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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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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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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89
글자
11쪽

알을 깨기 위해 몸부림치다 - 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알을 깨기 위해 몸부림치다 - 1


“무림에선 돈이 많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분산시켜야 한다.”

“으음! 명심하겠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꼭 목욕을 하자.”

“알겠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술도 한잔 하시지요.”

“돈은 니가 내는 거다.”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제 공금으로 모시겠습니다.”

“민이 너 들었지?”

“예,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운이가 제일 먼저 빈털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절대 나가지 않는다.”

“절대로요?”

“그렇다니까.”

“예쁜 아가씨를 만날 때도요?”

“야! 그건 당연히 예외지.”

“히히히! 저도 당연히 예외입니다. 사형은?”

“나야 당연히 빈대지.”

“그럼 나도 빈대요. 빈대!”

“하하하! 지금부터 우리 모두 빈대입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즐겁게 여행을 한다. 근데 갑자기 무진이 인상을 찌푸린다.

“씨발! 모처럼 분위기가 좋은데.”

“왜 그러세요?”

“아무래도 지옥방에 다 온 모양이다.”

“낌새라도 있나요?”

“싸움 소리가 안 들려?”

“싸움 소리요?”

“겨우 오백 장 앞인데 안 들려?”

“예에? 오십 장도 아니고, 오백 장이나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릴 어떻게 듣습니까?”

“그런가?”

무진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 대협은 내공도 없다면서 오백 장 밖의 소릴 어떻게 듣습니다. 우린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오십 장 밖의 일도 모릅니다.”

“물론 내공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잘 들을 순 있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을 얼마나 더 활짝 열어놓는가 하는 거다. 주위 환경, 즉 자연과 일체가 되면 평소보다 감각이 몇 배는 더 민감하게 발달한다.”

“말씀은 이해하겠는데, 그걸 하는 게 내공을 쌓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요?”

“해보지도 않고 ‘쉽다 어렵다.’를 말할 순 없다. 당장 해봐.”

“지금요?”

“그래. 일단 ‘나와 사물이 같다.’란 생각부터 해봐라.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변화가 생길 거다.”

“알겠습니다.”

“해볼게요.”

태민 사형제는 즉시 자기 최면 상태에 들어간다.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은 무진의 얼토당토않은 말을 의심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실행한다.

‘나와 사물이 하나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생각만으로 가능할까? 아니면 어떤 신체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는 걸까?’

‘뭐 부터 해야 하지? 호흡부터 해볼까? 내가 돌과 나무와 함께 숨을 쉰다. .... 으음!’

두 사람은 서서히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물론 금방 어떤 변화가 오진 않는다. 무진도 당장 어떤 반응이 올 거란 생각으로 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수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셈이다. 근데 태민이 예상외의 반응을 보인다.

‘이게 뭐지?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마차 바퀴 소리만 들렸는데, 지금은 운이의 숨소리와 벌레 소리 같은 이상한 잡음들이 들린다.’

태민은 본능적으로 무진을 쳐다본다. 무진은 알고 있다는 듯이 씨익! 하고 웃는다.

‘예상하신 겁니까?’

태민은 태운에게 방해가 될까봐 전음을 보낸다. 물론 무진이 내공이 없다는 건 잊고서 한 것이다.

‘예상하진 못했다. 축하한다. 이번 일은 앞으로 네게 많은 도움이 될 거다. 그런 방식으로 계속하면 집중력도 높아질 테고.’

‘감사합니다. 대협의 가르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잠시만 요!’

‘후후! 내력도 없는 사람이 전음을 보내서 놀랬니?’

‘어떻게 했냐고 물으면 한심하다고 욕하시겠죠?’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만 생각한다. 그 틀을 깨야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을 작은 그릇에 가두지 말고 미지의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형식과 고정관념을 깨고, 상상력을 키워라. 직접 본 것만 믿지 말고,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염원하라.’

‘미지의 세계라면...’

태민은 다시 명상에 빠져든다. 한편 태운도 몸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사람들 소린데... 아직 지옥방은 이백 장 이상 남았을 텐데.... 허억! 싸움소리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가 이백 장 가까이 떨어진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시선도 곧바로 무진을 찾는다.

‘네 자신을 믿어라. 그럼 길이 보일 거다.’

‘알겠습니다. 허억! 방금 전음을 하신 겁니까?’

‘왜, 난 전음을 하면 안 되니?’

‘그게 아니라...’

‘잡념을 버려라. 지금의 상황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라. 좀처럼 오기 힘든 기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태운도 무진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만의 명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후후후, 선천적인 재능은 뛰어나지 않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상쇄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착한 심성에 긍정적인 자세가 저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무진은 앉아서 명상을 하는 두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마지막 경고다, 당장 물러나라. 셋을 셀 동안 해산하지 않으면 책임을 못 진다.”

지옥방의 입구에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항의를 하는 중이다.

“마음대로 해라. 우린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니들이 언제 봐주면서 했냐? 내 딸을 내놓지 않으려면 우릴 죽여라. 당장!”

“그래. 마음대로 해라. 죽기밖에 더 하겠냐? 죽여라. 죽여!”

