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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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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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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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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 순례자.

DUMMY

14. 순례자.


“소는 깊이갈이에도 큰 도움이 돼.”

“깊이갈이?”


생소한 말이었다.

애초에 베르트랑은 농사에 대해 잘 몰랐다.

농사에 관심이 있는 영주는 작은 땅을 가진 이였다.

가진 게 적어,

장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대영주는 전쟁과 결혼으로 영지를 얻었다.

레이먼드가 가르친 건 전투와 사람을 다루는 법이었다.


“삼포제만큼 중요한 일이야.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건의 시작이지.”


악마가 환상을 보여주었다.

삼포제가 이루어지는 장원에···.

소와 말이 쟁기로 땅을 갈아엎었다.

봄과 가을에 많은 곡식이 수확되었다.

많은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되었다.

인구가 늘어나자···.

그동안 비었던 땅들이 개간되었다.


“그렇게 아를이 개발되는 거야.”


개간할 토지가 부족한 지역엔 땅을 빼앗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이 격렬해지자 교회가 나섰다.

전쟁은 1년에 단 80일만 허용되었다.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살인이 금지했다.

하나님의 평화와 휴전(Pax et treuga Dei)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땅은 부족하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지금 교황이 죽고 나면···. 새로운 교황이 나타날 거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서로 영원한 평화를 지키고···

가서 이단자들과 싸울 것을 권유했다.

이단을 죽이면 죄와 벌이 사라지고···.

그들의 땅과 재산을 차지할 수 있었다.

처음엔 프랑스 남부에 남아있던 사라센인을 대상으로 했다.

그 불길은 이베리아반도와 지중해의 섬들(마요르카와 시칠리아, 몰타)로 번져나갔다.

땅을 얻고자 하는 열망은 서지중해를 지나···.

먼 레반트 지역까지···.

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삼포제와 깊이갈이만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난단 말이야?”

“생각 좀 해 봐···. 땅에서 얻는 수익이 갑절이 되는 거야. 욕심이 안 날 수가 있겠어.”


탐욕과 믿음이 결합하자···.

엄청난 불길이 되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우리도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하지 않겠어? 그보다 먼저 네가 가진 것부터 잘 활용해야지.”


베르트랑은 남의 것을 탐할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에게 받은 아를에는 버려진 넓은 땅이 있었다.


“깊이갈이로 수확이 크게 늘게 될 거야. 이건 중요한 일이야.”


그것만 제대로 개발해도···.

막강한 힘을 얻을 것이다.

베르트랑도 깊이갈이에 관심을 가졌다.


***


클로버와 알팔파, 콩의 부산물로 살찌운 소를 농사에 이용할 수 있었다.

무거운 쟁기를 이용해 깊이갈이가 가능했다.


“콩과 밀의 1년 2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밀은 많은 지력을 소모했다.

콩을 기르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깊이갈이는 콩과 함께 지력소모를 보충해 줄 수 있었다.

그건 소똥도 마찬가지였다.

말과 소는 일하며 똥을 많이 쌌다.

클로버와 알팔파, 콩의 부산물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것도 일종의 시비법이었다.

삼포제도 그것으로 더욱 완벽해졌다.


“그런데···. 깊이갈이는 소뿐만 아니라···. 말도 가능하지 않아. 밭을 가는 걸 본 것 같은데?”


베르트랑은 깊이갈이를 이해했다.

그러자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푸에르그에서 말을 사용하는 걸 떠올렸다.


“맞아. 그곳에선 말을 사용하지. 귀리를 구하기 쉬우니까.”


귀리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말의 사료로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다.

그만큼 가격도 저렴했다.

가난한 이들의 음식이었다.


“이곳에서 귀리를 키울 것은 아니잖아. 우리는 귀리를 키울 땅이 없어.”


아를에서 키울 작물은 콩과 밀, 보리였다.

귀리를 키우려면 다른 작물을 빼야 했다.

밀과 보리는 귀리보다 비싼 작물이었다.


“그럼. 콩 대신에 귀리를 키우는 것은 어때?”


확실히 베르트랑은 콩을 싫어했다.


“콩은 이곳에서 재배해야 하는 작물이야.”


밀과 보리, 귀리는 모두 벼과 작물이었다.

