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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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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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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 에드몽.

DUMMY

8. 에드몽.


니올론의 에드몽은 몰락한 가문의 기사였다.


“베르트랑이라···.”


그는 백작 부인의 명을 받아 베르트랑을 타라스콩까지 호위해 왔다.

생질에서 타라스콩까지 오는 길에 베르트랑이라는 이름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어린 나이에 군주의 자질이 보였다.

에드몽 손에 들린 은화가 담긴 주머니는···.

애매한 위치에 선 그의 마음을 흔들 정도였다.


“얄궂은 운명이군.”


베르트랑의 이름은 그에게 익숙했다.

자신의 가문이 모시던 군주들의 이름이었다.

지역이나 왕국, 가문마다 흔한 이름이 있었다.

잉글랜드 왕실의 경우 에드워드나 헨리라는 이름이 흔했다.

프랑스의 경우 사를과 루이였다.

신성로마제국은 하인리히와 카를이었다.

자녀는 아버지의 성뿐 아니라···.

이름도 물려받았다.

그것이 위대한 선조라면 더욱 그랬다.

베르트랑은 프로방스 지역 영주들의 이름이었다.

프로방스엔 그동안 많은 베르트랑이 있었다.

툴루즈 가문에 밀려 유명무실하지만···.

현 프로방스 백작의 이름도 베르트랑이었다.

생질의 레이먼드의 아들에게 베르트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유가 있었다.

타라스콩의 베르트랑이 프로방스 가문의 가계를 잇는다는 의미였다.

그의 어머니를 통해서···.

에드몽의 주군은 베르트랑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레고리 7세 교황의 파문으로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에드몽에겐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답답했다.

그의 가문이 몰락한 건 줄을 잘못 선 것 때문이었다.

누구를 주군으로 모시느냐에 따라 그와 가문의 운명이 달라졌다.


“모험을 걸어볼까?”


그는 애매한 처지였다.

자신의 가문은 대대로 프로방스 백작의 봉신이었다.

니올른 마을이 백작 부인의 지참금이 되면서···.

그녀를 모시게 되었다.

생질의 레이먼드에게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충성하면 되었다.

이제까진 단순한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복잡한 상황이 되었다.


“레이먼드는 욕심이 많은 자야.”


영지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 결혼할 수 있을 정도로 젊었다.

이전 결혼은 무효가 되었다.

파문의 철회로 벌은 사라졌지만···.

잘못된 결혼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에드몽의 주군은 백작 부인이라는 지위를 상실했다.

베르트랑의 후계자 지위가 위태로워졌다.

욕심 많은 레이먼드는 새 결혼으로 영지를 늘리려고 할 것이었다.

결혼은 손쉽게 영지를 늘리는 방법이었다.

레이먼드가 새 결혼을 하고···.

아들이 생긴다면 후계자가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에드몽의 위치가 붕 뜨게 된다.

충성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니올른은 전적으로 레이먼드의 손에 달렸다.

영지를 원하는 이들이 레이먼드에게 많이 찾아왔다.

주군인 백작 부인이 죽고 난 다음···.

니올른 마을이 그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시대 여인의 수명은 알 수 없었다.

질병에 걸려 죽거나···.

아이를 낳다 죽는 경우가 흔했다.


***


“레이먼드라···.”


이번 기회에 주군을 레이먼드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었다.

레이먼드는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문제는 현재 나의 상황이군.”


에드몽은 백작 부인의 봉신이었다.

아무래도 레이먼드가 받기 껄끄러웠다.

부인의 영지와 봉신을 빼앗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결혼이 무효가 되었지만···.

부부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법적 부부가 아니라고 해도···.

사실혼 관계였다.

그것은 베르트랑도 마찬가지였다.

법적 아들이 아니라고···.

남의 자식은 아니었다.

서로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백작 부인이 죽고···.

새로운 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진···.

서로 껄끄러운 일은 피할 것이다.

그건 에드몽도 마찬가지였다.

백작부인과 베르트랑을 보기 껄끄러워진다.

지금과 같이 백작 부인의 지원을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우 곤란해졌다.


“제일 좋은 건 베르트랑의 봉신이 되는 것인데···.”


