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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oongo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빌런은 스트리머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Moongo
작품등록일 :
2023.08.07 12:07
최근연재일 :
2024.01.03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14
추천수 :
9
글자수 :
140,260

작성
23.08.19 23:05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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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2화-매드니스(2)

DUMMY

바론은 취조실에 책상 앞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다. 취조실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은 안에서는 바깥을 볼 수 없게 만들어졌다.


취조실의 벽에는 작은 구멍들이 나 있었는데 여기서 난동을 피우는 존재를 잠재우기 위해 수면가스를 분사하는 용도였다.


“하아.”


바론은 다리를 달달 떨었다. 이곳에 온지 1시간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어떤 사람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빨리 취조를 받았으면 받았지 이렇게 따분하게 기다리는 건 바론 성미에 맞지 않았다.


홀로 남겨진 바론을 유심히 지켜보던 요원들은 서로 몇 번의 대화를 오가더니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멍 때리던 바론의 눈앞에 있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둘이었다.


“크윽! 너, 너는!”


바론은 발작을 하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둘 다 낯익은 얼굴이다. 한 명은 제리. 다른 한 명은······.


“울트라 레인저 블루!”


전신의 파란 쫄쫄이 슈트와 상어를 형상화한 헬멧을 쓴 인간. 바론의 얼굴 근육이 발광하며 꿈틀거렸다.


바론은 녀석에게 당한 수치스러운 날들을 떠올렸다. 컵라면 먹다가 기습당하고 피땀 눈물 흘려가며 모은 물자들도 모조리 뺏어간 양아치 녀석들.


놈들이 최후의 결전에서 아지트를 습격했을 당시 대부분의 빌런은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허약해진 상태였다.


치밀하고 비열한 놈들이다. 게다가 블루오 레드는 패배한 바론의 얼굴에 물과 불꽃의 콜라보라면서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머리에 부운 희대의 미친놈이었다.


“이야, 오랜만이네!”

“바론, 자리에 앉아.”


마음 같아서는 놈을 곱게 갈아 비료로 써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빌런이고 원대한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억지로 삼킨 바론은 입술을 잔뜩 내밀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바론, 지금부터 묻는 말에 성실히 대답해야 할 거야. 아니면 여기에 있는 블루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예, 물론 성실히 대답할 겁니다. 그런데 블루만으로는 절 잡을 수 없을 걸요.”


울트라레인저의 일원과 한 방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항 바론이 비아냥거렸다. 제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리는 바론이 마치 어린 아이가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핫! 맞는 말이지, 바론! 너는 워낙에 강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지!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든······.”

“아아, 그만! 질리도록 들은 대사다. 매번 한 놈 조지면 너희들이 단체로 도와주러 와서 뚜드려 팬 곳이 아직도 쑤시니까 그만 말해도 돼.”

“하하하하! 아직도 아프다니, 엄살이 심하군!”


여름의 청량한 바다처럼 시원스럽게 웃는 블루를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놈은 늘 그랬다. 처맞을 때도, 반대로 때릴 때도 우렁차게 웃었지.


“하아, 그래서 절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뭡니까?”


바론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질문은 나만 한다. 첫 번째 질문이다. 너는 분명 방구석을 벗어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방송을 한다고 했지. 실제로 5개월 동안 그랬고.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밖으로 나와 빌런을 퇴치하고 시민들을 도왔지?”


제리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제리 님, 혹시 제 방송 쭉 방청하고 계셨습니까?”

“뭐, 뭣!? 아니야!”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부정하는 모습에 바론은 의아해했지만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 방송의 시청자 수는 고작 15명 남짓이었습니다. 저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지요.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웃음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지만 제 방송은 15명밖에 보질 않으니 그러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15명조차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바론은 눈에 힘을 팍 죽었다.


“방구석에서 이런 재미없는 방송을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겠구나!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자! 때마침 위험에 처한 한시아 양을 만났고 저는 그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때 딱 깨달았죠!”


바론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블루와 제리는 뭐에 홀린 듯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가 책상을 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이거구나! 내가 잘하는 것을 해서 사람들을 도와줘야 되겠구나! 그렇게 된다면 분명 사람들은 웃음꽃을 피울 테니까!”

“오오!”


블루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모하게 사람들을 도우려던 저는 한시아 양이 저의 조력자가 되길 자처해서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돕는 콘텐츠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제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존재가 되자! 바로 과거의 제가 그랬듯 빌런에게 고통 받는 사람을 돕자! 그렇게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짝짝짝짝! 블루와 제리는 어느 새 감격하여 박수를 치고 있었다.


“훌륭하다! 여태껏 어떤 빌런도 시도하지 못했던 숭고한 일을 하다니! 너 이자식, 완전 히어로가 다 됐구나!”

“훗, 뭐 이정도로.”


바론은 쑥스럽다는 듯이 코밑을 손가락으로 쓱 닦았다.


“아주 훌륭한······ 아니, 아니지!”


쳇. 거의 다 넘어 왔었는데.


제리는 박수를 멈추고 바론의 간악한 말솜씨로부터 제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후우, 뭐 네 뜻은 잘 알겠어. 요컨대 방구석에서는 도움이 안 된니까 밖으로 나와서 돕겠다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더불어 뉴튜브 채널도 운영해서 돈도 추가로 벌고.”

