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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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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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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 1,000명의 병사.

DUMMY

12. 1,000명의 병사.


“수리시설을 정비하고 논을 만들면 다른 장점이 있어.”

“무슨 장점?”

“홍수와 가뭄에 강해지지.”


환상 속에 겨울에 눈이 덥힌 높은 산들이 보였다.

봄이 되자 눈이 녹은 물들이 거센 탁류가 되어 가파른 계곡을 타고 내려왔다.

그런 물이 모여 리옹과 발랑스, 아비뇽의 수위를 급격히 높였다.

수위가 높아진 론강에 홍수가 발생했다.

거센 강물이 아를로 밀려들어 왔다.


“론강의 홍수는 봄에 발생해. 봄비와 눈 녹은 물이 합쳐지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아.”


론강의 발원지는 레만호를 비롯하여 스위스 지역이었다.

알프스의 눈 녹은 물이 흐르기에 갈수기에도 수량이 많았다.

리옹에서 손강과 합친 이후에도 발랑스와 아비뇽에 이르기까지 알프스산맥의 눈 녹은 물이 계속 유입되었다.

론강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량이 많고···.

유속이 빠른 강이었다.

아를을 지난 론강은 유속이 느려지며 퇴적물을 쏟아냈다.

그것이 나일 삼각주와 같은 지형을 만들었다.

토양이 비옥하지만···.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봄은 논에 물을 채워야 하는 시기야. 론강의 수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돼.”


론강의 물이 관개시설을 따라 아를 하류의 논으로 흘러 들어갔다.


“논은 저수지와 같은 역할을 해. 아를은 논에 물이 필요한 시기와 홍수가 발생하는 기간이 겹치지.”


아를 하류에 조성한 논이 댐과 같은 역할을 했다.

저수지와 댐은 홍수를 막고 물을 저장했다.

나일강의 홍수는 댐이 만들어진 후 안정화되었다.

론강은 나일강과 상당히 닮았다.

나일강은 에티오피아 고원의 겨울철 강우와 눈 녹은 물 때문에 홍수가 발생했다.

두 곳 모두 홍수의 원인이 비슷했다.

나일강 유역에 밀이 아닌 쌀을 키웠으면···.

홍수의 피해가 적었을 것이다.

아를 삼각주에서 밀 대신에 벼가 무럭무럭 자랄 것이었다.


***


“프로방스 지방은 여름에 매우 건조하지.”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과 눈 부신 바다로 유명했다.

프로방스가 그런 곳이었다.

연간 강수량이 겨울과 봄에 몰려 있었다.

여름과 가을 동안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내륙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 때문이었다.

햇살에 데워진 뜨거운 대지의 공기는 차가운 바다로 향했다.

맑은 날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농사를 짓기에 좋지 않았다.

여름과 가을은 농사에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였다.

곡식이 자라고···.

씨앗이 영그는 시기였다.

그때 강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농사에 치명적이었다.

햇살이 좋은 여름 농사를 포기해야 했다.

가을에 겨울 밀을 심고···.

봄에 수확해야 했다.

겨울 농사는 여름 농사보다 수확량이 적었다.

농사는 물과 함께 일조량도 중요했다.

겨울 밀이 아니라면···.

봄에 내린 비를 몸에 품을 수 있는 다년생 초목 식물을 키워야 했다.

프로방스 지방엔 뿌리가 깊고 껍질이 두터운 나무를 심었다.

그건 올리브와 레몬, 아몬드, 코르크나무였다.

사라센 쪽이 살던 이베리아반도에는 오렌지···.

해안에서 떨어진 언덕에는 포도나무가 자랐다.


“논은 강수량이 부족한 여름에 주변 지역에 물을 공급해 줄 수 있지.”


논을 만들려면 관개시설을 해야 했다.

그것은 주변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럼. 여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돼.”


론강의 수위는 눈 녹은 물과 봄비가 겹치는 시기를 제외하곤 일정한 수량을 유지했다.

관개시설을 갖추면 건조한 여름에도 논 주변 지역까지···.

작물을 재배할 수 있었다.


“그럼. 삼포제를 시행할 수 있어.”


***


아를의 모든 지역에 과수원을 만들 수는 없었다.

포도주와 올리브유, 아몬드, 레몬으로 밀이나 곡물을 살 수는 있지만···.

