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21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슈-우우우우!
엄청난 속도로 인해 민준은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공간을 건너뛰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빛으로 이루어진 선을 마주한 순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피피피피피피핏
빛으로 이루어진 선이 스펙트럼을 형성하며 층으로 나누어지더니 합쳐졌다 갈라지기를 반복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를 닮은 빛의 선들이 겹쳐지며 하얀색 섬광을 연신 내보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하얀 섬광이 칠흑으로 물든 암흑공간으로 흡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섬광을 뿜었다.
그리고는 변화무쌍하고 불규칙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조용할 정도로 잦아들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었다.
짧은 것 같으면서도 느린 것 같은 이상한 흐름이었다.
변화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동안 민준은 묘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간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라도 민준은 어느 순간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흐름이 관념의 세계에서 느껴지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찰나 간에 바뀌었어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다.
‘여긴 관념의 세계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조금 전까지 있던 공간과 지금 지나가는 공간이 달랐다.
공간을 맴도는 에너지의 흐름이 다르고, 공간이 품은 성질이 확연하게 다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전의 공간이 관념의 세계 같은 것이라면, 지금 지나가는 곳은 뭔가 절대적인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변하고 있다.’
압력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공간 전체가 점점 줄어들고 선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사건의 지평선!
거짓말 같은 일이지만 물리학에서 언급하는 시공간이 변하는 시점인 특이점을 지나가는 것이 분명했다.
‘으음, 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은 건가? 으윽!’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시야가 밝아졌다.
민준의 눈에는 무척이나 익숙한 가구들이 보였다.
두 눈에 보이는 방안의 풍경은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민준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수천 년은 족히 흐른 것 같은데······.”
꽤 오랫동안 관념의 세계에 머물렀던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채 5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게 회귀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민준은 자신이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음! 그렇게 해서 내가 여기로 온 거로군. 아이템 이름 그대로 차원을 넘고 시간의 경계도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이라니 정말 놀랍구나.”
민준은 어떻게 자신이 과거로 회귀해 전생할 수 있었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종운이 능력을 얻으려고 했던 아이템.
바로 디멘션 코인에 숨겨진 권능이 발현되어 자신이 과거를 거슬러 회귀했다는 것을 알았다.
찰나의 시간에 디멘션 코인에 담긴 권능으로 시간의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을 지난 것이 분명했다.
‘사건의 지평선을 넘을 때 디멘션 코인이 보였는데 곧바로 사라진 것을 보면 그걸로 용도가 다한 건가? 그나저나 아이템일 뿐인데 어떻게 그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거지? 뭐야? 크윽!’
갑자기 머리를 바늘로 쑤신 듯 고통에 어디다 확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으아아악!”
한계를 넘는 고통에 민준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려 민준은 이를 악물었다.
“으드드득!”
‘크으윽!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고통과 함께 갑자기 누군가의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크으. 어째서 이런 것이······.’
인식되는 것은 믿을 수 없게도 자신에 대한 정보였다.
또 다른 자신의 이름은 강민준!
생년월일과 이름이 같은 자신이 환갑 가깝게 살아오면서 알게 된 정보들이 인식되고 있었다.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괴리감은 없었다.
“크으으으······.”
민준은 계속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보의 양이 늘어날수록 반비례로 고통이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거짓말인 것처럼 사라졌다.
“후우우, 확실히 이건······.”
인식된 정보에 민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자신과 알고 있는 전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 또 다른 삶에 관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꾸며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디멘션 코인이 도대체 뭐기에······.”
의문이 들자 빠르게 뭔가가 인식됐다.
쏟아져 들어온 정보가 편집되듯 서로 나누어지더니 각자 독립적인 테크트리를 만들고 있었다.
민준은 무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디멘션 코인에 의해 의식표면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알았다.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놀랍군.”
독립된 데이터베이스처럼 형성된 각각의 테크트리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른 인격이면서 모두가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정보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주변 환경과 역사가 모두 달랐다는 것이다.
“하아아!”
민준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세상!
전생과는 상당히 다른 자신에 대해 의문이 많았던 민준은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평행세계의 존재가 전한 정보 때문이었던 건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던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했었던 민준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자 조금 허무했다.
그동안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모든 일이 디멘션 코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쩝! 나름 우쭐했었는데 모든 것이 전부 디멘션 코인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디멘션 코인은 단순히 능력을 주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차원을 넘어 원하는 대상에게 기억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천재적인 언어능력과 기억력, 그리고 냉철한 사고력은 디멘션 코인에 의해 세계를 넘어 전달된 것이었다.
그리고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정보가 상황에 따라 의식표면으로 표출된 결과였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전부 다른 코인을 얻었다는 건데······.”
