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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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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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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충성의 맹세.

DUMMY

10. 충성의 맹세.


“버려진 아를 지역을 개발해야 합니다.”

“아를 말이냐? 쉽지 않은 곳이다.”

“알고 있습니다. 버려진 땅이지요. 그렇기에 더 좋습니다.”


어머니는 생각에 잠겼다.

아를이 중요한 땅이라는 건 잘 알았다.

그곳을 개발하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한때 아를은 로마의 중요도시였다.

왕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다만···. 외적의 침입에 취약했다.

지키지 못하는 재산은 소용없었다.


“잘못되면 화만 불러올 뿐이다.”


사라센 해적과 바이킹만 문제가 아니었다.

아를이 먹음직한 포도가 되면···.

손댈 사람들이 많았다.

바르셀로나 백작과 아를의 대주교(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였다.



“그들은 멀고 저희는 가깝습니다.”

“음···.”

“어머니께서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너희 아버지도 믿을 수 없다.”

“다른 아들이 태어나기 전엔 건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레이먼드에겐 아들이 베르트랑 하나였다.

이 시대엔 자녀를 남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근친결혼과 질병의 영향이었다.

그러면 친척에게 영지가 넘어가거나···.

왕이나 교회의 재산이 되었다.

아버지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레몽에게 아들이 생긴다면···.”

“그전에 충분한 힘을 키워야지요.”


결혼이 무효가 되었다고···.

바로 재혼할 수 없었다.

적당한 지참금을 지닌 처자를 찾아야 했다.

악마가 보여준 환상에서 시칠리아 백작의 딸과 결혼했다.

그쪽도 아버지의 친족이었다.

근친결혼의 영향인지 자녀가 없었다.

아버지의 3번째 결혼까진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를이 충분히 성장한다면···. 아버지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론강 유역만큼 풍요로운 지방은 툴루즈와 보르도, 낭트, 파리 정도였다.

론강 유역(아를, 아비뇽, 타라스콩, 리옹)과 마르세유, 몽펠리에만 장악하면···.

툴루즈의 백작이나 아키텐의 공작만큼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가능하겠느냐?”

“어머니가 도와주시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비뇽과 타르스콩은 어머니의 영지였다.

리옹과 마르세유는 프로방스 가문에 충성을 바쳤다.

아직 몽펠리에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 주변엔 메겔로네의 성 베드로 & 바울 성당(Saint-Pierre-et-Saint-Paul de Maguelone)만이 사라센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그곳이 교황 그레고리 7세의 손에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머니와 프로방스 가문이 지원해 준다면···.

그 지역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외삼촌이 있지 않습니까.”

“베르트랑 말이냐. 그가 나를 돕겠느냐?”


리옹과 마르세유의 자작은 명목상으로 프로방스 백작 베르트랑의 가신이었다.

그는 레이먼드에게 빼앗긴 프로방스 지역의 영향력을 되찾고 싶어 했다.


“아를 대주교와 아버지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적의 적은 아군이었다.

외삼촌이 어머니를 도울 이유는 없지만···.

아버지와 아를 대주교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원해 줄 것이었다.

아를 대주교와 그레고리 7세 교황은 서임권 문제로 서로 반목하고 있었다.

프로방스 백작 베르트랑은 교황을 지지했다.

생질의 레이먼드는 아를 대주교를 지지했다.

파문의 명분은 근친결혼이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프로방스 지역에 대한 세력다툼···.

(부르고뉴 공작-프로방스 백작 VS 신성로마제국 황제-생질의 레이먼드) 와···.

성직자의 서임권···.

(아를의 대주교 아이카르 VS 교황 그레고리 7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교황과 대주교도 왕과 영주들처럼 서로 다투고 있었다.


“저와 어머니가 살기 위해서는 모든 걸 이용해야 합니다. 아를을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 아를의 영지는 오늘부터 네 것이다.”


어머니는 아를의 영지를 넘기기로 약속했다.


***


“에드몽 경도 저에게 주십시오.”

“에드몽 경 말이냐?”


