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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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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0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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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DUMMY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베르트랑은 눈앞의 악마를 따르기로 했다.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이제 이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이 생긴 모양이군. 하하.”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줄 수 있는 것만 말해.”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였지만···.

호락호락하게 그의 손에서 놀아날 생각은 없었다.


“우선 지식이지. 네가 위대한 영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할 것이야.”


얼마 전 보여준 환상이나 군왕과 영주들의 가계도, 유전병, 어른들의 사정과 같은 금단의 지식일 것이다.


“그다지 끌리지 않는데···. 금단의 지식은 독이야.”

“하하. 생각보다 똑똑하네. 독은 쓰기에 따라 약이 되지.”

“독을 쓰기에 따라 약이 된다니···. 네 말을 믿을 수가 없군.”


독이 약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사악한 악마는 독을 약으로 속여 사람들을 죽일 생각 같았다.


“하···. 일일이 설명하려니 답답하네. 그냥 받아들여.”


악마는 그냥 지식을 집어넣었다.

수많은 독이 약으로 쓰였다.

반대로 약이 독이 되었다.


“말도 안 돼. 버드나무 껍질이 그렇게 질병에 효과가 좋다고···.”


버드나무 껍질은 해열, 진통, 소염에 뛰어난 효과를 지녔다.

바이러스 억제뿐만 아니라···.

심지어 심장병에도 효과가 있었다.

그것 하나로 만병통치약으로 부를 만했다.

버드나무 껍질은 오래전부터 동서양에서 치료제로 활용되었다.

많은 의학적 지식이 중세로 넘어오면서 단절되었다.

주변에 버드나무 껍질을 약재로 쓰는 곳은 거의 없었다.

아니 베르트랑이 어려서 모를 수도 있었다.


“이것을 사용하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겠어.”

“야야. 그거 함부로 쓰면 안 돼. 잘못 쓰면 독이 된다고!”


버드나무 껍질은 이 지역에서 약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론강 하류에는 넓은 습지가 펼쳐져 있었다.

버드나무도 많이 자라고 있었다.

그럼에도 약재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부작용 때문이었다.

버드나무 껍질에는 살리신과 살리실산 외에도 등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다.

살리신과 살리실산은 위벽을 헐게 하고 피를 멈추지 않게 한다.

잘못 사용하면 심한 복통과 함께 출혈을 일으킬 수 있었다.

충분히 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재였다.

원래 버드나무 껍질에 있는 여러 가지 성분들은 해충을 막기 위한 독이었다.

상당히 많은 약이 그러한 독에서 추출되었다.


“강가나 습지엔 벌레가 많지. 일종의 벌레 퇴치제야.


지금은 버드나무 껍질의 적절한 사용법과 용량이 알려지지 않았다.

정말 약은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었다.


“네가 알려주면 안 돼?”


이 악마는 금단의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사용법과 용량을 알고 있을 터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때가 되면 알려주지.”

“알겠어. 악마가 다 그렇지.”


그 말에 악마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영혼을 넘기는 대가로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했다.


***


“다른 건 뭐 줄 수 있어?”

“야. 지식만 해도 얼마나 큰 건데.”

“버드나무 껍질의 사용법을 안다고 해서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베르트랑은 지식의 중요성을 정확히 몰랐다.

아직 어리고 세상 경험이 적기 때문이었다.


“그런 지식도 네가 원할 때만 알려줄 거잖아.”

“쳇. 어린 녀석이 영리하군.”


베르트랑이 어리고 세상 경험이 적지만···.

영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찔렀다.


“좋아. 웬만하면 질병과 상처로 쉽게 죽지 않는 육체를 주지.”

“그게 무슨 말이야.”

“병에 안 걸리고 상처도 금방 회복된다는 말이야.”

“아!”


괜찮은 제안이었다.

어린 베르트랑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병과 상처로 죽는지 알고 있었다.

질병으로 10살까지 살아남는 아이가 얼마 없었다.

무서운 전염병이 발생하면···.

한 마을이나 도시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아버지 레이먼드는 주변의 영주들과 언제나 전쟁 중이었다.

그런 레이먼드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죽었다.

아버지 레이먼드라면···.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을 위험한 전장에 보낼 사람이었다.

아이가 죽으면 다시 낳으면 되었다.

아내가 죽으면 더 좋았다.

결혼을 통해서 지참금으로 영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웬만한 상처에도 죽지 않는 몸은 여벌의 목숨과 같았다.


“내 등에 난 상처가 변화가 없어.”


