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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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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34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7.24 17:30
조회
55
추천
5
글자
13쪽

마존의 비

DUMMY

힘에 겨운 듯 커다란 머리를 흔들어 대던 삼두견이, 머리가 세 개가 되었다가 다시 하나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껏 기분이 들뜬 자운은 당당의 고충은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은 채, 마존을 향해 두모의 소원을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는 중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변함없이 무표정한 얼굴색을 짓고 서 있던 마존이 자운을 향해 입을 열었다.


“본존이 어떻게 비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계획에 없던 비를 내리다 자칫 잘못하면, 인간계에 큰 혼란이 생길지도 모를 일인데."


그의 말에 기운이 빠진 자운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네...그렇겠죠. 그래서 함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소원이어서, 마존께 부탁을 드리는 것이에요.

구중천의 위급 분께서 슬프게 눈물을 흘리시면, 구중천 안에서만 큰비를 내리게 하실 수 있다고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또 한 번 마존의 얼굴색이 새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머리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되면, 돌던 핏기도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멍해진 표정으로 이들을 돌아보았다. 중천의 공주라는 사실이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가 그러더냐?"


그의 말에 자운이 지난번과 같은 뿌듯한 표정으로 현연을 바라보았고, 마존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한숨이 밀려 왔고, 머리를 내 젓던 마존이 다시 운의 얼굴을 딱한 듯 들여다 보았다.


“ 네가 부탁한 일은 본존이 울지 않고도 가능한 일이니까, 두모 선인의 고향에 가서 직접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

내일 인간계의 해가 바다위로 떠오른 직후에 두모 선인과 함께 동해로 나오도록 하여라!"


너무 쉽게 일이 해결이 되자, 오히려 걱정과 불안감이 앞선 자운이 마존을 향해 두 눈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 그런데 정말 인간계에 해가 되지 않게 하면서도 큰 비를 오게 하실 수 있는 거예요. 마존?”


그녀의 눈빛에 몰린 마존이 그녀를 내려다보자, 마치 무엇에라도 당겨지듯이 고개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끄덕여지고 있었다.


중천의 그들이 먼저 돌아가고 난후, 나무위에서 마존을 지켜보고 있던 진소가 내려와 걱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마존, 인간계에 해가 되지 않으면서 큰 비가 오도록 하신다는 건, 설마...”


“그래, 보천귀장을 운용할거야.”


“그러시면, 마존께서 감당하셔야 될 위험들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여유 있게 웃음 지으며 마존이 한 손을 들어 흔들었다.


“작은 일이야! 세상의 공간만 잠시 빌릴 뿐이지. 요 마괴의 시간까지 되돌릴 일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세상의 시간만 잠시 멈추면 되니까 괜찮아. 무엇보다 당당을 구해준 대가로 약속을 했으니 ... 그녀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




다음날 인간계의 드넓은 바다위로 커다란 태양이 떠오르고, 드디어 마존과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커다란 연꽃잎 몇 장을 손에 들고 기분이 한껏 들뜬 중천의 세 소선과 함께, 이들과는 사뭇 다른 표정의 두모 선인이 느린 걸음으로 끌려오듯이 동해와 맞닿은 가파른 절벽 선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무거운 발거음과 함께 얼굴색마저도 불편한 것으로 보아, 그들이 어떤 약속을 하면서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두모 선인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기대 할 수 없는 무심함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시끌벅적거림 속에 묻혀 걸어오느라 두 다리가 휘청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은,

자신의 소원에 대한 기대와는 상관없이, 애초에 아이들의 바램을 이루어주기 위해 나선 할머니의 인자한 모습만이 가득 느껴지고 있었다.



동해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다란 절벽위에서 마존과 진소가 다가오는 이들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소풍 나온 인간들의 모습처럼, 기대감으로 무장된 세 소선과 함께 아직도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채 얼떨떨한 표정의 두모 선인이 그들 앞으로 다가와 섰다.


“어서들 오시오!"


마존의 형식적인 인사가 짧게 끝나고, 이들과 다시 함께 만난 정을 나누기도 전에 그는 곧바로 오늘의 임무를 시작하였다.


"이제, 인간계의 시간을 잠시 멈추었다가 이 세상을 잠깐 동안만 빌려 쓸 것이오.

