지만 그녀의 말이 다 새어 나오기도 전에, 말아버릴 듯이 그녀의 어깨를 소복이 감싸며 당겨가는 힘에 의해, 꼼짝없이 인파의 바깥으로 다시 이끌려 나오고야 말았다.


자운을 돌려 세운 성운의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차갑게 식은 입술 위로 느껴질 때에는, 의아했지만 그의 따뜻한 온기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생각마저도 들고 있었다.


“쉿!”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자운을 다정하고 장난기가 가득담긴 표정으로, 성운이 그의 가슴 앞으로 이끌며 다잡아 세웠다.


“맞아, 운우 상신이야! 하지만 상신은 지금 겁을 겪고 있는 중이어서, 어차피 네가 다가가서 어떤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계에 있는 동안에 담은 기억 속에서, 너는 전혀 그녀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일 뿐 인거야!"


여전히 맹한 얼굴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자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성운이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리고 그녀는 몇 번의 겁을 겪는 동안 모두 요절할 운명을 겪게 되어있어. 천계 우신의 자리를 오래 비우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계에서 해야 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나면, 노년의 시간은 생략이 되는 것이지.

지금도 인간의 정기가 거의 빠져 나간 상태여서 간신히 저렇게 버티고 서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아마 며칠 내로 또 한 번의 겁을 이뤄내게 될 거야.”


"... 그렇구나...!"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진심을 담아 성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사이 가까이 다가온 전신이, 자운의 두 손에 꼬옥 쥐어져 있는 선물 꾸러미에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로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치가 없는 운은, 마치 그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이 선물을 더욱 꼬옥 움켜잡으며 태자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성운제군, 운우 상신이 이번 생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 나셨길래, 저렇게 창백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서 칭송 받으며 서 계신거야?”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성운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운우 상신은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태어나, 인간들의 입장에서 날씨가 미치는 영향을 많이 경험 하면서 겁을 마쳐야 하지,

지난 생은 바닷가 사람으로 태어나 어부의 생을 살았고, 이번 삶은 유능한 상인으로 태어나 먼 곳까지 사막이나 바닷길로 물건을 운반하는 경험을 하였어,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살면서 벌어들인 부는 천계의 상신답게 인간들에게 나누어 베풀고, 겁을 마칠 때 마다 그것이 덕행으로 조금씩 더 쌓여가는 거야.

이번생도 벌어들인 돈으로 새해도 축하할 겸, 그녀를 찾아오는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있었을 테지."


“그렇구나! 역시 성운제군은 천계의 태자여서 그런지, 아는 것도 참 많은 것 같아.”


자운의 칭찬에 성운이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허리를 곧추세우며 큰 웃음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연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운이 또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원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주변이 이렇게 어수선 한데...혹시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


조금 전 자원이 성운에게 잠시 다녀올 데가 있다고 하였고, 성운은 당연히 그가 어디로 향할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를 받은터라,

소심해진 성운은 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전신이 다른 어떤 말이라도 꺼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전신은 여전히 자운이 가지고 온 꾸러미만, 재미있다는 듯이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전신이 이럴 수 있는지... 검을 놓은 그의 눈빛 또한 오늘 만큼은, 자운과 별반 다르지가 않은 것 같았다.


자운의 수선에도 전신이 전혀 도와줄 기색이 없자, 성운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손을 내 저으며, 별일 아니란 듯이 큰 목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다 큰 사내가, 어딜 가면 누나한테 꼭 얘길 하고 가나! 좀 전에 자운 네가 사람들 틈으로 뛰어갔을 때, 저쪽 강가 쪽으로 유등이 많이 떠다닌다고 즐거워하더니만, 아마 그쪽으로 구경하러 갔나보지...!

주변을 두루 구경하고 나면, 다시 이곳으로 올 텐데, 걱정 할 일 없을거야!"


하지만 성운의 말에도 여전히 안심이 되지 않는지, 이번에는 자운이 전신을 향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자원은 인간계에 내려오더라도 항상 어두운 산으로만 다니며, 제가 귀신 잡으러 다니는 걸 구경만 하며 따라 다니던 아이인데,

이렇게 화려한 인간계에서는 길을 잃고, 혹시 상극인 요 마귀들에게 들켜 해라도 입으면 어떡하죠?”


옆에서 듣던 성운이 또 한소리를 거들고 있었다.


“혹시 다급한 일이 생기면, 천계로 바로 소환될 수 있는 천신부를 본 군이 직접 단전에 심어줬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자운!"



"... 자원이 근처에 있다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 ... 이런..."


자운의 선물 꾸러미를 다 훑어 본 전신이, 여유 있게 자운을 내려 보았다.


