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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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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5,608

작성
18.11.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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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1쪽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5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5


“그 참!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를 알 수가 없네.”

“저건 용감한 것도 무식한 것도 아냐.”

“그럼 뭐요?”

“철저히 계획된 공격이지.”

“뭘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지금 금륜장의 무사들은 정신적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저 상태에서 공격을 당하면 쉽게 무너진다. 무 대협은 그걸 노리는 거고.”

“사형은 주역도 배웠소?”

“주역은 왜?”

“저길 보시오. 사형 말대로 모두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있소.”

“저건 놈들이 겁을 먹어서가 아니라 무 대협의 실력이 뛰어나서다.”

“자..잠깐! 저걸 보시오. 인간의 몸으로 저게 가능하오?”

태운이 본 것은 무진의 관절 움직임이다.

“마..말도 안 돼! 어떻게 관절을 반대 방향으로 꺾을 수가 있지?”

“꺾을 수도 있소. 명수도 관절 꺾기 정도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아인 초보 단계라 연속으로 펼치진 못했소. 반면 무 대협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공격하고 있소.”

“으음, 금륜장의 무사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발과 주먹이 예상 못한 방향에서 날아오니까 방법이 없는 거죠.”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백 명에 가까운 금륜장의 무사들은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요상한 공격에 반격 한 번 못하고 순식간에 반 이상 쓰러진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한 방에 보내는 거 말이오?”

태운의 말대로 무진은 한 사람에게 딱 한 대씩만 때린다. 그것도 모두 턱을 날려버린다. 나중에는 무사들이 의도적으로 손으로 턱을 막지만 소용이 없다. 다른 곳을 때리는 척하니까 어쩔 수 없이 손을 움직이고, 그 사이 턱을 날려버린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놀라운 건 무 대협이 내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요? 으음! 정말이네. 저게 말이 됩니까?”

“그건 중요치 않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내력도 없는 자가 병기로 무장한 일류고수 백여 명을 제압한다?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허 참! 배운 적이 없으니 믿을 수도 없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미치겠네.”

태민 사형제가 고민하는 사이 무진은 금륜장의 무사들을 모두 제압한다. 턱을 부여잡고 신음하는 자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개뿔! 일류고수는 무슨. 어이, 영감탱이!”

무진은 손가락으로 정진을 가리킨다.

“예, 예에?”

넋이 나간 듯 부하들을 지켜보던 정진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한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니까 내 말을 알아듣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알기론 말이야. 황실의 권력자들, 특히 황제란 인간은 말이야.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인간은 절대 살려 두질 않지. 내 말이 틀렸어?”

“아..아닙니다. 사실입니다.”

“특히 황위를 물려받은 뒤엔 전임 황제의 핵심 신하들을 극도로 신경을 쓴단 말씀이야. 낙향을 한 뒤 지역 군벌들과 결탁해서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곤란하니까. 그치?”

“그렇습니다.”

“근데 영감은 무슨 용갈이통뼈라도 되나?”

“무슨 말씀이신지?”

“생각보다 멍청하네. 하긴 그러니까 이런 짓거리를 하겠지?”

“......”

정진은 여전히 감을 못 잡는다.

“이 동네에선 영감이 황제보다 더 높다더라. 아닌가?”

“예에?”

“후후후! 낙향해서 지역 현령보다 더 위세를 부리고, 지역민들을 괴롭히면 황제의 귀에 안 들어갈까?”

“.....”

순간 정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우와! 무섭다 못해 몸서리가 친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생각해봐라. 저 자는 이곳에서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 그래서 황제에게 고변을 하겠다는 거야. 정진이 반역의 꾀하고 있다고. 그럼 어떻게 될까?”

“지금 무 대협이 황제에게 고변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요?”

“후후후, 정진은 끝났다.”

“그래도 그렇지, 황태자의 스승이란 자가 이 한 번의 잘못으로 몰락까지야 하겠소?”

“모르는 말씀. 생각을 해봐라. 지금처럼 계속 나쁜 짓을 하면 황제의 노여움을 살 테고, 그렇다고 개과천선해서 착하게 살면 그 동안 그에게 핍박받은 사람들이 가만있겠어?”

“그럼 이제 우린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요?”

“그건 모르지. 무 대협이 진짜 노리는 게 뭔지를 알 수가 없지만.”

“진짜 노리는 거?”

태민 사형제가 얘기를 하는 동안 정진은 무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한다. 이제 단순히 자신의 손녀가 패악질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잘못하면 역모사건에 휘말려 멸문을 당할지도 모른다. 황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로선 자신의 목숨이라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대..대협! 이 늙은이가 노망이 났나 봅니다. 하나뿐인 손녀가 너무 귀여워 그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 늙은이와 손녀의 목을 내놓겠습니다. 부디 선처를 부탁드리옵니다. 제발!”

“아..아버지!”

“아버님! 안 됩니다. 그것만은... 차라리 제가 죽겠습니다. 제가... 흐흐흐흑!”

“하..하아부지! 나 주기 시러요. 하아부지!”

미령은 죽을힘을 다해 소리치지만, 정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그것도 부족하면 전 재산을 처분해서 가난한 사람과 제 손녀에게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대협! 부디 가문만은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정진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애원한다. 그제야 정준 부부와 미령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정진은 지금 가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것이다.

