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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oongo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01
추천수 :
9
글자수 :
140,260

작성
23.08.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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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빌런잡자

DUMMY

바론의 집에서 한시아는 바론에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밤새서 구상한 콘텐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 중이었다.


“요약하자면, 저희는 세 가지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과 싸웠던 히어로와 합방, 두 번째는 형님 외에 은퇴한 빌런들이 어떻게 사는지 근황 추적, 그리고 마지막은 바론 님께서 히어로처럼 빌런에 맞서 싸우는 겁니다!”

“호오.”


바론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가지 콘텐츠 모두 비상한 아이디어였다. 그의 멍청한 두뇌를 결코 떠오를 수 없는 생각들.


바론은 마음에 들어 하며 어떤 콘텐츠를 할지 고민했다.


우선 3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들을 위해 싸우라니. 어제는 취기에 그랬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간들을 돕는다는 것은 필리아의 창조물인 바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1번을 택하기에는 위험했다. 그와 싸운 히어로들은 모두 그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만약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반응은 냉소적일 게 분명했다.


오히려 덤벼들지 않으면 다행이지.


“좋아, 그럼 두 번째로 하지.”

“안됩니다, 형님. 무조건 세 번째로 하셔야해요.”

“······.”

그의 말을 칼같이 거절하는 한시아. 그녀의 눈은 무척 진지했다. 바론은 내심 불편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그녀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이유가 뭐지?”

“형님 방송에 시청자 유입이 떡상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음······.”


그러게. 진짜 왜지? 그냥 신세한탄 하다가 약골 주제에 설치는 녀석들 정리한 것뿐이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시청자 수가 유입이 되었고 지금 이렇게 돈을 벌게 되었다.


“내가 강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형님. 형님께서 그저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 무거운 아령을 들고 근육을 뽐낸다고 해서 시청자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바로 형님의 강함으로 저를 도와주 는 사이다 연출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사이다 연출이라고?”

“네, 형님. 대중들은 답답한 상황을 혐오합니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스트레스 해소하는 자극을 원하죠. 형님이 어제 압도적인 힘으로 저를 괴롭히던 녀석들을 때려눕혔기 때문에 그렇게나 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온 겁니다.”


바론은 사이다를 원하는 대중들의 심리를 이번에 처음 깨달았다. 스트리머라는 자식이 이런 것조차 몰랐다니 스스로가 살짝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어. 그럼 네가 말한 앞에 두 개의 콘텐츠는 의미가 없는 거 아니야? 대중들은 사이다만 원한다며.”

“그렇지 않습니다, 형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청자의 유형입니다. 어제 형님의 방송을 찾아온 시청자들은 극적인 사이다 연출을 원하는 부류였죠. 그렇다면 다음에 방송을 켰을 때도 어제 왔던 시청자들이 똑같이 사이다를 원하며 들어올 겁니다. 먼저 그들을 붙잡기 위해 주 콘텐츠를 3번으로 하시고 나머지 다른 콘텐츠는 시청자 유입이 안정되었을 때 진행하면 좋습니다.”

“오오!”


바론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일타 강사처럼 귀에 쏙쏙 박히게 설명하는 한시아의 모습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런 유능한 인재가 자신에게 오다니!


“헤헤, 과찬입니다.”


한시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나지만 부끄러워 자제하려는 마음도 있어 입고리만 올라가는 정도로 그쳤다.


바론은 벌써부터 최고의 스트리머가 될 미래를 꿈꿨다.


그의 계획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보였다. 비록 인간들을 돕는 것은 석연치 않은 일이었지만 그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미 출소했을 당시 던져버린 자존심 따위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이대로 인간들의 자본을 빼앗아 권력을 차지하는 거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나라를 장악하는 거지. 흐흐흐.


바론은 빌런 시절 자주 지었단 사악하고 소름끼치는 웃음꽃을 피우자 한시아는 흠칫 놀랐다.


“혀, 형님 왜 그렇게 웃으시는 겁니까?”

“어? 크흠. 아, 아니다. 아무튼 네 설명은 잘 들었다. 아주 훌륭해. 3번을 택해야 할 이유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했어!”

“헤헤, 사실 제일 큰 이유가 있긴 합니다.”

“그게 뭔데?”


한시아는 뜸을 들이다 말했다.


“빌런입니다. 형님께서는 과거에 빌런이셨으니까요. 그러니 인지도를 쌓기 전에 1번과 2번을 해서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는 주제에 잘 사는 모습을 보이면 반감만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시아의 뼈 때리는 말에 바론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 한 때 바론은 인간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빌런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처음 그가 출소했을 당시에도 사람들에게 그리 욕을 먹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무너도 처음에는 사람들의 매몰찬 반응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했었다.


그녀의 말대로 아무 생각 없이 1번과 2번 콘텐츠를 진행하다간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었다.


“그래, 그럼 3번으로 가자.”

“넵, 알겠습니다! 때마침 좋은 소식이 있어요!”


한시아는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더니 바론에게 뉴스를 보여줬다. 뉴스 화면 속의 남성 기자는 헬리콥터 안에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언제 죽을 줄 모른다는 공포심이 서려 있었다.


