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52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7.21 17:30
조회
46
추천
8
글자
12쪽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DUMMY

“ 본존이 마귀들을 다스리고 보살펴야 하니 마성을 이해 하려고는 하지만, 이해와 용납이 한결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여러 번 경고 했지만, 너는 무고한 혼들을 너무 많이 해쳤어!

너의 부친과 약속했던 책임을 다하느라, 이제껏 네 행동을 묵인했던 본존에게도 잘못이 있겠지.

그리고 네가 본존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이더라도 앞으로는 더 이상, 지금처럼 투정부리고 할 만한 거리는 거두도록 하라!"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의 서슬 퍼른 목소리안으로 스며든듯했다. 그의 목소리 외에는 세상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진소! ”


" 네, 마존! "


부름에 깜짝 놀란 진소를 향해, 마존이 천천히 그리고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보연은 더 이상 무고한 혼들과는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용마천에서 소멸할 혼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관리하는 일을 하게 하여라!

무공이 뛰어나니, 요괴들을 단속하는데 그 재주가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존!”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가는 보연의 옆에서 진소가 큰 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잠시 후 진소가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길게 불자, 검은 연기와 함께 나타난 마계의 병사들이 마존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병사들에게 진소가 보연을 데려가라는 손짓을 하자, 당황한 보연이 그들과 사라지기전 마존을 향해 앙칼진 소리들을 허공으로 뿌렸다.


“마존, 제가 마존께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정성을 다하였는데요! 제게 늘 주던 마음이 그냥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것 뿐이라고요? 제 마음은 혼자 키워낸 게 아니라구요!"


"... 너무 당돌하군!"


여전히 사나운 눈길을 거두지 못한 마존이, 보연의 말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당당의 목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모두가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하고 있을 즈음, 마존이 다시 진소를 나직이 불렀다.


“진소 ...

당당은 본존이 어릴 적 녀석이 유독 본존을 잘 따르는 걸 알고, 지옥을 지키던 일을 그만두게 하고 본 존의 곁으로 보내주신 아버님의 마지막 선물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는 동안, 이제 내게는 혈육과 같은 존재가 되었지.

영수가 되기 위해 몇 번의 겁을 겪을 동안, 혹시 마성이 살아나 겁을 완성하지 못하게 될 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틈만 나면 인간계로 내려가 녀석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었지."


달빛도 없는 어렴풋함 속에서 그의 입술은 날카로운 검광처럼 세심하게 움직였고,

유독 하얗게 빛나는 그의 이마에서는 아직 식지 않은 노기 탓인지, 현빙화의 붉은 꽃잎이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 당당이 무고한 혼을 한번만 더 섭취하게 되면 마성이 살아나, 지옥의 신수로 완전히 변해버리거나 아니면 강한 마성을 담은 요괴가 되어 우리의 칼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시는 어느 누구에게도 당당의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고, 진소 너만이 당당을 보살펴 주도록 하여라!"


진소가 다시 한 번 마존을 향해 두 팔을 모아 올리며 대답하였다.


그의 말이 끝나고 짧은 정적이 흐르자, 마존이 잊지 않은 듯이 한층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자운을 돌아보았다.


“소선 ... 아니지. 상제의 따님이라고 하였지.

공주의 피가 다행히, 당당에게 마성이 스며드는 순간에 늦지 않게 해독을 해 주어, 당당이 고비를 넘길 수가 있었다.

언제라도 신세를 갚을 날이 온다면 절대 잊지 않고 보답을 하고 싶으니,

본존의 도움이 필요 하면 아무 때라도 이 꽃잎을 허공으로 띄워 올려 본존을 부르도록 하라. 반드시 원하는 걸 들어 줄 테니!"


마계의 주인인 자가, 자운에게 현빙화의 꽃잎 한 장을 내밀며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표하였다.


하지만 당황한 자운이 두 손을 앞으로 쭉 내 흔들며, 여전히 소란스럽지만 또박또박한 소리로 대답하였다.


“아이고 어르신. 별 일 아니에요 ! 구중천에서 일어나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바로 도와 드리는 게 저의 일인걸요."


하지만 그녀의 말에 잠시 말없이 얼굴을 찡그리던 마존이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꾸하였다.


