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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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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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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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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잠시 후.

동굴로 들어가자 수백 마리의 늑대들이 통로 양 옆에 도열하듯이 서서 두 사람을 맞이한다. 그 앞에 덩치가 송아지 만 한 늑대가 서서 무진을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다. 마치 군인들이 장군 앞에서 도열해서 인사를 하는 것처럼.

“자식, 어제도 봤는데 그렇게 반가워?”

무진은 대장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을 표시한다.

“끼잉, 끼잉!”

대장 늑대는 얼굴로 무진의 다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넌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또 새끼냐? 지난달에 낳은 것 같은데, 맞지? 대단하다. 대체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니? 비법을 좀 전수해주라. 에잉? 한 놈이 아니었어?”

대장 늑대의 뒤에는 두 마리의 암컷이 서 있다. 배는 다른 늑대들에 비해 부른 편이다. 임신한 게 확실하다. 그들도 무진에겐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인사한다. 그런데...

“크르르르!”

태민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무진과 함께 있는데도 이빨을 드러내며 적대감을 표시한다.

“내 친구다. 물러나라!”

무진의 한 마디에 암컷 늑대들은 꼬리를 내리며 뒤로 물러난다. 무진은 계속 안쪽으로 걸어가더니 구석의 동굴로 들어선다.

“우욱!”

뒤따르던 태민은 순간 입을 막고 인상을 찌푸린다. 피비린내 때문이다. 냄새도 냄새지만 기온이 다른 곳과는 차이가 많다. 한기를 느낄 정도로 춥다.

여긴 식량 창고다. 안쪽에는 곰과 호랑이, 그리고 소와 멧돼지는 물론이고, 노루며, 산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의 시신들도 많다. 큰 사찰의 대웅전 만 한 동굴이 거의 꽉 찰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식량이 필요한가요?”

“왜, 산짐승이 씨가 마를 것 같아서?”

“예. 이 정도 양이면 인근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변 숲에 동물들이 안 보이더냐?”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어찌된 일입니까?”

“이건 수 년 간에 걸쳐서 잡은 거다. 한 겨울의 혹한기처럼 사냥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거지. 큰 놈들은 견딜 수 있지만 새끼들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놀랍군요.”

“그래서 호랑이나 곰도 늑대를 무서워하는 거야.”

“하긴 사람도 개인으로 보면 그다지 뛰어난 동물은 아니죠. .... 가르침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 때야 태민은 무진의 의도를 깨닫는다.

“후후후, 알았다니 다행이다. 무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집단의 힘을 이기긴 어렵다. 그게 고금제일인이라 하더라도.”

무진은 고금제일인이란 말을 하면서 표정이 굳어진다.

“명심하겠습니다.”

“그건 됐고. 저 놈을 들고 가자.”

“곰을 말입니까?”

“마을에는 다친 사람들이 많고, 화재로 먹을 게 별로 없을 거야.”

“아! 알겠습니다.”

태민은 곧바로 뒤에 있는 곰을 등에 맨다. 자기 덩치의 세 배가 넘는 커다란 곰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들어올린다.

“어! 곰이 이렇게 가벼웠나? 혹시 황두백사와 청린사의 기운 때문인가? 아직 기운을 소화시키지도 못했는데....”

태민은 자신의 신체 변화에 당황한다.

“모든 걸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때론 몸으로 느껴지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아, 예!”

“돌아가자. 자...잠깐!”

무진은 태민이 대답하기 전에 소리친다.

“대장!”

그는 손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대장 늑대를 부른다.

“컹! 컹!”

“못 보던 건데... 저게 어디서 났니?”

대장 늑대는 무진의 손끝을 따라 달려가더니 작은 물체 하나를 물고 온다.

“니가 주워 왔니?”

“컹! 컹!”

대장은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앞장서라!”

“대협, 그게 무엇입니까?”

태민은 이제 무진을 대협이라 부른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오래 전에 책에서 봤을 뿐이야.”

