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26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지금 컴퓨터에서 사용되고 있는 운영 체제에 대한 소스 코드가 기억 속에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운영 체제를 만들었던 회사에서 절대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소스 코드를 알게 된 덕분이었다.
‘일단은······.’
하드웨어 성능이 약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사용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민준은 어느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타타타타타탁!
탁!
“뭐지?”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민준의 손이 멈췄다.
치지 않았는데도 나타나는 모니터의 문자열 때문이었다.
“어디!”
타다다다닥!
잘못 본 것인가 해서 집중하며 다시 입력해 나갔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키보드를 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입력되어 있었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몇 번을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이거였구나. 내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입력신호를 간섭할 수 있다니 정말 미친 능력이다. 어디!”
타다다다다닥!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입력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생각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 입력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민준은 자연스럽게 기계어를 떠올렸다.
점점 익숙해지자 생각하는 것이 곧바로 기계어가 변환되며 입력되는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모니터에 생각하는 것들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가 새롭게 입력된 것 때문에 밀려서 줄줄이 위로 올라갔다.
어느 순간 깜빡이는 커서 옆으로 마지막 구문이 보였다.
“하아! 벌써 끝났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정도면 정말 가슴 떨리는 능력이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가장 힘든 것은 구문 작업이다.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까닭에 나중에는 기능별로 모듈화된 걸 복사하여 붙여넣는 식으로 프로그래밍이 이루어진다.
생각이 이는 순간 신체가 반응하는 속도는 0.1초지만 그런 지체 시간도 없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집중이 끊어지지 않고 생각이 이어지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빨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자기파나 전파를 보는 것만으로 허접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기계어를 볼 수 있고 의식하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은 컴퓨터에 직접 간섭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에 가슴이 떨렸다.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것은 조금 있다가 해 보자. 지금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니까.”
민준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기억에 있는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와 기계어를 읽고 만들어낸 것이라 제대로 작동이 될지는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민준은 자신이 작성한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오류가 난 곳은 없어 보이니 실행해 보자. 후우우!”
기억 속에 있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민준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작성한 것을 컴파일했다.
떨리던 것이 무색하게 정상적으로 컴파일이 끝났다.
자신의 프로그래밍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버그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잘 가동될 거다. 일단 패치를 하자.”
컴파일이 끝난 프로그램이 제대로 완성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민준은 패치를 진행했다.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컴퓨터가 잠시 꺼진 뒤 다시 부팅되자 민준의 눈에 기계어가 다시 보였다.
업그레이드가 성공했는지 빠른 속도로 모니터 화면에 원하던 것들이 나타났다.
“하하하! 미치겠네!”
화면이 들어오기 전에 기계어를 읽으며 작성한 프로그램이 완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운영 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더 확실해지는구나.”
프로그램이 완벽하다는 것은 새롭게 얻게 된 기억 속의 정보들이 사실이라는 증거라 할 말을 잃었다.
“그냥 있을 때가 아니다. 기억 속에 있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니까.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누군가의 의도로 전해진 것들이라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사실이니 이전의 삶과는 다른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이 사실일 확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민준은 먼저 부모님의 죽음에 관련된 것들에 집중했다.
연이어 떠오르는 기억을 살피던 민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확실히 뭔가 있다.”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정보들을 시간대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민준은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교통사고라고 결론이 난 사건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비교해 보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살펴봐도 부모님께 일어난 사고에 누군가 관여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 인정하더라도 그렇게 빨리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 확실히 의도적으로 일어난 사고다.”
누군가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도하고 빠르게 사건을 덮었다는 정황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제일 의심스러운 것은 교통사고가 일어난 후 마무리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물에 빠진 차를 건져 올리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마무리하기까지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머저리 같은 행동만 계속하니 말이야. 병신도 아니고.”
부모님께 일어난 교통사고가 누군가의 고의라는 정황을 확인하면서 민준은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두 사람의 죽음도 그렇지만 병신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끌려만 다니는 미래의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이다.
슬픔에만 눈이 멀어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아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하게 구는 모습이 역겹기까지 했다.
“후우우! 진짜 울고불고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네. 할머니에 대한 것도 살펴보자.”
