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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oongo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17
추천수 :
9
글자수 :
140,260

작성
23.08.21 17:40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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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14화-무너동료

DUMMY

잠시 몇 초간의 대립을 이어가다가 그는 다시 원래대로 웃는 인상으로 돌아왔다.


“뭐, 좋습니다. 협회 내부에서 싸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다음에 보거든 꼭 당신들을 해부하고 말테니까 자비롭게 기회를 드릴 테니 얼른 꺼지세요.”

“아니, 아무리 히어로라고 하더라도 이런 태도는······!”

“가자.”


바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시아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한시아는 실눈 안경잡이한테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가 바론의 태도에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입을 다물었다.


“우~ 꺼져라.”

“빌런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주변의 비아냥거림에도 바론은 꾹 참아냈다. 분명 그가 모르는 일들이 있었을 게 눈에 보였다.


“이제 보니까 한 주먹거리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존나 강하다는데 거짓말 아니야?”


이번에는 히어로로 보이는 애송이들이 바론을 보며 키득키득 쪼갰다. 바론은 걸음을 멈추고 놈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능력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햇병아리 히어로들은 처음에는 바론의 눈빛이 우스웠다.


1초 후, 그들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2초 후, 숨쉬기가 버거워지고 폐가 쪼그라드는 감각에 괴로웠다. 3초 후, 그들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이빨을 마구잡이로 부딪쳤다.


“흐아, 흐아아아!”

“으아아아!”


더 이상 바론의 눈을 똑바로 보다가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던 그들은 엉거주춤 기어가며 움직이더니 간신히 자리를 박차고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쯧,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그저 겁만 조금 줬을 뿐인데 호들갑만 떠는 애송이일 뿐이었다. 옛날에는 신생 히어로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기백만큼은 인정했었는데.


그는 잠시 옛날 일을 회상했다. 시민들을 구하고 시간을 벌겠다며 홀로 자신에게 맞서는 나약한 히어로 한 명. 이름조차 몰랐지만 그는 바론보다 훨씬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울트라레인저가 도착할 때까지 목숨을 다해 바론의 발목을 붙잡았었다.


그 뒤로 옐로우에게 치명상을 입고 도망쳐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근성 하나는 대단한 놈이었다.


“히히힛! 형님, 저놈들 완전 꽁지 빠지게 도망치네요!”

“요즘 애새끼 히어로들은 근성이 없어.”


두 명의 히어로가 도망치는 것을 본 주변의 사람들은 바론 앞에서 대놓고 욕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대신 그가 지나가고 안전거리가 확보되었다고 판단했을 때가 되어서야 뒷담을 까기 시작했다.


물론 청력이 뛰어난 바론에게 그마저도 들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무너 생각뿐이었다.


“저, 저기 잠깐만요!”


출구 앞에 거의 도달했을 때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바론을 불러 세웠다. 그는 귀찮은 얼굴로 돌아섰고 그 앞에는 어느 연약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한 손으로는 거대한 가방을, 다른 손으로는 무릎을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뭐야?”

“허억, 허억. 바, 바론 님 맞으시죠? 저는 무너와 같이 일하던 동료입니다.”


무너의 동료라는 소리에 바론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인간이 동료라니. 뭐, 나도 그럴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바론이 한유샤를 응시하자 한유샤는 뭔가 할 말이 있느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음표를 생성했다.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저, 정말 죄송합니다!”


젊은 남자는 다짜고짜 머리를 숙였다. 바론은 그의 정수리를 보고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정수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다.


분명 인간들 사이에서는 저걸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칠 수 없는 탈모라는 병이라고 했지?


“제가 평소에 무너를 위한 크흑, 호신무구를 제조했다면! 크흡! 납치될 일도 없었을 텐데!”

“어, 야······ 너 설마 우냐?”


남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물을 주르륵 흘렸다. 난데없이 다가와서 사과를 하더니 울어버리는 태도에 바론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흐으윽! 저를 쓰레기라고 불러주십시오! 멍청하고 무능력한 한심한 쓰레기!”


이번에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터지도록 때리기 시작했다.


“나 같은 새끼는 뒤져야해! 동료 하나 납치될 때 연구실에 처박혀 있던 나 같은 건!”

“어어, 그러지 마세요!”


한시아가 달려들어 간신히 저지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얼굴 근육을 모조리 사용해서 찌푸리고는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렸다.


“흐어어엉! 모두 제 탓이에요! 저의 소중한 동료였는데! 저라도 잘 챙겼어야 했는데, 크흡! 모두 제가 부족한 탓에 무너가 납치된 거라고요!”


