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Moongo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11
추천수 :
9
글자수 :
140,260

작성
23.08.18 07:40
조회
51
추천
0
글자
10쪽

11화-매드니스

DUMMY

“쿠엑!”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매드니스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론의 발차기에 배를 정통으로 맞은 그는 아침을 모조리 게워내 버렸다.


“우욱! 흐어, 흐아.”


거친 숨을 내몰아쉬면서도 매드니스는 활짝 웃었다.


언제나 그가 갈망하던 상황이었다. 선혈이 낭자한 강자와의 전투. 매드니스는 자신의 반쪽짜리 대검을 내동댕이쳤다.


“너 강하구나?”


바론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갔다.


“히어로라는 새끼가 아까 빌런이랑 같이 민간인을 베려고 하질 않나. 이번에는 내 부하까지 건드려? 간덩이를 배 밖으로 꺼내주랴?”

“크하하하하! 쿨럭, 쿨럭! 오냐, 좋다! 어디 한 번 해봐라!”


바론은 몸을 움찔거렸다. 다 죽어가는 녀석의 몸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늘로 솟구치는 붉은 섬광.


“키햐!”


붉은 섬광이 잦아들자 매드니스는 황홀감에 고개를 젖히고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인간의 육체가 아니었다.


검붉은 회로가 몸 곳곳에 새겨져 있었고 그의 손과 다리는 괴물처럼 크고 날카로워졌으며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올랐다.


그의 입에서는 붉은 입김이 흘러나왔다. 검은 눈동자에는 붉은 잉크가 퍼졌고 톱날처럼 변모된 이빨은 뭐든지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전신을 검붉은 괴물의 몸으로 교체한 것 같은 살벌한 외견은 인간보다는 빌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한층 진화했던 빌런을 상회했다.


광폭화. 광기의 힘을 가진 매드니스의 능력. 싸우면 싸울수록,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의 능력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능력.


바론의 발차기 한 방에 매드니스의 힘은 최고점에 도달했다.


“이 동네는 변신하는 게 유행인가?”


변신하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던 바론은 울트라레인저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놈들은 여전히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으려나.


“키햐햐햐햐! 키햐햐햐햐햐! 이 상태가 되면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지! 나조차도 말이야!”

“설마 그걸 말장난이라고 하는 거야?”


매드니스는 총알 같이 달려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붉은 섬광이 나타났고 날카로운 손톱은 바론의 목을 몸통과 분리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


매드니스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잔뜩 나타났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시야에는 바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땅 속의 풍경과 함께 흙더미 속을 뚫고 꿈틀 거리는 지렁이와 소개팅을 하는 중이었다.


“크악!”


광폭화로 인하여 고통이 절감되었음에도 누군가 그의 등을 자동차로 들이박은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더불어 그의 눈앞의 풍경은 눈 깜빡할 사이 푸르른 하늘이 비쳐졌다.


깜빡.


그리고 햇빛을 가린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얼굴 위로 드리웠다.


순간 매드니스는 히어로가 된 이래 난생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턱이 떨리고 폐가 쪼그라들며 절로 오금이 저리는 느낌.


아아, 이거다. 이거야 말로!


퍼억! 바론이 내려찍기에 흉부를 맞은 매드니스는 피를 토하며 땅으로 추락했다.


주변 일대를 뒤흔들어 건물까지 휘청이게 만드는 충격파가 휩쓸었다. 대자로 바닥에 박혀 입을 쩍 벌린 채 피투성이가 된 매드니스는 생각했다.


최고의 쾌락이야!


그는 활짝 웃으며 기절했다.


“으, 맞는 걸 좋아하는 변태는 처음 보네.”


여유롭게 착지한 바론은 거대한 똥덩어리를 보듯 매드니스에게 혐오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뒤로 물러났다.





민간인을 위협하는 히어로를 보내다니 협회도 다 썩어빠졌군. 옛날에 나랑 싸울 때는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 어쩌고 하더니 역시 허황된 거짓부렁이었다.


“혀, 형님!”


싸움이 끝나자 한시아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바론은 한시아가 자신의 강함에 대해 칭찬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며 찬양할 거라 생각하고 벌써부터 으쓱거렸다.


“뭐, 별 거 아니야. 이 정도는 나에게 식은 죽 먹기지.”

“아니, 그럴 때가 아니에요! 지금 히어로 협회가 찾아왔다고요!”

“어······ 뭐라고?”


한시아가 다급하게 허공을 가리키며 손가락질하자 바론의 시선은 그녀의 손끝을 따라갔다. 그들 주위로 5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날고 있었다. 헬리콥터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그 안에서 요원들이 하강했다.


바론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현재 자신은 히어로를 패버렸다. 아무리 폐급이더라도 히어로는 히어로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히어로를 교도소에서 갱생한 은퇴 빌런이 죽기 직전까지 묵사발을 내버렸다?