무진이 들고 있는 건 작은 돌이다. 다른 점이라면 부드러운 것이 만지면 모양이 변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약한 것도 아니다. 무진이 힘을 줘 끊어보려 하지만 조금 늘어날 뿐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글쎄? 가보면 알겠지.”

대장 늑대는 뭐가 좋은지 동굴 속으로 신나게 달려간다.

“동굴이 이렇게 깊었나?”

“영물인가 봅니다.”

태민은 자신도 앞을 구분하지 못하는 암흑 속을 거침없이 달려가는 대장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백 년 전에도 여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예에? 그럼 백 년 전에 보셨다는 겁니까?”

태민의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대장이 백 년 전에도 있었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최소한 무진이 백 년 이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냐? 일단 물건부터 확인하자.”

무진은 대답을 피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허엇! 이..이게 뭐지?”

태민은 갑자기 변화된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린다. 한 발 앞까지만 해도 암흑천지였는데, 갑자기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밝은 곳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멈춰라!”

무진이 소리친다.

“대협! 이게 뭡니까?”

“진식이다. 움직이지 마라.”

“안쪽에 사람이 있을까요?”

“이건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그럼 누가 이렇게... 설마 영물이란 말씀입니까?”

“그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사람이 설치했을 수도 있잖습니까?”

“이건 인공적인 것이 아니다.”

“그럼?”

“영물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만든 방어막이다.”

“인간은 들어갈 수 없나요?”

“쉽진 않을 거야.”

“대장은 어떻게 들어갔을까요?”

“동물은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니까 가능하지.”

“사람은 다른가요?”

“눈으로 본 것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우선하지. 그러다 보면 자꾸 헛것이 보이고, 그게 방해물이 돼서 출입을 막는 거지.”

“대협께서도 들어갈 수 없나요?”

“나라고 별 수 있겠어? 다만 본능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뿐이야.”

무진은 선 채로 눈을 감고서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간다.

“너도 해봐라.”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하겠지. 잘못되면 진식에 갇혀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으음!”

“자신이 없으면 거기서 기다리고.”

“아..아닙니다. 해보고 싶습니다.”

“후후, 그러든지.”

“본능에 따른다는 건 어떤 겁니까?”

“눈을 감고 앞을 봐라. 그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기운들이 보일 거야. 그 사이를 들어오면 된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뿌옇게 보이는 겁니까?”

“정신을 집중해라. 아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내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해라. 그럼 좀 더 뚜렷하게 보일 테니까.”

“으음! 집중이 아니라 편해야 한다? 으음! 뭔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보인다기보다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요?”

“그 정도면 입문은 한 거다. 조심스럽게 한 발을 움직여 봐라. .... 어때?”

“거미줄인데 푸른빛을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혼자 해보겠습니다.”

“위험할 텐데?”

“괜찮습니... 우웃!”

태민은 무리하게 움직이다 그만 푸른빛의 막에 어깨를 부딪친다.

찌이익!

옷은 바로 타버리고, 살갗은 하얗게 변한다.

“잡생각은 버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라. 고통도, 불안함도, 궁금증까지도 잊어야 한다.”

“으음!”

십여 장을 이동하는 사이 태민은 열 번도 넘는 고비를 넘긴다. 어떤 때는 몸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밖에 없어서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통과한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 그물은 생물과도 같다. 다른 생명체가 자기를 받아들이면 자기도 다른 생명체를 받아들인다. 다 왔다.”

“헛!”

눈을 뜬 태민은 깜짝 놀란다.

“제가 헛것을 본 겁니까?”

“니가 아니라 마음이 헛것을 본 거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영물이기에 이런 방어막을 만든 걸까요?”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봐라.”

“어디에 있죠? 가까이 있...나요? 허억!”

뭘 봤는지 태민은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찍으며 뒤로 넘어진다.

“쯧쯧, 모자란 놈. 어째 늑대보다 더 겁이 많니?”

“컹! 컹!”

옆에 있던 대장 늑대가 맞장구를 치듯이 짖어댄다.

“저..저게 뭡니까?”

태민의 눈에 비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엄청나게 큰 동굴과 다른 하나는 그보단 조금 더 작지만 역시 어마어마하게 큰 동물의 뼈다.

