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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의 서재

사막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922
작품등록일 :
2020.05.11 21:30
최근연재일 :
2021.01.18 22: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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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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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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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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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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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132. 악몽 3

DUMMY




01.

충격적인 등장이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사내가 머리 하나를 내던지며 등장하더니 그들 가운데 가장 앞서 있던 가드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미식가>였다. 머리가 날아간 가드는 '오지마'였다.


"오지마!" 블랑이 소리쳤다.


오지마는 블랑과 즈린의 동기였다. 제 나이보다 열 살은 들어 보이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항상 소년처럼 웃던 남자였다. 그런 친구의 머리가 떨어졌다. 단 한 번의 일격이었다. 어떤 날붙이도 없이 맨손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블랑과 즈린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뛰쳐나가려던 찰나, 도시 가드들이 우르르 앞을 가로막았다.


"제기랄! 놈의 목적은 마드 대장이었어!" 블랑이 외쳤다.


송곳니가 짐승의 엄니처럼 길게 뻗은 사내는 왕자가 아니라 마드 세라자드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 블랑과 즈린이 각각 앞을 가로막은 도시 가드 한 명씩을 재빨리 베어 넘겼지만 그 자리에 더 많은 숫자가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전하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블랑. 집중해!"


즈린이 외쳤다. 과묵한 친구의 말이 채 끊어지기도 전에 도시 가드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가드들의 시커먼 칼날이 섬뜩한 빛을 번쩍이며 날아들었다.


''미식가'가 이 타이밍에 튀어나왔구나. 생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공화국 검사가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가?'


몰려드는 도시 가드들과 저 너머 고립된 마드의 모습을 보며 알란은 안타까웠다.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한 들 알란의 마나라면 그들 전부를 굴복시킬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마황탄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뇌리에 새겨진 폭탄의 존재가 알란의 힘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가드들 중에 누가 마황탄을 소지하고 있는지 모를 마당에 함부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알란이 생각했다.


"블랑, 즈린! 물러서라. 놈들이 전하께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라!"


바이런이 외쳤다. 알란의 곁에 있던 바이런은 급히 왕자를 지키는 수비 진용으로 가드들을 재정비했다. 미식가의 등장을 목격하자마자 가드장은 왕자의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때 바이런의 어깨 위로 손이 올라왔다. 알란이었다.


"보이느냐? 지금 마드 대장의 앞에 선 자. 저 자를 잡아야 한다. 매우 위험한 자야. 이대로는 마드 대장이 당할 거다."


"하지만 전하, 그렇다고 해도 전하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안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지금 저 자만 잡는다면 승기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놈은 알라딘이 가지고 있는 '나이트'다. 판을 어지럽히는 나이트를 잡아야 체크메이트를 부를 수 있을 거다."


"...... 생각해두신 방법이 있으십니까?"


"힘을 사용하겠다. 길을 열어다오. 막강한 마나를 지닌 자이니 마황탄을 가지고 있진 않을 거다. 길을 열고 다가가 제압할 것이다."


바이런이 고개를 돌려 알란을 바라보았다. 이미 결심을 굳힌 얼굴이었다. 가드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만약 놈이 제압되지 않는다면 그 즉시 후퇴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네 옛 제자를 믿어다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알란이 말했다. 한번 씩 웃어주고 긴장을 풀어주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알란은 굳은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미식가와 마주한 상황에서 미소를 짓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02.

왕자가 마음을 먹었다면 도와주는 것이 신하의 도리다.


"블랑! 즈린! 이리로 와라! 마이아르, 너 도다."


바이런이 세 명의 가드를 불러들였다. 지금 스무 명 정도 되는 병력 중에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전력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설마 후퇴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블랑이 물었다.


그는 계속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미식가와 대치 중인 마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드와 송곳니 길게 난 사내는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서로 안부를 묻는 것은 아닐 테고, 어쩌면 마드가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왕실 가드들이 어서 지원을 와주길 기대하며.


"아니다. 후퇴가 아니라......" 바이런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허락을 구하듯 알란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너희가 길을 열어야겠다. 전하께서 내리신 명이다.'


"과연! 마드 대장을 구하러 가는 거군요. 그렇다면 서둘러야 합니다. 저 괴물 같은 놈이 곧 움직일 거예요."


블랑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하사딘 왕가의 왕실 가드는 어느새 바깥 세계의 여인에게 마음을 홀라당 뺏긴 모양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다. 저 이빨이 길쭉한 놈을 잡아야겠다."


