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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oongo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21
추천수 :
9
글자수 :
140,260

작성
23.08.09 08:20
조회
90
추천
2
글자
10쪽

3화-쓰디 쓴 인생

DUMMY

꿀꺽. 무너는 침을 삼켰고 바론은 입 안에 있던 고기를 한 번에 위장으로 내려 보냈다.


저질러버렸다. 무너는 드디어 말했다는 청량감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 이 자리에서 과연 자신이 살아가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에 다리를 떨었다.


과연 바론 님께서는 어떤 말을 할까? 주제를 넘었다고 호통을 칠까? 아니면 주먹을 날릴까?


무너의 속사정과 다르게 바론은 해맑은 아이가 전혀 모르는 질문을 받은 아이처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대답에 무너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뜻이냐고요? 그건 바론 님이 제일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바론 님의 계획은 실패했다고요!”

“······뭐? 아, 아니야! 지금은 잠시 슬럼프가 와서 그렇지만 계속 하다보면 시청자 유입도 많아질 거고 그러면······.”

“유명세를 얻어 인간들의 자금을 빼돌리고 더 나아가 인기를 이용하여 대선에 나가 권력까지 손에 쥐겠다는 그 원대한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겁니까?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무너의 울분을 막아두던 댐이 무너졌다. 그는 여태껏 쌓아왔던 응어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바론 님! 바론 님의 생방송 시청자는 고작 10명 남짓이지 않습니까!”

“그, 그건 아니야. 15명이야!”

“그게 그거라고요! 빌어먹을 울트라레인저의 옐로우 때문에 저희는 참패를 당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길 수 없다는 걸 모두가 깨닫지 않았습니까! 그래요, 처음에는 바론 님께서 죄수들과 함께 계획을 짜왔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가슴이 설렜습니다. 저도 필리아 님의 자식이니 복수를 원했으니까요.”


무너는 답답하다는 듯이 집게를 테이블에 쾅하고 내리쳤다.


“상황을 좀 보십시오!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바론 님의 방송이 성장해 있을 것 같습니까? 저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제가 히어로 협회의 대장장이로 일하는 건 아시지요? 그래서 바론 님께 감시 상황도 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때 분명히 1년 동안의 감시라고 했지요.”

“······그랬지.”


무너는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겠는지 옆에 있던 소주를 병나발 째로 들이켰다.


“크으! 그런데 이제 5개월 지났습니다. 정녕 이유가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그들은 필리아 님의 오른팔이었던 당신께서 폐인처럼 아무 의미 없는 방송만 하고 있으니 쓸모없는 길거리의 쓰레기 취급을 하며 감시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거라고요! 제가 직접 협회 인원들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심장이 욱신거린다. 누군가 바늘로 심장을 모든 각도에서 찔러 넣는 기분이었다. 내가 그딴 취급을 받고 있었다고? 천하의 필리아 님의 오른팔인 내가?


길거리의 쓰레기.


바론은 수치스러웠다. 쇠젓가락을 쥐고 있던 손에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들어가자 젓가락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 마냥 구겨졌다. 그리고 그의 알량한 자존심도 처참하게 찌그러졌다.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상태였다.


“제가 진정으로 화났던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론 님을 옹호 할 어떤 말도 꺼낼 수 없다는 저 자신입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할 말이 없었으니까요······.”


무너는 고개를 떨구고 아랫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바론은 그의 눈에서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주제넘은 말을 꺼내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죽이든지 삶든지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뒤집지 않아 타들어가는 소고기가 많아지는 사이 그들은 잠깐의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바론이 탄 고기를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어 삼킨 후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


“으허, 취한다!”


늦은 밤거리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취기가 잔뜩 오른 바론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쓴소리는커녕 좋은 말만 하던 무너가 이렇게까지 말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바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뜻했다. 바론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은 무참히 실패했고 지금은 그저 어떤 생산력도, 영향력도 없는 방구석 백수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내심 부정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실패자란 사실을 마주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무너덕분에 제대로 진실과 눈을 맞추었다.


“젠장······.”


그래, 이제 인정해야한다. 나는 멍청한 계획을 세운 실패자다.