로마 시대가 저문 후 많은 길이 허물어지고···.

물길이 끊어졌다.

모든 식량을 교역으로 얻을 수는 없었다.

아를과 같은 대도시의 쇠퇴는 게르만과 사라센, 바이킹의 침입과 함께···.

물류의 파괴도 함께했다.

도시의 규모는 식량을 생산하는 배후지의 크기에 달려있었다.

악마가 베르트랑에게 논을 만들라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무역을 중시하더라도···.

일정한 식량은 스스로 생산해야 했다.


“아를이 커지면···. 논에서 생산되는 쌀만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없어.”


수리시설이 가까운 곳에서는 논···.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곳은 밭이 되어야 했다.

그보다 멀거나···.

물을 대기 힘든 언덕은 과수원이 적합했다.

논과 밭, 과수원이 가장 적당한 위치에 건설되어야 했다.


“그런데 삼포제(Three-field system)가 뭐야?”


베르트랑은 삼포제를 처음 들었다.

언제나 악마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런 뒤에는 관련 지식이 밀려들었다.

삼포제는 농지를 세 개(Three-field)로 나누어 농사짓는 방식이었다.

농지를 나누어 춘경지에는 봄에 귀리와 보리를 심어 가을에 수확했다.

추경지엔 가을에 밀과 호밀을 심어 다음 해 봄과 여름에 수확했다.

휴경지엔 풀을 자라게 해···.

말과 양, 소 등의 가축을 키웠다.

샤를마뉴 시대부터 시작된 이 방법은···.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이포제(Two-field system)에 비해 선진 농법이야.”


삼포제는 2년에 한 번 농사를 짓는 이포제에 비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50%나 늘었다.


“그런데···. 삼포제와 논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악마가 보여준 대로 농지를 세 개로 나누어 농사를 지어주면 된다.

삼포제를 왜 논과 연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예리한 지적이야.”

“설마···. 이곳에선 삼포제를 할 수 없는 거야?”

“하하. 영리하군.”


삼포제가 유럽 전역에 퍼지고 있지만···.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다.

유럽은 지역마다 기후가 달랐다.

그러한 기후에 맞추어 삼포제에 심는 작물이 달라졌다.

봄에 심는 귀리와 보리 대신에···.

렌즈콩과 완두콩, 병아리콩이 심기기도 했다.

작물이 토양과 기후, 물 공급에 따라 달라졌다.

가을에 심어지는 작물도 마찬가지였다.

비옥하고 물이 풍부한 곳엔 밀이···.

다만, 밀은 물과 지력을 많이 소비했다.

그래서 척박하고 물이 부족한 곳엔 호밀이 심겼다.

거친 호밀빵은 가난한 자의 식량이었다.

춥고 겨울이 긴 지역에는 순무가 심겼다.

순무는 가을 일찍 심으면···.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곳에서 삼포제가 불가능해.”


유럽에서 삼포제가 시행되지 못한 지역이 있었다.

지중해 연안 지역이었다.

그곳에 프로방스가 포함되었다.


“물이 부족해서 그렇구나.”

“맞아.”


이곳은 햇빛이 많고 겨울에 온화한 날씨라···.

과수(果樹, 올리브, 포도)와 함께 밀 생산이 가능했다.

대신에 여름에 강수량이 부족해 삼포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북쪽 지역보다 가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풍요로운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살기 나은 정도였다.


“물을 공급할 수만 있다면···.”

“삼포제가 가능하지.”

“그럼.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워지겠네.”

“정답이야.”


악마가 논을 강조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베르트랑은 녀석의 치밀함에 감탄했다.


***


“하하. 그거로 놀라면 안 되지.”

악마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지식을 뽐내었다.


“논은 포도와 오렌지와 같은 과수 재배에도 도움이 돼.”


베르트랑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논과 과수원은 상당한 거리가 있지 않아?”


녀석의 말대로라면 밭보다 먼 곳이나···.

물을 대기 힘든 언덕이 과수원이 되어야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논은 일종의 습지야.”

“그건 그렇지.”


녀석이 보여준 환상에서 논은 물이 찬 습지였다.

논엔 습지에 사는 개구리와 작은 물고기, 가재, 달팽이, 새우, 새와 같은 생물들이 살았다.