“흐흐흐, 아주 탁월······.”


바론은 전형적인 악당의 웃음을 짓다가 제리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고는 정신을 후딱 차렸다.


“······하지 않으십니다. 저를 뭐로 보시는 겁니까! 뉴튜브는 저의 행동을 보고 조금이라도 웃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영상을 업로든 한 겁니다.”

“네 숭고한 뜻은 잘 알겠어. 그런데 너는 히어로 매드니스를 거의 빈사상태로 만들어 놓았더군.”


역시 이 질문이 들어오는군. 바론은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표정을 장착했다.


“거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그는 인질로 붙잡힌 민간인을 죽이려고 했던 것도 모자라 제 파트너를 공격······.”

“그래서 반격했다고? 뭐, 다소 과격했지만 알겠어. 우리 측에서도 위험분자로 감시하고 있어서 알고 있거든.”


뭐지? 이렇게 쉽게 넘어간다고? 이렇게 호락호락 넘어가다니 무언가 이상했다.


“사실 너를 찾아온 건 너의 스트리머 활동 때문이 주된 이유가 아니야.”

“그게 대체 뭐죠?”

“무너.”


바론은 흠칫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에.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무너. 그러고 보니 녀석은 히어로 협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지.


뭔지는 몰라도 이 상황에서 이름이 나오다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석이 왜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당신은 어젯밤 저녁에 무너를 만나고 늦은 시간에 고기집을 빠져나왔다. 맞나?”

“예, 맞습니다.”


무너 녀석이 사고를 친 건가? 바론은 긴장감에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날 무너와 무슨 대화를 나눴지?”

“음, 대화라.”


바론은 애써 태연한 척 말했지만 속으로는 애간장 태우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걸 왜 말하는 거지? 설마 내 계획이 들통난 거 아니야?


제리는 짜증난다는 듯 책상에 올려둔 손에서 검지를 움직여 탁탁 소리나게 쳤다.


“빨리 말해라.”

“아아, 그게 고민 상담 좀 했죠.”

“무슨 고민?”


모르는 눈치다. 바론은 속으로 안도하며 얼버무릴 말을 골라 내뱉었다.


“앞에서 말했지 않았습니까. 최근에 방송이 너무 안 돼서 고민이었다고. 그걸 무너한테 얘기하며 고기랑 술 좀 먹었죠.”

“무너는 어떤 이야기를 했지?”

“별 거 아니었어요. 자기는 요새 하는 일이 보람차다고 했었나. 자신이 만드는 무구가 세상을 지킨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진 듯 보였죠.”

“알겠다.”


제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번에는 블루가 입을 열었다.


“그럼 고기집을 나와서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하나?”

“음, 그게 취해서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평범했어. 무너한테 고기 사줘서 고맙다고 하고 다음에 또 보자고 했지. 무너도 알겠다고 하고 서로 집으로 향했어.”

“그때 시간이 어떻게 되지?”

“으음······.”


바론은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 문득 방송을 켰을 당시의 시간이 10시 40분쯤 되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마 10시 30이었던 것 같은데. 그건 왜?”


제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파일 서류를 뒤적이며 바론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파일을 집어넣고 바론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바론은 침을 꼴깍 삼켰다. 무슨 말을 하려기에 저렇게 뜸을 들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무너와 관련된 것만큼은 확실하여 얼른 답해주기를 바라는 의미로 책상이 흔들리도록 다리를 떨었다.


그녀의 올막졸막한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무너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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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무너를 형해서 24.01.02 7 0 10쪽
25 23화-작전 24.01.02 8 0 12쪽
24 22화-순이 24.01.02 8 0 10쪽
23 26화-무너를 향해서 24.01.02 9 0 10쪽
22 24화-작전2 24.01.02 10 0 10쪽
21 21화-은퇴빌런 취재하자 24.01.02 9 0 12쪽
20 20화-은퇴정모 23.08.30 18 0 10쪽
19 19화-집으로 23.08.29 22 0 10쪽
18 18화-보스찾기 23.08.25 23 0 10쪽
17 17화-도원준 23.08.24 32 0 10쪽
16 16화-참교육 23.08.23 34 0 10쪽
15 15화-드가자 23.08.22 36 0 10쪽
14 14화-무너동료 23.08.21 39 0 10쪽
13 13화-실종사건 23.08.20 39 0 10쪽
» 12화-매드니스(2) 23.08.19 47 0 10쪽
11 11화-매드니스 23.08.18 52 0 10쪽
10 10화-빌런vs은퇴빌런 23.08.17 54 0 10쪽
9 9화-구세주 23.08.16 55 0 10쪽
8 8화-은퇴한 빌런은 착해요 23.08.13 55 0 11쪽
7 7화-빌런잡자 23.08.12 61 0 11쪽
6 6화-계약 23.08.11 74 0 10쪽
5 5화-다음날 23.08.10 78 1 10쪽
4 4화-마찰 23.08.10 80 2 10쪽
3 3화-쓰디 쓴 인생 23.08.09 90 2 10쪽
2 2화-스트리머 망함 23.08.07 130 2 11쪽
1 1화-빌런 은퇴하다 23.08.07 21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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