베르트랑의 등에 난 피고름이 흐르는 상처는 전혀 아물지 않았다.

수사가 한 채찍질의 아픔은 여전했다.


“죽지 않는 육체라는 게···. 그냥 죽지만 않는 거 아니야.”


악마는 말장난을 잘했다.

계약하기 전 조심해야 했다.

잘못하면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 상처가 나아봐. 너를 기적이나 악마로 몰아갈걸,”


아직 근친상간에 대한 벌이 끝나지 않았다.

교황청이 아버지의 죄에 대한 벌의 사함을 내리지 않았다.

파문의 징계가 끝나지 않는 동안···.

수사의 채찍질이 계속될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몸의 상처가 사라지면···.

악마의 말처럼 위험했다.

기적으로 불리든···.

악마의 소행으로 여기든···.


“네 말이 맞아. 그럼. 언제 상처를 치료해 줄 거야.”

“내가 원할 때. 하하.”

“하···. 악마가 다 그렇지.”


악마의 선의를 믿어서는 안 되었다.

지식과 치료 능력으로 베르트랑의 목줄을 틀어쥐겠다는 말이었다.


“알았어. 지식과 건강한 육체를 대가로 영혼을 주기로 너와 계약하면 되나.”

“굳이 귀찮게 계약할 필요가 있겠어.”


지식과 치료의 힘은 한번 맛보면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눈앞의 악마는 마치 뱀과 같이 간악했다.


“.....그렇네.”


악마가 갑이고···.

베르트랑이 을이었다.

이미 계약은 성립되어 있었다.

지식과 건강한 육체를 위해 악마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래도···. 지옥에 데리고 가려면 계약을 맺어야 하지 않나.”

“하하. 이곳이 지옥인데···. 그럴 필요가 있나?”

“.......”


베르트랑은 할 말이 없었다.

악마를 통해 본 이 세상은 지옥이었다.


“그러면 나만 이득 보는 것 같은데. 네가 원하는 건 뭐야.”


베르트랑은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었다.

아니, 이 시대에 영주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조숙해야 했다.

10대에 애를 가지는 시대였다.

베르트랑은 그런 면에서 아주 영리했다.

지나친 선의는 경계해야 했다.

특히 그 대상이 악마라면···.

쉽게 호의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었다.


“너에게 원하는 건 없어. 스스로 움직일 테니까. 하하.”


***


베르트랑의 머릿속으로 다시 환상이 들어왔다.


“아···.”


환상 속에서 그는 서른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했다.

서자로서 그에게 주어진 영지가 없었다.

그러나 레이먼드가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되자 상황이 변했다.

아버지는 주변에 적이 많았다.

자기 영지를 노리는 친족이 하나도 아니었다.

그가 떠나기를 호시탐탐 노렸다.

아버지는 두 번의 결혼에서 아들을 하나밖에 얻지 못했다.

어릴 때 죽거나 사산되었다.

두 번째 결혼도 근친이었다.

이름있는 영주들은 다 이웃사촌이었다.

결국 영지를 지키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섭정으로 삼았다.

그것으로 부족해서 부르고뉴 공작의 딸과 결혼을 시켰다.

툴루즈를 노리는 아키텐의 공작 윌리엄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베르트랑은 아키텐의 공격을 두 번이나 받았다.

툴루즈를 빼앗긴 채 도망쳐 다니기도 해야 했다.


“내 힘으로 영지를 키우고 지켜냈어.”


아키텐과 싸우면서 영지를 발전시켰다.

상업을 융성시키고···.

제노바와 동맹을 맺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아버지의 예루살렘 원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했다.


“그런데도 나에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지.”


아버지는 세 번째 결혼에서 탄생한 알폰소에게 자신의 모든 걸 물려주었다.

심지어 점령하지도 못한 트리폴리의 백작 지위도···.


“결국 스스로 일어섰어.”


자신을 따르는 1만의 병력을 이끌고 동방으로 갔다.

그곳의 도시들을 공략하여···.

결국 트리폴리를 점령하여 백국을 세웠다.

아버지가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노욕에 그릇된 허명만 얻었다.

모두 자신이 해낸 것이다.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지금부터···.


***


“그래. 섭정이 된 이후가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결과라면···.”

“위대한 영주이자···. 황제···. 고대 로마제국의 부활은 어때?”


베르트랑의 눈앞에 새로운 환상이 떠올랐다.

그의 말발굽에 이교도의 왕국들이 쓰러졌다.

창끝을 서쪽으로 돌리자···.

