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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님의 서재입니다.

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광무(廣武)
작품등록일 :
2018.11.13 12:17
최근연재일 :
2020.03.26 08:47
연재수 :
5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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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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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5,608

작성
18.11.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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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DUMMY

시간이 우릴 하나로 만든다 – 1


“형! 난 말이야. 무당에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제일인 줄 알았어. 도량은 물론이고, 무공실력도 독보적인 줄 알았어. 근데 이게 뭐야? 지금은 무당인인 게 너무도 부끄럽고 내 자신이 초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운아!”

태운은 어릴 적엔 태민을 형이라고 불렀다.

“형도 봤지? 중원제일 문파라던 무당은 이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고, 심지어 중소문파들도 조롱하고 있어. 무공 실력도 소림과 견주기는커녕 간신히 구파일방에 이름을 올릴 정도에 불과해. 이제 무당인이라는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하긴 우리보다 열 살도 더 어린 명수에게 배워야 하는 실정이니 말해 뭐하겠냐?”

“형! 난 너무 자존심이 상해.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그래서 끝까지 해보고 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꼭 할 거야.”

말하는 태운의 두 눈에선 맑고 투명한 액체가 쉼 없이 흘러내린다.

“그래. 나도 다른 건 몰라도 명수가 말한 전신을 이용하는 방법은 해보고 싶다.”

말을 끝내고 입술을 굳게 다문 태민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혀 있다. 그렇게 이각이 지나고, 반 시진이 흘러간다. 태운의 상처, 특히 왼쪽 어깨에선 제법 많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도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크으윽! 이..이렇게 해선 더 이상은 어렵다. 전신으로 힘을 분산시키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내력을 사용하지 않곤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대체 저놈은 어떻게 한 거야?’

태운은 한 고비를 넘겼다. 발목과 종아리, 그리고 무릎까지만 사용하던 것을 전신으로 확대해서 고통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론 고통을 완전히 없애진 못한다.

명수처럼 오래 버티려면 기운을 전신에 골고루 흘러 보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발목에 걸린 힘을 전신으로 분산시켜 회전을 시켜야만 신체 각 부문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힘을 신체의 각 부문으로 순환시키는 거다.

‘저 아인 어떻게 한 걸까? 분명히 기운을 사용하지 않는데, 그런데도 힘을 전신으로 회전시킨다고 했다. 기운을 사용하지 않고 기운을 회전시킨다면... 혹시 생각만으로 회전한다면?’

“사..사형!”

태운은 황급히 시선을 태민에게 옮긴다. 근데 예상외로 태민의 표정은 밝고 평온하다.

“후후, 사형도 성공했군. 하긴 내가 알아냈는데, 사형이 모를 순 없지. 그럼 나도 해볼까?”

태운은 눈을 감고 기운을 전신으로 분산시키며 천천히 회전시킨다. 물론 생각만 그렇게 한다. 이렇게 한다고 힘이 덜 드는 건 아니다. 다만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 수련법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운을 생각만으로 사용하지만, 실전에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기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치 커다란 빈 공간에 물을 채워 넣듯이. 다시 말하면 이 수련법을 통해서 단전을 키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상을 통해서 고통을 없애면 수련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만큼 체력을 오랫동안 단련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수련을 끝내면 한꺼번에 쏟아지게 된다.

그것도 익숙해지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초기에는 큰 아픔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수도 처음엔 며칠 씩 드러누워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두 시진이 훌쩍 지나간다.

“후후, 벌써 도망갔겠지? 다음부턴 귀찮게 안 할 거야.”

그렇다. 명수는 두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이 수련법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명상에서 벗어나 눈을 뜨는 순간 기겁한다.

“이... 이 사람들이 미쳤나?”

“파팟!”

그는 황급히 두 사람의 혈도를 막고 몸을 들어서 바닥에 눕힌다. 만약 혈도를 막지 않고 수련을 중단하면 한꺼번에 고통이 밀려와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아들! 미쳤어?”

“히히히! 수야, 나 성공했다. 잘했지?”

“미..미안하다. 우리가 미련해서 니가 고생하는구나.”