원칙적으로···.

백작 부인의 영지는 그의 아들 베르트랑에게 상속이 되어야 했다.

베르트랑이 법적으로 레이먼드의 아들이 아니라도···.

백작 부인의 아들이었다.

베르트랑은 백작 부인의 영지에 대한 정당한 상속자였다.

그러나 권리는 힘이 있어야 보호를 받았다.

베르트랑이 힘이 없기에 권리를 지켜지기 어려웠다.

백작 부인이 힘을 지니고 있을 때···.

베르트랑의 봉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자기 영지를 보전받는 방법이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긴 부담스럽지.”


보통 상속은 죽고 난 다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상속과 함께 충성의 맹세도 함께 이전되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증여가 있었다.

백작 부인이 니올론 마을을 베르트랑에게 증여하면 되었다.

자연스럽게 에드몽의 충성 맹세도 베르트랑에게 넘어갔다.

다만···.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건 매우 무례한 일이었다.

영주의 권한을 침범하는 걸 좋아하는 이는 없었다. 제일 좋은 것은 베르트랑이 백작 부인에게 요구하는 것인데···.


“아직 그와 그럴 만한 관계는 아니지.”


생질에서 타라스콩까지 베르트랑을 모시고 왔지만···.

주군이 되어주길 부탁할 관계는 아니었다.


“한동안 그에게 잘 보여야겠어.”


자연스럽게 베르트랑에게 접근하여···.

그의 호의를 끌어내야 했다.

에드몽은 그 방법을 고민했다.


***


베르트랑은 어머니를 만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는 이번에 아를에 있는 어머니의 영지와···.

그곳을 맡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어머니가 영지를 넘겨줄까?-


영지는 힘이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쉽게 넘겨주지 않았다.

보통은 죽을 때 상속으로 넘겨주었다.

베르트랑은 그때까지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

보통은 이럴 때 반란을 일으킨다.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했다.

베르트랑도 그럴 생각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온건히 받아내야 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야. 어머니의 감정을 움직여 봐.-


어머니의 감정은 현재 분노일 것이다.

베르트랑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것이다.

본부인에서 첩과 같은 상태로 밀려났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도 후계자에서 밀려났다.

분노는 평상시에 하지 않을 일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사람을 설득하여 네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 위대한 군주의 자질이지.-


설득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무력과 돈, 그 사람이 처한 상황 등 모든 걸 이용하여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

악마가 말한 대로 위대한 군주의 자질이었다.


-어머니에게 영지를 받아도 문제야. 몇 년은 이곳에서 머물러야 해.-


아직 베르트랑의 나이가 어렸다.

영주로서 영지를 다스릴 수 없었다.

성인이 되려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현재 아버지의 밑에 머무르면서···.

영주와 기사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버지가 있는 푸에르그(Rouergue)의 주도 로데즈(Rodez)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후계자의 지위를 상실했다.

어머니의 상속자로 타라스콩에서 수업받아야 했다.

아버지 레이먼드가 아닌,

어머니가 베르트랑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였다.


-당연히 대리인을 보내야지.-

-그곳에 이미 영지 관리인이 있지 않아?-


직영지에는 영지 관리인을 보냈다.

관리인은 영지를 운영하며···.

그곳에서 나는 수익을 보냈다.

어머니는 봉신보다는 영지 관리인이 많았다.

외할아버지는 관리하기 쉽고···.

남편 몰래 뒷주머니를 차기 좋은 영지를 지참금으로 어머니에게 준 것이다.


-단순히. 영지를 유지하는 사람은 안 돼. 그곳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네가 그곳을 직접 관리 할 때까지 말이야.-

-그럴 사람이 있을까?-

-내가 왜 에드몽에 대해 알려주었을까?-

-아!-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어.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그건 단지 모르는 것뿐이야.-


악마는 베르트랑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를 위대한 군주로 만들려는 것 같았다.

그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 베르트랑이 모를 뿐이었다.


***


악마는 에드몽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아를의 영지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무력이 필요해.-


아를 지역 대부분은 황무지로 버려져 있었다.

