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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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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DUMMY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논과 삼포제 사이 지역엔 밀과 콩의 1년 2작도 가능해.”


가을에 밀을 심고 봄에 콩을 심는 것이다.

보리와 콩의 1년 2작이 가능했다.

겨울 보리와 밀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파종 시기와 수확시기도 거의 일치했다.

아시아에서는 보리를 대맥(大麥) 밀을 소맥(小麥)이라고도 부른다.

밀은 보리에 비해 조금 더 비옥한 토지와 물이 필요할 뿐이었다.

대신에 밀을 키울 수 있는 곳이면 보리보다 선호되었다.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이었다.

물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아를에서 가을밀을 키울 수 있었다.


“콩은 별로인데···.”


베르트랑은 여느 아이들처럼···.

콩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선 콩은 비린내가 심했다.

리폭시게나아제(lipoxygenase)라는 효소 때문이다.

트립신 저해 효소가 있어 소화가 잘 안되었다.

콩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식사였다.


“콩은 중요해. 농지에 질소(NO3-)를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

“여기도 질소야?”

“당연하지.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수 원소이니까. 콩을 키우지 않으면 밀 재배가 어려워.”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많은 질소가 필요했다.

질소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었다.

연작(連作)하면 가장 먼저 부족해지는 원소였다.

휴경해야 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1년 2작을 하기 위해선 질소를 공급할 수 있는 콩과 식물을 키워야 했다.

콩을 심으면 밀의 수확량도 늘고···.

추가로 콩을 얻을 수 있었다.

먹을 것이 대폭 늘어났다.

하나의 돌로 두 마리 새를 잡는 셈이었다.


“그렇게 좋으면 삼포제를 하는 휴경지에도 콩을 심으면 되잖아?”


베르트랑의 말이 맞았다.

삼포제의 휴경지에 콩을 심으면 효과가 더욱 좋았다.

하지만···.


“은근히 콩이 물을 많이 먹거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논과 가까이에 있어야 해.”


콩은 가뭄에 약했다.

가물에 콩 나듯···.

이라는 말이 아시아에 전해졌다.

특히 발아 시기에 물 공급이 중요했다.

콩을 심는 시기는 밀을 수확한 이후인 6월 말이었다.

프로방스의 늦은 봄은 대지가 뜨거워지는 시기였다.

바람이 육지에서 바다로 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 적었다.

물이 부족하면 콩에 싹이 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콩을 재배하려면···.

가뭄에도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로(水路, channel)가 근처에 있어야 했다.


“아쉽지만···. 이곳에선 콩을 심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야.”


2년에 한 번 밀을 심는 것(휴경)보다 획기적인 방법이지만···.

가뭄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그런 제약이 없었다면···.

프로방스 전역이 콩밭이었을 것이다.

완두콩과 렌즈콩이 아이들에겐 인기가 없지만···.

콩이 몸에 좋다는 건 이곳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사료로 사용되는 값싼 귀리를 먹는 이들에겐···.

그러한 콩도 사치였다.


***


“휴경지에 콩을 심지 못한다는 게 아쉽네.”

“그렇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니까.”


수로와 관계 시설을 만드는 데 많은 노동력이 들었다.

인구가 늘어나기 전까지···.

논과 그 주위의 1년 2작을 할 수 있는 농지는 제한적이었다.

대부분 농지는 삼포제를 하게 될 것이다.

휴경지를 두는 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다른 방법? 그게 뭐야.”

“휴경지에 클로버나 알팔파를 심으면 돼.”“클로버?”


클로버는 이곳 들판에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였다.


“4 윤작법(four-field crop rotation)을 프로방스 지방에 맞게 응용한 방법이야.”


따뜻한 남쪽 지방인 프로방스엔 추운 곳에 잘 자라는 순무가 굳이 필요 없었다.

차라리 그 기간에 클로버와 알팔파를 기르는 게 더 이득이었다.


“그런데 잡초는 뭐하게.”

“가축을 먹여야지. 마른 콩잎만으로 가축을 먹이긴 부족하거든···.”


콩잎뿐만 아니라···.

