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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연재수 :
5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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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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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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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히히히! 딱 걸렸어.”

사내는 토끼잡이 덫을 설치하고는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방금 제법 큰 토끼 한 마리가 덫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줄만 당기면 토끼는 갇히게 된다. 근데 줄을 당기기 직전 토끼다 다시 나온다. 완전히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이..이런! 또야? 벌써 몇 번째야!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그렇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사내는 토끼를 여러 번 놓친 모양이다. 이때 뒤에서 부스럭! 하며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꽤 익숙한데...”

그는 주위를 살피다 뭔가를 확인하곤 입이 찢어질 듯 좋아한다.

“후후후, 이래서 굶어 죽으란 법은 없다고 하는 거군.”

푸르르륵! 푸륵!

멧돼지다. 놈도 사내를 알아차렸는지 콧소리를 내며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다.

“오너라! 성의를 봐서 편안하게 보내주마. 흐흐흐!”

사내는 손을 흔들며 멧돼지를 약 올린다.

“오늘은 황토를 발라서 구워 먹을까? 아니지. 아니야. 야성적인 것도 좋지만 이젠 좀 품위 있게 먹어보자. 히히히! 지난번에 만든 화로에 구워먹는 거야. 흐흐흐,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것이 쫄깃하고 바삭하게.... 이야! 죽인다. 생각만 해도 침이 절로 넘어가네.”

황당한 건 멧돼지는 뒤쪽에 있는데 사내는 계속 등을 지고서 말을 한다는 점이다. 이 상태에서 멧돼지가 달려들면 가장 위험한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다.

“자식, 너무 긴장하지 마라. 고기 맛 떨어진다. 소금은 가져왔지?”

사내는 품속을 뒤져서 대나무로 만든 작은 통을 꺼낸다. 소금통인 모양이다.

우두두두두...!

그 사이 멧돼지가 전력을 다해서 달려든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덩치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흐흐흐! 저 정도면 이, 삼일은 너끈히 먹겠다. 다음엔 화덕을 좀 더 큰 놈으로 만들어야지.”

멧돼지는 불과 다섯 걸음 앞까지 다가왔다. 덩치가 거의 송아지만 하다. 입에 난 뿔도 거의 한 뼘 가량 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정도이다.

퍼벅!

“꽤에에엑!”

둔탁한 소리와 함께 멧돼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간다.

퍼억!

하필이면 날아간 곳이 창처럼 뾰족하게 생긴 바위의 모서리 부분이다.

“케엑!”

송아지만 한 멧돼지가 마치 꼬치처럼 바위에 박혀 즉사한 것이다.

“다행이다. 나무에 부딪혀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했으면 내 맘이 아팠을 텐데....”

사내는 바위에서 멧돼지를 빼내면서 허무맹랑한 말을 한다.

“후후후, 마지막 순간에 피하다니, 대단한 놈이었어. 아니지. 놈이 피했다는 건 내 동작이 뭔가 어색했다는 건데, 다리 동작이 매끄럽지 못했나?”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멧돼지가 당한 건 순전히 방심했기 때문이다. 사내가 등지고 있어서 피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 문제였다.

반대로 사내는 함정을 팠다. 자신이 무방비 상태로 있으면 멧돼지가 마음 놓고 공격할 것을 예상했고, 그게 그대로 적중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단 한 방에 송아지만 한 멧돼지를 잡을 순 없다.

멧돼지가 자신과 부딪혔을 때도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팔이 뒤로 움직여서 멧돼지의 코를 정확하게 가격했을 뿐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그런 동작을 할 수 없다. 어깨, 팔꿈치, 팔목 등 오른팔과 연결된 관절들이 모두 반대 방향으로 꺾여야만 가능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흐흐흐, 화덕 개통 기념으론 꽤 괜찮은 놈이야. 최대한 맛있게 요리해서 배불리 먹어보자.”

사내는 멧돼지를 짊어지더니 집으로 내려온다.

잠시 후, 그는 집 뒤뜰에 설치된 커다란 화덕에 멧돼지를 집어넣는다.

“니미,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안타깝게도 멧돼지는 덩치가 커서 한꺼번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배를 갈라서 반만 억지로 밀어 넣는다.

“히히히! 이제 불만 피우면 되는 거지? 흠! 흠! 잠깐! 이게 무슨 냄새지?”

그는 갑자기 코를 벌름거리며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그거 참, 희한하네. 요즘은 불을 피우기도 전에 고기 타는 냄새가 나나?”

그는 계속해서 냄새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어라? 저긴 마을이잖아? 무슨 연기가 저렇게 많이 나지? 잔치라도 벌이나? 아님 전염병이라도 났나? 그것도 아니면 혹시? 어떤 개새끼들이 감히 내 구역에서 칼춤을 추는 거야!”

