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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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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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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통과세를 받는 자들 중엔 여인도 한 명 있다. 총 천연색의 화려한 옷을 입고, 전신을 주렁주렁 보석으로 치장한 누가 봐도 대갓집 딸이다. 나이도 다른 자들과 비슷한 이십대 초반으로 보인다.

“말도 마. 저 중에서 가장 악독한 년이야. 전문적으로 여자들만 골라서 골탕을 먹이는데, 자기보다 못났으면 못난 대로, 잘났으면 잘난 대로 괴롭히지. 지난번에 직접 봤는데,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더라고.”

“어느 정돈데 그래?”

“말도 마. 어디랬지? 여기서 꽤 먼 곳에 사는 제법 잘 사는 집 무남독녀였어. 아마 친척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나 봐. 이유도 없어. 그냥 자기보다 예쁘다고 빨개 벗겨서 저 똥물에 빠뜨려 버리더라고.”

“여자를 완전히 벗겨서 똥물에 빠뜨려?”

“그 정도로 끝냈다면 다행이게?”

“그러고도 또 괴롭혔어?”

“돈을 전부 다 빼앗아서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어 저기 보이는 저 기루에 넘겨버렸다네.”

“집안이 꽤 잘나간다며?”

“그럼 뭐해? 저 계집의 집안이 몇 배는 더 잘 나가는데.”

“어떤 집안인데?”

“낙향한 고관대작의 손녀래. 현령도 꼼짝 못하는 그런 집안이야.”

“안 돼!”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인이다. 방금 사내가 말한 그 고관대작의 손녀다.

“야, 양석! 뭐하는 거야? 저 거지새끼 때문에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으응! 아...알았어. 이 새끼가 진짜!”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어린 거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간다.

“어이, 거기 아저씨들!”

여인은 입구에서 뱃삯을 받고 있는 사내들을 부른다.

“예, 아가씨!”

“앞으론 저런 거지새끼들은 일절 받지 마. 다른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불평하잖아!”

“예에, 예. 알겠습니다.”

사내들은 여인의 한 마디에 쩔쩔맨다.

“나..나리!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할게요. 다섯 살 이후로 어머님을 한 번도 뵙질 못했어요. 정말 이대로 어머니를 보낼 수는 없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이렇게. 이렇게 빌게요.”

어린 거지는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로 다시 기어가서 두 손으로 빈다. 보는 사람들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로.

“호오, 그래? 제법 효자로구나. 나도 어머니가 열 살에 돌아가셔서 지금도 그립단다. 흐흐흐, 그래서 말인데 방금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했지?”

“예,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어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만약 내 신발 바닥을 핥으면 타게 해주마.”

양석이란 사내는 음흉하게 웃으며 발을 앞으로 내민다.

“호호호! 오랜만에 석이가 한 건 하네.”

조금 전엔 쫓아내라고 소리치던 여인도 장난감을 만난 듯 좋아하는 눈치다. 반면 구경꾼들은 모두 인상을 찌푸린다.

“예,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할게요. 배만 탈 수 있게 해주세요.”

어린 거지는 당장이라도 양석의 발을 핥을 기세다.

“흐흐흐! 물론이지. 니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당연히 보답을 해야지. 자, 그럼 멋지게 한 번 놀아볼까?”

양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정물 구덩이에 발을 담근다.

첨벙! 첨벙!

이제 꼬마 거지에게 발을 내밀기만 하면 된다.

“요즘 정파인들은 저런 걸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그걸 보고 무진이 태민 사형제를 비꼰다.

“저희라고 왜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서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린 지금 임무 수행중입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태민과 태운은 호란을 무당으로 데려가는 일에 집중하려고 애쓴다.

“상황을 봐가면서 정파를 하시겠다고? 개뿔! 사파도 그 따위로 행동하지 않는다.”

“나쁜 놈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런 짓을 한단 말이야?”

“아! 꼬마 거지가 정말로 핥을 모양이야.”

“아..안 돼! 저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거지가 구정물에 담근 양석의 발을 핥으려 하자 주위 사람들이 인상을 기겁하며 소리친다.

“쯧쯧, 거지같은 놈들이 거지같은 짓거리를 하네. 안녕들 하시오?”

보다 못해 무진이 나선다. 꼬마 거지가 막 구정물이 줄줄 흐르는 발을 핥으려는 순간이었다.

“뭐하는 놈이냐?”

양석은 동작을 멈추고 무진을 노려본다.

“재밌는 놀이를 하시는 것 같아서 한 수 거들려고 나왔소. 나란 놈은 원래 재밌는 놀이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말이오.”

“그래서 네놈도 내 발을 핥으려고?”

“핥다 뿐이겠소? 혹시 내가 먼저 하면 안 되겠소?”

무진은 정중하게 인사까지 한다.

“으하하하! 미친놈일세. 미쳤어. 좋다. 거지 넌 빠져라.”

“아..안됩니다. 전 배를 타야 해요. 제발!”

양석이 밀어내자 다급해진 꼬마 거지는 그의 발을 잡고 발버둥을 친다.

“에이, 씨발! 아..알았다. 알았으니까 놔라. 대신 저 놈이 먼저다.”

“분명히 약속했어요. 제게도 기회를 줘야 해요.”

“알았다니까.”

