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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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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11.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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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허어억!”

20대 중반의 사내가 자리에서 튕겨 오르며 잠에서 깨어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명상에서 깨어난 것이다.

“니기미! 또 개꿈이야? 대체 무슨 놈의 꿈이 200년 동안 똑 같냐? 그것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신에는 식은땀이 비가 오듯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때 그냥 죽을 것이지. 살아남아서 이렇게 골탕을 먹이고 지랄이야? 이러다 정말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넘기며 투덜댄다. 머리카락을 정돈하자 제법 그럴싸한 얼굴이 나타난다. 전체 분위기와는 달리 얼굴은 상당히 점잖은 귀공자의 느낌이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분명 내력은 모두 잃었는데 무형지독은 저절로 치유되고, 나이까지 거꾸로 먹었다. 동자공(童子功)을 익힌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서 지난 세월을 회상한다.

“200하고도 50년이 더 지났다. 더 이상 나이를 세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고, 상처가 나지 않았으니 피를 흘려본 적도 없으며, 병이라곤 한 번도 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단전엔 단 한 줌의 기운도 남아 있지 않다. 이유가 뭘까?”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소릴 지르며 화를 낸다.

“에이, 씨발! 그냥 되는 대로 살자. 아니지, 아니야. 내가 왜 그걸 생각 못했지? 이런 걸 두고 ‘버리니까 새로운 걸 얻는다.’고 하는 거야. 버리니까 얻는다? 그거 말 되네. 내 몸은 일반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럼 생각도 다르게 해야 한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서 다시 명상에 든다.



“으랏차차차!”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산 중턱의 깊은 숲속을 가득 메운다.

“막내야! 너 오늘도 아침 굶었구나. 그러게 형아가 일찍 일어나라고 했잖아? 쯧쯧, 어린놈이 게을러 터져가지고 어떻게 먹고 살래?”

자그마한 통나무집의 방문이 열리며 20대 중반의 사내가 나온다. 그는 새들을 향해서 중얼댄다.

“짹! 짹! 짹!”

“형이나 일찍 일어나라고? 자식이! 난 원래 아침은 안 먹으니까 늦잠 자도 괜찮아. 그리고 이 형님을 어떻게 너랑 비교 하니? 나는 말이다. 밤새 명상을 하느라 한 숨도 못 잤거든. 그런데도 수련을 위해서 다시 일어났단 말씀이야. 알았어? 형님은 그런 사람이야.”

사내는 집 앞 나무에 걸터앉아 새들과 재잘대며 대화를 한다. 몰골이 꾀죄죄한 것이 영 볼품이 없는 사람이다. 키도 보통이고, 덩치도 그리 크지 않다.

다만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제법 봐줄만 하다. 잘만 꾸미면 그렇게 보기가 흉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제법 잘 생긴 얼굴이다. 그에 비해 입은 거칠고,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씨발! 무슨 놈의 무공이 1년 지나도 진도가 안 나가냐?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잘나가다 꼭 마지막에 넘어진단 말씀이야. 중심은 또 왜 안 잡혀?”

사내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다. 수련을 하자니 짜증이 난 모양이다.

“니미! 퇘엣!"

그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신발을 신는다.

“이제 이것도 양을 좀 늘려야겠다.”

집 앞마당에는 주먹만 한 돌들이 지붕 높이만큼 쌓여 있다. 그것도 부족한지 더 늘리려 한다.

“나이 탓인지 이젠 준비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뻑뻑하단 말씀이야. 헛! 어이! 이얍!”

그의 몸 푸는 방법은 독특하다. 아니, 위험하기까지 하다. 관절을 모두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보통 사람이 이렇게 하면 바로 의원 신세를 져야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시원한지 개운한 표정이다.

“아, 좋다. 그럼 한 번 놀아볼까?”

그는 오른손으로 돌멩이를 집어 공중으로 던진다.

휘이이익...!

한꺼번에 다섯 개의 돌멩이가 공중에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파파파파팟!