그는 길거리의 벤치에 무거운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다들 바쁘게 살고 있는 거겠지. 밖으로 나가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말이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무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바론 님, 이제 복수는 내려놓고 필리아 님의 유언대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니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비록 히어로들을 지원하는 대장장이지만 그래도 나름 보람찹니다. 제가 만든 무구로 적과 싸워 승리하거나 살아남아 돌아오는 녀석들이 가끔 감사인사를 하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라. 바론은 눈을 감았다. 필리아 님은 최후의 결전 전에 모두를 불러 모아 유언을 남기셨다.


‘비록 내 손에 이끌려 치열하게 싸우는 삶을 살았지만 앞으로 만큼은 너희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필리아 님. 평생 당신을 모시는 것이 숙원이었던 저는 정말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바론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더니 방송을 켰다.


[남탓빌런: ???뭐임. 밖임?]

[허접빌런: ㅋㅋㅋㅋㅋ갑자기 야외방송하네.]

[과학빌런: 야외방송은 처음이지 않나?]

[내새끼사랑해: 어머, 혹시 술 드셨나요?]


키자마자 들어온 시청자 수는 4명. 이들은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바론의 방송을 챙겨보는 애청자들이었다.


바론은 알게 모르게 그런 그들에게 정이 갔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게 느꼈었다. 그리고 취기가 잔뜩 오른 그는 처음으로 진심을 말하려고 했다.


“후우, 안녕하세요. 예. 야외방송은 처음입니다. 제가 술을 조금 마셨는데 속상해서 얘기할 사람이 여러분밖에 없더라고요.”




[과학빌런: ㅋㅋㅋㅋㅋ조금이 아니라 만취했네.]

[남탓빌런: 이런 모습은 색다르다?]

[내새끼사랑해: ㅠㅠㅠㅠ어떤 근심을 담아두셨기에 그러시나요.]

[허접빌런: 고백시간임?]


바론은 빙긋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에혀, 사실 이번에 제가 아끼는 부하한테 쓴소리를 좀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여러분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있나요?”



[허접빌런: ㅋㅋㅋㅋㅋ얼마나 개떡같이 살면 부하한테 쓴소리를 듣냐. 나는 딱히 원하는 삶 없음.]

[남탓빌런: ㅇㅇ나는 그냥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음. 지금은 그냥 백수임.]

[과학빌런: 오 나도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을 보던 바론은 푸훕 웃음을 터트렸다. 이들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허접빌런: 그런데 보통 진짜 자기 꿈을 찾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거의 드물지 않음?]

[과학빌런: 맞음. 성공한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일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함.]

[내새끼사랑해: 저는 굳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살아가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여러 시도를 해보세요!]


“그렇죠?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 많죠? 하하하!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억!”




바론은 옆구리에서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와 함께 누군가 바닥을 나뒹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취기에 흐린 눈을 집중해서 보니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아이가 가방과 함께 쓰러져 있었다.


“어후, 깜짝이야. 괜찮아요?”




아무래도 골목길을 지나던 와중에 여자아이가 갑작스레 튀어나와 부딪친 것으로 추측됐다.


“으으······.”




자세히 보니 그녀는 헤진 옷을 입고 있었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몸이 깡말랐다. 또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 못했는지 노숙자한테서 날 법한 쾌쾌한 냄새가 풍겼다.


“헉!”




바론이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손을 뻗은 순간 소녀는 눈을 번쩍 뜨더니 자신의 가방을 잡고 일어났다.


“저기요.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데 괜찮아요?”

“비, 빌런? 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그녀는 허둥지둥 자신의 가방을 챙기고 바론을 무시한 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앞길에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추격자들이 이미 점령한 상황이었다.


“망할!”



뒤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역시나 건장한 사내들이 막고 있었고 골목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면초가. 그야 말로 궁지에 몰린 쥐새끼였다.


“여어,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나. 배신자 새끼야.”

“오늘 아주 날 잡았지? 오랜만에 사타구니가 근질근질하네. 많이 예뻐해 줄 테니까 가방 들고 이리로 와.”


바론은 상황파악이 좀처럼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 자기가 먼저 몸통박치기 해놓고 사과도 없는 소녀가 딱 달라붙어서 비 맞은 강아지처럼 떨고 있는지도 의아했다.


소녀는 바론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고양이 동공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보였다.


“제, 제발 도와주세요. 도와주시면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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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8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8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8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9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0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9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18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2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3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2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5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36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40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39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7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2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5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5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5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1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4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78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1 2 10쪽
»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1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0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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