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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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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02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02 17:30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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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천계의 태자

DUMMY

이전에 지나오면서 보았던,

'천해문' 에서 이어져 있던 길들이, 따로 치워놓기라도 한 것처럼 말끔히 사라지고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기억이 모두 뒤죽박죽이 된 것처럼, 천계의 속 모습이 오히려 마계보다 더 비밀스럽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여하튼 천계의 능력에 새삼 놀라웠다.


외문을 지나고 병사가 지키는 내문으로 들어서자, 이 내문은 천궁의 외궁으로 이어지는 길로 바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혼란스러워 하는 자운과는 다르게 , 여전히 여유 있어 보이는 유란이 오늘따라 다정한 눈웃음까지 지으며, 또박또박 자운에게 설명해 주었다.


"천계의 문은 출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그들의 방문 목적에 맞는 길을 내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천해문은 존재하는 형상이 아니라, 천계의 마음의 일부분 이지요.

이곳에 들어올 이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문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천계의 문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고, 천신부를 가져야만 반응을 하는 것이에요.”



'... 복잡해...!'


혼을 운반하지 않을 때의 유란의 모습은 참 다정했고, 상큼한 눈웃음까지 지어주는 그녀의 모습은 많이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천계의 외궁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이 어쩐지 굉장히 낯이 익는 느낌이었다.

인간계의 봄의 풍경이었다. 넓은 들판이 펼쳐지며 폭이 넓은 강물이 그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주변으로는 낮게 자란 연초록의 풀잎이 그 사이사이로 낮게 피어난 작은 꽃봉오리를 품은 채, 바람이 산들하고 불어올 때 마다 보랏색과 하얀색 등의 숨겨놓은 꽃봉오리를 갸웃갸웃 내밀어 보여주었다.


‘아마도 ... 인간계는, 천계를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거구나!'


들판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지나자, 내궁으로 들어가는 입구 인 것 같은 커다란 대문이 나왔다.

황금빛으로 치장된 커다란 대문은 활짝 열려진 채, 지키는 병사나 소선들도 보이지 않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내궁으로 들어서는 곳부터는 온통 티 없이 맑고 깨끗함뿐이어서, 위와 아래의 구분이 혼돈 스러워지는 공간속에 갇혀진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낀 자운이, 유란의 팔에 살짝 매달리며 휘청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유란 너무 깨끗해서 어지러워,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아. ”


유란이 등을 살짝 쓸어주며, 자운이 어릴 적 기억하는 그 목소리로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자운공주님, 잠깐만 지나면 괜찮아져요. 공주님 마음이 너무 활달해서 느껴지는 평온함의 거부반응일 뿐이에요. 마음이 조금만 더 차분해 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되지요.”


“그래서, 나만 어지럽구나! ... 천계는 왜 이렇게 유별난 거야 ?! 아무래도 난, 마계가 훨씬 평안한 것 같아...!"


함께 동행한 대신들과 자원을 바라보아도, 역시 모두 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해 보이고 있었다.


이들이 내궁으로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듯한 소선들을 따라 '운심전' 이라고 쓰여 있는 침궁을 향해서 일행들은 순식간에 흩어져 가기 시작했다.


자운에게 주어진 방은 공주에게 걸맞을 만큼, 더 없이 화려한 침구들과 소름 돋도록 깨끗하고 정갈한 물품들로 즐비하게 나열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 또한 정신이 산란하게 느껴진 운이, 방안으로 온통 들어찬 화려함에서 눈길을 걷어 외궁의 경관이 잘 보일 것 같은 넓은 창 쪽으로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정말 지루한 방이군. 이런 곳에 머무르다니...! 부족함이 없다는 게 얼마나 지루하고 의미가 없는 건지, 이곳 신선들은 정말 모르나 보네."


가장자리가 온통 몽글몽글한 구름모양처럼 말려 올라간 조각에 황금과 옥을 아낌없이 사용한 침상과 장롱들을 향해 못 마땅한듯한 곁눈길로 찡그린 후 창밖을 흩어보자,

이제는 이끌리듯이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의지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화려한 문을 열고 머리부터 들이밀고 밖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말끔하고 솜털처럼 아름답게 생긴 선녀들이 복도의 곳곳에서 시중들 준비를 하느라, 장식처럼 벽에 나란히 붙은 채 서 있었다.