그걸 오른쪽 발등으로 연속으로 가격하자 화살처럼 한 쪽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빠르진 않다. 하지만 상당히 멀리 날아간다. 무려 30여 장 앞에는 집채 만 한 바위가 있다. 돌멩이는 그 중앙을 정확하게 맞춘다.

“후후! 처음치곤 제법 괜찮네.”

여기서 핵심은 작은 돌멩이를 30여장 가량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벼워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가볍기 때문에 멀리 보내기가 어렵다. 더구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

그 정도 속도면 채 10장도 보내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30장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맞췄다. 다섯 개 모두를 바위의 정중앙에.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다시 몸을 풀더니 돌들을 집어 든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나?”

그는 연이어 다섯 개의 돌을 공중으로 던진 다음 이번에는 왼발로 똑같은 동작을 한다.

“제비돌기!”

마치 제비가 물 위를 날아오른 것처럼 회전한다.

타타타타탁! 쉐에에엑....! 파파파파팟!

이번에도 바위에 박힌다. 돌들은 모두 조금 전에 박힌 돌 위를 정확하게 파고든다. 이렇게 수십 번을 연속으로 한다.

놀랍게도 이런 수련을 하고도 양쪽 발등은 멀쩡하다. 보통 사람은 물론이고, 내공이 깊은 무림인도 계란 만 한 돌멩이를 발로 차면 견디기 힘들다. 잘못하면 발등의 뼈가 부서질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사내는 내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발장난은 이 정도면 됐고, 손장난을 한 번 해볼까?”

통나무집의 옆쪽으로 가자 엉성하게 만든 화살들이 담벼락 높이만큼 쌓여 있다.

“고놈들 참.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생겼네.”

모두 나뭇가지로 만들어 반듯하기는커녕 대부분 구부러지고 휘어져 있다. 화살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걸 사용하면 화살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궁사들은 화살을 쏘기 전에 각별히 살핀다.

“자, 신나게 한 번 놀아보자. 간다! 타핫!”

사내는 먼저 돌멩이 하나를 발로 차서 20여장 정도 떨어진 거목을 맞춘다.

따악! 휘리리리링....!

충격으로 거목에서 수십 개의 낙엽이 떨어진다.

핑! 핑! 핑! ....

동시에 사내는 화살을 쏘기 시작한다. 낙엽들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무려 삼십 개의 화살이 날아간다. 휘어진 화살이 날아가더니 회전하면서 각자 한 개의 낙엽을 맞춘다.

정작 놀라운 것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화살이 모두 한 군데로 날아가 꽂힌다는 것이다.

파파파파팟....!

20여장 떨어진 거목(巨木)의 중앙에 화살이 모두 정확하게 꽂힌다. 이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연습의 결과물이다.

그건 활을 쥔 그의 손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화살의 날개를 고정시키고, 각도를 조정하는 손가락은 거의 전체가 굳은살이다.

“어젠 조금 불안하더니 오늘은 시작이 괜찮네. 그럼 강도를 조금 더 높여볼까?”

이번엔 돌멩이를 두 개 날려서 더 많은 낙엽을 떨어뜨린다.

파라라라라랑....!

“갈 때까지 가보자!”

그는 한 번에 두 개의 화살을 날린다.

핑핑핑핑핑.....!

그렇게 팔십 개의 화살을 날린다. 당연히 모두 맞춘다.

“쯧쯧쯧! 적어도 백 개는 넘겨야 하는데, 다시 간다! 차앗!”

이렇게 사내는 거의 세 시진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반복해서 계속 수련한다. 그 사이 돌탑과 화살은 바닥을 드러내고, 수련도 멈춘다.

이게 끝은 아니다. 이번에는 뒷마당으로 가더니 중앙에 선다. 바로 앞에는 수백 개의 발자국이 그려져 있다. 아마 보법이나 신법을 익힐 모양이다.

“요놈이 문제란 말씀이야. 오늘은 몸 상태도 좋으니 기대를 한 번 해보자. 이엽!”

