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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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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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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2쪽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4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4


“개자스윽! 너언 이제 주거서.”

정미령은 무사들을 보더니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후후후! 죽고 싶다고? 소원이라면 들어줘야지.”

무진이 얼굴을 발로 차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똥물에 다시 빠진다.

“똥물 맛이 어때? 자꾸 먹으니까 적응이 되지?”

그가 발로 머리를 누르자 미령에게 다시 한 동안 똥물의 신세계를 선사한다.

“꿀꺽! 꿀꺽!...”

“멈춰라! 네 이놈! 아가씨를 놔두지 못할까?”

“그렇게 못하겠다면?”

“그 분이 누군지 아느냐? 알고서 그 딴 짓을 하냔 말이다?”

“내가 그걸 알아야 할 이유라도 있니?”

“그 분은 한림원의 대학사이자 황태자의 스승이었던 정진 어르신의 손녀분이시다. 감히 네놈이 건드릴 분이 아니란 말이다. 당장 아가씨를 놔줘라.”

“황태자의 스승에, 대학사라? 그런 양반의 손녀가 저런 개망나니라고? 그 말을 나더러 믿으란 말이냐?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그 정도 양반이면 만백성의 모범을 보여야 하거늘, 저런 개잡년보다 못한 계집을 손녀로 키웠단다. 당신들은 그 말을 믿소?”

무진의 물음에 구경꾼들은 아무런 대꾸도 못한다. 후환이 두려워서다.

“봐라. 누가 그 말을 믿는지. 이건 그 분을 음해하고, 민심을 혼란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런 걸 뭐라고 하는 줄 아니? 반역이라고 하는 거야. 반역! 잠시만 기다려라. 저 반역자들을 처단한 뒤에 다시 교훈을 내리마.”

무진은 그제야 미령의 얼굴에서 발을 뺀다.

“커커커컥! 우우욱! 콜록! 콜록!”

그녀의 입과 코에선 시커먼 똥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너흰 아가씨를 구하고, 나머지는 놈을 제압한다. 쳐라!”

금륜장의 무사들은 책임자의 명령에 따라서 일제히 무진을 향해 달려든다.

“오라? 이젠 아예 살인멸구를 하시겠다고? 나라고 당할 수만 없지. 분명히 네놈들이 먼저 공격했단 걸 잊지 마라.”

무진은 무사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속으로 파고든다.

쫘악! 쫙! 쫙! 쫙!....

딱 한 대씩만 때린다. 그것도 손바닥으로 만.

“봤니?”

“사형은 봤소?”

“아니. 분명히 오른쪽으로 나갈 것 같았는데, 정작 맞는 건 왼쪽이었어.”

“그렇다고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것도 아닌데....”

태민과 태운은 또 한 번 놀란다. 그들의 눈이 무진의 손놀림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는 열 명이 넘는 금륜장의 무사들을 모두 손바닥으로 기절시켰다. 절대고수는 아니라도 일류고수란 소릴 들을 수 있는 자들인데, 한 대씩 맞고 쓰러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은 건 책임자 한 명뿐이다.

“어이! 늙은이.”

무진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그를 부른다.

“예에?”

책임자는 흠칫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이제 진지하게 얘기를 해볼까?”

“무...무슨 얘기를....”

“금륜장이라며? 정말이야?”

“예에? 예. 사실입니다.”

사실 그는 금륜장의 총관으로 무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냥 정미령이 당하고 있단 소릴 듣고 부하들을 데리고 달려왔을 뿐이다.

“이 새끼가 어디서 뻥을 쳐? 다시 묻는다. 너 금륜장에서 온 거 맞아?”

“그..그렇습니다. 금륜장의 총관 청수입니다.”

“총관이라고? 허, 이 새끼가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네. 오냐. 죽여주마.”

“저..정말 입니다요. 저..저들에게 무...물어보십시오. 제발!”

무진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총관은 기겁하며 나루터에서 표를 받는 사내들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우뚝!

무진은 걸음을 멈추고 사내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정말이야?”

“그..그렇습니다. 금륜장의 총관이 분명합니다.”

“이것들이 모조리 짰나? 좋다. 앞장서라!”

다시 무진의 시선이 총관을 향한다.

“어..어디로 말입니까?”