고통 속에서 인식한 대로라면 무의식에 잠들어 있는 정보는 모두 두 사람의 것이었다.
자신을 포함해 셋 다 디멘션 코인을 얻었다.
자신은 바다에서 다른 하나는 히말라야산맥의 얼음 동굴 속에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북한산에서였다.
“어쩌면······.”
세 사람이 얻은 디멘션 코인의 수는 모두 달랐다.
얼음 동굴에 찾은 것은 디멘션 코인만 108개였고, 북한산에서 찾은 것은 7개뿐이었다.
회귀 전에 이종운이라는 자가 이천 년 만에 하나가 됐다는 말을 기억해낸 민준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민준이 인식한 정보는 모두 두 사람의 것이다.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자신과 현재의 세계에서 미래에 존재했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였다.
“인식된 정보가 거짓이 아니라면 나도 다른 평행세계에 존재했던 것이 분명하다. ”
서로 다른 세 개의 세계에 있는 같은 존재의 의식과 정보가 디멘션 코인으로 인해 이 세계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것도 이 세계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있던 자신의 의식이 주체가 되고 있었다.
터무니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찾은 것과 그 자식과 가지고 온 것을 합쳐져야 완전체가 되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내가 의식의 주체가 되었을 확률이 높다.”
자신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들과 이종운이 가지고 온 것까지 합쳐 완전체가 된 후에 심장과 연결이 되었었다.
덕분에 완벽한 정보와 의식이 온전히 전해졌고, 그로 인해 세 사람의 의식 중에 자신이 주체가 된 것이 분명했다.
“각자 얻었던 코인도 같은 것이 아닌 걸 보면······.”
민준은 디멘셔 코인의 문양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터라 곧바로 머릿속에 떠올려 비교해 보았다.
민준이 기억하는 디멘션 코인의 문양과 두 사람이 얻은 것들의 문양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하나가 전부 다른 것을 확인한 각자 살아온 세상마다 다른 별개의 디멘션 코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운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고 한 이유가 있구나.”
민준은 이전의 삶에서 이종운이 어째서 디멘션 코인을 찾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에게로 의식은 물론 기억과 정보를 전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자신처럼 시간까지 거슬러 과거로 회귀한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지켜봤던 이유로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후우우! 이 정보대로라면 확실히 여기는 내가 살던 곳이 아니다. 다른 세상으로 회귀한 것이었으니 놈들을 그렇게 찾아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거구나.”
이전의 삶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일 달랐던 것은 아이템을 통해 능력을 얻은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삶에서 민준은 어렵기는 하지만 아이템으로 능력을 얻은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전략무기라 불리는 고위급 능력자들은 대부분 이면을 지배하는 세력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력의 비호 아래 있는 낮은 등급이지만 아이템으로 능력을 얻은 자들도 있었다.
정부 권력층이나 대기업의 수장, 그리고 스타라 불리는 운동선수나 연예인 상당수가 대부분 그런 이들이었다.
정보 상인을 이용해 능력자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는데 그런 루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풍문으로도 능력자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무가나 무인은 있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능력자는 소설이나 만화에나 나올 법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나처럼 각성한 사람도 있는데 능력자가 없을 리가 없다. 실제로는 있어도 정보가 차단되어 내가 알아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니 방심하면 안 된다.”
자신도 각성을 통해 능력이 생긴 탓에 민준은 능력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우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거지? 정말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건가?”
전해진 것들이 사실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인식된 정보 중에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하나하나가 세상을 경악시킬 만한 사건들이지만 자신이 살았던 이전 삶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이 세계에 존재했던 미래의 내가 전한 정보는 사실일 거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과 비교해 봐도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야. 일단 정보부터 자세하게 살펴보자.”
민준은 집중하며 이 세계를 살았던 존재로부터 인식된 정보를 자세하게 살폈다.
“지금의 알게 된 정보는 확실히 미래에 존재했던 내가 보낸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나저나 전해진 정보는 중요한 사건들밖에 없는 건가?”
인식되는 건 대부분 중요한 사건들뿐이었다.
일상에 대한 것은 디멘션 코인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도 아주 일부분일 뿐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으으음.”
정보에 대한 민준의 의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곧바로 일상에 관한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정보로 이루어진 데이터베이스 합치듯 스며들었다.
‘워낙 정보량이 많아서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다가 내가 원하니까 떠오르는 건가? 일단 이 세상이 어떤지 살펴보자.’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느끼며 민준은 이 세계를 살았던 또 다른 자신의 기억을 살펴나갔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내가 겪었던 것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군. 정말 이렇게 되는 건가?”
기억을 살핀 민준은 고민이 되었다.
자신이 겼었던 것과는 비슷하지만 달랐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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