“장난친 건데, 이렇게 하면 어떡해요?”

“장난이었어? 그래도 좋아. 우리가 해냈으니까.”

“좋기도 하겠소. 최소한 삼 일이요. 삼 일은 누워 있어야 한단 말이오!”

“삼 일이면 어떻게 일주일이면 어때? 성공했는데, 허억! 이..이게 뭐지? 으으아아악!”

성공했다는 사실에 들떠 있던 태운은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우..운아! 커억! 으..으아악!”

뒤이어 태민도 고통에 몸부림친다. 명수가 혈도를 짚어 고통을 못 느꼈으나 몸을 움직여 혈도가 풀리면서 고스란히 밀려온 것이다.

파파파파팟!

할 수 없이 명수가 다시 혈도를 짚는다.

“움직이지 마요. 나 참! 한, 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그런 걸 죽기 살기로 하는 사람이 어딨소?”

“으음! 이제 좀 살만하네. 니가 하는 걸 왜 우리는 못하냐?”

“하더라도 순서대로 해야지. 한꺼번에 하려니까 이런 사달이 난 거 아니오. 설마 날 골탕 먹이려고 이런 짓을 한 거요?”

“히히히! 네놈의 자랑질에 열 받아서 했다. 왜?”

“헤헤헤! 그건 나랑 같네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무진 아저씨가 하도 잔소리를 해서 그냥 홧김에 일곱 시진을 했죠.”

명수도 얘길 하면서 바닥에 드러눕는다.

“그 양반은 어떤 사람이냐?”

“누구요? 아, 우리 아저씨요?”

“그래.”

“글쎄요? 저도 별로 아는 게 없어요.”

“오랫동안 같이 살았다며?”

“그렇긴 하죠. 제가 코흘리개 때부터 같이 지냈으니까요.”

“그런데 잘 몰라?”

“신상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으니까요.”

“상당히 거칠던데 괴롭히진 않니?”

“괴롭혀요? 하하하!”

“왜?”

“형아들이 오해한 모양인데, 아저씨는 겉으로 봐선 판단할 수 없어요. 평소엔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여요. 하지만....”

“하지만?”

“어떤 목적이 있으면 돌변해요. 그럼 물불을 가리지 않아요. 며칠 전에 봤던 것처럼.”

“외모완 달리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란 거냐?”

“그거예요. 아저씨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상황을 설명하고 스스로 하게 만들죠. 다만 화가 나면 돌변해요. 형아들도 조심해요.”

“외모는 우리와 비슷한데... 나이는 얼마나 돼?”

“그게 가장 이상해요. 동네 할아버지들 말에 의하면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도 아저씨의 모습은 지금과 같았대요. 그 때문인지 촌장님도 아저씨를 친구처럼 대해요.”

“그게 가능하냐?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이면 적어도 40년은 넘었다는 건데, 그 동안 하나도 늙지 않았다는 게.”

“그야 전 모르죠.”

“됐다. 그냥 우리보다 나이가 많다고만 생각하자.”

태운과는 달리 태민은 무진의 나이에 대해선 받아들이고 있다.

“근데 그런 건 왜 물어요?”

“너도 알다시피 우린 무 대협에게 무당까지 동행해줄 걸 부탁했다. 만약 무 대협이 동의하면 상당 기간 함께 해야 한다.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겠니?”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이건 반드시 알아야 해요.”

“뭔데?”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우리 아저씨는 여자를 너무 밝혀요. 형아들도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여자를?”

“예. 특히 예쁜 여자를 보면 정신을 못 차려요.”

“애인은 없냐?”

“애인 요? 세상의 모든 여인이 다 애인이죠.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것 같아요. 헤헤헤!”

“어째 니 얘길 하는 것 같다.”

“히히히, 제 꿈이기도 하죠.”

“우리 꿈이기도 하고.”

“맞다!”

“으하하하!”

“헤헤헤헤!”

세 사람은 하늘을 보며 한껏 웃는다.


