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연재수 :
519 회
조회수 :
2,031,075
추천수 :
20,077
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5 12:38
조회
14,694
추천
121
글자
10쪽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 뒷동네 영팔이는 옆집 금순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고요. 내 친구 진구는 앵앵이랑 둘이서 숲속에서 놀았대요. 그런데 말이에요. 금순이도 앵앵이도 나만 좋대요.>


무진은 산을 오르면서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주로 동네 꼬맹이들이 부르는 것들이다. 목소리는 그리 좋지 않아도 목청이 커서 노래가 온 산을 울려 퍼진다. 그는 사냥을 하려는지 등에 활을 메고 있다.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자다. 어떤 때는 무림의 절대고수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고, 지금처럼 행동할 땐 푼수처럼 보인다. 어느 것이 진면목일까? 아님 둘 다 저 자의 본 모습일까?’

그의 뒤를 태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을 나섰을 때는 분명히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산을 오르는 순간부터 동네 아이들처럼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무진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주위를 살핀다.

“노루다!”

수십 장 떨어진 곳의 물체를 쉽게 알아차린다.

“노루가 어딨어?”

태민은 주위를 살피지만, 노루는 물론 아무 것도 찾지 못한다.

“저게 노룬가?”

십여 장을 움직이고서야 겨우 개미만 한 물체를 발견한다.

“내력도 없다면서 어떻게 저걸 볼 수가 있지?”

“이놈아! 너도 내 짬밥이 돼 봐라. 눈 감고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예에? 진짜로 마음을 읽은 겁니까?”

“그렇게 목소리가 작아서야 노루가 눈칠 채겠냐? 아예 고함을 질러라. 질러!”

“죄..죄송합니다.”

“나랑 사냥하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 안 그러면 국물도 없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이때부터 무진은 물론 태민도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노루에게 접근한다.

“흐흐흐, 노루고기는 내장 맛이 일품이다. 구이로 먹으면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것이 죽이지. 벌써 군침이 도네.”

이 순간만큼 무진은 푼수처럼 보인다. 정말 입가엔 침으로 번질거리고, 눈엔 욕망이 이글거린다.

“저걸 쏘려고요?”

눈으로 간신히 확인할 정도의 거리에서 무진은 활을 겨눈다.

“니가 못 맞춘다고 다른 사람도 못 맞춰야겠니? 눈을 크게 뜨고 넓은 세상을 봐라.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서야 언제 우주와 같은 넓은 세상을 보겠니?”

“예에? 무슨 말씀이신지...”

태민은 무진의 말을 이해 못해 눈만 멀뚱거리고 있다.

“됐다. 너 같은 핏덩이가 뭘 알겠냐? 조용히 따라와!”

“예!”

무진은 활쏘기를 포기하고 십 장 정도 더 들어간다.

“후후후! 이런 걸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 하지. 잘 봐둬라.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거니까. 저것도 안 보이니?”

태민은 더 가까이 접근했음에도 겨우 노루란 걸 확인할 뿐 여전히 정확한 상황을 모른다.

“쯧쯧쯧! 한심한 놈.”

무진은 말로는 태민을 힐난하지만 친절하게 안쪽으로 안내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십여 장을 더 전진한다.

“한 마리가 아니다. 허억! 저...저건?”

태민이 확인한 건 두 마리의 노루가 교미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한참 정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때 화살이 날아오면 둘 다 꼼짝 못하고 당하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숨어서 그 장면을 지켜본다.

부르르르르!

절정을 맞이한 암, 수 두 마리의 노루는 동시에 몸을 떤다.

“쯧쯧, 어려서 그런가? 아쉽다. 너무 빨리 끝나네. 세상이 저것보다 재밌는 건 없지. 저런 때 건드리면 벌 받아요.”

그걸 지켜보는 태민의 얼굴이 붉혀진다.

“잠깐!”

난감해진 태민이 움직이려 하자 무진이 제지한다.

“왜요?”

“노루는 수컷 한 놈이 여러 마리의 암놈을 거느리기도 하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냐?”

“예? 그게...”

모른다는 뜻이다.

“하긴 코흘리개 도사가 남녀상열지사를 어떻게 알겠어? 그냥 지켜보기나 해라. 벌써 시작했네.”

너무 빨리 끝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수컷이 암놈의 뒤로 올라탄다.

“허억!”

태민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금방 하고선 어떻게....”

“오늘은 노루 고기를 먹긴 글렀다. 돌아서 간다.”

무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더니 옆길로 빠져나간다. 노루 사냥을 포기한 것이다. 태민은 얼굴을 붉힌 채 말없이 뒤따른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낙엽이 많이 쌓인 다소 음침한 곳에 도착한다. 각종 벌레와 독물들이 득실대는 곳이다.

“그건 잡아서 뭐하시게요?”

“무당에선 구경하기 힘든 걸 보여주마. 후후, 오늘따라 먹이들이 많군.”

무진은 작은 주머니에 수십 마리의 지렁이와 벌레들을 넣고선 다시 이동한다. 이번에는 절벽 옆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다.

“잘 봐둬라. 야생과 인간의 세계를 비교해서 살펴볼 좋은 기회니까.”

구덩이 속에는 수백 개의 구멍이 나 있다. 무진은 주머니를 열더니 지렁이와 벌레들을 그 앞에 던진다.