잠시 후 자운이 복도를 따라 나아가는 속도에 맞추어, 옆으로 서있던 선녀들이 무릎을 까닥하며 앙증맞은 인사와 함께 그녀를 쳐다보았다.


자운도 경쾌한 웃음과 함께, 작은 손을 펴서 살짝 흔들어 주었다.


조용히는 아니지만, 아무런 말없이 천천히 내궁을 벗어난 후, 오는 길에 보았던 시냇물 쪽으로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내궁의 마지막 문을 나서며 외궁으로 접어들자, 오는 길에 느꼈던 인간계의 봄의 기운이 바로 훅 하고 정면으로 느껴졌다.


"천궁은 정말 아름다운 것만으로 다 이뤄진 것 같아. 정말 완벽해!"


조금은 쌀쌀한 봄의 기운 안으로 들어서자, 방금 전까지 느꼈던 완벽함에서 오던 어색함이 사라지고 깊은 숨을 몰아쉰 후 홀가분하게 강물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강가에서 한참동안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자운이, 신발을 튕기듯 벗어던진 후 조심조심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우 차가워, 정영지의 따뜻한 물결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군!’


잠깐 즐거운 투정을 부리던 자운이 강가의 더 깊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 후, 차갑지만 얼음처럼 맑고 투명한 물결에 감탄하며 천천히 머리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의 안쪽으로 많이 들어온 탓에, 주변으로는 온통 흘러가는 강물만 보일 뿐이었다.


맑은 강물의 수면위로 내려앉은 태양빛이, 반짝이는 별무리처럼 아주 밝고 화려하게 물결을 타며 일렁거리다가 다시 수면 밖으로 튕겨 나갈 때에는, 눈이 멀 것처럼 강한 빛에 저절로 미간사이가 찌푸려지고 있었다.


순간, 눈 안으로 들어오는 강한 빛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어지럼증이 일며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대로 물속에 빠지면 옷만 좀 버리면 될 텐데 뭐!'


그녀가 물속에 빠지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가장 멋 스러운 모습으로 빠지기 위한 준비를 할 요량으로, 두 팔까지 넓게 펼쳐들고 강물위로 몸을 내맡기려던 순간이었다.


운의 몸이 물위로 쓰러져 닿기 전... 간발의 차이로 어디서인가 불어온 따뜻하고 포근한 바람결이 그녀를 휘감아 올리며 들판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후, 살포시 땅 아래로 내려놓고 있었다.


아직도 눈은 강렬한 빛에 찔린 듯 초점이 흐려진 탓에 앞을 보기가 힘들었지만, 땅위로 내려올 때쯤 그녀의 옆구리에 느껴진 다섯 마디의 손가락의 힘은, 분명 바람결은 아닌 것 같았다.


부스스 용을 써가며, 미간 사이를 잔뜩 찌푸린 채로 겨우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상상할 틈도 없이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젊은 선인의 수려한 윤곽이 두 눈 속을 차고 들어왔다.


빛보다 더 화사하고 투명할 만큼 맑은 용모로 그녀를 향해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쳐다보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다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이 그녀의 눈을 더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가는 금색실로 봉황무늬를 수놓은 하얀색의 도포자락과 어울리는, 윤기 나는 머릿결을 반 상투로 묶어 내린 하얀색 머리끈이 긴 머리칼과 함께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이제껏 천상에 살면서도 제대로 멋진 선인을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들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가 가진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요동치며, 더 이상이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을 만큼의 완벽함에 부딪힌 짜릿한 육체는, 부질없이 딸꾹질 까지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두 귀를 흩고 지나가는 그의 서릿발 같은 냉랭한 말투에, 그녀의 딸꾹질은 여지없이 목구멍 아래로 다시 말려 들어가고 말았다.


“누구냐!”


강 주변의 나뭇가지에 걸터 누워 봄바람을 즐기던 천계의 태자가, 영선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소선을 구하기 위해 급하게 날아온 터였다.


그의 휴식을 방해한 원망을 담아 불편한 목소리로 내뱉는 말투였지만, 자운에게는 여지없이 환상이 깨어지는 더 큰 불쾌함을 안겨주는 중이었다.


처음 만난사이에도 엄한 표정으로 나무라는 말투에는, 자운도 본능적으로 기를 쓰며 불쾌한 투로 대어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당신은 뉘시기에 뜬금없이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물을 즐기려는 다른 이의 귀한 시간을 이렇게 함부로 끊어내십니까?!"