“ 어르신 아니다 소선. 아니 공주 ... 마존 이다!”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일어선 마존이 삼두견에게 기를 넣어, 이전의 작고 귀여운 검은 강아지로 변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며 진소를 쳐다보았다.


“ 진소, 가자!"


한바탕 소동 후 그들이 가버린 어둡고 고요한 숲속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쯤, 현연은 연신 자운의 쓸데없는 참견에 투덜대었고, 운은 마계의 주인을 만난 설레임과 함께 그를 위해 큰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에 빠져들고 있었다.


잠시후 입술을 뾰족이 내밀던 자운이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그 아기 강아지가, 오늘 이 큰개였어. 그리고 그때 그분이 이분이고, 그게 그러니까 ...존... 이라고? 구중천에 몇 분 안 계신, 그 존...?”


잠시 후 흑조의 울음소리가 나무 끝 가지사이로 들리는가 싶더니, 세오가 이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그가 가까이 오자, 현연이 볼멘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상제께서 전하들을 잘 보살피라고 부탁 하셨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항상 한발씩 늦게 나타나시는 것 같아요. 우리 전하들께서 얼마나 위험 하셨는데...!"


상제의 부탁으로 다른 일들이 많았던 탓이지만, 자운과 원이 위험 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란 세오가 위아래로 흩어보며 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부님 괜찮습니다! 이젠 저희들도 저희 몫은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니, 너무 염려 하지 않아도 괜찮으세요. 그리고 누님의 능력이 요즘 엄청 늘어 난 것 같거든요!"


자원이 누나인 운을 바라보며 본인이 더 우쭐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현연이 또다시 한소리를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자운 공주님은 왜 남의일 까지 죄다 신경 쓰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남이 싸우는 걸 구경하시는 거 까지는 이해해요.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싸우다 말고 어디를 간다고, 여기까지 꼭 따라와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요.

자원전하와 저는 감당하기가 벅차다고요. 도대체, 공주전하 이시면서 싸움 하는걸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현연의 폭풍처럼 늘어놓는 잔소리에도 오히려 신이 난 표정으로 운이 세오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사부님!

그들이 요괴와 싸우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는데, 이제까지 봐오던 무공 중에서 사부님 다음으로, 이렇게 멋있고 날렵하고 강한 모습은 오늘 처음 보는 것 같았어요.

사부님이 말씀 하셨잖아요... 누구든 상대를 먼저 평가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부분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라고요.

그런데 그들이 싸우다말고 어디를 급하게 가잖아요. 아직 누구인지도 모르고, 배울 점도 많이 남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저도, 일단은 그들을 따라올 수밖에 없었죠."


자운의 마음은 한길 물처럼, 언제나 맑고 단순하였다.

하지만 의협심과 용맹함은 깊은 바닷물처럼 크고 변함없이, 그녀의 심성을 꿋꿋하게 지탱해주고 있다고 세오는 생각하고 있었다.





****




중천 세정전의 정영지 앞에서는 커다란 연꽃 우산을 머리위로 올려 쓴 채, 맑고 쾌청한 하늘만 오후 내내 한숨 지며 바라보고 앉은 다리 여섯 개가 나란히 연못가에 걸려 있었다.


물에 반쯤 잠긴 다리들이 한 번씩 첨벙 거릴 때마다, 연못 속 애꿎은 물고기 떼만 놀라서 달아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자운전하, 풍신과 우신을 확실히 만나고 오신 게 맞나요? 요즘 전하가 요괴들을 하도 괴롭혀 대니까, 혹시 요괴들이 변해서 전하를 골려먹는 중은 아닐까요?

요괴들은 상대의 속마음을 참 잘 읽어내고, 가장 약한 부분으로 감정을 꼬여낸다고 하잖아요. 전하가 요괴의 천적이라...”


현연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믿고 보는 자원도 못이긴 척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있었다.


양 옆의 네 개의 다리가 잠시 멈칫거리며 가운데 두 개의 다리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내 가운데 다리의 주인인 운이, 두 다리를 당겨 오므리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려고 할 때였다,


드디어 하늘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분명 지금까지 하늘은 꽃잎도 말려버릴 만큼 볕 좋은 날씨 였는데, 근원 없이 검은 먹구름 몇 개가 연못 주변의 하늘위로 듬성듬성 드리워지기 시작하였다.