유난히 맑은 아침이다. 겨우 새벽을 지나고, 막 해가 떠올랐건만 햇살이 집안까지 비춘다. 아침잠이 많은 태운도 일찌감치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야아아! 오늘은 좋은 일이 있으려나? 아니, 아침부터 어쩐 일이십니까?”

문을 열자 문 앞에 한 사람이 버티고 서 있다.

“출발한다.”

무진이다. 그는 어딜 가려는지 여행 복장을 하고 있다. 허리에는 쇠몽둥이를 차고 있고, 등에는 등짐과 활도 매고 있다.

“출발이라니, 어딜 말입니까?”

“무당엔 안 갈 거냐?”

“예에?”

“허락하신 겁니까?”

뒤에서 태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아침을 준비하느라 숲엘 다녀오는 중이다. 손에는 토끼 두 마리가 들려 있다.


무당 제자들이 이곳에 온 지가 일주일이 지났다. 태운도 완전하진 않지만 대충 치료가 됐고, 마을도 정리가 끝났다. 장로와 제자들의 시신은 화장해서 뼛가루를 단지에 담아 뒀다.

“준비하는데 일각 준다.”

“지금 말입니까?”

“방향은 어디로 잡을 생각입니까?”

“지옥방으로 간다.”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니가 지옥방주라면 우릴 가만두겠냐?”

“그렇다고 지옥방을 찾아가면 어떡합니까?”

“싫으면 그만두던가?”

무진은 태민의 말이 거슬렀던지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아닙니다. 무당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걸 맡기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 약속 잊지 마라.”

“예.”

“아저씨!”

태민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명수가 뭔가를 들고 온다.

“수고했다. 내가 없는 동안 니가 고생을 좀 해야겠다.”

“헤헤헤! 염려 마세요.”

명수는 무진이 떠나는 걸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돌아올 때까지 수련을 하루도 빼먹으면 안 된다. 특히 보법은 올해 안에 내가 말한 단계까지 완성해야 한다.”

“염려 말라니까요. 새벽에도 수련했고, 의술도 밤새 환자들을 돌보며 익혔어요.”

“그래? 그럼 우리 꼬맹이 실력을 한 번 볼까?”

무진은 명수를 빤히 쳐다본다.

“여기서 요?”

“왜? 자신 없어?”

“그게 아니라 누구랑 ... 설마, 형아들이랑 하란 말이에요?”

“무당이 지금은 별 볼 일 없지만, 한땐 중원을 호령하던 곳이다. 일대제자라면 도움이 될 게다.”

“지금 우리더러 열 살 꼬마랑 비무를 하란 말입니까?”

“왜, 너도 자신이 없냐? 그럼 할 수 없지.”

태운이 강하게 반발하자 무진은 즉시 몸을 돌린다.

“누가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까? 이래봬도 우린 대무당의 일대제자입니다.”

“흥! 대무당 좋아하시네. 자부심과 자만심도 구분 못하는 것들이 무슨.”

“좋습니다. 다쳐도 두 말하기 없습니다.”

“후후, 누가 다칠 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운아, 어깨가 완쾌되지 않았다. 내가 하마.”

“아닙니다. 사형까지 나설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운은 마당으로 걸어간다.

“한심한 것들, 진정한 자존심이 어떤 건지를 보여줘라.”

“예!”

뒤이어 명수가 대답을 하곤 마당으로 향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어떤 방법도 인정되며 상대가 항복하면 비무는 끝난다. 시작하라!”

무진이 시작을 알렸는데도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탐색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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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3 +11 18.11.16 13,466 119 13쪽
13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2 +11 18.11.15 13,905 121 10쪽
12 과거를 위해 미래를 준비 하다 - 1 +9 18.11.15 14,695 121 10쪽
11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3 +9 18.11.15 14,851 121 8쪽
10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2 +9 18.11.15 15,233 116 8쪽
9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다 - 1 +9 18.11.14 16,723 127 9쪽
8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6 +9 18.11.14 16,963 132 6쪽
7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5 +9 18.11.14 17,780 138 10쪽
6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4 +7 18.11.14 18,589 151 9쪽
5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3 +9 18.11.14 19,945 147 9쪽
4 부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 2 +7 18.11.13 22,941 18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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