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Moongo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20
추천수 :
9
글자수 :
140,260

작성
23.08.10 12:21
조회
80
추천
2
글자
10쪽

4화-마찰

DUMMY

소녀는 선택지가 없었다. 오직 그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애써 감추고 있지만 바론에게서 미세하게 새어나오 위압감은 분명 강자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힘이었다.


그와 가까이 붙어 있을수록 확실하게 느껴졌다.


비록 빌런처럼 생긴 게 마음에 걸리지만.


“뭐든지? 난 내 방송이나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 술기운이 남은 바론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보여도 아이디어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그러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

“흐음, 그렇다면야······. 그런데 댁은 누구요?”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요! 그래서 도와주겠다는 거죠? 이 빌어먹을 날파리들아! 여기 계신 분이 너희들 다 뒤지게 패서 빈대떡으로 구워 드신단다!”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바론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굳이 도와줄 의무는 없었다. 그는 한 때 모든 인간이 죽고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괴인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소녀의 몰골은 그의 옛날 기억을 떠올리는데 충분했다.


한 때 울트라레인저에게 추격을 받던 그는 죽을 고비를 넘나들고 있었다. 아지트로 돌아가기에는 아지트의 위치가 발각되므로 사력을 다해 그들을 따돌려야했다.


거의 한 달이 넘도록 제대로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어 피골이 상접하여 차라리 죽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었다.


근육질의 몸매는 빼빼 말라갔고 수분이 부족하여 입술은 가뭄 난 밭처럼 쩍쩍 갈라졌다. 더 이상 방도가 없다고 여겼을 때였다.


그의 앞에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후광이 비추는 필리아 님이 나타났다. 바론은 하늘에서 천사가 그를 구원하려 내려온 줄 알았다.


소녀의 엉망진창인 외견에서 추격당하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이던 바론은 소녀의 추격자들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그들이 울트라레인저처럼 보였다.


갑자기 짜증나는군.


“이거 황당해서 말이 잘 안 나오네. 저 배신자 녀석을 도와준다고? 푸핫!”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비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그는 자신의 단검을 돌리는 묘기를 보이며 말했다.


“거기 덩치, 꼴을 보아하니 옛날에 빌런 활동 좀 했나본데 우리한테 상대가 될 거라 생각하나? 게다가 우리는 평범한 민간인이 아니거든.”


바론은 심드렁하게 아무 말 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왜 대답을 안 하지? 마치 석상처럼 바론은 그저 남자를 빤히 바라 볼 뿐이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는 움직임에 흐리멍덩한 눈동자. 그리고 은근히 풍기는 술냄새까지.


남자는 깨달았다. 저 망할 새끼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나서지 마라. 나 혼자 정리한다.”


그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 행위는 그가 화가 치밀어 오르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화나게 했던 상대는 모두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남자의 부하들은 키득거리며 바론이 어떻게 뼈와 살이 분리되어 죽을지 떠벌리고 있었다.


“크큭, 주제를 모르는 녀석. 먼저 네놈의 얼굴 가죽을 벗겨주마!”


신속한 몸놀림으로 남자는 순식간에 바론의 코앞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무방비한 바론의 턱밑으로 칼날을 들이밀며 생각했다.


‘둔해빠진 머저리였군. 후회는 저승 가서 해라!’


카앙! 튕겨나가는 칼날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분명 그의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감촉은 돌덩이에 칼을 쑤신 느낌이었다.


“뭐, 뭐야, 이게 무슨!”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자의 단검이 바론의 목에 정확히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옆에 있던 소녀 또한 똑똑히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론은 어떤 상처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따분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그래. 녀석도 빌런이었을 테니 능력 하나쯤은 있었나보군. 신체를 강화하는 능력인가? 하지만 이거 어쩐담. 나는 무기를 강화시킬 수 있거든!”


단검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이 파르르 떨리더니 붉은 기운이 모아들었다. 그 기운은 칼날을 타고 올라갔고 이내 칼날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뒤져라!”


카앙! 똑같은 소리가 났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허공에서 번쩍하고 무언가 떨어져 바닥에 박혔다.


그 정체는 단검의 부러진 칼날이었다.


“마사지 한 번 더럽게 못하네.”

“크악!”


뇌를 뒤흔드는 강렬한 충격에 눈앞이 번쩍였다. 남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등이 쓸렸는지 끔찍한 쓰라림이 느껴지고 세상이 뱅글뱅글 돌았다. 주변에서 동료들이 말을 걸었지만 그에게는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바론은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고작 주먹 한 번 가볍게 뻗었을 뿐인데 저런 꼴이라니.