필요한 영양소가 같았다.

그래서 중간에 클로버와 콩, 알팔파 같은 콩과 작물을 심는 것이다.

콩을 빼버리면 밀을 키우기 힘들었다.


“네가 흰 빵을 원한다면 말이지.”


귀리죽과 호밀빵이 가난한 자들의 음식이라면···.

하얀 흰 빵은 가진 이들의 음식이었다.

포도주와 함께 성찬(The Holy Communion)에 사용되었다.

밀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적는데···.

수요가 많았다.

로마의 식량창고였던···.

이집트와 시칠리아는 이교도의 손에 있었다.

이곳에선 휴경을 통해 2년에 한 번 심어야 했다.

밀은 비쌀 수밖에 없었다.

환금성이 좋은 상품 작물이었다.

밀을 팔면 두세 배의 호밀과 귀리를 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콩도 그리 나쁘지 않아.”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잖아.”


콩은 영양적 가치에 비해 인기가 없었다.

비리고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이었다.

선호도가 낮아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거야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달라. 콩을 볶아서 가루로 팔면 더 비싸게 팔려. 밀을 빵으로 만들어 파는 것처럼···.”


***


밀은 통밀로 파는 것보다 밀가루로 파는 것이 더 비쌌다.

당연히 밀가루보다 빵이 비쌌다.

통밀로 밀가루는 만드는 데 큰 노력이 들었다.

빵은 그러한 노력에다···.

연료까지 들었다.

흰 빵은 가진 자들의 빵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밀을 키우는 데부터 시작해서 빵을 만들 때까지 많은 수고가 들었다.

흰 빵을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포도주와 빵은 농부의 피와 살이었다.

마찬가지로 콩도 볶아서 가루로 팔면 더 비싸게 팔렸다.


“맛도 좋아지고 소화가 잘되거든···.”


비린 맛도 사라지고 소화가 잘되었다.

천덕꾸러기 콩이 달라지는 것이다.

볶고 가루로 만드는 것만으로 가치가 올랐다.


“콩은 보통 삶아 먹지 않아?”


베르트랑의 말처럼 채소와 콩을 함께 냄비(pot)에 삶아 먹었다.

스페인에서는 뽀다헤(potage), 프랑스에서는 포타주라고 불렸다.

여유가 있는 이들은 그곳에 베이컨이나 고기, 곡물가루 등을 넣어 먹었다.

말 그대로 냄비 요리(cooking pot)였다.


“오래 푹 삶아야 해서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야. 맛도 별로고···.”


가난한 자들이 먹는 포타주는 콩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채소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베이컨이나 고기, 곡물가루는 비쌌다.

콩으로 쑨 포타주는 맛이 없었다.

소화도 잘 안되었다.


“여기는 아무래도 땔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포타주를 충분히 푹 삶으려면 땔감도 많이 필요했다.

이곳은 평야 지대였다.

숲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계획대로 도시가 성장한다면···.

땔감은 더욱 부족해졌다.

강과 바다로 운송해 와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볶고 가루를 내야 하는 것이 귀찮지만···. 이곳은 상황이 다르지.”

“뭐가 다르지?”


베르트랑은 궁금해졌다.


“여기에 소를 많이 키울 거잖아. 쟁기로 땅을 가는 것처럼 맷돌로 콩을 갈 수가 있어.”


소와 말은 중요한 동력이었다.

이곳에 많은 소를 키울 것이다.

동력 걱정은 없었다.


“거기에 이곳에 수로를 세울 거잖아. 밀과 보리, 콩을 쉽게 갈아서 팔 수 있어.”


소나 말을 사용하면 10명의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레방아(Watermill)는 40명분의 일을 했다.

생산성을 비교할 수 없었다.

아를은 로마 시대에서부터 물레방아 단지로 유명했다.

그곳의 방앗간은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는 8개의 평행한 두 세트의 16개의 물레방아로 구성되었다.

하루 밀가루 생산량은 4.5톤으로···.

아를 주민 20,000명~40,000명까지 빵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었다.

고대 세계에선 그곳을 [가장 큰 기계적 힘의 집중]이라고도 불렸다.


“모든 건 올바른 쓰임(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이 있어.”


베르트랑에게 아를은 그가 있어야 할 장소였다.

