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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팩토리

차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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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24 17:25
최근연재일 :
2024.04.07 07: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03
추천수 :
28
글자수 :
84,861

작성
24.03.25 07:00
조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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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차원정원1

DUMMY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더이상은 운영에 무리가 있을듯합니다. 이번달까지만 하고 회사는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믿고 너무 고생들 해주셨는데 정말 면목없습니다.”


민환의 통보와 같은 폐업소식에 놀라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지영씨 그 정리하던 서류나 마저 정리하지.”


“이대리 담배한대 피러가자.”


마치 그럴줄 알고 있었다는듯 무표정한 얼굴로 민환의 말이 끝나자마자 직원들은 하던일을 마무리 짓던지 몇명은 무리지어 옥상으로 담배를 피우러 올라갔다.


“후우···”


사장실이라고 써있는 조그만 방에 들어간 민환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냥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앉아있었다.




던전 수거 회사를 차리고 이제 5년, 대기업에 다니다 던전브레이크로 회사가 문닫고 야심차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회사를 차렸지만 그놈의 빽과 연줄이 발목을 붙잡았다.


성사 직전까지 갔던 계획이 엎어지는건 예사였고 심지어 우리보다 두배이상 가격이 높음에도 선정되는 업체도 수두룩했다. 다들 정부관계자들과 연이 있거나 헌터 혹은 길드 고위직에 친인척이 있는 회사들이었다.


이놈의 대한민국은 도대체 언제까지 학연 지연으로만 흘러가는건지~ 누구보다 먼저 시작했던 사업, 초반 너무 잘나갔던 회사는 점점 가지고 있던 계약건들까지도 뺏겨 이젠 던전 출입조차도 힘들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민환은 오늘 폐업을 결정했다.



폐업하는날 창립멤버였던 이부장 김과장과 작별주를 마시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자꾸 그렇게 어깨들 축쳐져서 그럴거야??”


“사장님···저희가 죄송합니다.”


“너희가 뭐가 죄송해? 연줄 하나 없는 내가 미안하지.”


“도대체 이게 맞습니까? 아니 아무리 세상이 미쳐가도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우리가 적응해야지 어떻게 하겠냐?”


길어지는 술자리에 우리의 답답함을 털어봤지만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다는건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었다.






-띠리리링


“악~ 아 젠장!!”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깨질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허겁지겁 화장실로 뛰었다. 입에 칫솔을 문채로 샴푸로 머리를 감으려다가 문득 생각났다.


“아 맞다. 나 어제 회사 문 닫았었지?”


다시 머리를 헹구고 이빨을 닦고 나와 거실 식탁에 앉았다.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참···병신같이···”


눈물이 흐를것 같아 얼른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무작정 달렸다. 바쁘게 달리는 차들속에서 나만 거꾸로 가는것 같고 도태된것 같아 자꾸 우울한 기분이 올라왔다.


“이러면 안되지.”


블루투스에 핸드폰을 연결해서 신나는 노래를 크게 틀었다. 정신없이 울리는 비트에 신나는척 어깨를 들썩이니 기분도 조금은 좋아지는것 같이 느껴졌다.


어딘지도 모르는곳에 도착해서 신호에 걸려 기다리고 있는데 창밖에 커다란 광고문구가 보였다.


-사과의 고장 충청도로 오세요.


오래전에 사과 과수원을 하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과 그 옆에 딸려있는 과수원까지 부동산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 그동안 바빠서 한번 가보지도 못했는데 오랫만에 생각이 났다.



민환은 핸들을 돌렸다. 두시간 반거리 뭐 거리는 상관이 없었다. 지금 민환이 가지고 있는건 시간밖에 없어서였다.


고향집으로 가면서 민환은 이런저런 옛생각들이 많이 났다.


대대로 물려지던 과수원을 하시던 부모님은 그 과수원을 끔찍히 아끼셨다. 그리고 민환이 이어받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그렇게 과수원이나 운영하고 있을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던 민환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서울로 도망치듯 떠났다.


