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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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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11.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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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황두백사(黃頭白蛇)는 백사가 오천 년의 세월을 살아남아 머리가 노란빛으로 물든 것이다. 각종 의서(醫書)에 기록은 남아 있으나 실물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른다.

그건 청린사(靑鱗蛇)도 마찬가지다. 독성이 강한 살모사가 삼천 년이 지나면 머리가 커지고 비늘이 점차 푸른빛을 띠게 된다. 그렇게 오천 년 정도가 지나면 전신이 푸르게 변하고 몸이 짧아진다.

황두백사에 비해 청린사는 인세(人世)에 딱 한 번 나타난 적이 있다. 진시황이 영생을 얻기 위해 중원 전체를 발칵 뒤집어서 찾아낸 영약 중에 하나였다. 근데 안타깝게도 복용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전해진다. 먹는 법을 몰라서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청린사를 얻기 위해서 무려 오백여 명의 땅꾼들이 죽었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물론이고, 황실의 어의도 열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저런 걸 맨손으로 잡다니... 복종하는 건가?”

태민의 눈에는 뱀들이 무진에게 순종하는 듯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선 사람의 힘으로 그들을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진은 황두백사는 쥐를 담았던 주머니에 넣어 태민에게 건넨다.

“잘 고아서 계집에게 먹여라.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니까.”

“이걸 말입니까?”

“독성이 강하지만 손으로 만지지만 않으면 된다. 끓이는 법은 명수가 아니까 걱정 말고.”

“아, 예!”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진다. 갑자기 청린사를 입으로 가져가더니 씹어 먹는 것이다.

“아악! 안 됩니다!”

태민은 비명을 지르며 무진을 향해서 달려간다.

우드득! 우드득!

무진은 뱀을 뼈 채로 씹어서 먹는다.

“너도 먹을래? 한 입 줄까?”

“아...아닙니다. 헌데 어떻게....”

멀쩡하냐는 말이다.

“후후, 설마 날 걱정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청린사가 워낙 무서운 독물이라서.”

“걱정마라. 난 아직 죽을 때가 멀었으니까.”

‘으음! 하긴 손으로 만져도 괜찮은 걸 보면 먹을 수도 있을 거야.’

무진은 순식간에 청린사를 먹어치운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난 이놈들에게 워낙 많이 물려서 내성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놈들이 오히려 날 무서워하지.”

“혹시 만독불침의 경지에 올랐습니까?”

“만독불침은 무슨? 그냥 독에 좀 강한 체질이라고 생각해라. 자, 그만 가자. 오늘 일정이 빠듯하다.”

무진은 소매로 입술을 훔치곤 발걸음을 옮긴다.



“우욱!”

태민은 무진을 따라서 계곡으로 들어서다 그 자리에 쓰러진다.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린다. 중독증상이다. 황두백사가 든 주머니를 만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쯧쯧, 젊은 놈이 이렇게 약해서 어디에 써먹을까? 하긴 요즘 무당 놈들이 하는 꼴을 보면 제자들에게 용독술(用毒術)을 가르쳤을 리가 없지.”

“다..다른 건 다 받아들일 수 있지만 무당을 모욕한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절대로! 우욱!”

“태민은 피를 토하면서도 똑바로 무진을 노려본다.”

“후후후! 썩어도 준치란 말이지. 좋다. 네놈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먹어라!”

무진은 품속에서 작은 물체를 꺼내더니 태민에게 먹인다.

“우..우욱! 이..이게 뭡니까? 커어억!”

물체를 강제로 먹이자 곧바로 반응을 보인다. 얼굴은 검게 변하고, 눈빛은 붉게 타오른다.

“으으으윽! 대..대체 뭘 먹인 겁니까? 콜록! 콜록!”

태민은 기침을 하며 다시 검은 피를 토한다.

“멍청한 놈, 그럴 힘이 있으면 운기조식으로 독기를 받아들여라.”

“우우욱! 독기를 받아들이라뇨? 절 죽일 생각이십니까?”

“너 하나 죽이자고 청린사의 내단을 먹이겠냐?”

“처..청린사의 내단이란 말입니까?”

청린사의 내단이란 말에 태민은 깜짝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청린사의 내단은 청린사보다 훨씬 더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짓말 같니?”

‘청린사의 내단은 만 년이 지나야 생긴다고 했는데....’

“어린놈이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 니 말이 맞다. 나도 먹고 나서야 알았다.”

무진은 청린사를 먹다가 내단을 확인하곤 따로 보관한 모양이다.

“그럼 전 정말 죽겠군요.”

“멍청한 놈, 그럴 거면 ‘뱀의 성’에 던져버리지 뭐 하러 내단을 낭비해?”

“그건 그렇지만, 청린사의 내단을 먹고 어떻게 살아남기를 바라겠습니까?”

“죽는다는 놈이 갈수록 말이 많아지네. 요즘은 중독되면 수다꾼이 되나 보지?”

“예에?”

‘정말이다. 어떻게 된 거지. 황두백사와 청린사의 독 중 하나만 해도 벌써 독이 심장으로 퍼졌을 텐데, 멀쩡하다.’