강과 바다에서 먼 내륙 지역에만 마을이 형성되어 사람이 살고 있었다.

강과 바다로 침입하는 사라센과 노르만 해적의 최종 방어선은 타라스콩과 보께흐 지역이었다.

그 아래쪽 강변과 바닷가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래서 정작 강변의 아를 도심에는 거의 사람이 살지 않았다.

아를 시내에 있는 로마 시대의 유적 중···.

아를 원형 경기장과 원형 극장, 공중목욕탕과 지하 회랑, 공동묘지(알리스캉) 부근에만 일부 주민이 살았다.

돌로 된 고대 유적이 요새로 탈바꿈했다.

요새를 보강할 돌은 아를의 폐허에 흔했다.

돌로 된 요새는 사라센과 노르만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유용했다.

그 외의 강변과 바닷가 주변 넓은 지역은 황무지로 버려져 있었다.

그곳은 잦은 홍수의 범람과 경작되지 않아···.

아주 비옥한 토지였다.

안전만 보장된다면···.

많은 이들이 그곳에 정착할 것이었다.

비옥한 토지는 농부에겐 황금과도 같았다.

그 땅에 주인도 없었다.

자작농이 될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에드몽은 그들을 보호해 주고 보호비를 받는 거지.-


보호비를 받는다고 하면 마치 깡패집단 같지만···.

보호비는 영주의 주 수입이었다.

후대에 방앗간 이용료, 화덕 이용료, 창문세, 결혼세, 사망세, 인두세, 통행세 등 세금의 종류가 다양해지지만···.

그것의 바탕은 보호비였다.

세금은 외적의 위험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는 것에서 발생했다.

얼마 전 이 지역에 사라센 해적과 바이킹의 침입이 있었다.

다른 영주에 의한 약탈과 방화도 흔했다.

영주와 기사 모두 기본적으로 전사였다.

자신의 땅과 장원을 지키기 위한···.


***


-에드몽이 그럴 능력이 될까?-


넓은 땅을 보호하기 위해선 그만한 병력이 필요했다.


-이미 서른 명을 거느렸잖아. 지원을 해준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에드몽은 이미 무리를 이끄는 자였다.

규모를 키우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병력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자원이었다.


-땅보다는 돈이나 물자가 낫겠네. 너무 키워주면 독립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개가 주인을 물 수도 있잖아.-


개는 복종심이 강하고 충실한 동물이었다.

그런 개도 주인을 물었다.

가신을 적절히 제어 못 하면···.

자신이 잡아먹히는 법이다.


-그런데···. 에드몽이 그 일을 맡으려 할까?-

-쉽게 거절하지 못할 거야. 그에겐 그의 사정이 있으니까.-

-어떤 사정?-

-부정기적인 수입으로 병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거든···.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겠지.-


에드몽은 애매한 상황이었다.

서른 명을 거느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비올론이라는 작은 어촌마을로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다른 수입원이 필요했다.

에드몽은 백작 부인의 일을 봐주면서 하사품을 받아 그 비용을 처리했다.

하사품이라는 건 보통 비정기적이었다.

종류와 수량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거기에 시세 변동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정한 병력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누구라도 안정적인 수입을 원했다.

가장 좋은 것은 장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지만···.

정기적인 지원도 나쁘진 않았다.

충분한 돈과 자원을 준다면···.


-그렇다면···. 그의 영지 운영 능력이 문제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능력이 없으면 저 정도의 무리를 유지하지도 못해.-


그는 이미 작은 어촌마을과 하사품으로 병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가 능력이 뛰어나든, 주위에 돕는 사람이 있든, 문제는 없겠군.-

-하하. 그렇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지.-


하나를 보고 열을 알기란 어려웠다.

그렇지만···.

하나로 열을 알 수 있는 판단력이야말로···.

위대한 군주가 되기 위한 자질이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정보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어머니에게 아를과 함께 에드몽을 받아내야겠네.-

-그렇지. 하하.-


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를 미루어 아는 인재가 되고 있었다.

그는 위대한 군주가 되는 길을 가고 있었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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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25 35 12쪽
» 8. 에드몽. 24.02.20 960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76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53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73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46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05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41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02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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