“저, 저는 마석주 기자입니다! 현재 새롭게 나타난 괴인형 빌런이 인천광역시청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들의 파견되어······.”


인천광역시청이라면 여기서 멀지 않다. 그가 한시아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바론에게 양팔을 뻗고 있었다.


“······너 뭐하냐?”

“헤헤, 형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카메라맨을 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가기에는 너무 느리니 형님에게 업혀서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 와중에 이런 생각까지 한 건가. 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바론은 피식 웃으며 등을 내줬다.


“업혀라.”

“네!”


처음으로 넓은 등짝에 업힌 한시아의 얼굴에 홍조가 올라왔다. 비록 많이 빠지긴 했지만 바론의 등근육은 충분히 탄탄했다.


****


“꺄아아아아아악!”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잡아먹힌 한시아는 냅다 비명을 질렀다. 거센 바람이 연신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바론은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갔다. 한 번의 점프로 순식간에 건물 위로 올라가고 바람처럼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여기서 어느 방향?”

“쭈, 쭉 가시면 돼요!”


한시아는 바론의 핸드폰으로 위치를 파악하여 인간 네비게이션이 되어야 했기에 안간힘을 쓰며 눈을 부릅떴다.


“그, 그런데 형님. 혹시 빌런이 괴인인데 괜, 괜찮으시겠어요?”

“뭐? 그게 왜?”

“그거야 혀, 형님이 빌런이셨으니까 동료일······.”

“뭐라는 거야!”


바론은 짜증이 치밀어 올라 인상을 확 구겼다.


“얌마, 설마 괴인이라면 모두 동료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 아니었어요?”

“당연히 아니지! 나에게 동료란 필리아 님의 자식만 동료야. 근본도 없는 나머지 놈들은 그냥 탄생한 허접 찌꺼기에 불과하다고!”

“죄, 죄송합니다!”


한시아는 급히 사과했지만 바론의 심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가끔 보면 히어로들 중에서도 이런 애들이 많았다. 초인들이 타락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형 빌런이 아닌 괴인 빌런은 모두가 동료를 취급하는 경우.


어이가 없어서 정말.


바론은 콧방귀를 뀌며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간혹 힘으로 찍어 눌러 집단을 만드는 괴인들이 등장했지만 필리아 님의 손에 의해 탄생하여 만들어진 집단과는 수준이 달랐다.


필리아에 속한 빌런들은 사랑으로 이루어졌으니까.


“쯧.”


바론은 어느 골목길에 멈췄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요란한 굉음이 끊이질 않았다.


“우, 우앗!”


한시아는 급정거에 당황해하며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손에서 핸드폰은 꼭 놓질 않았다.


“도, 도착했군요!”

“그래.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 촬영을 어떻게 하려는 거냐? 너 겁나 약하잖아. 갔다가 휘말려서 죽을 수도 있어.”


바론이 의아해하며 물어보자 그녀는 활짝 웃었다.


“에이, 저도 초인이잖아요. 제가 사체업장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데요.”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라.”


심기가 불편한 바론의 태도에 한시아는 바로 답했다.


“제, 제 능력은 하루에 30분간 절대적으로 모든 공격을 회피할 수 있어요.”

“정말?”


바론은 기습적으로 딱밤을 날렸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시아는 연속으로 뒷구르기를 네 번이나 돌다가 멈췄다.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바론의 손가락 자국이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아이고 아파라! 내 이마! 으으으, 형님! 갑자기 그러시면 어떡해요!”

“아니 피할 수 있다며.”

“그건 제가 능력을 발휘해야죠!”

“아, 미안.”


한시아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자신의 이마를 매만졌다. 딱밤 수준이 아니라 대포를 맞는 것 같았다.


“흐으, 다시 한 번 해보세요, 형님. 능력 발동했습니다.”

“오케이.”


바론은 옆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서 가볍게 던졌다. 정확하게 한시아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가던 돌멩이는 그녀의 이마를 강타하기 직전에 목표물을 잃고 벽에 부딪쳤다.


“후후, 어떻습니까?”


바론은 대답대신 연달아 돌멩이를 던졌다. 한시아는 여유롭게 피했다.


“후후후.”


바론은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돌덩이를 던졌다. 한시아는 계속 피했다.


“후후······.”


바론은 전보다 더 빠르고 많은 돌을 던졌다. 한시아의 표정은 점점 좋지 않아졌다.


“그, 그만하세요!”


한시아의 호소에 바론은 던지려던 바닥에서 뗴어낸 콘크리트 덩어리를 내려놓았다.


“아아, 나도 모르게 재밌어서 그만.”

“어찌됐든 제 능력 보셨죠? 충분히 촬영 가능합니다.”


분명 피하지 못할 궤도였음에도 불가사의하게 회피하는 한시아의 몸놀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쓸 만한 능력이야. 좋았어! 그럼 당장 그 빌런 자식을 패버리고 돈벌러 가보자고. 방송 켜!”

“아, 바로 빌런 패버리시면 안 돼요.”

“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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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7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8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8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9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0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9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18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2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3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2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4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36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39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38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6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0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3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5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3 0 11쪽
» 7화-빌런잡자 23.08.12 61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4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77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0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0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29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0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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