“뱀 굴인가? 무당산에서 본 것과는 다른 것 같은데... 쥐?”

반응은 금방 나타난다. 쥐들이 일제히 구멍을 나와서 벌레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휘잇! 휘잇! 휘잇!

바람이 휘몰아친다고 해야 하나?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쥐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기절한다.

“나뭇가지로 쥐를 잡다니? 아니다. 나뭇가지는 맞지도 않았다. 바람으로 잡은 거다.”

태민의 말처럼 무진은 나뭇가지로 바람을 일으켜 쥐를 잡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욕심이 문제다.”

“욕심이라기 보단 살기 위한 몸부림에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가난한 자와 부자들의 생존법은 다르니까. 가난한 자에겐 살기 위한 몸부림일 테고, 부자들에겐 욕심이겠지.”

무진은 다소 어려운 말을 한다. 그리곤 이번에는 기절한 쥐를 주머니에 넣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지..진짜 뱀 굴이다. 엄청나다. 저렇게 굴이 많은 건 처음 본다.”

뱀 굴이 특이하게 생겼다. 풀로 덥힌 비스듬한 절벽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구멍이 있고, 그 주변에는 뱀들이 우글거린다.

“자식들!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구나.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무진은 그곳을 그냥 지나친다.

‘뱀을 잡는 게 아니었나? 어디로 가는 거지?’

무진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순간 주위가 컴컴해진다. 사방은 물론 하늘까지 나무로 막혀 있다.

“허억! 저..저건?”

태민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기함한다. 말로만 듣던 뱀의 성이다. ‘뱀의 성’이란 수많은 뱀들이 뒤엉켜서 성 모양의 거대한 덩어리를 만든 걸 말한다.

“어..엄청나다. 대체 숫자가 얼마나 될까?”

“수천, 수만 마리는 될 게다.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것도 아니다. 적어도 백 년 이상 산 놈만 여기에 들어올 수 있다.”

무진이 태민의 마음을 읽고 설명한다.

“위..위험합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뱀의 성’을 본 것도 경이롭지만, 무진의 행동은 더 경악스럽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뱀의 성을 향해 걸어간다.

“안됩니다. 거긴....”

태민은 다가서지도 못하고 소리만 친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한다. 무진이 걸어가자 주위에 있던 뱀들이 모두 피하기 때문이다.

“저..저건 흑각사(黑角蛇)가 분명하다. 근데 피하고 있다. 설마 겁을 먹었나? 허엇! 열대지방에만 있다는 적화사(赤火蛇)까지.”

태민은 뱀들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무당서고에서 동물도감(動物圖鑑)이란 책을 보며 자란 덕분이다.

흑각사는 뱀의 머리에 검은색 뿔이 있는 뱀으로 독이 이빨이 아닌 뿔에 있다. 스치기만 해도 즉사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심지어 호랑이나 곰 같은 큰 동물들도 한 번 당하면 일각을 버티지 못한다.

적화사는 주로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뱀으로 몸 전체가 붉은빛을 띠며 입에서 불꽃같은 독을 뿜어낸다. 독성이 강하진 않지만 중독되면 몸이 마비돼 회복되지 않는다. 그런 뱀들이 무진을 보곤 좌우로 물러난다.

‘미..믿을 수가 없다. 절대고수들도 무서워하는 놈들인데... 대체 저 자의 정체가 뭐지?’

“이..이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태민은 자기 주위로 뱀들이 몰려들자 황급히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숫자가 사방에서 몰려들어 순식간에 포위당한다.

“그걸 풀어라!”

무진이 그걸 보고 쥐가 든 주머니를 던진다.

“이걸 왜 저한테 주세요?”

“멍청한 놈. 쥐 대신 니가 먹힐래?”

“아! 알겠습니다.”

태민은 즉시 주머니를 열어서 쥐를 사방으로 뿌린다. 수십 마리의 쥐가 뛰어다니자 몇 배 더 많은 뱀들이 몰려들어서 서로 뒤엉켜 싸운다. 쥐를 희생양 삼아서 목숨을 구한 것이다.

“휴우! 십년감수했네. 만약 쥐가 없었다면 저 속에 있는 건 날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으잉? 저래도 되는 거야?”

태민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무진은 뱀의 성에 다가가선 손을 깊숙이 안으로 밀어 넣는다.

“미..미친 짓이다.”

세상에 독하다고 소문난 뱀들이 다 모인 곳에 너무나 태연하게 손을 밀어 넣으니 놀랄 수밖에.

“미안하다. 오늘은 두 놈이 필요하단다.”

뱀의 성에서 손을 뺀 무진의 손에는 두 마리의 뱀이 쥐어져 있다.

“머리는 노랗고, 몸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흰색이면.... 서..설마 황두백사? 그럼 저건... 푸른빛의 비늘에, 짧고 통통한 몸매를 지녔고, 머리가 유난히 크다면... 처...청린사다!”

태민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황두백사와 청린사는 앞서 본 흑각사, 적화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뱀들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4 +9 18.11.18 10,949 95 12쪽
18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9 18.11.17 11,275 102 10쪽
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23 99 11쪽
16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9 18.11.16 12,653 114 11쪽
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7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4 121 10쪽
»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5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3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79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45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41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37 186 12쪽
2 이렇게 시작되었다 - 2 +22 18.11.13 29,704 198 11쪽
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61 22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