정보를 살피며 부모님의 죽음에서 느껴졌던 알 수 없는 위화감이 할머니의 죽음에서도 느껴졌다.
할머니도 교통사고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것이 분명한데도 사고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다가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치매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는 기억이었지만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자신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하던 것이 역력했던 모습인 터라 의문이 더 깊어졌다.
“세 분의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일어난 것은 확실하다. 분명히 뭔가 있다.”
사고사나 병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뭔가가 계속 민준의 머릿속을 자극했다.
“정황을 보면 평범한 일들이 아니다. 내가 뭔가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사건 정보를 한 번 살펴보자.”
사건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경제와 관련한 것들이고 다음으로 많은 것이 큰 사고에 관한 것들이었다.
민준은 경제 관련 정보는 제쳐 두고 사건이나 사고와 관련된 정보들을 자세하게 살폈다.
부모님의 사고와 비슷한 정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으음. 이거였구나.”
민준은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 뒤에 특별한 존재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일부 사건이나 사고에서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사건을 촉발했다는 목격자가 존재했다.
불가사의한 현상뿐만 아니라 그걸 발현하는 존재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단편적인 정보뿐이지만 세 분의 죽음에 능력자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 점이 많다.”
위화감의 정체가 능력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한 민준은 고민이 깊어졌다.
운전 실력이 자동차 레이서를 뺨치고, 주량은 맥주 한 잔이 치사량인 아버지였다.
한 잔만 마셔도 기절하듯 쓰러지는 터라 술을 마시고 운전미숙으로 교통사고를 낸다는 건 말이 되지를 않았다.
더군다나 어머니가 동승하고 있다가 함께 참변을 당했다.
같은 검사라 음준 운전을 두고 볼 어머니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차가 비틀거리며 달리다가 약간 떠오르면서 난간을 들이박고는 그대로 강으로 빠졌다.
능력자가 개입했을 만한 부분이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의심이 가는 일이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건강 검진을 받는 분인데 어느 날 갑자기 전조도 없이 치매가 생겼다.
무엇인가에 억눌려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하고 한스러운 눈빛을 보면 특별한 힘이 작용한 것이 분명했다.
살펴본 다른 사건이나 사고들도 그렇고 무인 말고도 각성자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이 세상에는 없다고 알려진 존재들이지만 정황을 보면 그렇지 않을 거다.”
수련을 통해 능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는 무인들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능력자가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그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존재들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전 삶과는 달리 능력자들이 비밀리에 활동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존재들이 세 분의 죽음에 관여했다면 절대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민준은 능력자의 존재를 확신했다.
자신만 하더라도 전자기파를 보고 기계어에 간섭을 할 수 있으니 특별한 현상을 발현하는 존재의 확률은 100%였다.
자신이 알게 된 정보와 기억이 사실일 확률이 높아졌다.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에도 관여한 것이 확실한 이상,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전자기기를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내생각대로라면 놈들을 상대할 수 잇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민준은 바깥으로 나가 거실에 텔레비전을 켰다.
정신을 집중하니 전자기파와 함께 기계어들이 보였다.
현재 나오는 채널은 7번이었는데 생각을 하자마자 9번이 나왔고, 전원을 끈다고 생각하자 텔레비전이 꺼졌다.
“전원이 들어올 때만 가능하지만 쓸모가 많은 능력이다. 이게 전부일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야.”
어디까지 확장하는 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전자기기를 의도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능력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능력자에 관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고,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만으로도 놈들을 상대할 수는 있을 거다.”
민준이 지금 능력만으로 능력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누구보다 능력자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전 삶에서 아이템과 권능으로 발현되는 능력을 조사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능력의 발현 과정이나 어떤 결과를 내는지 양지는 물론 음지의 정보까지 파악했었다.
사실 암살이나 능력을 사용해 능력자를 처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살기를 알아차리거나 능력의 발동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능력자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완벽하게 제거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무인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정보밖에 없어도 능력자와 비슷할 것이다. 우선 무인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알아보자.”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능력자를 상대하는 것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무인이었다.
무인이 가진 진짜 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상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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