“지금 무 대협은 우리에게 사람의 세 치 혀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무상함도 느껴집니다.”

“하긴 제 아무리 센 권력도 그보다 더 큰 권력 앞에선 무기력한 법이지.”

태민 사형제는 세삼 자신들이 산속이 아닌 현실 세계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늙은이가 그렇게 나오니까 내 입장이 난처해지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소? 늙은이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오?”

무진은 갑자기 화살을 구경꾼들에게 돌린다. 물러날 명분을 찾기 위해서다.

“좋다. 늙은이의 빗나간 손녀 사랑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가문을 위한 희생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또한 그 마음에서 진실함이 느껴지고, 고장 사람들도 용서하는 분위기니 한 가지 타협안을 제시하마. 대신 늙은이와 마을 사람들 중에 어느 한 쪽이 반대하면 없던 것으로 하겠다.”

“대협의 말씀 세이경청 하겠습니다.”

“세이경청은 무슨. 내 의견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늙은이의 손녀는 향후 10년간 아미파로 보내 그 죄를 반성하도록 한다. 둘째 금륜장의 재산 중 절반을 손녀와 금륜장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자들에게 전한다. 이상이다. 어떠냐?”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소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씨발! 배운 놈이라고 말을 더럽게 어렵게 하네. 그냥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뭔 말이 많아?”

무진은 다시 한 번 더 정진의 기를 꺾는다.

“죄..죄송합니다. 대협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자, 늙은이는 동의했고, 여러분 생각은 어떻소?”

“동의하오.”

“옳은 결정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한 거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구경꾼 중 한 사람이 나선다.

“말해보시오.”

“저놈들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그는 양석을 위시한 그 친구들을 가리킨다. 순간 장내는 다시 얼어붙는다. 그들은 모두 이 지역 지배자들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해할 무진이 아니다.

“그건 걱정 마시오. 저놈들도 예외는 아니오. 우선 저런 놈들은 고자로 만들어야 하오. 안 그러면 후손들까지 패악질을 할 테니까.”

“옳소!”

“그거 좋은 방법입니다.”

여기저기서 찬성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또 하나는 저놈들의 부모들 역시 재산의 반을 내놓아야 할 거요. 그건 늙은이가 책임질 수 있겠지?”

“무..물론입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오나 앞에 것은....”

정진은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한다.

“앞에 거라니? 고자로 만드는 거? 그게 왜?”

“외람된 말씀이오나 저 아이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삼대독자입니다. 부디 선처를 부탁드리옵니다.”

정진은 다시 바닥에 엎드린다.

“지랄하네. 영감탱이가 지금 누굴 변호할 입장이야?”

“죄..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손녀와 형평이 맞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 하긴 10년 동안 절간에 유배되는 것과 가문의 대가 끊어지는 건 차이가 크다면 크지.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제가 현령을 통해서 저놈들을 5년 동안 감옥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안 돼!”

무진은 단 칼에 잘라버린다.

“대...대협!”

정진은 혹시 자신이 말을 잘못했나 하고 자세를 더 낮춘다.

“지 애비가 현령인데 감옥에 간다고 달라지겠어? 그럴 바엔 군대로 보내. 그것도 최전방으로.”

“야, 그거 좋다.”

“그런 수가 있었네. 북방의 추운 지방으로 보내서 불알이 얼도록 고생을 시켜야 해.”

“암, 당연히 그래야지.”

구경꾼들이 무진의 제안을 반긴다.

“그 정도면 되겠어?”

“물론입니다. 북방의 가장 추운 곳에서 5년 동안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얘긴 여기까지. 늙은이. 주변을 정리해라.”

“예, 대협!”

이렇게 금륜장의 문제는 일단락된다.

무진 일행은 늦지 않았다. 다행히 배가 연착했기 때문이다. 금륜장의 문제도 순탄하게 해결돼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지금은 지옥방에서 약 십 리 정도 떨어진 곳을 우마차를 타고 지나고 있다. 태민이 고삐를 잡고 있고, 태운은 무진과 나란히 앉아 있다. 그 뒤에 호란이 얌전히 누워있다.

“지옥방 문제를 해결하고 따뜻한 물에 목욕이나 하시죠?”

한 동안 조용히 지내다 태운이 입을 연다.

“좋지. 니가 한 턱 쏘는 거냐?”

“예에? 제가 왜요?”

“원래 주장한 사람이 내는 거야.”

“그야 그렇지만, 제가 빈털터리인건 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공금을 쓰자고?”

“헤헤헤! 그런 곳에 쓰려고 공금을 마련하신 거잖아요?”

태운은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한다.

정진은 무진에게 노잣돈으로 무려 금화 천 냥을 건넸고, 무진은 순순히 받았다. 무당까지의 여정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민이 말한 무진의 노림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긴 하지. 넌 금화 천 냥이 많은 돈이라고 생각하니?”

“그 정도면 웬만한 동네에선 꽤 큰 부자란 소릴 들을 겁니다.”

“그런 큰돈을 우린 단 한 방에 해결했지.”

“무 대협께서 수고하신 덕분이죠.”

“그런데 말이다. 한 방에 해결했으니 한 방에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돈을 삼등분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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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21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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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95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4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3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3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49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1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2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1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77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7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36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38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28 1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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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47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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