그동안 인간계의 모든 현상들이 멈추겠지만, 멈춘 시간 안에서 우리가 다른 세상을 잠깐 만들어서 사용한 후,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니까,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었던 간에 인간계에서 피해를 볼 일은 전혀 생겨나지 않을 것이오!"


그의 말이 멈춘 순간, 두모 선인과 현연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 번졌다.


‘아, 시간을 멈추고 되돌린다는 그 신비한 보천귀장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


두모와 현연이 놀라움에 잠시 멍해있는 사이에, 자운은 말로만 듣던 이 구중천에서 존으로 불리는 높으신 분의 위력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는 기대감 만으로도, 마치 덜 익은 과일을 베어 문 아이처럼 짜릿한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선, 존으로 불리시는 이 분.

그믐달 밤의 어둠속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나약함이나 노쇠함과는 완전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어쩌다가 자신이 이런 뜻밖의 횡재를 만들어 놓았는지, 그녀 스스로가 생각해도 정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흥분되고 있었다.


강렬하고 예사롭지 않은 그의 능력과 외모에 잠시 동안 정신을 놓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그의 입술의 윤곽만 집어 삼킬 듯 맹렬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마존의 눈이 살포시 내리감기며, 그의 창백할 만큼 하얀 이마위로 불꽃을 닮은 붉은 꽃봉오리가 선명하게 발현되고, 이내 꽃은 그의 몸속에서 살아서 타오르는 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천지간의 강한 기운을 그의 가슴 앞으로 합장하듯 끌어당겨 두 손사이로 가두었다가, 이내 날렵하게 오른손은 하늘을 향하고 왼손은 땅 아래로 향하게 뻗쳤다.


그의 손이 운기하는 움직임에 따라, 겨울바람소리 같은 차고 황량한 소리가 풍성한 소매 끝자락이 펄럭이는 모양을 따라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이제 허공으로 뻗쳐진 두 손은 반원을 각각 그리며 다시 한 손은 위로, 한손은 아래로 떨어지고, 모아진 반원의 흔적이 하나의 원을 완성하며 그의 가슴 앞에서 멈추자, 가슴 앞으로 모아진 기운을 상공을 향해 힘껏 뻗어 올렸다.


그 순간, 그들이 존재해 있던 공간이 정말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고요함 속으로 멈춰지고, 그 속에서 마존이 허락한 이들만이 살아있는 생명체로 그들의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보천귀장’


드디어 시간을 멈추고 거스를 준비를 마친 후, 그의 단전에서 이명검을 소환하였다.


매끈하게 넓은 검의 면 위에는 반월형 검의 굴곡을 따라 현빙화의 잎과 줄기의 모양이 살아서 나부끼듯 정교하고 생동감 있게 각인이 되어 있었다.


이명검이 순식간에 마존의 머리 위 허공으로 날아올라 서서히 돌기 시작 하자, 하늘에는 엄청난 양의 짙은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갔다.


구름에서 조금씩 떨어지던 물 자국이, 이제 굵은 빗줄기가 되어 또 다른 세상 속으로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고.

그 무렵, 그의 소환을 기다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또 다른 반월검 하나가 그의 머리 위 허공으로 튀어 올라왔다.


이번에는 불꽃모양과 같은 현빙화의 꽃봉오리가 각인된 반월검 이었다.


먼저 나온 이명검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이 한 쌍의 검은, 어느새 그들 머리위로 높다랗게 떠서 둥글게 돌아가는 빛의 테두리를 두른 채 핏빛처럼 붉고 뜨거운 열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마존과 진소가 서로가 믿기지 않는 듯 허공위의 한 쌍의 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명검이 아니라, 정심검 이었어...! 자운을 처음 만났던 그때도... 무엇 때문이지...?’



마존이 생각지도 못한 당혹감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느새 현연과 자원이 두모 선인과 함께 연꽃잎을 머리위로 아무렇게나 씌워 올린 채, 해변 가까이로 가기위해 절벽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자운은 마치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 진 것 같은 감동으로, 격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를 흠뻑 맞고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마존이 비로소 눈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맞닥뜨리자, 세상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까지도 정지해 버린 듯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당당은 자운을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믐날 밤의 처음 그날.


무턱대고 그녀에게로 뛰어들었던 모습처럼, 당당은 지금도 어느새 작고 귀여운 소당이가 되어, 비를 맞고 서 있는 그녀의 주변을 열심히 뛰어 다니고 있었다.