말단 히어로 축에도 못 끼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남자의 부하들은 대장이 나가떨어지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웅성거리며 선뜻 나서지 못했다.


소녀는 바론을 동경의 눈으로 올려 보았다. 그와 저들의 수준은 벌레와 인간 차이었다. 평생을 뼛가루까지 일하게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자신을 괴롭힌 놈들을 한 번의 주먹질로 평정해버렸다.


“당신 정말로 강하네요!”

“내가 강하다고? 그쪽이 옐로우를 안 만나봐서 모르는 소리야. 녀석은 괴물······.”

“뭣들 하고 있어! 당장 공격해!”


어느 새 정신을 차렸는지 남자는 뭉개진 코로 인해 한층 못생겨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부하들은 주춤거렸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우리가 인원이 몇인데 고작 저 녀석 하나를 못 죽이겠냐!”


그제 서야 부하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괴성은 덤으로.


마치 흥분한 원숭이들 같군.


바론은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소녀에게 건넸다.


“이것 좀 맡아줘. 자리에서 꼼짝하지 말고.”

“넵!”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었지만 소녀는 그저 해맑게 대답하며 핸드폰을 받았다.


바론의 입장에서 녀석들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소녀였다. 그녀가 인질로 납치되어 자신의 소중한 핸드폰이라도 떨어트리다간 대참사다.


그렇기에 바론은 얌전히 놈들이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죽어!”


바론의 머리를 노리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주먹과 무기들.


바론의 눈에는 그저 한없이 느리게 보일 뿐이었다. 숱한 히어로와의 싸움 속에서 살아남았던 그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 공격들.


바론은 그 모든 공격들을 그저 팔을 한 번 휘두른 것으로 무력화 시켰다.


“크악!”

“으아아악!”


강력한 풍압으로 인하여 한 번에 적들이 나가떨어졌고 바론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여어, 반갑다.”


그는 바로 쓰러진 녀석들의 다리를 차례로 밟아 부러뜨리기 시작했다. 밤거리를 울리는 비명소리.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괴물이다. 저건 단순한 빌런이 아니었다. 지금 있는 애들만 해도 B급 히어로 여럿과 싸워도 견줄만했다. 하지만 이건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무엇보다 속도에 자신 있던 남자조차 바론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었다. 가히 순간이동이라 불릴만한 광경이었다.


“내 다리, 내 다리가!”

“보스! 도, 도와주십시오!”

“으아, 으아아아악!”


남자는 무기력하게 부하들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가 눈을 깜빡거리자.


“네가 마지막이군.”


그의 앞에 술 냄새를 풍기는 바론의 얼굴이 나타났다.


“히이익!”


남자는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더니 바로 이마를 땅에 박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 이렇게 빌 테니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저 아이의 뒤를 쫓지 않겠습니다! 제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론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 눈빛만으로 그의 전신의 뼈를 가루로 만드는 것 같았다.


점차 호흡이 가빠지더니 폐를 쥐어뜯는 고통이 찾아왔다. 공기조차 무겁고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바론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의 눈동자에 비친 바론의 손바닥은 고층 건물만큼 거대하게 느껴졌다. 벌레가 인간의 손에 죽기 직전에 볼 것 같은 광경을 그는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었다.


주, 죽는다. 정말로 죽을 거야. 아, 안 돼!


바론의 손이 남자의 어깨를 잡기 직전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남자의 가랑이에서는 노란 액체가 모락모락 김을 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진짜로 기절했잖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저러다니 나약해 빠졌군. 바론은 고개를 내저으며 남자의 오줌이 발에 닿기 직전에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소녀에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음?”


바론의 눈에 소녀의 자세는 뭔가 이상했다. 그녀는 바론의 핸드폰을 마치 사진을 촬영하듯이 그를 향해 들고 있었다.


그때 문득 뇌리에 어떤 사실이 하나 떠올랐다.


방송을 종료하지 않았다.


바론은 황급히 달려가 소녀에게서 핸드폰을 뺏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다급하게 시청자 수가 표기된 곳을 향해 움직였다.


시청자수: 12000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완결-최악의 끝 24.01.03 11 0 15쪽
29 29화-흑막을 향해 24.01.03 8 0 11쪽
28 28화-곧 24.01.02 8 0 10쪽
27 27화-범인 24.01.02 8 0 10쪽
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8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8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8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9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0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9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18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2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3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2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5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36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40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39 0 10쪽
12 12화-매드니스(2) 23.08.19 47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2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5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5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5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1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4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78 1 10쪽
» 4화-마찰 23.08.10 81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0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0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1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