콩깍지와 줄기까지 모두 가축 사료로 좋았다.

문제는 그럼 부산물은 콩을 수확한 이후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가축을 먹일 것이 필요했다.

휴경지의 풀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클로버와 알팔파는 생초(生草)로도···.

건초로도 가축에게 유용했다.


“가축을 먹이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그럼. 아무 풀이나 길러도 상관이 없잖아. 하필 왜 클로버야?”


베르트랑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알았다.

예리한 질문이었다.


“클로버와 알팔파는 콩과 비슷한 식물이야.”

“전혀 닮지 않았는데?”

“겉모습은 다르지만···. 둘 다 콩처럼 질소를 고정하지.”


휴경하는 동안 자라는 풀 중에 질소를 고정하는 콩과 식물들이 있었다.

그중 클로버와 알팔파가 가장 우수했다.

그것들을 위주로 심으면 효과가 더욱 좋았다.

클로버와 알팔파는 콩보다 질소 고정 능력이 더 우수했다.

그것들을 먹은 가축은 건강해지고 살이 올랐다.

풀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클로버와 알팔파는 특히 단백질이 풍부했다.


“그런데···. 알팔파는 뭐야?”


좋다는 말에 이제야 알팔파에 관심을 가졌다.


“사라센인들이 가져온 클로버야. 이 근처에도 찾아보면 있을 거야.”


클로버는 원산지가 유럽이었다.

귀리와 함께 유럽에서 가축을 많이 기르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목초지에 클로버를 많이 심었다.

콩보다 땅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알팔파는 중동이 원산지였다.

그것은 아라비안 말과 함께 유럽으로 들어왔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때···.

페르시아의 군대는 그리스와 달리 카타프락토이(κατάφρακτοι)라는 기병을 운용했다.

그 위력을 경험한 마케도니아의 군대도 기병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것이 유명한 알렉산드로스 3세(알렉산더 대왕)의 정예 기병대인 헤타이로이(ἑταῖροι)였다.

보병을 기병으로 키우기 위해선 말이 필요했다.

그렇게 아라비안 말과 함께···.

알팔파가 그리스에 자리 잡았다.

그런 알팔파가 프랑스 남부에선 사라센인(무어인)과 함께 들어왔다.

사라센인과 무어인은 주로 해적과 기병이었다.

그들과 함께 알팔파가 이베리아반도를 거쳐 프랑스 남부까지 전래한 것이다.

스페인 이름인 알팔파는 아랍어에서 기원했다.

지금은 그냥 이름이 없는 잡초로 아를 강둑에 자라고 있었다.

베르트랑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


“알팔파는 말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소를 키우는 데 좋아.”

“왜 말이 아니고···. 소야?”


당연히 베르트랑은 이유를 물었다.

호기심에···.


“그야 이곳에서 기르기 가장 적합하니까.”

“아!”


악마는 치밀했다.

알게 되면···.

이용하고 싶기 마련이었다.

지식은 그런 것이다.

아담과 하와도 그러했다.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건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을 알리는 나무(ע ʿêṣ had-daʿaṯ ṭōwḇ wā-rā,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에 대해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하하. 내 말이 그 말이야.]


아담과 하와가 죄가 없는 것처럼···

베르트랑도 죄가 없었다.

생질의 수도원에서 그렇게 믿었다.

그가 악마를 따르는 이유였다.


***


“말은 곡물을 먹여야 해. 특히 달리거나 힘든 일을 시킬 때는···. 그렇다고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귀리를 주는 것은 아깝잖아.”


말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고 빠르게 달려야 하는 특성상···.

내장이 가벼워야 했다.

소나 양,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만큼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았다.

소화기관 대신에 오히려 심장을 키웠다.

그 결과로 풀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

풀을 조금씩 자주 먹어야 했다.

그래서 큰 힘을 내거나···.

빠르게 달려야 할 땐 곡물을 먹여야 했다.

낱알이 달린 귀리를 말에게 먹였다.

가난한 이들의 식량인 귀리가···.

말의 중요한 사료였다.

지금은 말보다 사람이었다.

다른 걸 재배하면 더 많은 돈과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여기에서 보리를 키우지.”