그런 녀석들이 유기물을 분해해서 땅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어 주었다.


“논에 땅의 정령이 살아서···. 과수원까지 비옥하게 만들어 주나?”

“그럴 리가.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소리를 들었군. 하하.”


녀석은 웃기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서로 장르가 달라. 장르가.”

“장르가 뭐야.”

“그런 게 있어. 중요한 건 아니야.”


이번엔 따로 지식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베르트랑을 비웃었다.


“세상에 정령이 어디에 있어.”

“악마도 여기에 있잖아.”

“내가 악마라고 말한 적은 없어.”

“너는 마법을 쓰잖아.”


마법을 사용하는 건 마녀와 악마였다.


“그건 마법보다는 과학에 가깝지.”


녀석에게서 과학에 대한 지식이 들어왔다.

사람이 거대한 금속으로 만든 새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말 없는 마차가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그 모습은 마법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녀석이 말한 장르가 다르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과학은 마법과 비슷하지만···.

더 강력했다.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런 과학을 나에게 가르쳐주면 안 될까?”

“이미 가르쳐주고 있잖아. 지금까지 알려준 게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보다 더 강력한 지식을 알려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어서는 안 되었다.

지식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했다.


“한 번에 모든 걸 알려줄 수는 없어. 하하.”


과학은 생각보다 폭이 넓었다.


“안다고 해도 지금은 할 수 없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준비할 게 많았다.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알려줄 거야.”


녀석은 진짜 악마였다.

지식을 얻기 위해 베르트랑은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


“습지는 바다와 강과 같이 내륙에 안개를 만들지.”


그것을 물안개라고 부른다.

논이 많은 곳엔 안개가 자주 생긴다.

습지와 저수지에 안개가 생기는 것과 같았다.


“그런 습기는 포도와 같은 과실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


공기 중엔 질소가 가득했다.

그런 질소가 안개에 녹아들었다.

안개는 포도나무 줄기나 잎에 이슬로 맺혔다.

그런 이슬이 포도나무에 영양을 주었다.

안개가 자주 생기는 지역에···.

더 좋은 포도가 생산되었다.

그것은 더 좋은 포도주를 만들게 해주었다.

아비뇽은 론강의 지류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안개가 자주 생겼다.

그건 보르도 지역도 비슷했다.

대서양과 지롱드강이 만나는 지역에···.

보르도의 유명한 포도밭이 모여있었다.

그곳에서 좋은 포도주가 생산되었다.

전 세계 유명한 포도주 산지는 대부분 비슷한 환경에 있었다.

여름에 건조하고 뜨거운 햇살···.


“아를의 논이 좋은 포도주를 만들게 해줄 거야.”


안개가 좋은 포도주를 만들었다.

***


“질소라는 게 땅을 더욱 비옥하게 만든다는 거지.”

“그렇지. 질소가 필수 원소 중 가장 중요해.”

“음···. 뭔가 알 거 같기도 해.”


앞서 말한 원소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직 질소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과학이라는 비밀스러운 지식에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았다.


“논이 더 좋은 포도주를 만들고···.”

“그걸 더 비싼 가격에 팔리게 만들지.”


포도주는 많은 곳에 사용되었다.

그중 좋은 포도주는 귀족과 성직자에게 팔려나갔다.

자신이 마시기 위해···.

예식에 사용하기 위해···.

하나님께 좋은 포도주를 바쳤다.

좋은 포도주를 원하는 곳은 많았다.


“그걸 사기 위해 상인들이 모여들면···.”

“도시는 성장하지. 역시 영리해. 하하.”


특산물이 있는 곳엔 상인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내는 돈은 갑옷과 무기, 병사로 바뀔 것이다.


“아를에서 병사를 1,000명 정도 만들 수 있을까?”


1,000명의 병사를 기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과 돈이 들었다.

아버지 레이먼드도 쉽게 동원하기 힘든 군사였다.

아를이 대도시가 된다면···.

그것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내 말을 따른다면···. 그 이상도 가능해.”


베르트랑은 악마 말에 점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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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순례자. +4 24.02.27 846 31 12쪽
13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71 27 12쪽
» 12. 1,000명의 병사. +6 24.02.25 912 36 12쪽
11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21 36 13쪽
10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15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25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59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75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53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72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45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04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40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02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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