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7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제3장. 아이템 오류.
태블릿은 동생들이 구한 부품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유심칩은 왕이에게 특별히 부탁해 구한 것이라서 추적을 당할 염려가 없는 것이었다.
태블릿을 켜고 화면이 나오자 민준은 자신이 만든 추적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보안 네트워크를 열었다.
만약을 위해 네트워크 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했다.
‘이상이 없구나.’
프로그램과 기술자료들을 해킹하려고 네트워크에 침입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동생들조차 모르게 만든 비밀이 지켜진 덕분에 자신을 쫓고 있는 자들에게 털리지 않은 것 같아 안심할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폴더를 열어 준비해 놨던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때처럼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보안 네트워크 폴더 안에 숨겨둔 프로그램과 기술자료를 보는 민준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구현할 시스템의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네 덕분이다. 연찬아.’
마지막 희망을 끝내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의동생인 연찬의 희생 덕분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이것만 성공시키면 이 빌어먹을 세상이 바뀐다.’
프로그램과 자료들은 민준이 에너지 스펙트럼에서 힌트를 얻어 구상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인위적으로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
아이템으로부터 능력을 얻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세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진 것이었다.
‘소수에 의해 아이템이 독점되면서 불합리한 세상이 되어가는 모습에 환멸을 느껴 시작한 일이었는데······.’
공평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연구였다.
그렇지만 세상을 위한 연구가 이렇게 복수를 위한 발판이 될지 몰랐던 민준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정신 차리자. 다음 기회는 없다. 시스템이 구현되면 혼란이 생기겠지만 하는 김에 한꺼번에 해야 한다.’
단계별로 시행해야 세상에 미칠 여파를 최소한 수 있는데 이제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추적이 다시 시작된 상황이라 오직 한 번의 기회 밖에는 없었기에 민준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복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일이기도 하기에 민준은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예상보다 진척이 빠른 것 같으니 실행해도 되겠다.”
민준은 수정한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했다.
“시스템 구현을 위해서는 기반도 만들어야 하니 조금 힘들겠지만, 연락이 올 때까지 최대한 해 보자.”
동생들이 밖에서 움직일 동안 민준은 객실을 떠나지 않고 자료를 검토해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그렇게 이틀을 두문불출 숙소에서 보내며 프로그램을 수정하며 실행시키는 동안 지하 경매가 치러졌다.
드르르르!
작업에 몰두하던 민준은 책상을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열어 방금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정말 이 금액에 낙찰이 된 건가?”
장청호로부터 온 메시지에 민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메시지에 적힌 엄청난 금액과 지금까지 샹그릴라에서 개최한 지하 경매의 최고 낙찰가를 갈아치우는 기록을 세웠다는 믿지 못할 내용 때문이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돈이 썩어났군. 확인해 보자.”
수수료를 제외하고 입금된 금액은 4억 달러로 민준으로서도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가격이었다.
민준은 네트워크를 열어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다.
맨체스터 은행을 통해 케이먼 제도에서 설립된 유령회사 명의의 계좌에 낙찰 대금은 깔끔하게 입금이 되었다.
“후우! 이게 뭐라고.”
계좌에 기록된 선명하기 그지없는 금액을 보면서 민준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낙찰자가 누군지 경매장에서 알려주지는 않을 테고, 궁금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니······.”
민준은 궁금증이 생겼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시스템을 구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지 누가 샀느냐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5,000만 달러만 있어도 계획을 진행할 수 있는데 4억 달러라면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모레 영국으로 넘어가자.”
자금을 마련했으니 이제 유럽으로 떠나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동안 고생하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동생들과 홍콩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리리리!
객실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다.
“고맙다 덕분에 경매가 잘 끝났다.
-이제 떠나겠구나.
“모레 출발할 생각이다.”
-내일 사무실에 들를 수 있냐? 얼굴은 봐야지.
“알았다. 홍콩지사에 있는 거냐?”
-그래. 아무 때나 오면 된다.
“알았다, 내일 오전에 들리마.”
-알았다. 내일 보자.
전화를 건 것은 왕이였다.
이틀 후에 유럽의 첫 기착지인 영국으로 떠나야 하느라 바쁘기는 하지만 만나봐야 했다.
다음날 바쁜 동생들을 두고 민준은 왕이를 만나러 갔다.
침사추이에 있는 왕이의 사무실로 들어가니 처음 보는 사람이 왕이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누구지? 수하들을 대부분 아는데······.’
모르는 자였기에 경계심이 들었다.
‘능력자는 아니지만 찜찜하군.’
에너지 스펙트럼이 나타나지 않아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구시냐?”
“안녕하십니까? 이종운이라고 합니다.”
“댁한테 묻지 않았소.”
이종운이 나서자 민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런! 기분이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기분이 상할 것까지는 없소.”
“죄송합니다. 미처 제 소개를 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내놓으신 걸 낙찰받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낙찰받은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지? 지하 경매장의 보안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건가?’
지하 경매장을 의심했는데 곧바로 수정해야 했다.