“어디긴 어디야? 금륜장이지. 만약 네놈 말이 거짓이면 모두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테고, 사실이면 금륜장은 모두 불태워 버릴 테다.”

“그..금륜장을 태우다뇨? 나..나으리!”

“시끄러워! 너 말고도 가르쳐 줄 사람은 많다.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아..알겠습니다요.”

총관은 어쩔 수 없이 앞장선다.

“너희도 따라와! 지금 그대로.”

“예에? 이대로 간단 말입니까?”

“싫으면 시궁창에 그대로 있을래?”

“아..아닙니다.” 양석을 비롯한 그 친구들은 모두 빨가벗은 채로 무진을 뒤따른다. 그나마 사내들은 두 손으로 중요부위를 가리면 그만이지만, 정미홍의 입장은 다르다. 여자라서 가릴 곳이 많아서 두 손으로 부족하다.

“저..저기 아가씨는 어떻게 옷을 조금.... 크악!”

총관은 괜히 그녀의 편을 들다 뺨을 맞고 바닥을 구른다.

“한 번만 더 끼어들면 매음굴에 넘긴다.”

무진은 짧고 냉정하게 말한다. 그는 지금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요절을 내고 싶지만, 한 가지 목적이 있어서 참고 있다.

“아가씨를 매..매음굴에 넘기다뇨?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니가 아가씨라 부르는 저년이 그 동안 사창가에 팔아넘긴 여인들은 뭐냐? 설마 수십 명이 팔려나간 걸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정말 모르냐? 정말로!”

무진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총관의 얼굴은 일그러진다.

“그..그게... 죄송합니다.”

“니 발걸음이 늦으면 늦을수록 저년의 몸뚱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한다는 것도 잊지 마라.”

“아..알겠습니다.”

무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관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사형, 정말 저래도 되는 거야?”

“나도 모르겠다. 일단 무 대협이 하는 대로 지켜보자.”

그를 뒤따르는 태민과 태운도 이젠 자포자기 상태다. 그들로선 무진을 막을 방법도 없고, 막을 생각도 없다.



금륜장(金輪莊).

정문에는 커다란 현판이 걸려있다. 글자에는 금분이 입혀져 휘황찬란하다. 소식을 들었는지 무진 일행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십 명의 무사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다.

가장 앞쪽엔 백발의 노인이 서 있다. 바로 이곳의 주인이자 장주인 정진이다. 그 옆에는 정미령의 부모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도 서 있다. 그들의 얼굴은 분노로 크게 일그러져 있다.

“네 이놈! 네놈이 누군데 감히 내 손녀를 그 꼴로 만든단 말이냐? 뭣들 하느냐? 저 인간 말종을 갈가리 찢어 죽여라. 당장!”

정진은 분을 참지 못해서 고래고래 소릴 지른다.

“늙은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마라. 그게 황태자의 스승이란 자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 아마 한림원의 대학사 출신이라지?”

“저 쳐 죽일 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애비야, 정녕 미령이의 저 모습을 계속 지켜볼 거냐?”

“아버님, 죄송합니다. 소자가 못나서....”

“지랄을 해요. 지랄을. 지 새끼가 귀하면 다른 이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지. 니 새끼가 다른 집 자식들을 괴롭힐 땐 뭐했냐? 그런 건 눈 감고 있다가 자기 새끼가 조금 괴로워한다고 눈을 불을 켜? 그러고도 니가 만백성의 스승이라는 대학사라 할 수 있느냐?”

무진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사방이 쩌렁쩌렁 울린다. 그 소리에 정진을 비롯한 금륜장의 무사들이 움찔한다.

“넌 누구냐?”

정진의 아들이자 정미령의 아비인 정준이다.

“쯧쯧, 역시 못 배운 티가 난다. 남의 신분이 궁금하면 자기부터 밝혀야지. 하긴 애비가 저렇게 무식한데, 아들이라고 별 수 있겠냐?”

무진은 노골적으로 정진 부자를 자극한다.

“흐흐흐! 한 가닥 하는 놈인가 본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정준이 앞으로 나선다.

“그래서 살인멸구로 입막음을 하시겠다고? 후후후!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무진도 한 발 앞으로 나선다.

“대신 계집을 비롯한 쓰레기들의 목은 바닥을 구르게 될 것이다. 난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쓰레기보다 나를 먼저 죽일 자신이 있으면 덤벼라. 당장!”