“뱀도 아니고, 공룡도 아니고, 도마뱀도 아닌 것이... 뭘까요?”

“나도 처음 보는 거다. 알 수 있는 건 실존했던 동물이라는 거다.”

“그럼 그건 저 놈의 내단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태민은 무진이 쥐고 있는 물체를 보며 말한다.

“그것도 알 수 없다. 다만 여기로 들어오는 내내 이놈이 보인 반응을 보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 저길 봐라.

“뼈가 점점 더 밝아지네요. 집 떠난 아기가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아기라....”

무진은 아기란 말에 눈을 반짝인다.

“혹시 알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글쎄? 반응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뼈의 크기에 비해선 너무 작아서 말이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넌 어떻게 하고 싶니?”

“알이라고 한다면 그냥 두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라면?”

“으음! 그래도 두고 갔으면 합니다.”

“후후, 탐나지 않니?”

“왜 욕심이 안 나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저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게 들어왔을 때 뼈가 보인 반응을 보면 둘은 떨어져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제법이군. 좋다. 네 뜻대로 하자.”

“어쩌면 인간사에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기연인데,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내가 가지면 욕심쟁이라고 놀리려고?”

“그게 아니라... 그걸 자신의 걸로 만들 수만 있다면 엄청난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럼 니가 가지든가?”

“아..아닙니다. 저도 제 분수를 알고 있습니다.”

“좋다. 그럼 니가 저기 두고 오너라.”

무진이 거대한 동물 뼈의 다리 밑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돌을 깎아 만든 평평한 연단이 있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거죠?”

“난 내 인생도 감당하기 힘들다. 지금에 와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 생각이 없다. 받아라!”

무진은 들고 있던 작은 물체를 태민에게 던진다.

“후후, 정말 가지고 싶네요. 그래도 안 되겠죠?”

“지금도 늦진 않았다.”

“후후, 괜찮습니다. ..... 자, 이젠 엄마 품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태민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뼈의 다리 밑으로 들어간다.

“잠시 나마 아기가 네 곁을 떠나게 해서 미안하구나.”

태민은 알인지, 내단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한 물체를 연단 위에 올려놓는다. 순간 연단이 크게 흔들리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두르르르르르....륵!

뼈가 발산하던 맑고 투명한 기운이 연단 위의 물체에 집중되더니 그대로 태민의 몸을 관통해버린다.

“으아악!”

그는 그대로 무진을 향해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다. 정신을 잃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린놈이 복도 많네. 한 방에 황두백사와 청린사의 기운이 모두 흡수되었다. 기연이란 이런 거지.”

“끄으응!”

태민은 금방 정신을 차린다.

“견딜 만 해?”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긴? 먼저 단전부터 확인해봐라.”

“단전을 요?”

태민은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한다. 하지만 그대로 자리에서 튀어 오른다.

“도..독기가 사라졌습니다.”

“멍청한 놈! 사라진 게 아니라 모두 네 것이 된 거야.”

“황두백사와 청린사의 독기를 요?”

“아닌 것 같니?”

‘으음! 사실이다. 단전이 빈 것이 아니라 꽉 찬 상태다. 나 참!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대체 이 동물의 정체가 뭘까?’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 말고 가자. 가볼 데가 있다.”

“예에? 예.”

무진이 발걸음을 옮기자 태민도 뒤따른다. 두 사람은 보호막을 빠져나가면서도 동물의 뼈를 계속해서 지켜본다. 뼈는 마치 엄마가 아기를 보살피듯 맑고 투명한 기운으로 물체를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황홀한지 두 사람은 눈을 떼지 못한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들어올 때와는 달리 나갈 때는 보호막이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뼈는 두 사람과 대장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지 기운을 모두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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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9 18.11.17 11,265 102 10쪽
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12 99 11쪽
16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9 18.11.16 12,643 114 11쪽
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87 115 15쪽
»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5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896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86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42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24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14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52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67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78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28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25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15 186 12쪽
2 이렇게 시작되었다 - 2 +22 18.11.13 29,680 198 11쪽
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30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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