그는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아무리 빨라도 워낙 발자국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바퀴를 돈다. 이번에도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계속 반복한다.

문제는 마지막 동작에서 생긴다. 열 바퀴째를 돌 때이다.

“어어엇!”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는 바닥을 구른다. 마지막 순간에 왼발이 오른발에 걸린 것이다.

“니미! 한 번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네. 아무리 내력이 없다지만, 정말 너무하다. 너무 해! 이 정도 했으면 이제 좀 봐줄 때도 되지 않았어?”

사내는 투덜대며 일어선다.

“그나저나 이 자식은 어디 간 거야? 야, 곰돌아!”

그는 훈련을 마칠 생각인지 누군가를 부른다.

“그래, 한 번 불러서는 안 온단 말이지? 너 계속 그렇게 게기면 나도 안 놀아준다. 늑대굴에도 안 데리고 가고, 연어잡이도 혼자 하게 한다.”

“끄아아앙!”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리서 거대한 곰 한 마리가 달려온다. 말이 곰이지 덩치가 거의 코끼리만 하다.

“후후후, 안 놀아주면 지만 손해지 뭐. 이 산중에서 누가 지놈이랑 놀아 주겠어?”

“끄아앙! 까앙!”

곰은 사내의 말에 제법 반항한다. 두 팔로 가슴을 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지난 백 년 동안 나 말고 너하고 놀아준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카악! 끄아앙!”

“이놈아, 니 마누라나 새끼가 죽은 게 언젠데? 백년 하고도 십 년이 더 지났다.”

“끼이이잉!”

그 말에 곰돌이는 고개를 숙인다.

“너 또 짱 박혀 잤지?”

“꺄아앙앙!”

“아니라고? 이 새끼가 지금 누굴 속이려는 거야? 자..잠깐!”

사내는 말을 멈추고, 곰에게서 냄새를 맡는다.

“킁! 킁! 어라? 이거 수상한데? 너 지금 응응하고 왔지? 그치?”

“끼이이잉!”

그 말에 곰이 몸을 배배꼰다.

“흐흐흐! 어느 놈은 200년이 넘도록 응응은 고사하고 계집 냄새도 못 맡아봤는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은 하루가 멀다고 청춘사업을 하신다? 그건 니가 힘이 남아돈다는 말인데.... 간다!”

사내는 곧바로 곰을 향해 몸을 날린다. 곰은 덩치가 자신의 반의반도 안 되는 사내가 달려드는 데도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

꽈아앙!

“깨에엥!”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곰이 뒤로 튕겨 나간다. 그렇게 시작된 일방적인 싸움은 거의 한 시진 동안 계속된다. 싸운다기보다 일방적인 구타다. 그것도 곰이 기절을 한 다음에야 멈춘다.

꼬르륵!

“해도 해도 너무한다. 무려 200년 하고도 50년을 더 지났다. 그런데도 단 한 끼를 쉬는 법이 없냐?”

얼굴은 분명 20대인데, 사내는 200년 이상을 산 사람처럼 말한다. 배가 고프다는 말이다. 그는 일단 수련을 중단하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많이도 처먹었네. 처먹었어. 어떻게 30인분의 음식을 이틀 만에 다 해치우니? 아무리 내 배지만 존경스럽다. 존경스러워. 괜한 짓을 했어. 안 먹어도 되는데,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먹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사내는 투덜대며 밖으로 나오더니 산으로 향한다. 사냥이라도 할 모양이다. 그의 말대로 처음 백년 정도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마을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먹는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대식가가 되었다. 덩치는 보통인데 먹는 양은 마을 사람들의 다섯 배가 넘는다. 작심을 하면 한 끼에 개 한 마리는 너끈히 먹어치운다.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갔을 때 토끼라도 한 놈 잡아 오는 건데.”

그는 계속 중얼대며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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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7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5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5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3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80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45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41 183 10쪽
»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38 1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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