오히려 무진이 목소리를 더 높인다. 동시에 양석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크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다. 근데 맞고서 바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그 정도로 무진을 무섭게 느끼고 있단 뜻이다.

무진은 곧바로 정미령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을 손으로 움켜쥔다. 가느다란 목이 그의 커다란 손에 잡혀 온몸이 바동거린다.

“하..할아버..지! 끄으윽!”

“머..멈춰라! 원하는 게 뭐냐?”

정진이 황급히 앞으로 나선다.

“글쎄? 꼭 원하는 게 있어야 해?”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한단 말이냐?”

“영감탱이! 내가 말조심하라고 했지? 잠자는 사자코털을 건드린 건 내가 아니라 이 계집이다. 한 가지만 확인하자. 늙은이는 이 잡년이 그 동안 친구들과 함께 저질러온 패악을 몰랐느냐?”

“그게....”

정진은 말을 잇지 못한다.

“나도 지금껏 제법 험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사람이 똥물을 먹이는 건 처음 봤다. 뿐이냐? 그걸 보면서 희희낙락하더라. 니가 그 동안 수많은 제자들에게 준 가르침이 그런 것이냐? 늙은이, 대답하라. 정말 몰랐느냐?”

“꼬르르륵!”

무진은 흥분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미..미령아!”

“아..아가야!”

정진과 아들 부부는 미령의 숨넘어가는 소리에 기겁한다.

“아..아버님! 여보! 우리 미령이 어떻게 좀 하세요. 저러다 죽으면 저도... 저도 따라 죽을 거예요.”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소리야?”

“으음!”

정준의 마누라이자 금륜장의 대부인의 비장한 목소리에 정진 부자는 어쩔 줄을 모른다.

“흐흐흐! 참으로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장면이군. 그 동안 저년의 손에 자식을 잃고 비통했을 수많은 부모의 마음은 누가 달래주나?”

무진의 말에 순간 장내는 차갑게 얼어붙는다. 이때 정진 부자는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이어 정준의 오른 손이 천천히 올라간다. 뭔가 신호를 보내는 모양이다.

“사형! 암습입니다.”

“무..무 대협!”

태민과 태운이 낌새를 차리고 소릴 지르지만 이미 늦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 한 대가 무진의 얼굴을 향해 날아온다.

“아악!”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화살은 그의 얼굴에 박힌다.

“개자식! 뼈 조각 하나도 남기지 마라!”

정진의 분노가 말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륜장의 건드린 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줘라.”

“예! 장주.”

정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십 명의 부하들이 일제히 무진을 향해서 달려든다. 하지만 그들은 불과 몇 걸음도 가지 못하고 멈추게 된다.

“흐흐흐, 앞으론 지문이 없어지도록 비비더니, 뒤론 호박씨를 까셨다?”

화살은 무진의 손가락 사이에 꽂혀 있다.

“어..어떻게 된 거야? 화살이 저 놈 얼굴에 박히지 않았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두워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런 건 관계없다. 당장 공격해. 당장!”

“그러다 애들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그럼 그대로 둔다고 해서 저놈이 애들을 살려주겠냐?”

“그래도...”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지 말고 집안을 생각해라. 저놈을 살려두면 금륜장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알았니?”

“알겠습니다.”

“쯧쯧, 난 요즘 나라가 개판인 이유가 궁금했는데 여기에 있었어. 저런 인간에게 나라의 동량들이 배웠으니 정상이면 그게 이상하지.”

무진은 바로 움직인다. 금륜장의 무사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 속으로 들어간다.

“허억! 마..막아라!”

정진은 공격 명령을 내리려다 무진이 달려들자 황급히 소리친다. 한편 태민 사형제는 이 장면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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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3 +9 18.11.17 11,265 102 10쪽
17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2 +9 18.11.17 11,912 99 11쪽
16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9 18.11.16 12,643 114 11쪽
15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9 18.11.16 13,487 115 15쪽
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5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896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86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42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24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14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52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67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78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28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25 183 10쪽
3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1 +16 18.11.13 27,815 186 12쪽
2 이렇게 시작되었다 - 2 +22 18.11.13 29,680 198 11쪽
1 이렇게 시작되었다 - 1 +15 18.11.13 45,830 2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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