기독교의 제후들이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 교황과 성직자들도 자신을 찬양했다.


“아니면···. 풍요로운 동방의 군주는?”


고대 페르시아와 지중해 동부가 그의 발밑에 있었다.

그의 하렘엔 아름다운 여인이 수백이 총애를 얻기 위해 아양을 떨었다.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궁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니면 세계의 정복자?”


그의 제국은 툴루즈에서부터 초원을 지나 머나먼 동양까지 이어졌다.

그의 주위엔 기사들뿐만 아니라···.

야만의 초원의 부족들도 함께했다.

게르라는 이상하게 생긴 천막을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가 지나가는 곳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정말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그래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가 있지. 옆에서 내가 약간 도와준다면 말이지. 하하.”


악마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나에게 방법을 가르쳐줘. 금단의 지식이든 뭐든 상관없어.”

“지옥의 불구덩이가 무섭지는 않아?”

“......정말 지옥으로 가는 거야···.”


어릴 때부터 새겨진 공포가 베르트랑을 짓눌러왔다.


“뭐가 그렇게 두려워? 이미 지옥으로 가는 표를 받았잖아. 하하.”

“하하···. 정말 그렇네. 제길.”


근친상간의 죄는 불과 유황 지옥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원죄를 지녔다.

그레고리 교황은 이미 그에게 죄의 낙인을 찍었다.

그 낙인은 누구도 지울 수 없었다.

심지어 교황이라도···.

죄의 사함은 하나님의 고유 권한이었다.

교황이나 성직자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벌의 유예였다.

그 벌은 지옥으로 가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성지로 향했다.

하지만···. 그래도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죄를 지은 상태에선 언제든 다시 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아버지 레이먼드는 같은 죄로 두 번의 파문을 당했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힘이 있다면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어.”

“정말이야?”

“하나님의 뜻을 누가 알겠어. 하하.”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뜻을 내려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뜻은 인간이 정했다.

그것이 교황이든···.

위대한 정복 군주든···.

오를레앙의 처녀(la Pucelle d'Orléans)든···.


“아! 신이 원하신다.(Dieu le veut)”

“그래. 그거야.”


베르트랑은 자신의 원죄를 씻을 방법을 찾았다.

아무리 간악한 악마가 한 말이라도···.


***


“내가 지금부터 뭣하면 돼!”

“먼저 누구보다 충실한 아들이자···.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 되면 돼.”

“그게 뭐야.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줘.”

“한동안 이곳에서 죄를 뉘우치며 채찍질을 맞으면 돼. 하하.”


녀석의 말대로 지금은 얌전히 교황이 아버지의 파문을 거둘 때까지 맞아야 했다.

충실한 아들이자···.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 되어야 했다.

그런 아이러니에 악마는 정말로 신이 났다.


“그럼, 제발 고통이라도 줄여줘!”


자신이 죄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채찍질은 참기가 어려웠다.


“고통이 사라지면 수사가 눈치를 챌 것인데. 괜찮겠어?”

“최대한 거짓된 연기를 해볼게.”“아냐. 그대로 고통을 느끼는 게 나을 것 같아.”


악마가 약을 올리고 있었다.

녀석에게 애걸했다.


“지금부터 거짓된 연기가 필요할 거야. 나는 앞으로 충실한 아들이자,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 되어야 하잖아.”

“.....음. 듣고 보니 그렇네. 너의 고통을 줄여주지.”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악마의 간악한 꾀에 넘어가는 것 같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모르면 모르지만···.

알면서 그가 보여준 첫 번째 환상처럼 살 순 없었다.

오늘부터 거짓된 삶을 살기로 했다.


“거짓된 자 베르트랑이라···. 괜찮은 별명이군.”


위대한 군주는 하나씩 별명이 있었다.

대머리 왕 샤를 (Charles le Chauve),

붉은 수염(바르바로사 Barbarossa) 프리드리히,

사생아(Bastard) 왕 윌리엄,

악마 공(le Diable) 로베르,

별명은 수없이 많았다.


“아니, 앞으로 나를 신실한(경건한, Pieux) 베르트랑으로 불러주면 좋겠어.”

“하하하. 재미있군.”


일단 녀석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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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성모의 기적. 24.02.28 819 35 12쪽
14 14. 순례자. +4 24.02.27 846 31 12쪽
13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71 27 12쪽
12 12. 1,000명의 병사. +6 24.02.25 912 36 12쪽
11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21 36 13쪽
10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15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25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59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75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53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72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45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04 37 14쪽
»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41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02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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