“이유가 궁금하냐?”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독치독(以毒治毒)이다.”

“이독치독이면 황두백사와 청린사의 독이 서로 충돌하면서 제 몸을 보호하고 있다는 겁니까?”

“후후, 영 띨한 놈은 아니네.”

“그렇다고 살 수 있는 건 아닐 테죠?”

“후후, 살고 싶긴 해?”

“당연하지 않습니까? 전 호란 누님을 무당까지 모셔가야 합니다.”

“이름이 호란이냐?”

“예. 장문인의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 누님의 안위가 무림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른답니다.”

“계집의 안위가 무림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래서 너도 살아야 한다는 거고.”

“핑계 같지만 그렇습니다.”

“후후후, 그거 재밌군. 어린놈이 살려달라는데 외면할 수도 없고. 좋다. 일단 내력으로 두 개의 기운을 단전에 모아둬라.”

“그럼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 네놈이 두 기운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너와 접촉하는 사람마다 중독될 테니까.”

“으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태민은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간다.

우우우웅!

일각 정도가 지나자 내력이 전신을 보호하듯 움직인다.

“제법이네. 무공 실력에 비해서 정심한 내력을 지녔어. 저 정도 내력이면 두 단계 정도는 더 높은 초식을 익혀야 하거늘. 어떤 놈이 사분지 걱정된다. 걱정 돼.”

무진의 말대로 태민은 두 기운을 단전에 모으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휴우! 다행이다. 무당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두 기운을 단전에 모으는 데는 성공한다. 하지만 모은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태민의 상태가 더 나빠진다.

‘우우욱! 어쩐지 너무 쉽게 끝난다 싶더니... 몸이 터질 것 같다. 으아아악!’

두 기운이 충돌하면서 단전은 물론 전신이 폭발 직전의 상태이다. 한 번은 황두백사의 기운이 전신을 지배하고, 이어서 청린사의 기운이 몸을 휘감으며 사방으로 독을 뿜어댄다. 그 과정에서 옷이 모두 타버린다. 졸지에 태민은 벌거숭이가 된다.

“아무래도 혼자선 무리겠지?”

무진은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뚜껑을 연다.

파라라라라랑....!

금빛 물결이 숲속을 천천히 물들이며 황두백사와 청린사의 독기를 밀어낸다. 금침이다. 그것도 보통 금침이 아니다. 독을 몰아내는 특수 물질을 품은 금침이다.

파팟!

무진은 금침을 태민의 양 손등에 꽂는다. 그러자 금침은 순식간에 몸속으로 사라진다. 이때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후후, 내가 만들었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씀이야. 차라리 이쪽 계통으로 나가버릴까?”

금침은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왼손으론 황두백사의 기운을, 오른손으론 청린사의 기운을 같이 빨아들인다. 그 모습이 모두 훤하게 드러난다.

이 순간 태민의 몸은 속까지 투명하게 보인다. 금침은 각자 독기를 이끌고 이동하면서 조금씩 크기가 줄어든다. 급기야 단전에 이르자 완전히 사라진다.

“내 말을 잘 들어라. 금침이 단전을 보호하는 건 일 년이다. 그 안에 두 기운을 네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만독불침은 아니라도 백독불침, 천독불침의 경지에는 오를 것이다.”

“휴우! 쉽진 않겠지요?”

“당연하지.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후, 최선을 다한다? 그 말을 잊지 말기 바란다. 가자! 많이 늦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후후! 넌 나이가 비슷한 나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

“저도 대협이 저보다 무림 선배란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반로환동(返老還童)의 경지에 오른 건가요?”

“그건 두고 보면 알 테고, 가자!”

“예.”

두 사람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 목적지는 가깝다. 계곡으로 접어들자 금방 나타난다. 다른 곳은 나무가 우거진데 여긴 황무지가 연상 될 정도로 황폐하다. 나무도 거의 없고, 크든 작든 생명체라곤 보이지 않는다.

‘뭐지? 깊은 산중에 사막과 같은 분위기는.... 호..혹시?’

원래 불길한 건 잘 맞는 법이다. 무진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방에서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우우우...우!

늑대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수십, 수백의 늑대들이 한꺼번에 울어대자 계곡 전체가 귀가 멍멍할 정도로 울린다. 태민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걸음을 늦춘다.

“늑대굴이란 걸 알면서도 들어가시는 겁니까?”

“늑대굴엔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

“정말 모르십니까? 여긴 곰과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도 못 들어갑니다.”

“난 매일 들어가는데?”

“예에?”

“여긴 내 친구 집이야. 넌 친구 집을 무서워서 못 들어가니?”

“그건 아니지만... 늑대들이 친구란 말씀인가요?”

“친구이자 내 부하들이지. 지금부터 놈들의 영역이다.”

무진이 늑대굴의 입구를 지나자 사방이 조용하다. 늑대들도 무진을 알아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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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7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5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5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3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80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45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41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37 186 12쪽
2 이렇게 시작되었다 - 2 +22 18.11.13 29,704 198 11쪽
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61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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