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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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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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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글자
11쪽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이놈들아, 탐색은 서로에 대해서 모를 때나 하는 거야. 일주일이나 같이 지내면서 더 살필 것이 있더냐?”

무진이 소리치자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먼저 움직인 건 태운이다. 발로 명수의 다리를 공격한다.

“이크! 태극권이군요.”

명수가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태극권의 특징이 무엇이냐?”

무진은 시선은 비무장에 두고서 태민에게 묻는다.

“부드럽고,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며, 체력 소모를 줄여 장시간 싸울 수 있습니다.”

“후후, 무당에선 그렇게 가르치더냐?”

“잘못됐나요?”

“태극권의 진수를 모르는 놈들은 그렇게 말하곤 하지.”

“대협이 생각하는 진수는 뭔가요?”

“상대의 기운을 읽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거지.”

“상대의 기운을 어떻게 읽어요?”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상대방의 힘을 이용한다고.”

“그랬죠. 하지만.... 아, 그 말이군요. 상대의 힘을 이용하려면 그 힘의 종류와 크기, 그리고 움직임을 알아야 할 테니까요.”

“후후, 제법이네. 그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냐?”

“태극권은 공격적이기 보단 수비적인 무공이기 때문에 수비로 상대를 이기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죠. 상대의 힘이 빠지는 순간 역습을 가해야 할 테니까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뭐가 틀렸나요?”

“듣고 싶니?”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태민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후후, 자세는 마음에 든다. 태극권이 수비적인 무공인 건 맞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무공이니까. 하지만 꼭 수비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겠죠?”

“당연하지. 태극권은 상대가 힘이 세면 센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그걸 이용하기 때문에 수비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꼭 많이 걸리는 건 아니다. 때론 상대의 힘을 이용해서 단 한 수에 끝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태극권을 무조건 수비적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거다.”

“으음!”

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하지만 무진의 다음 말에 상당히 놀란다.

“중요한 건 태극권의 정신이 권법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에? 그 말씀은 태극권을 다른 무공에도 적용할 수 있단 겁니까?”

“자식이 놀라긴? 모든 무공은 다른 무공에 적용될 수 있다. 그 본질만 파악하면. 만약 태극권의 정신인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걸 검법에 적용해봐라. 못 할 것 같니?”

“아닙니다.”

“저길 봐라. 운이가 사용하는 태극권은 그냥 부드러운 권법에 불과하다. 상대의 기운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의 힘을 역습으로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저렇게 해서는 상대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자신이 먼저 지치면 곤란하겠군요.”

“바로 죽음이지.”

두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태운과 명수의 싸움도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다. 태운이 일방적인 공격을 하지만 명수의 보법이 워낙 빠르고 특이해서 잡질 못한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역습을 당한다.

“헉! 헉! 너 정말 이럴 거냐?”

“뭐가요?”

“공격은 안 하고 피하기만 하잖아!”

“형아도 내가 지치도록 기다렸잖아?”

“그럼 니가 나보다 체력과 내공이 강하다는 거냐?”

“그걸 몰랐어요? 형아는 겨우 두 시진을 견뎠고, 전 옛날에 일곱 시진의 벽을 넘었어요.”

명수는 며칠 전에 전신단련을 위해 거꾸로 매달기를 한 걸 상기시킨다.

“그만!”

보다 못한 무진이 중단시킨다.

“제..제가 졌나요?”

“그럼 이겼다고 생각해?”

“그건 아니지만...”

“운이 네가 졌다.”

태민이 냉정하게 판정을 내린다.

“느낀 게 있느냐?”

“예.”

“말해 봐라.”

“그게... 먼저 체력과 내력이 부족하고, 명수의 보법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니?”

“무슨 말씀인지....”

무진의 질문에 태운은 말문이 막힌다.

“명수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수련했고, 명수가 자질이 뛰어나거나 네가 모자란 것도 아닐 테고, 무당에선 훨씬 더 체계적으로 배웠을 텐데, 명수보다 부족한 이유가 뭐냔 말이다.”

무진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으음!”

태운은 또 대답을 못한다. 무진의 말대로 명수가 총명하긴 하지만, 태운도 대문파인 무당에서도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똑똑하단 소릴 들어왔다.

“절박함과 처절함, 그리고 죽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겁니다.”

태민의 말이다.

“후후후! 죽음에 대한 성찰이라.... 고상하게 표현했지만 정답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치열함이 부족한 거다. 한 마디로 말하면 수련만 하고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니?”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솔직한 것 좋은 일이지.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배부른 자와 배고픈 자가 있다고 치자. 그들에게 돈을 벌기 위한 기회가 생겼다. 누가 더 열심히 하겠니?”

“으음!”

그제야 태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 순간부터 무당에서 배운 건 모두 잊어라.”

“예에? 예.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매일 두 시진씩 실전 수련이다.”

“두 시진씩이나요?”

“누구랑 하는 겁니까?”

“누구긴요? 아저씨죠. 히히히! 내일부턴 죽었다고 생각해요. 잠잘 생각도 말고요.”

명수는 신이 나서 두 사람을 놀린다.

“바로 출발한다.”

“누님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우마차를 준비했다. 그걸 타고 간다.”

“아! 우마차를 마련하셨군요. 저희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준비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자 무진이 명수를 부른다.

“수야!”

“예, 아저씨!”

“지금 이 순간부터 넌 내 제자다!”

“예에? 제가 아저씨의 제자라고요?”

“왜, 싫니?”

“아..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일인데요?”

“그럼 구배를 해라.”

“여기서 요?”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더냐?”

“아니에요. 여기서 할 게요. 제자 명수가 사부님을 뵙습니다.”

명수는 곧바로 무진을 향해서 구배를 올린다.