악마가 시킨 대로 한다면···.

축복받은 땅이었다.


***


“이곳엔 소가 알프스산맥 북쪽에는 돼지가 좋은 가축이야.”


평야가 많은 이곳과 달리···.

산지와 숲이 많은 독일 남부 지방은 돼지가 좋은 가축이었다.

그곳의 돼지는 숲에 방목해서 키웠다.

숲에서 나는 열매와 벌레가 돼지를 살찌웠다.

베이컨과 소시지가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보리를 많이 키우니 맥주도 좋았다.


“귀리를 키우는 곳엔 말이 좋지.”


삼포제가 보급되면서 귀리를 많이 키웠다.

호밀과 귀리는 북쪽 지방에서도 잘 자랐다.

그곳에 덩치 큰 짐말(Draft horse)이 많았다.

깊이갈이에 적합했다.

프랑스에는 데스트리어(전투마, destrier)가 많이 길러졌다.

무어인들이 가져온 이베리아 말과 북쪽 말의 교배종(Spanish-Norman)이었다.


“북서쪽의 잉글랜드엔 양이 적합해.”


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했다.

모든 건 올바른 쓰임이 있었다.


“말이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생산된 다른 산물과 교환하면 돼. 그게 가장 올바른 쓰임이야.”


[우주 안에 있는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에 따라 각자의 목적과 용도에 알맞게 지음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종(성직자)은 언제나 그 말을 했다.

베르트랑에 그러한 목적과 용도가 사라졌을 때 악마가 나타났다.


“너는 대체 뭐지?”


녀석을 단순히 악마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공교로웠다.


“이제야 비로소 묻는군. 미안하지만···. 지금은 말해줄 수가 없어.”


베르트랑은 미치도록 궁금해졌다.

녀석이 악마는 아닐지라도···.

유혹에는 능했다.


“길을 인도하는 자(Guidance)라고 해두지.”


베르트랑은 녀석이 목적한 장소와 방향으로 이끌려 가고 있었다.


***


“그것보다 콩가루와 보릿가루를 섞으면 괜찮은 곡물가루가 돼. 보리 대신에 귀리나 호밀을 사용해도 상관없어.”


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보리는 탄수화물이 많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열량이 나왔다.


“이곳 시민들의 음식으론 최고야.”


곡물을 갈 필요가 없었다.

간단하게 데워먹으면 괜찮은 수프가 되었다.

우선 땔감이 적게 들었다.

알곡을 수프로 만들려면 오래 끓여야 했다.

여유가 되는 이는 채소와 고기, 향신료 등을 넣으면 훌륭한 음식이 되었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가볍고 부피가 작아 특히 순례자의 음식으론 최고야.”

“순례자? 생질과 타라스콩에 많이 오는 사람들 말이야.”


생질 베네딕트 수도원과 타라스콩의 성녀 마르타의 무덤은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그래 순례자가 많이 와야. 이곳도 발전할 수 있어. 아를에는 순례자들이 찾기 좋은 유적이 많지.”


아를에는 로마 시대의 많은 유적이 있었다.

그런 곳은 대부분 순례지로 선호되었다.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로마 제국 전역에 기독교의 유적이 생겼다.

새롭게 이 땅에 들어온 게르만족들은 그런 유적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흔적을 찾았다.

예루살렘뿐만 아니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가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큰 인기였다.

예루살렘 순례가 위험하게 되면서 산티아고 순례는 더욱 주목받게 된다.

예루살렘과 함께 죄를 속죄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매년 엄청난 순례자가 그곳으로 향했다.


“적당한 성유물만 만들면···. 이곳이 각 순례길의 시작점이 될 수 있어.”


성유물을 만들라는 말은 이상했지만···.

괜찮은 생각이었다.

아를은 순례길의 시작점으로 매우 좋았다.

산티아고로도 가기 좋고···.

로마로도 가기 좋았다.

심지어 배를 타고 예루살렘까지 가기도···.


“순례자가 이곳에 많이 방문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많아.”

“어떤 장점?”


녀석은 사람을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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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80 27 12쪽
12 12. 1,000명의 병사. +6 24.02.25 922 36 12쪽
11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31 36 13쪽
10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25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35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69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87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66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87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64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30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67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50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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