봄보리는 식량으로도 유용하고···

맥주의 원료이기도 했다.


“맥주도 포도주와 함께 수도원의 중요한 수입이야.”


수도원은 헌금이나 기부로 운영이 되기도 하지만···.

자급자족을 기본적으로 했다.

수도원의 수사도 먹고살아야 했다.

그래서 수도원은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했다.

거기에 수도원은 고대 로마의 기술을 계승했다.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발전시켰다.

포도주와 맥주뿐만 아니라···.

화폐와 직물, 가죽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었다.

장인 조합(guild) 이전에 수도원이 있었다.

수도원의 수사가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공방에 장인을 고용해서 상품을 생산했다.

수도원이 부유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레이먼드는 생질 수도원 지분 절반으로 세력을 일구었다.


“맥주도 포도주만큼 큰돈이 돼.”


맥주는 서민들의 술이자···.

식량이기도 했다.

맥주는 배도 부르고···.

딱딱한 호밀빵 보다 쉽게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만큼 소비도 많았다.

포도주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많이 팔리는 만큼···.

큰돈이 되었다.


“보관이 문제이긴 한데···. 그 문제는 곧 해결이 돼.”


그리스와 로마의 기술이 아랍에 전해졌다.

아랍의 철학자이자 의사인 이븐시나(아비켄나, Avicenna 980년 ~ 1037년 12월 10일)가 효과적인 증류법을 개발했다.

그의 저서가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적당한 기회가 되면 내가 알려주지.”


제노바나 피사의 배를 이용해···.

이븐시나의 책을 구하면 되었다.

그는 그리스- 로마의 철학과 의학을 계승했다.

수도원의 수사 중에는 그의 저서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것을 수도원에 전해주고···.

위스키를 생산하게 하면 되었다.

포도주와 맥주, 위스키는 아를의 특산품이 될 것이다.


***


“이곳에서 할 삼포제는 춘경지에 보리를 키우고···. 추경지에 밀을 키우는 거야. 휴경지에는 클로버나 알팔파를 키워 소를 먹이는 거야.”


소는 풀만 먹여서 키울 수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클로버와 알팔파를 먹일 수 있었다.

배고픈 겨울에는 콩의 부산물과 볏짚과 밀짚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아를이 가진 대지는 넓었다.

많은 소를 키울 수 있었다.

이 지역의 소는 이베리아반도의 소만큼 유명했다.

아를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방스식 투우는 스페인만큼 인기가 있었다.

아를은 소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소는 유용한 동물이야.”


소의 젖인 우유는 거의 완전식품이었다.

쌀과 우유만으로도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었다.

쌀 푸딩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리올레(Riz au lait), 스페인의 아라스 콘체(Arroz con leche)였다.

사라센과 무어인의 영향을 받은 지역의 음식이었다.

그 외에도 우유는 많은 프랑스 요리에 사용되었다.


“소젖으로 치즈를 만들지.”


치즈도 수도원에서 만드는 중요한 상품 중 하나였다.

수도원에서 생산된 치즈는 품질이 좋았다.

귀족과 부유한 농부가 즐기는 인기 식재료였다.


“소가죽으로 다양한 가죽제품을 만들지.”


수도원에 딸린 공방에서 질 좋은 가죽제품이 만들어졌다.


“소고기와 소뿔은 말할 것도 없지.”


귀족들이 즐겨 먹는 후추 뿌린 스테이크의 주재료였다.

유럽엔 돼지가 상대적으로 흔했다.

돼지를 가공한 식품이 많았다.

소고기는 돼지고기보다 귀하기에 값비쌌다.

후추 뿌린 소고기는 부의 상징이었다.


“소뿔은···. 여러 곳에 쓰이지. 특히 이곳의 소는 뿔이 길고 아름답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의 소는 뿔이 길고 아름다웠다.

보통 장식품과 공예품으로 사용되었다.

물소 뿔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유용하게 쓸 일이 생길 거야.”


악마가 베르트랑을 보면서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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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81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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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31 36 13쪽
10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25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35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69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87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66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87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64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30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67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50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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