"저 송곳니를요? ...... 방법이 있으십니까?" 즈린이 물었다.


과묵한 사내의 눈이 나미르에게 향했다. 즈린은 사자를 떠올렸다. 바깥 세계의 공화국에서 왔다는 그 이방인 검사의 눈부신 무용을 떠올렸다. 새까만 사슬을 휘두른 것만으로 폭풍을 일으키고 적들을 압도했던 그 환상과 같은 장면을. 만일 저 송곳니가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괜찮을까? 아니, 안 괜찮을 거다. 분명 희생이 따를 테지.' 즈린이 착잡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방법이 있다. 하지만 너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알란이 가드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놈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다오. 놈에게 힘을 쓸 것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이니 그 불안정한 폭탄을 가지고 있진 않을 거다. 그러니 힘을 써도 괜찮을 것이야."


"괜찮으시겠습니까? 길을 잠시 열었다 하더라도......" 블랑이 말했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나도 이미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내 힘으로도 계속 묶어놓지는 못할 거다. 완전한 제압은 힘들 거야."


알란이 순순히 힘의 한계를 인정했다. 마나에 구애받지 않는 자가 있다는 것을 사자를 통해 알게 되지 않았다면 그도 몰랐을 한계였다. 눈앞의 미식가도 분명 그의 힘을 거스르며 반항할 것이다.


"내 역할은 제압이다.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마나를 쏟아낼 거야. 마무리는 너희들이 해야 한다. 특히 자네."


왕자가 즈린을 바라보았다. 즈린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바이런과 블랑, 마이아르는 그저 초조한 표정으로 왕자의 작전을 곱씹었다.


"따르겠습니다, 전하. 명만 내려주십시오."


즈린이 말했다. 블랑과 마이아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전세를 확실하게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예상치 못한 방해만 없다면. 위대한 천정이 그들을 저버리지만 않는다면.



03.

"물었잖아. 어떻게 할 거냐고."


나미르가 성큼 다가왔다. 무녀의 거취를 물은 마드와 마사르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아주 분명한 의사 표시가 둥실둥실 메시지로 떠 있었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죽여주마. 대답은 한...... 1초 안으로 해주면 좋겠어.


마드도 대화로 시간을 끌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한 번 해보기도 전에 꼬리부터 내린 겁쟁이 자신을 다잡아 보고 싶었을 뿐. 하지만 마드도 예상했듯이 마음을 다잡을 시간 따위 전혀 없었다. 두, 세 걸음 다가오던 나미르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미식가들 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잔인한 사내가 손날을 칼처럼 쭉 편 채 날아들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그가 노린 것은 우선 안비오였다. 그저 가장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젊고 유망한 가드는 나미르가 다가온 순간 검을 치켜들었고 그의 목을 향해 쭉 내질렀다. 좋은 선택이었다. 만약 경솔하게 나미르의 일격을 '막으려' 했다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것이다. 불쑥 다가온 사신에게 겁먹지 않고 대항한 것이 그의 목숨을 살렸다.


"제법이구만! 쉽게 당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나미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놀라며 젊은 가드의 검을 피했다. 나미르는 손날을 뻗지 않았다. 그의 간격이 아니었다. 안비오도 쫓아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마드와 마사르가 뒤에서부터 치고 나왔다. 안비오의 용감한 반격이 그들에게 활로를 열어주었다. 공세를 펼칠 때였다.


'조금이라도 몰아붙일 수 있을 때 거세게 밀어야 한다. 잠시라도 빈틈을 보였다가는 다 끝장이야.'


마드가 검을 지르면서 생각했다. 언더그라운드에 들어와 평온하게 시간을 보냈던 사흘 동안 겨우 동료들의 빨래만 하고 지냈던 것은 아니다. 사흘간 마드는 사자의 가르침을 받았다. 묘하게 가르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그 얄미운 사내는 다짜고짜 마드에게 검술 수업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04.

"검술? 공화국 검술을 가르쳐주겠다는 거야?"


마드가 물었다. 먼지로 찌든 공화국 검사의 로브를 빨아 왕궁의 중정에 널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사자가 그녀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심 사자와의 티타임을 기대했던 마드에게 사자가 제안한 것은 검술 수업이었다.