물을 튀기는 놀이가 무척이나 즐거운지, 아니면 운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즐거운지, 하여튼 작은 강아지는 발이 땅에 닿일 틈도 없을 만큼 엄청 신이 나 있었다.


마존과 진소만이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과 어떤 말을 하여야 할지 몰라서,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며 텅 빈 영혼처럼 서있기만 하였다.


소당이도 신이 났고, 이명검과 정심검도 신이 났다.

모두, 그와 그녀의 주변을 신이 나서 돌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를 맞고 있던 운이, 이제 서야 문득 생각이 난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나기가 내리는 데도 전혀 젖지 않고 서 있는 마존이 있는 쪽을 신기한 눈빛으로 갸웃거리며 쳐다보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커다란 반월검이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공간 안으로 쑥- 하고 뛰어 들어와 그의 주변으로 붙어 섰다.


비가 들지 않는 공간은 그렇게 넓지 않았지만, 비에 흠뻑 젖은 여인의 모습도 너무 작아 보였다.


옷도 머리도 모두 작은 몸에 달라붙은 모양이. 그냥 작은 화초하나를, 누군가가 덩그마니 그의 옆으로 가져다 놓은 느낌과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이명검과 정심검은 그녀가 다가오자 더 신이 난 듯, 마존과 자운의 머리위에서 더 빠르게 돌며 거센 빗물을 모두 받아내어 옆으로 튀겨내고 있었다.


이미 빗물로 흠뻑 적혀진 그녀의 몸도 많이 신이 난 것 같았다.

가빠른 호흡을 내어뿜느라 어깨와 가슴이 많이 들썩이고 있었다.


마존의 옆으로 다가선 그녀가 공간 밖으로 거세게 내리는 빗줄기 속으로 손을 내어밀며 크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마존, 감사합니다! 태어나서 가장 신나고 행복한 날로 기억될 것 같아요. 세상엔 존재하지 않은 시간이 되겠지만, 여기에 꼬옥 새겨 둘게요!”


빗물로 촉촉해진 눈썹을 떨며, 그녀가 주먹으로 그녀의 가슴 언저리를 가볍게 쿡쿡 쳤다.


그에게 맹세하듯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그와 소당과 바다와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보이는 모든 것을 두 눈과 가슴에 새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마존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 많이 모자라 보이지 않는데...?'


그런 그녀를 계속 모른 척 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만큼 자운은 맑고 투명해 보였다.


얇은 하얀 옷자락이 비에 흠뻑 젖은 채 그녀의 가냘픈 어깨 위를 조이듯 꽉 감싸고, 그녀의 어깨선은 살결이 보일 듯 말듯 불투명한 하얀색으로 탁하게 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선을 따라 오른쪽 어깨로 내려가는 골의 뒤쪽으로 낯익은 모양새..! 붉게 각인된 현빙화가 마존의 눈에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잠깐사이 많은 감정들이 그를 휘둘렀고, 이제 두 눈까지 경련이 일어날 만큼 커지고 있었다.


‘중천의 공주라고 했는데, 어떻게 현빙화가 각인된 거지? 마족...? 보천 귀장의 주화 입마를 막아줄 운명의...?! ...아... 이런!!'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여인의 드러난 어깨선만 내려다보는 그의 주군을, 진소가 모른 척 하느라 비를 막아주는 결계 아래에서서 한참동안 하늘만 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 보. 본존이 저 겁 없는 싸움쟁이 소선에게 의지를 해야 한다고?"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 동안 어느새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어디서 온지도 몰랐듯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쳐진 비였지만,

아직도 주변의 나뭇잎과 풀잎 사이에서는 땅으로 다 떨어지지 못한 빗물방울들 바닥으로 튕겨내느라, '똑-똑-' 거리는 소리가 연신 사방에서 맑게 울리고 있었다.


“ 아, 이제 시작이다 !!"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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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검의 연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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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엇갈린 마음 +2 22.08.11 49 5 14쪽
35 역겁의 운명 22.08.10 36 5 15쪽
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40 6 15쪽
33 신안의 눈으로 22.08.08 42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31 고육책 22.08.06 47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6 6 12쪽
29 천제와 만난 아이들 +2 22.08.04 41 6 13쪽
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6 8 11쪽
27 천계의 태자 +2 22.08.02 43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40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39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6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7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1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7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4 5 12쪽
» 마존의 비 22.07.24 56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5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1 8 12쪽
15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6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9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8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6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0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8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3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9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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