“사문과 사부에 대해선 이번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자세히 말해주마. 그보다 사부가 말한 수련은 절대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알았지?”

“예, 명심하겠습니다.”

“특히 보법은 열심히 해야 한다. 니가 알고 있는 보법은 빙산의 일각이다.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그럼 니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알았어요. 열심히 할 게요. 그보다 이거 드세요.”

“그게 뭐냐?”

“곰국이에요.”

“후후후! 나한테 돌아올 게 있더냐?”

“워낙 큰 놈이라 마을 사람 전체가 며칠은 끄떡없이 버틸 거예요.”

“캬하! 누가 끓였는지 맛있구나.”

“헤헤헤! 제가 끓였어요.”

“큰일이네. 여길 떠나도 다른 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꼬맹이가 만든 음식을 못 먹는 게 힘들 것 같다. 어떡하지?”

“훗! 지금 아부하는 거죠?”

“눈치 챘니?”

“저도 다른 건 걱정을 안 하는데....”

“걱정되는 게 있단 말이냐?”

“의술이 뛰어나니 부상 걱정은 할 필요가 없고, 싸움 실력도 상대방을 걱정해야 할 정도니 문제없는데....”

“없는데?”

“얼굴이 잘 생긴 건 아니지만, 제법 매력이 있어서.... 여자를 조심하세요.”

딱!

“아야! 왜요?”

“쥐새끼 불알만 한 놈이 발랑 까져가지고.”

“사부가 항상 그랬잖아요. 사내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낄낄낄, 그렇긴 하지. 너도 뒷마을 덕선이를 조심해라. 고년 고거 여러 놈 울리겠더라.”

“걱정일랑 하들 마세요. 요즘은 제 말을 잘 들어요.”

“벌써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거냐? 비법 좀 가르쳐 주라.”

“그건 곤란해요. 영업비밀이에요.”

“야, 난 니 사부야!”

“한 가지만 약속하면 가르쳐 드릴게요.”

“뭔데?”

“사모님을 정할 때 제 동의를 받는다고 약속하면 가르쳐 드리죠.”

“에라이! 더러워서 사부 안 할란다.”

“안 돼요. 낙장불입이에요. 낙장불입(落張不入)!”

“낄낄낄! 낙장불입이래!”

“히히히!”

두 사람이 웃으며 이별의 정을 나눌 때 태민과 태운이 짐을 챙겨 나온다. 이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한다.


이틀 날 오후.

무진 일행은 황하의 한 지류인 적벽강(赤壁江)의 팽하(彭霞)라는 나루터에 도착한다. 지옥방의 본부로 가려면 육로보단 뱃길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말이 황하의 지류지 강폭이 거의 황하와 비슷할 정도로 큰 강이다. 다만 유속이 황하보다 느려서 배들이 다니기에 적합한 곳이다.

“와! 정말 크다. 지류가 이 정도면 황하는 얼마나 클까?”

태운은 이렇게 큰 강은 처음 보는 모양이다.

“크기도 크지만 유속이 엄청나게 빠르지. 작은 배는 아예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사형은 황하를 본 적이 있소?”

“내 고향이 황하 근처여서 어릴 적에 본 적이 있지.”

“무 대협은 많이 보셨겠죠?”

“많이 봤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연 속의 인간은 너무나 작고 왜소해.”

“겸손을 배우라는 말씀인가요?”

“후후후,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태민의 말에 무진은 흐뭇하게 웃는다.

“근데 우마차를 태울 만큼 큰 배가 올까요?”

이들은 지금 우마차를 타고 있다. 소가 끄는 우마차는 말이 마차지 그냥 소달구지에 불과하다. 소는 태운이 몰고 무진과 태민은 달구지에 앉아 있다. 그 뒤에 호란이 누워 있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이다.

“그야 두고 보면 알겠지. 후후후! 여기도 쓰레기가 많군.”

무진은 시선을 나루터로 옮긴다. 그곳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통행세를 받는 모양입니다.”

“어딜 가나 저런 놈들은 있지.”

그 사이 우마차는 줄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안 돼! 통행세를 안 내면 배를 못 탄다.”

“나리! 제발 한 번만 봐 주세요. 전 배를 꼭 타야 해요.”

“그건 니 사정이고, 타고 싶으면 돈을 구해와.”

“나리! 한 달 동안 동냥해서 겨우 두 냥을 모았어요. 근데 갑자기 한 냥을 또 어디서 구해요?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어머니가 병환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제발, 임종이라도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흐흐흐흑!”

나루터 입구에는 커다란 의자에 화려한 복장으로 앉아 있는 청년과 완전 거지차림의 어린 아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죽일 놈들! 뱃삯이 두 냥인데, 통행세가 한 냥이라니. 대체 관부는 뭐하는 거야? 저런 놈들 안 잡아가고.”

“이 사람, 소식이 영 깡통이군.”

“왜, 저들이 누군데?”

“저기 거지와 실랑이를 벌이는 놈은 현령의 아들이고, 그 뒤에 있는 놈들도 모두 이 지역에서 한다고 하는 집안의 자제들이야. 그러니 누가 막겠어? 지난해인가? 한 표국이 관부에 고변을 했다가 도리어 불법 거래로 한 달이나 조사를 받고 거액의 벌금까지 냈대. 그 뒤론 아무도 안 건드려.”

“완전히 산도적이군. 산도적! 잠깐! 저거 여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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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9 18.11.17 11,265 102 10쪽
»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13 99 11쪽
16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9 18.11.16 12,643 114 11쪽
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87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5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896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86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42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24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14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52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67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78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28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25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15 186 12쪽
2 이렇게 시작되었다 - 2 +22 18.11.13 29,680 198 11쪽
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30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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