"그렇소. 사실 당신의 검술은 이미 훌륭하오. 사막 전역을 뒤져봐도 당신만큼 정확하고 깔끔하게 검을 쓰는 이는 많지 않을 거요. 무법자들도 만났고 도시를 지키는 병사들과 무력이 뛰어난 가드들도 만나봤지만 그중 당신의 검술이 가장 낫소." 사자가 말했다.


"헤에. 갑자기 왜 띄워주고 그러시죠? 천하의 공화국 검사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소녀는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요." 마드가 배시시 웃었다.


"아니, 나야 솔직한 감상을 말할 뿐." 사자가 씩 웃었다.


사리안의 미소에 마드는 얼굴이 붉어지면 어쩌나 황급히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나야 기분 좋지만. 그런데 수업이라니. 여전히 내 검술에 부족한 점이 많은 거야? 공화국 검사가 보기에?"


"부족하다기보단 덜어내는 쪽에 가깝소. 당신의 검은 빠르고 정확하지만 아쉽게도 군더더기가 남아 있소. 제대로 된 훈련도 없이 이 정도 검술을 갖춘 것은 그야말로 재능이지. 하지만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났다면 훨씬 좋은 검사가 되었을 거요."


'좋은 검사가 됐을 거라니. 나는 과수원 사장이 꿈이었다고.' 마드가 생각했다.


게다가 귀족의 영애로 자라난 마드에게는 어릴 적부터 검술 선생이 있었다. '카심'이라는 이름의 제국군 검술 교관 출신의 사내였다. 마드의 아버지는 딸이 문무를 겸비한 숙녀가 되길 바랐다.


"그러니 내가 조금만 교정을 해주겠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 거요. 그저 중요한 포인트만 짚어줄 뿐.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 사막으로 나가면 더 강한 적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오. 그러니 모처럼 시간이 났을 때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소."


"흠, 좋아. 공화국의 검께서 직접 가르침을 주신다면 나야 황송하지. 안 그래도 한 번은 부탁하려고도 했어. 그럼 뭐부터 하면 될까?"


그리고 사흘간의 검술 수업이 시작됐다. 하루 8시간, 중간에 30분씩 딱 3번만 쉬는 엄청난 하드 트레이닝이었다. 빌어먹을. 사리안과의 알콩달콩한 과외 교습을 떠올렸던 마드로서는 당황스러웠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며.


하지만 수업의 결과는 확실했다. 겨우 3일의 수업이 그녀의 검을 근본부터 바꾸어 놓은 것이다.


'공화국의 검은 곧 좋은 선생님이라더니.'


마드의 검이 나미르의 목을 거의 벨 듯이 스쳤다. 미식가의 표정이 놀란 것을 넘어 즐거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단순히 검사의 애인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거 실례였군. 훌륭해! 멋지구만!" 나미르가 유쾌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닥치고 얌전히 목이나 내놓으셔.'


마드가 계속해서 나미르를 압박했다. 점점 더 빠르고 거세게. 전장의 여신이 든 검이 미식가를 향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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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 클라이맥스 1 +9 20.12.03 39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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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35. 사냥꾼들 2 +10 20.11.28 403 12 13쪽
134 134. 사냥꾼들 1 +2 20.11.27 400 14 13쪽
133 133. 악몽 4 +6 20.11.26 395 13 12쪽
» 132. 악몽 3 +2 20.11.22 422 15 12쪽
131 131. 악몽 2 +4 20.11.21 417 17 12쪽
130 130. 악몽 1 +6 20.11.20 418 15 12쪽
129 129. 시가전 3 +4 20.11.19 420 13 13쪽
128 128. 시가전 2 +4 20.11.15 445 17 12쪽
127 127. 시가전 1 +4 20.11.14 446 15 12쪽
126 126. 재회 3 +10 20.11.13 440 17 13쪽
125 125. 재회 2 +6 20.11.12 459 21 12쪽
124 124. 재회 1 +7 20.11.08 488 20 12쪽
123 123. 드러난 음모 2 +8 20.11.07 453 20 12쪽
122 122. 드러난 음모 1 +8 20.11.06 459 16 12쪽
121 121. 트리거 2 +4 20.11.05 465 17 12쪽
120 120. 트리거 1 +4 20.11.01 497 20 12쪽
119 119. 연극 2 +4 20.10.31 468 15 12쪽
118 118. 연극 1 +4 20.10.30 504 19 13쪽
117 117. 보일러실 +8 20.10.29 511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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