하지만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천궁에 있는 자가 어떻게 영선강물에 함부로 발을 담그느냐! 소선의 내력으로 영선강물에 몸을 담그면, 몸의 공력이 손상되어 기가 모두 소진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야?”


‘ ... 아, 이 신선이 소선마저도 사사로이 보지 않고, 일부러 날아와서 구해주었던 거구나 ... 성품은 기특 하구만!'


어쩌면 젊은 신선은 천계에서 자신도 몰라보는 이 무지한 소선 때문에 약이 바짝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 그들의 신경전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언제 나타났는지 급하게 숨을 헐떡이며 다가온 유란이 이 젊은 신선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예를 올리고 있었다.


“중천의 여장 유란이 태자를 뵙습니다!"


‘천계의 태자...? 흠, 그래서 기품이 좀... 다르긴 하더라니...!'


자운의 놀란 눈동자를 느낀 태자가 유란에게 소선의 단속을 꾸짖으려 말하려는 순간, 유란이 자운에게도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다소곳이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


“자운 공주님, 혼자 나가신걸 알고 지금껏 찾아다니느라 많이 걱정했습니다. 앞으로 천궁에서의 외출은 소장을 부르시면 함께 동행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천계의 태자가 놀란 표정으로 자운의 행색을 넌지시 살펴보는 눈길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중한 어투로 자운에게 말을 건넸다.


“중천의 공주를 몰라보고 결례를 범한 본 군이 부끄럽군요. 이곳에서 며칠을 머무르신다고 들었는데, 이후에 만회할 기회가 생긴다면 오늘의 결례를 갚도록 하겠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깍듯한 예의는 상대를 치켜세우기에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아니에요. 모든 이들을 살피고 도와주는 아량이 천계의 태자답게 크고 넓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공주님. 이번 일정에 대한 논의로 대신들이 모두 모여 자운 전하를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유란의 재촉하는 눈길에 자운이 못 이긴 척, 태자에게 가벼운 미소가 담긴 인사를 남기며 돌아섰다.


‘공주라고...? 특이하네 ...'


태자인 성운제군이 유란과 경쾌하게 걸어가는 여인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



여전히 지루하다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던 밤이 지나고, 결국은 아침이 밝아있었다.


화려한 침상에 누워 눈만 동그라니 뜬 채,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잔뜩 미간을 찡그린 후 두 귀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침인데, 왜 새 소리가 들리지 않지? 설마 깨끗한 길에 새똥이라도 떨어 질까봐... 아예 없애버린 거야?! 너무 조용해. 역시 천계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정말 정말... 정말 재미없어!"


멍한 생각으로 침상에서 일어나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장소인 넓은 창가로 가서, 하늘과 외궁 밖의 경관을 바라보며 나직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긴 좋아 !”


허리를 굽힌 채 창틀에 팔을 괴어 한참을 보고 있으려니, 팔 끝에서 부터 불편하게 저려오는 느낌이 올라오고 있었다. 팔이라도 펴 줄 요량으로 크게 기지개를 켜려 할 때였다.


‘챙 챙, 슝-’


분명 낯익은 소리였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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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26 21:17
    No. 1

    제도 철없는 자운 공주와 비슷한 생각입니다. 부족함 없이 완전히 채워져 있는 곳은 지루할 것 같아요. 슬픔도 고통도 없이 기쁨으로만 채워진 곳에서는 진짜 기쁨이란 걸 어떻게 느낄까 싶고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3.12.27 01:42
    No. 2

    그치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별님.^^
    실은.. 이쯤에서는
    천계의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자운은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다는걸 드러내려고 하였어요.
    운이는, 마존과 더 깊은 인연을 쌓게 될 것이라는걸
    조금씩 암시하는 표현쯤으로요..
    오늘도 이쁜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이웃별님~~^^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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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엇갈린 마음 +2 22.08.11 49 5 14쪽
35 역겁의 운명 22.08.10 36 5 15쪽
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40 6 15쪽
33 신안의 눈으로 22.08.08 42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31 고육책 22.08.06 46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6 6 12쪽
29 천제와 만난 아이들 +2 22.08.04 41 6 13쪽
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6 8 11쪽
» 천계의 태자 +2 22.08.02 43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40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39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5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7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0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7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4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5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5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1 8 12쪽
15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6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8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7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5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0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8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3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97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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