히어로 협회의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다시 빌런으로 태세전환 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볼 게 뻔했다. 어쩌면 즉각적으로 그의 목을 딸 수 있는 팀을 꾸려서 찾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조졌다.


녀석이 자신의 방송을 방해하지 않고 얌전히 보내줬더라면 지금쯤 돈방석에 앉아 히히덕 거리고 있을 텐데. 애초에 놈의 도발에 넘어가지 말고 도망쳤어야했다.


바론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혀, 형님. 저희 어쩌죠?”


바론은 빳빳하게 굳어진 목을 로봇처럼 어색한 동작으로 움직여 협회의 사람들을 살폈다. 그리고 일단 안도했다.


다행이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울트라레인저는 보이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전투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승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수는 다섯. 헬기에 한 명씩 탄 건가. 이런 비효율적으로 세금 낭비 오지게 하는 녀석들을 봤나.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야. 새롭게 나타난 초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저건.


바론은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얼굴을 발견했다. 장발머리에 정장을 입었음에도 탄탄한 몸매가 드러나는 여자.


바로 출소하고 처음으로 만난 인간. 제리다.


“괜, 괜찮다. 아는 사람이 있어.”


바론은 떨리는 손으로 한시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5명이서 사방을 포위하던 인간들 중 제리가 가장 먼저 바론에게 접근했다.


바론은 일단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거 제리 님 아니십니까! 정말 오랜만입니다. 제가 여기에 나온 건 시민들을 돕기 위해서······.”


철컥. 빌런 시절 익숙하게 들었던 소리. 총구를 겨누던 인가들에게서 질리도록 들었던 소리였다. 그녀가 들고 있는 권총은 정확히 바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바론, 나와 함께 가줘야겠어.”


젠장. 바론은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대로 잡혀가면 또다시 감방생활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 돈은? 내 원대한 계획은? 모조리다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확 다 죽여 버려? 아니야, 그랬다간 오히려 진짜 뒤지는 수가 있어. 하지만 협회를 따라가는 것도 불안하고.


“잠깐만요! 형님께서는 죄가 없으세요!”


한시아가 끼어들어 매드니스를 가로막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리 앞을 막아섰다.


나이스, 한시아! 이렇게까지 충성심을 표현하다니! 우리가 무사히 돌아간다면 너에게 보너스를 주마!


한시아는 생각했다. 금동앗줄을 절대로 빼앗길 수는 없어. 형님을 잃으면 나는 다시 시궁창 인생이라고!


“형님은 그저 미처 피신하지 못한 시민들을 도우려고 왔을 뿐이에요. 그리고 매드니스가 먼저 민간인 인질을 죽이려고 했고 형님이 그걸 제지했더니 다시 찾아와서 이번에는 저까지 없애려고 들었다고요!”


제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총구의 방향을 한시아에게 돌렸다.


“히익!”


한시아는 식겁하며 두 손을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시끄러워. 한시아, 너도 똑같이 우리와 함께 간다. 반항하면 위험분자로 분류해서 즉각 사살할 테니 알아둬.”

“저, 저희는 증거 영상도 있어요.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었다고요!”

“알아, 그 방송 보고 찾아온 거니까.”

“네?”


철컥.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한시아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와 동시에 바론까지도.


여기서 난동 피워봤자 좋을 게 없어. 일단 순순히 따라가서 억울함을 해명하면 그만이다.


“자, 따라와!”


뒤에서 거칠게 미는 요원들에 바론은 짜증이 솟구쳤지만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 애당초 놈들이 낑낑거리며 밀어봤자 바론의 몸은 끄떡 조차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바론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제리를 따라 헬기로 탑승했다.


한시아도 뒤를 따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못 듣게 귓속말로 작게 말했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이번 사건으로 민심은 확실하게 챙겼으니 당장 저희를 어찌할 수는 없을 겁니다.’

‘크윽, 그래. 그러길 바라야지.’



온갖 불안한 상상의 나래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것은 마음속의 기도뿐이었다.





바론은 부디 아무 일도 없길 바랐다. 폐허가 된 인천시청의 자리에는 적막함을 깨는 헬리콥터 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이었다.



헬기는 서울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있는 한국의 기둥인 히어로 협회를 향해 날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완결-최악의 끝 24.01.03 10 0 15쪽
29 29화-흑막을 향해 24.01.03 8 0 11쪽
28 28화-곧 24.01.02 8 0 10쪽
27 27화-범인 24.01.02 7 0 10쪽
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7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8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8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9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0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9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18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2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3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2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4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36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39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39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6 0 10쪽
» 11화-매드니스 23.08.18 52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4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5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5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1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4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77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0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0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0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1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