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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영 님의 서재입니다.

다차원 코인 전쟁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미르영
작품등록일 :
2018.01.07 14:34
최근연재일 :
2020.12.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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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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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차원 코인전쟁-04

모든 것이 연결될 때




DUMMY

왕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곳으로 조금 낡은 호텔이기는 하지만 홍콩에 올 때면 언제나 머무는 곳이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옷이나 갈아입고 내려와라.”

“알았다. 짐은?”

“트렁크에 있다. 그런데 이제는 쪽팔리니 밀수 같은 건 그만하면 안 되겠냐? 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 테니 말이다.”

“후후후, 전에도 말했듯이 돈 이야기는 하지 마라. 그동안 너에게 도움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런 짓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정말이냐?”

“그래. 정말이다.”

“하하하! 잘 생각했다.”

“금방 올라갔다가 오마.”

“빨리 갈아입고 나와라.”


동생들과 차에서 내린 후 뒤로 가서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백 3개를 꺼내 들었다.

백안에는 단단하게 묶인 비닐 팩이 들어있고, 그 안에 들어있는 건화 속에 유물들이 감춰져 있다.

백들은 항구에 들어올 때 덕배가 지나치는 정크 선에 던져 놓았던 것으로 왕이의 수하들이 회수해 온 것이었다.

민준 일행은 가끔 이런 식으로 밀수를 해 왔던 터라 왕이는 백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후후!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면 놀라 자빠질 텐데.’


민준은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왕이를 속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어차피 지하 경매를 이용하려면 왕이를 통해야 하기에 보는 시선이 없어지면 아이템에 대해 알려줄 생각이었다.

호텔에 들어가 예약해 놓은 것을 확인하고 열쇠를 받아든 민준 일행은 각자 방으로 향했다.


***



제2장.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민준은 백에서 아이템이 들어있는 비닐 팩을 꺼냈다.

그리고 객실 옷장에 있는 개인금고를 열고 집어넣었다.


‘왕이 녀석이 관리하는 구역이라 방을 뒤지만 한 놈들은 없을 테니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겠군.’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왕이가 관리하는 구역이다.

민준이 왕이와 친구라는 것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만큼 홍콩에서 이곳보다 안전한 곳도 없다.


‘얼른 갈아입고 내려가자.’

민준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객실을 나와 로비로 내려오니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육원부터 함께 했던 동생들이었다.

고된 생활 때문인지 전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동생들은 옷을 갈아입고 왔는데도 나아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한국을 떠나올 때도 고생길임을 알면서도 서슴없이 따라온 동생들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복수도 하겠지만 너희들은 반드시 살리도록 하마.’


마음을 추스른 민준은 동생들에게로 갔다.


“먼저 차에 타고 있지?”

“형님과 함께 나가려고 했습니다.”

“왕이가 기다리겠다. 어서 나가자”

“예! 형님!!”


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니 왕이가 피고 있던 담배를 껐다.


“후우! 기다리다가 술 벌레들 굶어 죽겠다. 얼른 타라.”

“하하하! 미안하다.”


세 사람은 왕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홍콩이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침사추이 방향으로 향했다.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홍콩 센트럴이 보이는 곳에 있는 한 음식점이었다.


‘오늘 제대로 대접할 모양이구나.’


왕이가 안내한 음식점은 식사를 겸해 술도 마실 수 있고, 홍콩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크기는 작지만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왕이와 협력하고 있는 흑사회의 두목이 운영하는 곳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겸해 술자리를 가지며 네 사람은 회포를 풀었다.

그룹을 일궈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긴장한 채 지내왔던 왕이는 오랜만에 하는 편안한 술자리라 기분이 매우 좋았다.

몇 순배 돌고 난 후 덕배와 종철이 가라오케를 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왕이는 민준과 함께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거하게 잔을 비운 왕이가 걸걸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하하하! 민준아! 정말 좋다.”

“뭐가 말이냐?”

“하하하! 너하고 동생들이 아니었다면 이 좋은 술도 마실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만 좀 해라. 네 실력이라면 조금 다쳤을지는 몰라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을 테니까.”

“아니야. 아니야. 그때 그 새끼들이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너희들은 모를 거다. 아마 너와 동생들 아니었으면 너희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난 죽었을 거다.”

“하하하!”


자신과 술을 마시기만 하면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라 민준은 웃음으로 넘겼다.


“민준아!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떠냐?”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사정이 있다는 건 알지만, 정말 함께하면 안 되는 거냐?”

“우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함께 일하게 되면 네가 위험해져서 안 된다.”

“으음.”


동남아 일대에서는 감히 자신을 건드릴 자가 없다고 자신하던 왕이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왕이가 아는 한 민준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민준을 비롯해 세 사람 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무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위험하다고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왕이는 일단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저리 안색이 굳은 걸 보면 정말 위험한 모양이구나.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세력을 막 확장할 무렵 목숨을 구원받았다.

더군다나 그동안 세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으로 인해 자신이 그룹을 일굴 수 있었기에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입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는 것이 가문의 유훈이었다.

이토록 꺼리는 것을 보면 능력자가 관련된 일인 것이 분명하지만 다른 식으로 도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민준아! 네가 하려고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어차피 내 목숨은 그때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없는 것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안 그러면 정말 섭섭할 거다.”