지옥방은 주위 수백 리 안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들을 상징하는 깃발만 봐도 웬만한 사람들은 줄행랑을 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사에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병기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일에도 그들이 관련되면 목숨이 위태롭다. 그러니 누가 그들과 엮기고 싶겠는가?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지금 이 사람들은 벌써 몇 시진 째 저러고 있다. 오히려 지옥방의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겁만 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다섯 번이나 진압을 했는데도 사람들이 물러서질 않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해라. 벌건 대낮에 마누라가 납치되면 네놈들은 가만있겠냐? 지옥방주는 당장 내 마누라를 풀어줘라!”

“놈들을 끌어내라. 당장!”

사람들이 흥분해서 소리치자 정문 책임자는 바로 진압 명령을 내린다.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작살내라!”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어차피 죽을 바엔 한 놈이라도 물어뜯자! 가자!”

무사들보다 피해자 가족들이 먼저 움직인다. 그들은 맨몸으로 무사들에게 달려든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야, 안 떨어져?”

오히려 무사들이 당황한다. 그들은 주위의 구경꾼들 때문인지 병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손과 발로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이 악다구니를 쓰면서 덤비자 감당을 못한다.

“그래. 죽여라! 이 새끼야!”

“놔..놔라! 이것들이 정말 미쳤나?”

“이것들이 죽으려고... 아이고, 팰 수도 없고. 미치겠네. 정말.”

“가관이다. 가관. 들어가자.”

정문에 도착한 무진 일행은 혼란을 틈타 안으로 들어간다. 우마차는 숨기고 호란은 태민이 업었다.

“저것만으로도 지옥방의 방주는 죽어 마땅합니다.”

태운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어떻게 죽이느냐가 문제지. 저런 인간은 곱게 죽여선 안 돼. 그건 인간에 대한 모독이야. 모독!”

피해자 가족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옥방주 서문은 자기 구역에서 조금이라도 예쁘다는 소문만 나면 유부녀든 처녀든 마음대로 끌고 와 성노리개로 삼고 있다.

이전에도 오늘과 같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땐 몇 사람이 와서 항의를 하다 곤욕을 치르고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드디어 피해자 가족들이 폭발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사생결단으로 저항하다보면 결국 피 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무진이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상대로 지옥방의 내부는 조용하다. 적어도 수백 명은 될 조직원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해질녘이라 어두워 몰래 숨어드는 데는 문제가 없다.

“사형, 너무 쉬운 거 아니오?”

“입구에 신경을 쓰느라 경비가 허술한 거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이상하오.”

“후후후, 그럼 우리야 좋지. 힘도 덜 빼고.”

무진의 미소는 묘하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하다.

“운아, 방주의 처소부터 찾자. 여자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알았소.”

태민의 말에 태운은 걸음을 재촉한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장원에서 가장 밝은 건물이다.

“저긴가 봅니다.”

태운은 그 중에서도 경비 두 명이 지키고 있는 건물을 가리킨다.

“처리해라.”

“제가요?”

“그럼 내가 하리?”

“치! 꼭 이런 일만 시켜요.”

무진의 말에 태운의 입이 툭 튀어나온다.

“싫으면 하지마라. 난 실전 경험 쌓으라고 시켰는데.”

“아..아닙니다. 제가 할 게요.”

태운은 무진이 태민에게 시키기라도 할까봐 먼저 움직인다. 물론 은폐물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운이 저 놈이 원래 저렇게 단순하냐?”

“단순하다기보다 착한 편이죠.”

“사제라고 감싸는 거냐?”

“가끔씩 말을 안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착합니다. 제 눈에는.”

“후후, 너도 걱정이다. 저놈은 평생 네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전 괜찮습니다. 원래 사형은 그런 거라고 배웠으니까요.”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구나. 하하하!”

무진은 오랜만에 호쾌하게 웃는다.

“대..대협. 다 듣겠습니다.”

“내 웃음을 감지할 정도로 제대로 된 놈들이면 좋겠다.”

“그 말씀은 목소리를 차단했다는 건가요?”

“그건 됐고, 우리도 가보자. 재미난 구경을 저놈만 하면 억울하잖아?”

“재미난 구경? 가..같이 가요.”

무진이 앞서가자 태민이 황급히 뒤따른다. 그 사이 태운은 경비 두 명을 제압했다. 뒤에서 몰래 접근해서 목의 혈도를 누르자 소리도 못 지르고 쓰러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아악! 저..전 가정이 있어요. 남편이 있단 말이에요?”

“남편이 있으면 뭐해? 널 지켜주지도 못하는데.”

“저도 다음 달에 시집가요. 제발 풀어주세요.”

“누가 가지 말라던? 나랑 놀다가 시집가면 되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악! 제발!”

“시끄러! 난 내 품에 들어온 비둘기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내 말만 잘 들으면 평생 공주처럼 지낼 수 있다.”

“예에? 공주처럼 요?”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지옥방주다. 지옥방주! 내가 못하는 건 황제도 못한다.”

소녀는 공주란 말에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다.

“그러려면 일단 우리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돼야겠지?”

“예에? 그건....”

유부녀와 소녀는 두 손으로 몸을 가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옥방주는 두 여인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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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9 18.11.17 11,275 102 10쪽
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23 99 11쪽
16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9 18.11.16 12,653 114 11쪽
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7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4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4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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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79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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