거지는 양석에게 약속을 받고서야 물러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양석은 거지를 무시하고 무진의 얼굴을 향해 발을 들어 올린다.

“자..잠깐!”

발이 입에 닿기 직전에 무진이 손을 들어 막는다.

“포기하려고 ?”

“그럴 리가요? 한 번 더 담그면 안 되겠습니까? 냄새가 죽입니다.”

“뭐야, 이 새끼. 정말 미친 거야?”

“야, 정말 강적이다. 강적!”

“저런 걸 또라이라고 하는 거지. 또라이.”

“저러다. 한 번 더 하겠다는 거 아냐?”

뒤에 있던 양석의 친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 쓰는 김에 왕창 쓴다. 자!”

양석은 발에 시궁창의 똥물을 듬뿍 묻혀 무진의 얼굴에 들이민다.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으악! 저..정말로 핥는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우욱! 마..말도 안 돼!”

무진이 혀를 내밀고 사내의 신발을 향해 내밀자 주위 사람들은 기겁한다. 심지어 꼬마 거지까지도 토할 듯이 입을 막고 있다. 일부는 눈을 감아버린다.

“잠깐!”

혀가 발에 닿기 직전 누군가가 소리친다. 이번에도 무진이다.

“또 왜?”

양석의 짜증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이것보다 더 재미난 것이 있더란 말씀이야.”

“정말? 그게 뭔데?”

“내가 평소 냄새, 그중에서도 구린 냄새를 좋아하거든.”

“그런데?”

“난 지금까지 거지 몸에서 나는 냄새가 제일 심한 줄 알았어.”

“그럼 아니란 거냐?”

“나도 그런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었어.”

“그럼?”

“몸에서 나는 냄새는 씻으면 되지만, 씻어도 안 지워지는 게 있더라고.”

“씻어도 안 지워지는 냄새도 있어?”

“나도 몰랐는데 있더라고.”

“넌 떠오르는 게 있어?”

“글쎄?”

“일단 들어보자.”

양석과 여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무진을 쳐다본다.

“궁금해? 궁금하면 닷 냥!”

무진이 손을 내민다.

“뭐라고? 이 새끼가 지금 장난 하냐?”

“내가 장난치는 걸로 보이니?”

“뭐하는 놈이냐?”

“글쎄? 그냥 시간이 남아서 유람 중인데, 네놈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교훈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 새끼가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몸에서 나는 냄새야 씻으면 되지만, 네놈들처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썩은 냄새는 어떡하지?”

“어떡하긴? 그냥 뒈지면 영영 못 맡는 거지.”

양석이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빠른 물체가 있다.

“크아악!”

양석은 무진의 왼발에 턱을 정통으로 맞고 시궁창의 한복판에 빠진다.

“우푸푸푸!”

그는 기절하기 직전에 똥물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일어선다. 하지만 이미 똥물이 목을 타고 넘어간 뒤다.

“우우욱! 콜록! 콜록! 크악!”

이때부터 무진의 몸은 움직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먹이 날아다닌다.

“이건 불법으로 통행세를 받은 값이고. 이건 사람들을 괴롭힌 값이다. 그리고 이건 부모의 힘으로 허세를 부린 죄다.”

양석의 패거리는 각자 한 방씩 맞고 나가떨어진다. 그것도 모조리 시궁창에.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무진이 아니다.

쫘악! 쫘악! 쫘악! ......

한 사람에 모두 오십 대씩 뺨을 맞는다. 그 결과 모두 얼굴 모공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이빨이 뽑혀 사방으로 흩어진다.

“개...자스윽! 네..노음이 이러고도 무사하주울 아느냐?”

“우..우리 아부찌가 가마이으을 거엇 가냐?”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쓰레기 잡놈들아!”

무진은 직접 시궁창에 들어가서 양석 패거리의 머리를 발로 누른다.

“커어억!”

“개새기가... 우우욱!”

“아아악! 콜록! 꼬르르륵!”

계집의 머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배는 더 오랫동안 똥물 속에 담겨 있다 나온다.

“지금부터 모두 옷을 벗는다. 단 하나도 남기지 말고. 실시!”

무진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양석과 그 친구들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무진이 두렵긴 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차마 벗질 못한 것이다. 그 고민을 무진이 바로 해결해준다.

“그래? 아직 덜 맞은 모양이구나.”

다시 구타가 시작된다. 맞고 똥물을 마시길 몇 번 더 하자 그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 옷을 벗는다. 심지어 여인까지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벗는다.

“모두 꺼냈냐?”

“예!”

무진은 꼬마 거지에게 놈들의 옷에서 돈을 꺼내게 했다.

“그건 모두 니꺼다.”

“예에? 정말입니까?”

“싫으면 말고.”

“아..아닙니다.”

“꼬마 거지는 수천 냥은 됨직한 돈을 모두 품속에 감춘다.”

“불만 있냐?”

“아..아닙니다.”

무진의 말에 양석 일행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때 구경꾼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금륜장의 무사들이다!”

금륜장은 양석 일행 중 홍일점인 정미령의 집이다. 아마 가까운 곳에 있는 모양이다. 황실 출신의 부하들이니 제법 잘 나가는 고수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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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23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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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6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4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4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3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79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44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41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37 186 12쪽
2 이렇게 시작되었다 - 2 +22 18.11.13 29,704 198 11쪽
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61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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