그는 곧바로 양손으로 멧돼지를 들더니 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저러다간 마을 전체가 불바다가 되겠다. 대체 촌장 영감탱이는 뭘 하는 거야?”

약 이십여 장 달리자 마을이 불타는 모습이 보인다.

“저..저긴 명수네 집인데? 미친 새끼! 이 더운 여름에 불장난이 뭐냐?”

사내는 들고 있던 멧돼지를 머리에 이고 달려간다.

두두두두두....!

몸은 무겁지만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 빠르게 달린다.


다시 월계 마을이다.

“대사형! 사숙이 위험합니다!”

“아..알았다. 그쪽은 내가 맡을 테니, 저놈을 막아라. 우웃!”

싸움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무당의 제자들은 이미 전신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지옥방의 무사들 중에 고수는 별로 없지만, 수적으로 워낙 열세인 데다 부상당한 노인을 지키느라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한 탓이다.

그나마 여인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대사형! 사..사숙이!”

무당의 무사들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화살이 날아와 노인의 가슴을 관통한 것이다.

“사숙!”

대사형이란 자가 몸을 날려서 노인의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그보다 지옥방의 무사들이 더 빠르다.

“대사형! 뒤쪽입니다.”

이미 지옥방 무사들의 검이 노인과 대사형의 몸을 파고들고 있다.

“끄아아악!”

“케엑!”

연속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대사형이나 노인의 목소리는 아니다.

“누..누님!”

그들의 옆에는 여인이 서 있다. 그녀의 검에 지옥방 무사 두 명의 목이 달아난 것이다.

“조심해요. 저들은 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약물에 취해 있는 게 분명해요.”

그 말만 남기고 여인은 다른 곳으로 몸을 날린다.

“누님이 원래 고수였소?”

“나도 몰랐다.”

어쩌면 살아날 수 있을 것도 같소.

“글쎄, 쉽진 않을 것 같구나.”

대사형의 표정이 어둡다. 그 이유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이다. 지옥방의 총관과 무사들은 무당 제자들을 공격하는 대신 마을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살해하고 있다.

순식간에 십여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대부분이 어린아이와 노인들이다.

“사형! 결단을 해야 합니다. 이러다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습니다.”

“어떻게 하란 말이냐?”

“우리가 마을을 빠져나가면 놈들도 따라올 거요.”

“좋다. 내가 치고 나갈 테니, 사숙은 니가 맡아라.”

“알았소.”

“누님!”

“선두는 제가 맡을 게요. 자, 그럼 출발합니다.”

여인을 선두로 무당의 제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보다 지옥방의 총관이 한 발 앞선다.

“계집을 잡는 자는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두 가지?”

“총관 어른, 그게 뭡니까?”

지옥방의 무사들은 총관의 말에 관심을 보인다.

“황금 오백 냥과 소방주가 될 수 있는 자격!”

“황금 오백 냥이라고?”

“야! 그 돈이면 부자소린 못 들어도 자식새끼들은 배불리 먹일 수 있겠다.”

“병신아, 그게 문제냐? 소방주가 될 수 있는 기회란 말이야. 소방주!”

“맞다. 소방주는 방주가 될 수 있는 자리야. 방주가 아들이 없기 때문에 방주가 죽으면 자리를 물려받는 거야.”

순간 지옥방의 무사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한다. 황금 오백 냥도 큰돈이지만, 소방주란 말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방주는 자식이 없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후계자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주가 될 기회를 주겠다는 건 설사 소방주가 되진 못하더라고 출셋길이 보장된다는 걸 의미한다.

“총관님, 소방주란 말이 정말인가요?”

“그건 방주님이 내게 주신 권한이다.”

“그럼 믿어도 되겠군요.”

“당연하지.”

총관이 다시 확인을 하자 지옥방 무사들은 모두 눈이 뒤집혀서 달려든다.

“계집을 잡아라!”

“소방주는 내 몫이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선 안 된다.”

“크악!”

지옥방의 무사들이 물밀 듯이 몰려들어와 순식간에 무당 제자 한 명이 쓰러진다. 옆구리에선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태원아! 우욱!”

대사형이 달려가려 하지만 지옥방의 무사들 때문에 접근조차 못 한다.

“운아! 원이를 데리고 뒤로 물러나라! 어서!”

“예!”

이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세 명에 불과하다. 대사형과 태운, 그리고 여인이다. 그나마 버티는 것은 여인의 실력 덕분이다. 이미 여러 곳을 다쳤지만, 몸이 날렵하고 검이 날카로워서 지옥방 무사들도 접근을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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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4 +9 18.11.18 10,949 95 12쪽
18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9 18.11.17 11,275 102 10쪽
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23 99 11쪽
16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9 18.11.16 12,653 114 11쪽
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6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4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4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3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79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45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41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37 1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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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61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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