“현연 언니, 빨리 두모 선인을 모셔와. 무지개는 금방 사라진다고 했단 말이야!”


멋쩍게 글썽거리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 운의 콧소리가 남은 맹맹한 목소리는 우렁차고 부산하게 정영지 연못주변을 들쑤시고 있었다.


“네, 자운 전하!"


이들의 강요에 못 이겨 오후 내내 연못가에 함께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두모가, 마침 바로 얼마 전에 저려오는 허리도 펼 겸 소변을 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뜬지 한참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잠시 후,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센 소나기가 중천의 하늘위에서부터 쏟아지더니, 연못과 그들이 서있는 땅위로 촉촉이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었다.

우신이 모든 현상은 아주 짧게 이루어질 거라고 했었다.


자운과 원이 연꽃우산을 팽개치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즈음, 저만치 현연도 연꽃우산을 버린 채 눈물인지 빗물인지 범벅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었다.


자운이 달려 나가며 물었다.


“현연언니. 어떻게 되었어? 두모 선인은?”


현연이 아이처럼 울먹이며 들썩거리는 입술로 자운과 원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좀 전에 소변을 보고 오시다가, 오늘 화신께서 태기가 있다고 하셔서, 아이 낳는 거 도와드리러 가셨대요!

어떡해요....! 아이 낳는거 도우러 가셨다면 문밖에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밖에 한번 내다 볼 시간이나 나겠어요? 우리 두모 선인 소원은 어떡해요. 전하...!"


빗소리보다 더 크게 울어대는 현연과 자운을 토닥이며 자원이 달래주는 사이, 어느새 그친 빗줄기 사이로 그림 같은 커다란 무지개가 중천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정영지 연못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 모양을 넋 놓고 바라보던 자운과 현연, 그리고 이번에는 자원까지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어대기 시작했다.


다시 햇살이 쏟아지고, 간만에 내린 비로 시원하게 목욕까지 마친 연못 주변의 신수들이 기분 좋은 눈빛으로 이들의 모양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월검의 연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엇갈린 마음 +2 22.08.11 49 5 14쪽
35 역겁의 운명 22.08.10 36 5 15쪽
34 인간계의 겨울밤 +4 22.08.09 40 6 15쪽
33 신안의 눈으로 22.08.08 42 6 12쪽
32 그대와 함께 새해를 +2 22.08.07 36 5 11쪽
31 고육책 22.08.06 47 5 12쪽
30 상제의 거래 +2 22.08.05 46 6 12쪽
29 천제와 만난 아이들 +2 22.08.04 41 6 13쪽
28 황홀한 전신 +2 22.08.03 46 8 11쪽
27 천계의 태자 +2 22.08.02 43 5 12쪽
26 천계에서 만나자 +4 22.08.01 40 5 12쪽
25 당당이의 전생. 2 22.07.31 39 5 15쪽
24 당당이의 전생 .1 +2 22.07.30 44 5 11쪽
23 망천강의 재회 +2 22.07.29 47 6 14쪽
22 현연의 역겁 +2 22.07.28 37 6 13쪽
21 헤깔린 진실 +2 22.07.27 41 5 13쪽
20 나체귀의 여인 +2 22.07.26 47 5 11쪽
19 정심검의 여인 22.07.25 44 5 12쪽
18 마존의 비 22.07.24 56 5 13쪽
17 17화 .. 어쩌다 우정 +2 22.07.23 45 6 13쪽
16 16화 .. 운우의 역겁 +2 22.07.22 51 8 12쪽
» 15화 .. 구중천에 비가 내리다. 22.07.21 47 8 12쪽
14 14화 .. 당당의 수난 +2 22.07.20 49 8 15쪽
13 13화 .. 귀왕의 귀환 22.07.19 58 9 13쪽
12 12화 .. 우신을 찾아 +4 22.07.18 66 9 12쪽
11 11화 .. 두모의 소원 22.07.17 80 9 13쪽
10 10화 .. 봉인된 아이들 +2 22.07.16 78 9 14쪽
9 9화 .. 만 남 22.07.15 74 9 12쪽
8 8화 .. 해명연에서 태어난 아이들 22.07.14 91 9 12쪽
7 7화 .. 탄 생 +4 22.07.13 98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