“고맙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도와다오.”

“말해 봐라. 내가 도와줄 게 뭐냐?”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다오.”

“소더비 같은 것은 아닐 테고, 지하 경매를 말하는 거냐?”

“그래. 맞다.”

“지하 경매 루트를 이용하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번에 가져온 것이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에 뭘 건진 거냐?”

“재수가 좋았다. 황금으로 된 유물을 건져 올렸다.”

“오오! 황금 유물이라니 이제야 운이 트나 보다.”

“그래, 네 말대로 운이 튼 것 같다.”

“자신하는 것을 보니 괜찮은 물건 같구나. 하지만 지하 경매에 내놓으면 네가 위험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


민준도 왕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황금으로 된 것이라고 해도 지하 경매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유물이 아니라면 위험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 내가 내놓으려고 하는 건 그냥 황금 유물이 아니니까 말이다.”

“서, 설마!”

“그래 아이템이다. 바다 밑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이고, 임시지만 소유권도 가지고 있으니 네가 걱정할 만 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민준이 임시 소유권을 얻었다면 강탈당하거나 위험해질 염려는 없는 터라 왕이는 무척이나 기뻤다.

“아이템의 임시 소유권을 얻었다니 정말 다행이다. 큰 문제는 없을 테니 내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마. 그렇지만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뭐냐?”

“내가 아는 지하 경매장에는 불문율이 있다.”

“불문율?”

“판매자가 직접 경매에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

“으음, 굉장히 신중한 곳이군.”

“다른 경매장과는 달리 대리인은 절대 참여할 수 없다. 판매자가 직접 참여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신용은 나쁘지 않은 곳이다. 지금까지 경매가 틀어진 일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판매자에 대한 정보는 오직 주최 측에서만 알고 유출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라면 괜찮다. 일반경매에 올릴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소개만 해 줘라.”

“알았다. 매니저와 연결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얼마나 주면 되냐?”

“사흘 정도면 충분할 거다.”

“알았다. 그동안은 쉬면서 관광이나 하마.”

“하하하! 그래. 잘 생각했다. 자! 잔이나 받아라.”


왕이가 크리스털 병을 집어 들었다.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최고급 마오타이가 찰랑거렸다.


‘고맙다. 이 은혜는 꼭 갚으마.’


지하 경매는 아무나 참석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중간에 끼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신원이 검증된 이들 중에서도 사전에 예약된 사람만 가능한데 그것이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그룹을 일군 왕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템을 낙찰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 위한 것이라 그나마 비빌 틈이 있기에 나서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템을 판다고 해도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일정 수준을 오르지 않은 아이템이라면 아예 참석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확신이 있어 부탁한 민준이지만 규정을 알면서도 자신을 믿기에 아이템을 확인하지 않고 나서 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알싸한 주향을 느끼며 민준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크으! 좋군.”

“크으! 그래!”


두 사람이 잔을 비우는 사이 덕배와 종철이 부르던 노래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이거! 두 분만 마시는 겁니까?”


종철이 따지듯 물었다.


“하하하! 미안하다. 자 오늘은 술이 고픈가 보니 폭탄주를 한번 말아 볼까?”

“도대체 얼마나 마시려고 하는 거냐?”

“오늘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실 거다. 너는 빠지려고?”

“하하하! 알아서 해라.”


왕이가 폭탄주를 제조해 각자 앞에 놓았다.


“자! 다들 잔 들어라! 건배!”

“건배!!!”


네 사람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왕이가 만든 폭탄주가 연이어 돌려졌다.

오랫동안 못 본 탓에 가라오케로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술자리가 끝난 것은 새벽 3시 무렵이었다.

다들 불콰해질 정도로 술을 마신 상태라 숙소로 돌아갔다.

왕이는 자신의 거처로 갔고, 세 사람은 그의 수하들이 데려다줘서 호텔까지 편안하게 올 수 있었다.


“고생했어. 장청.”

“아닙니다.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나와 동생들은 홍콩을 떠날 생각이야. 앞으로 네 대형을 잘 모시도록 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만 돌아가.”


대화를 끝내고 뒤돌아 계단으로 올라가는 민준을 향해 장청은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셔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뜻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자신과 동생들을 죽음에서 구해준 사람들!

세 사람이 복수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소식에 수하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장청은 경호를 자청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 번이라도 마음 편히 술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것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지.’

“아칠!”

“예! 형님!”

“경호상태는?”

“주변에 애들을 쫙 깔아 놨습니다. 감히 호텔로 침입하려는 놈은 없을 겁니다.”

“잘했다. 그런데 맞은 데는 괜찮냐?”

“괜찮습니다.”

“앞으로도 조심해라. 나야 네가 그러는 걸 이해하지만 아우들은 그런 것이 없으니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민준에게 불만을 토로하다 장청 직속의 청혈대원에게 들켜 푸닥거리를 당했던 아칠은 기합이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민준 일행이 왕이와 청혈대원에게 어떤 존재인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왕이의 수하가운데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청혈대원의 절반이 호텔 주변을 철저하게 경계하기 시작했다.

객실로 들어온 민준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청혈대원들이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금방 잠이 들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깊게 들어보는 잠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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