어머니는 베르트랑의 요청에 의아해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아를을 그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음···.”

“그에게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다. 왜 하필 에드몽 경이냐?”

“어머니가 보낼 정도면 믿을만한 이가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어머니가 믿고 쓸만한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 사람을 키우려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기사의 충성심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롤랑의 노래와 원탁의 기사 전설이 널리 퍼진 것은···.

그런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었다.

흔하다면 전설이 될 수 없었다.


“아를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력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알겠다. 내가 에드몽에게 전하겠다.”

“아닙니다. 제가 그에게 말하겠습니다.”


그 말에 베르트랑이 달리 보였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구나.”

“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베르트랑의 모습은 이미 어엿한 영주였다.


“더 필요한 것은 없느냐?”

“님과 아비뇽에서 바치러 오는 공물을 나누어주십시오.”


세금은 공적세와 사적세로 구성되었다.

지방 영주에게 바치는 토지세(land tax) 20%와 교회에 바치는 십일조(tithe) 10%였다.

사적세는 영주 개인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포도원은 포도주를···.

과수원은 올리브기름이나 아몬드를···.

가축을 치는 이는 닭과 돼지 몇 마리를···.

양을 기른다면 양모를···.

현물로 영주에게 제공해야 했다.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은 하나이지만···.

받는 사람은 여러 명이었다.

한 영지 내부에도 조세권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어머니가 받는 것은 관습적인 세금이었다.

이곳의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프로방스의 지배자에게 내던 것이었다.

그런 관습은 브루쿤트 왕국과 아를 왕국을 걸쳐 이어졌다.


“네가 내가 가진 것을 다 가져가려 하는구나.”

“아닙니다. 잠시 빌리는 것입니다.”


베르트랑의 말이 맞았다.

이 세상의 모든 건 하나님의 소유였다.

현세의 군주는 그것을 잠시 빌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더 크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니다. 어차피 그것들은 하나님께 돌려줘야 할 것이다.”


그녀는 베르트랑과 달랐다.

교황의 파문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것이 본디 가야 할 곳으로 가게 하겠습니다.”


베르트랑은 더 이상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다.

지옥의 불도 두렵지 않았다.

그 사실을 굳이 어머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만약 지옥에 간다면 그 혼자로도 충분했다.


-아니. 지옥 같은 건 없다니까···.-


“대신에 어머니의 죄와 벌을 제가 모두 받겠습니다.”


지옥이 있든, 없든, 모든 건 자신이 안고 갈 것이었다.

그것을 대가로 어머니가 소유한 것들을 미리 받기로 했다.


“고맙다.”


그렇게 베르트랑은 홀을 나왔다.


***


베르트랑은 홀을 나온 후 에드몽을 찾았다.

그는 홀밖에 대기 중이었다.


“함께 연병장으로 가주겠는가?”

“예. 안내하겠습니다.”


연병장으로 가는 목적은 훈련도 있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공간이 넓어 소리가 퍼지는 곳이다.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동시에 잡다한 소음이 많은 곳이다.

이야기의 내용이 소음에 묻히기 마련이었다.

비밀을 지킬 만한 장소는 아니지만···.

사람들 앞에서 떠들고 다닐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연병장은 병사들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들어도 상관없는 내용이기도 했다.


창.- 창.- 챙.- 챙.-


“도련님. 실력이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그 나이에 이 정도 실력이라니···.”


베르트랑의 실력 향상은 비정상적이었다.

훈련을 받을 때마다 실력이 좋아졌다.

에드몽은 베르트랑의 몸이 회복되어 본 실력이 나오는 것으로 오해했다.

그가 보기에 베르트랑은 엄청난 천재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놀라운 것은 체력이었다.

꽤 오랜 시간 대련을 했음에도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대련이 어느 정도 합을 맞추어 하는 것이라고 해도···.

일종의 스포츠 경기였다.

스포츠 경기는 5분만 해도 지치기 마련이었다.

그것을 이미 몇 라운드나 진행했다.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지.”


베르트랑은 지치지 않았으나···.