옆에서 미안해하는 왕준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민준은 왕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종운 박사는 사실 이번에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연구해주시는 분이다.”
“이분이 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연구소장이라고?”
민준은 사실을 확인하듯 왕이에게 물었다.
“그래. 알고 보니 이 박사께서 샹그릴라 지하 경매에 참여하셨다가 황금잔을 낙찰받았던 모양이다. 그걸 가지고 실험을 했는데 말이다. 그동안 막혀 있던 연구를 풀 단서를 그 아이템에서 발견했다. 그런데······.”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라.”
“그러니까······.”
왕이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동안 막혔던 연구에 성과가 났다는 연락에 곧바로 연구소에 들렀던 왕이는 무척이나 놀랐다.
민준이 경매에 내놓은 것이 황금으로 된 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심코 내뱉었던 말에 아이템의 출처가 알려지게 되었고, 이종운의 요청에 따라 이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미안하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니다. 너로서도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니까.”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아이템을 통해 고대의 기술이나 권능을 얻기 위한 노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공한다면 그룹의 명운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이기에 왕이도 고대 기술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런 상황이니 왕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뭔가 좀 찜찜하군. 이런 기분이 들 때면 뭔가 일이 터지곤 했었는데······.’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친구이기에 도울 생각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찜찜함이 느껴질 때면 항상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지려는 찰나 왕이가 입을 열었다.
“경매에 내놓은 아이템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다면 손해를 보지 않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괜찮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수수료를 많이 떼어 가기는 했지만 충분한 자금을 마련했으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나저나 이 박사님. 절 보고 싶으셨던 것이 단순히 아이템을 얻은 상황을 알고 싶으셔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유가 뭡니까?
“짐작하고 있었군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아마도 강 선생님께서는 황금 잔 말고도 다른 아이템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으음, 이것 봐라.’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듯 말하는 것을 보며 민준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실험하다 보니 제가 산 아이템과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으음.”
“짐작이 맞았군요. 그 아이템을 제가 구입하고 싶습니다.”
“으음, 실험에 필요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없으면 연구는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가지고 계시면 저에게 꼭 팔아주십시오.”
“가격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하 경매에서 돈을 제법 많이 썼습니다. 그래도 황금 잔을 낙찰받은 가격과 비슷한 가격이면 살 수 있습니다.”
“민준아. 충분히 내실 수 있을 거다. 우리 회사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일이니 네가 아이템을 팔아줬으면 좋겠다.”
“후우우! 있기는 하지만······.”
황금 잔 안에서 꺼낸 금화들은 지금 자신의 품에 지니고 있어 당장이라도 건넬 수는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무엇인가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템을 주시기만 한다면 대금은 곧바로 이체를 시키겠습니다. 선생님.”
“어쩔 수 없군요. 왕이가 필요하다고 하니 거래하지요.”
어차피 팔려고 했던 것이고 지하 경매보다는 나을 것 같아 민준은 거래에 응하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이템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하하하! 참 다행입니다. 계좌 번호를 불러주십시오. 곧바로 입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이먼 제도에 설립된 유령회사의 계좌를 불러주었고, 이종운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6억 달러를 이체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진행되는 거래에 얼떨떨해하며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해 보니 입금이 완료되어있었다.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좋은 일이지만 계좌의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민준은 찜찜한 기분이 다시 들었다.
‘그 많은 돈을 곧바로 이체하다니 엄청 부자인가 보구나. 그런데 어째서 들은 적이 없지?’
갑자기 이종운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엄청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이외이기도 하고 아이템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라면 소문이 났어야 한다.
제법 유명인일 텐데 이종운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터라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6억 달러나 되는 거금을 단번에 이체시키는 것은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동업한 것이라고 했으니 거래가 끝나고 왕이에게 알아보자.’
사업만큼은 꼼꼼한 왕이였다.
동업을 하기 전에 이종운에 관해 조사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둘만 남았을 때 물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대금이 낙찰받은 액수보다 많습니다.”
“낙찰 가격과 비슷합니다. 생각지도 않게 좋은 아이템을 얻은 것 같아 경매장에 부른 금액과 맞춰서 드렸습니다. 이제는 제가 주인인 것 같으니 유물을 건네주십시오.”
“그러죠. 이제는 주인이니······.”
이미 대금을 받았기에 민준은 종이로 싸서 품에 있는 금화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민준은 임시 소유권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이종운이 손을 떨며 종이를 벗겨냈다.
“오오오오!”
금화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종운은 탄성을 내뱉었다.
흥분된 모습으로 금화들을 살펴보던 이종운은 밑에 있던 검은색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잠금장치를 풀었다.
뚜껑이 열린 가방 안에는 황금 잔들이 들어있었다.
‘깨끗해진 것을 보니 별도로 보존처리를 한 모양이군.’
팔았을 때보다 광택이 나는 것을 보면 미세한 이물질을 전부 제거한 것이 분명했다.
이종운은 잔을 하나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가진 것 말고 잔이 더 있었나?’
이종운 꺼낸 황금 잔은 7개가 아니라 모두 9개였는데 같은 형태인 것을 보니 본래 한 세트였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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