옛생각에 젖어있다보니 어느새 부모님집에 당도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흉가처럼 무너져가고 있었고 집과 붙어있는 과수원자리에도 나무들은 그대로지만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었다.


민환은 한쪽에 앉아 아무말 없이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잡초를 뽑다보니 복잡하게 터져버릴것 같던 머릿속이 조금씩 비워지고 있었다. 대신 다른 즐거웠던 기억들이 생각났다. 어렸을때 과수원에서 숨바꼭질 하던일, 엄마가 잘라서 입에 넣어주던 사과 한조각 그리고 과수원에서 나던 그 사과향.



아버지가 쉬시려고 과수원 가운데 만들어놓으신 원두막에 올라 차에있던 커피를 한잔 마셨다. 정말 모든 근심걱정이 싹~가시는것 같았다. 여지껏 고민해오던 일이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민환은 생각했다.


‘그래 서울은 정리하자. 어차피 더 있고 싶지도 않고 여기에 카페라도 하나 차려서 그걸로 그냥 먹고 살지 뭐···’


상권은 어떤지 유동인구가 많은지 하루 커피가 몇잔정도 나갈지는 민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쉬고 싶었고 치유받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원두막에 누워 커피를 마시며 느꼈던 그 평안을 조금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더불어 힘든 사람은 와서 치유받고 가는 그런장소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진력이 남다른 민환은 결심이 서자마자 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그리고 민환이 떠나자 집과 과수원에 푸르른 빛이 잠시 감돌았지만 민환은 알수 없었다.


며칠뒤 과수원에는 인부들과 기계가 들어가서 과수원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고 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내부를 허물고 있었다. 집은 너무 오래되서 인테리어를 다시 하기로 했고 과수원도 정리를 해서 사과밭 가운데 원두막이 있던곳에 카페를 생각했다. 사과 농사도 같이 지을 생각이었다. 카페 안되면 뭐 사과팔지~ 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천정부지로 솟은 서울 아파트값덕분에 시골로 내려오면서 인테리어같은 비용이나 한동안 버틸수 있는 생활부분은 해결이 되었다.


먼저 집은 겉은 그대로 두되 내부만 싹 개조를 했다. 기존 벽을 허물고 쓰러질것 같은 천장도 싹 보수를 했다. 주방과 거실을 더 넓게 뽑았다. 추위 더위에도 더 버틸수 있도록 좋은 재료들도 채워넣고 티브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침대 식탁등 좋은 가구들로 채워넣자 겉은 시골집이었지만 내부는 깔끔한 현대식으로 되어 민환은 딱 마음에 들었다.



따로 진행한 과수원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과수원을 전체적으로 정비하고 원두막이 있던 자리에 원두막을 헐고 이동식 컨테이너로 카페를 만들었다. 입구부터 들어올수 있는 길을 내고 컨테이너 두세개를 붙여서 카페처럼 꾸며놓으니 제법 그럴듯했다. 한때 바리스타가 꿈이었던 민환은 자기가 평소 생각하던 위치로 카페를 꾸미기 시작했다. 자연속의 도심처럼 과수원안에 현대식 카페가 너무 멋져보였다.


이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컵과 접시등을 구입하고 전등도 이쁘게 달았다. 이제 마지막만 남았는데 민환에게는 이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아 이름을 뭐로 짓지...'


인터넷을 찾아보고 며칠을 고민해봐도 마땅한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던중 어느날 아침 민환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엔 여전히 던전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다른차원에서 온 던전이 갑작스레 서울시내에 생긴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정부나 헌터길드에서는 아직도 딱히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갑자기 번뜩 생각나는게 있었다.


"차원정원"



마치 힘든 지금 현실을 피해 다른 차원으로 가듯이 그렇게 편안한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름을 정하고 나니 그다음은 수월했다.



도청에가서 사업자를 받고 관련 서류들을 보냈다. 그리고 헌터 관리국으로 가서 또 허가서를 받아야했다.