히어로 협회에서 협박만 들었던 한시아는 속사정을 몰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난감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슴 속에 무거운 돌탑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쾅! 쾅! 기어코 머리까지 바닥에 박아버리는 태도에 바론은 어느 새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그를 말리고 있었다.


“야야, 네 잘못이 아니야. 납치한 새끼가 문제지. 그러니까 그만해라.”

“맞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크흡! 여러분들은 정말 멋진 분들이시군요. 저 같은 쓰레기를 챙겨주시다니······.”


바론은 처음에 그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이제는 조금 귀찮아졌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고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무너를 어떻게 생각했다는 건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해라.”

“죄송, 죄송합니다. 흐윽!”


그래도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자신을 대하던 협회의 직원들의 태도에 무너도 같은 취급을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적어도 한명쯤은 무너를 생각하고 아껴줘서.


“제가, 제가······ 히끅! 도울 일이 있다면, 흐윽! 언제든지 말씀만 주세요! 그, 그리고 이걸!”


남자는 자신이 가져온 거대한 가방을 바론에게 정중히 건넸다.


“이게 뭔데?”


바론이 그걸 열자 그곳에는 바론의 주먹만한 큼지막한 검은 구슬이 있었다.


“구슬?”

“흐윽, 그건 무너와 함께 개발하던 무기입니다. 손, 손을 갔다 대보세요.”


바론은 미심쩍었지만 그래도 녀석의 울보얼굴이 뒤통수를 칠 것 같지는 않고 무너를 생각하는 인간이라서 그의 말대로 했다.


손을 뻗어 검은 구슬을 들어 올리자 구슬이 우웅 소리를 내며 진동하더니 바론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구슬은 두 개로 쪼개졌다. 그리고는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져서 바론의 양팔을 팔꿈치까지 휘감았다.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검은 액체의 감촉에 바론은 불쾌하면서도 신기했다. 이윽고 그것의 몸체는 단단해지고 형체를 잡기 시작했다.


“와, 순식간에 변했어요! 검은 클로네요! 엄청 크긴 하지만요!”


한시아의 말대로 일반 클로와는 다르게 어마무시한 사이즈의 클로였다. 건틀릿에 가깝기도 한 검은 색의 클로 몸체는 두툼하고 넓어서 방어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길고 날카로운 칼날이 다섯 개가 그 끝에 달려 있었다.


양손에 장착된 클로를 들어 올려 구경하던 바론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거 괜찮군.”


소유자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무기인가. 바론은 이 무기에서 무너의 능력이 불어넣어진 것이 느껴졌다.


“훌쩍,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무너에게 바론 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부하와 동료애만큼은 끔찍하게 여겼던 분이시라고. 비록 무너의 납치를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바론 님에게 무너와 함께 만든 무기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남자는 더 이상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흔들림 없는 동공은 그의 굳센 진심을 나타냈다.


바론은 피식 웃었다.


“그래, 잘 쓰마.”


한시아는 생각했다.


아니 그래서 대체 왜 그러는 건데.


****


집으로 돌아온 바론은 영문을 모르는 한시아의 답답함을 해소시켰다. 그녀는 무너의 납치 정황과 바론의 계획을 진중한 표정으로 들었다.


이야기 중 바론이 거들먹거리며 자신이 협회와 협상한 이야기를 했을 때 어색한 미소를 지은 적 빼고는.


“상심이 크셨겠네요, 형님.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쇼! 형님의 부하라면 저의 작은 형님입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기특하게 포부를 다지는 한시아가 표현한 작은 형님이라는 단어에 바론은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무너는 처음으로 생겼던 부하. 그의 오른팔과 같은 녀석이었다. 언제나 시킨 일에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누구보다 남을 아끼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바론을 향해 충성을 다하던 녀석. 인간으로 따지면 우수한 모범생이었다.


최후의 결전 때도 바론의 곁에서 같이 죽으려고 하던 무모한 면도 있었지만 말이다.


상념에 잠긴 바론을 잠시 바라보던 한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가져왔던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그런데 말이죠, 형님. 굳이 현재 세운 계획대로 해도 되지 않아도 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어리둥절해하는 바론에 한시아는 빙긋 웃었다.


“제가 가져온 USB에 뭐가 들어있다고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아!”


바론은 놀라워하며 책상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표정이 어딘가 어색했다. 그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말했다.


“······뭐라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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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흑막을 향해 24.01.03 8 0 11쪽
28 28화-곧 24.01.02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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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8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8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8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9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0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9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18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2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3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2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4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36 0 10쪽
» 14화-무너동료 23.08.21 40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39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7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2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4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5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5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1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4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78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0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0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0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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