휴식을 명했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

여기서 더하면 괴물이나···.

악마에 홀린 자로 볼 수 있었다.

미지의 존재는 공포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에드몽에게 이야기했다.


“어머니에게 아를을 받을 것이네. 내가 성년이 될 때까지 그곳을 맡아 줄 수 있겠는가?”

“아···.”


갑작스러운 제안에 에드몽은 할 말을 잃었다.

아를은 큰 영지였다.

자기 영지 비올론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백작 부인이 아를에 가진 권리는 제한적이지만···.

땅이 워낙 컸다.

거기에 권리의 경계는 모호했다.

강한 자가 더 많은 권리를 가져갔다.

비록 베르트랑의 대리인 역할이지만···.

자신이 하기에 따라 떨어지는 콩고물이 달랐다.

비올론의 수입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왜 저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대를 높게 보고 있네.”


에드몽의 가슴이 요동쳤다.

원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이 나왔다.

연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한 떨림이었다.


“저는 백작 부인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해야 했다.


“어머니에게 허락받았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는가?”


원하는 말을 들었다.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뜻을 받들겠습니다.”


***


성안의 예배당에서 충성의 맹세를 받기로 했다.

이 시기 모든 행위는 신 앞에서 해야 의미가 있었다.

사실혼 관계라고 해도···.

성직자 앞에서 결혼성사를 하지 않으면 부부가 아니었다.

주군과 봉신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사제가 참석한 가운데···.

충성의 맹세가 이루어졌다.


“성소를 거룩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의지하여 맹세한다.

나 에드몽은 하나님의 법과 세상의 질서에 따라 베르트랑에게 참되고 충실하며···.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그가 멀리하는 모든 것을 멀리하겠습니다.

또한 그분이 내가 합당한 대로 나에게 계속 충실하고···.

우리가 맺은 계약에 있는 모든 일을 이행한다면···.

나는 그 분이 기뻐하지 않는 어떠한 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하여 뜻하지도···.

실행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충성의 맹세는 하느님 앞에서 하는 계약이었다.

사제는 공증인이었다.


“나 베르트랑은 하나님의 법과 세상의 질서에 따라 에드몽에게 참되고 충실하며···.

그가 나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깃발 아래 머무를 것을 허락하노라.”


에드몽을 나의 깃발 아래에 넣었다.


***


“그대를 바로 아를로 보내고 싶으나 그사이에 할 일이 많네.”


아를에는 어머니의 영지 관리인이 있었다.

그가 인수인계를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했다.

이 시대의 행정 절차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건 에드몽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수인계를 받을 준비를 마쳐야 했다.

아를에 있는 마을과 방어 시설을 확장할 것이다.

지금 보유한 병사보다 많은 병력이 필요했다.

병력 확충도 시간이 필요했다.


“준비하는 사이에 나에게 레슬링을 가르쳐 줄 수 있겠는가?”

“영광입니다.”


검술 대련과 마찬가지로···.

레슬링 훈련도 서로 간의 신뢰가 필요한 일이었다.

레슬링은 무기 없이 하는 링엔과 무장한 채로 싸우는 캄프링엔 (Kampfringen :아브라자레-Abrazare)으로 나뉘었다.

캄프링엔은 애초에 전투에서 상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다.

주먹과 발차기, 팔꿈치, 관절기와 조르기, 박치기까지 허용하는 무규칙 종합격투기였다.

당연히 훈련 중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자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레슬링은 종합격투기의 기본이야. 배워놓으면 좋아.-


악마가 맨몸으로 싸우는 여러 기술들을 환상과 지식으로 넣어 주었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채 싸우는 기술은 없었다.

스포츠로 배우는 것과 생명을 걸고 하는 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배운 것은 베르트랑의 몸에 각인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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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성모의 기적. 24.02.28 819 35 12쪽
14 14. 순례자. +4 24.02.27 846 31 12쪽
13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71 27 12쪽
12 12. 1,000명의 병사. +6 24.02.25 912 36 12쪽
11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21 36 13쪽
»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16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26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60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76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53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73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46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05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42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04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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