던전이 생기면서 달라진 부분인데 해당하는곳이 몬스터의 공격으로 부터 그래도 안전함을 입증해주는 허가서였다.


던전으로부터의 거리, 치안과 보호시설등을 기준으로 해서 허가서를 내주면 그제서야 업장을 오픈할수 있었다. 간혹 허가증없이 운영을 하는곳도 있지만 그런곳에 있다가 혹시라도 습격을 받으면 보상처리도 어려움을 겪는지라 사람들이 가질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허가증은 장사를 할때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관리국은 입구부터 북세통이었다.


새로 각성해서 헌터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과 나처럼 장사를 하려고 허가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 입구에서부터 차를 타고 온사람, 던전에서 얻은 탈것들을 타고온 사람으로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또 탈것들이 울부짓는 소리에 더 정신이 없었다.


민환은 간신히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서 3층 허가증발급처로 갔다.


“아 여기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아요? 여기가 허가증 발급처 맞죠? 허가증 좀 받으러 왔는데.”


“아 신분증이랑 등기부등본 떼어가지고 오셨죠?”


“네. 여기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10분정도 기다렸나? 왔다갔다 하는 헌터들의 장비나 무기를 보고 신기해 하고 있을무렵


"김민환씨?"


"네~"


"허가증 발급되셨습니다."


"벌써요?"


"네"


"허가증은 정말 빨리 나오네요."


"서울과 달리 여긴 그래도 인근에 가까운 던전도 없고 해서 발급이 좀 빠릅니다."


"그럼 입구에 있는 사람들은 다 뭔가요?"


"헌터들 정부지원금 때문이에요. 충청도에서는 그나마도 정부지원금 신청서 받아주는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이맘때가 되면 아주 난리난리도 아니에요."


"아...헌터들은 정부지원금도 나오는구나..."


부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그들은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자 정부지원금이 부럽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정리를 시작했다. 건물이나 물건들은 다 배치됐다. 청소를 하고 식기를 세척했다. 시간이 오래걸렸지만 괜찮았다. 내일 오픈 예정이었지만 정리가 오래걸릴것 같으면 그 다음날 오픈하면 되는 일이었다.


-뽀득뽀득


그릇을 깨끗하게 닦는일이 이렇게 재밌는 일인줄을 꿈에도 몰랐다. 얼룩같은게 묻어있는 접시를 거품을 잔뜩내서 닦고 나서 물을 뿌리면 뽀얗게 나타나는 그릇이 너무 이뻐 보였다.


그릇과 식기들을 닦고나서 바닥청소를 시작했다. 인테리어로 더러워져있는 바닥을 쓸고 닦았다.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오히려 흐르는 땀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바닥을 쓸고 물걸레로 얼룩져있는 바닥까지 깨끗이 닦았다. 대걸레를 꺼내서 화장실에서 빨고 물기를 꽉짜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다시 땀을 한바가지 정도 흘리고 나니 바닥에서 광이 나는것 같았다.


민환은 너무 흡족한 마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렸다.


-지이잉


기계에서 커피가 나오기 시작하고 카페안에 커피향이 가득찼다.


"아 향 좋다"


그리고 제빙기에서 얼음을 가득퍼서 컵에 담았다. 그렇게 시원한 커피한잔을 들고 과수원이 잘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그리고 커피를 한모금 마시자 흘렀던 땀이 다 식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과수원에서 살랑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땀까지 다 식혀주자 민환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카페 차리기 정말 잘한것 같네."


그냥 청소하고 마시는 커피 한잔만으로도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을 보상받는것 같은 기분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은 고생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는것 같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과수원으로 내려간 민환은 열려있는 사과 하나를 땄다.


-아삭



한입 베어문 사과에서는 이루 말할수 없는 달콤한 맛이 났다.


"아니 우리집 사과가 이렇게 맛있었나??"


그냥 사과를 사이드로 줘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카페 입구에 있는 '차원정원'의 간판을 닦고 깨끗해진 간판을 보며 민환은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차원정원 이제 오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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