전신의 말에, 성운은 깜짝 놀랐고, 자운은 많이 기뻐하고 있었다.


'... 안돼요, 사부님... 원이는 근처에 없을 거예요!'


성운의 두 눈이 동그래지며, 눈빛으로는 전신에게 '하지 마세요' 를 애써 전하고 있었지만, 역시 칼을 놓은 전신은 주변을 두루 살피는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았다.


'아, 근처에 있으면...더 안 되는데. 만약 그 녀석이 여인의 꽁무니에라도 붙어 있는 걸 자운이 보게 된다면 ... 자원 그 녀석은 날 원망하겠지. 원래 조용한 성품이 화나면 더 무섭다고 하던데...'


성운이 마른침을 삼키며 전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다정하고 세심하게, 자운에게 '신안' 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중이었다.


“자운, 인간계에서 신안의 힘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들 속에 섞여있는 또 다른 존재들을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가 있어.

인간들의 모습은 그림자처럼 투명해지고, 반대로 선인이나 귀신들은 각자의 색깔을 띠며 선명한 형상을 드러내거든,

주변에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자원의 모습을 찾아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전신의 말에, 호기심이 잔뜩 차오른 자운이 신안으로 보는 방법을 빨리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였다.


자운을 만난 이후로 천계의 전신인 백현성군은, 그늘진 표정 속에 늘 무겁게만 보이던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자운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주고 함께 수련을 하는 동안에는, 웃는 일은 없었지만 생기가 가득 차오르는 그의 얼굴에는 예사롭지 않게 밝은 빛이 감돌았고, 때로는 저녁놀 속이 아니어도 그의 얼굴엔 온통 붉은 빛깔이 물들기도 하였다.


“자, 엄지와 검지를 모아 수인을 맺고 가슴앞쪽으로 당겨 올리는 거야, 잠시 호흡은 잊고, 깊숙이 운기 하도록 해 봐!"


전신의 가르침대로 운기를 하던 자운이 잠시 후 신안의 기운으로 들어서자, 분주하던 인간들의 모습이 물그림자가 일렁거리듯이 조금씩 투명하게 흐릿해지고, 소란 스럽던 현실의 소리들도 어디론가 빠져나가듯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정말 순식간에 거짓말처럼 아주 고요해졌다.


귀신들과 요괴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원신의 빛을 발하며, 지붕위에 걸터 앉아있거나 높다랗게 매단 깃발과 등롱 위를 넘나들며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망천강...'


갖가지 색의 영혼들의 빛깔이 허공위에 흩어져 있는 모양을 보자,

그녀의 마음에, 마존과 함께 누각에서 바라보던 망천강 위를 떠다니던 혼들의 일렁임이 또다시 떠올랐다.


“너무 조용해요."


자운이 혼잣말처럼 낮게 읊조리며 초점이 없는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운의 생각을 전혀 알길 없는 전신이, 자운의 신안 바깥에서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부지런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는 마! 불러야 할 존재만 부르면 다른 존재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소리를 받은 이가 없어서 그 소리가 허공으로 퍼지고 그들의 의식이 널 감지하면, 아마 네게 한꺼번에 달려드는 그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어.”


자운이 얕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 빛들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따라다니고 있었다.


‘귀신들의 원신도 이렇게 갖가지의 밝은 빛이라니... 그러고 보니, 인간계에는 없애야 할 귀신이 너무 많은 거 같아. 어쩌면... 재미있겠는데 ?!'


자운이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신이 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끔씩, 맑은 옥빛으로 인간들 틈에 섞여서, 그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형상들도 눈에 띄었다.


아마 그들도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구중천에서 잠시 내려온 신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는 순간.


언뜻 보기에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유달리 크고 밝게 빛나는 검은빛의 후광을 발하면서, 꼿꼿이 서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과 눈이 마주쳤다.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는데,

그 존재는 이미, 언제 부터인지도 모르게 자운을 먼저 의식하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품에는 검은 빛깔의 작은 강아지가 검은빛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함께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품안에서 폴싹폴싹 거리는 건 분명 반가움에 꿈틀거리는 강아지의 검은빛 작은 꼬리였다.


“마존 ! “


그녀의 속삭임처럼 내뱉어진 소리에 전신이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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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역겁의 운명 22.08.10 36 5 15쪽
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39 6 15쪽
» 신안의 눈으로 22.08.08 42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31 고육책 22.08.06 45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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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6 8 11쪽
27 천계의 태자 +2 22.08.02 42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39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39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5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6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0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7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4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5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5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1 8 12쪽
15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5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8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7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5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0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7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3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97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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