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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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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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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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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0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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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DUMMY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에드몽에게 말했다.


“나의 안전을 그대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백작 부인께서 도련님이 오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에드몽은 어머니를 백작 부인으로 호칭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상황에선 잘못된 호칭이었다.

아버지 레이먼드가 루에르그 백작령을 차지했으니···.

백작 부인이 되는 것이 맞지만···.

그레고리 7세 교황에 의해 두 사람의 결혼은 무효가 되었다.

파문은 죄에 대한 벌이었다.

벌을 철회(撤回)하더라도 그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결혼은 계속해서 무효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정부인이 될 수 없었다.

베르트랑이 계속 서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어머니를 불러야 할 정확한 호칭은···.

그냥 부인(lady)였다.

잘못된 호칭으로 부르는 그가 완전히 어머니의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그대에게 궁금한 게 많군.”

“무엇이든 물어봐 주십시오.”

“그대의 영지 니올론(niolon)은 어떤 곳인가?”


니올른에 대해 악마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물어봐야 했다.


‘이걸 교차 검증이라고 했지.’


녀석은 쓸데없는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주었다.

교차 검증도 그것 중 하나였다.

에드몽의 말을 들어 악마가 한 이야기에 속임수가 없는지 알아야 했다.

동시에 그의 영지에 관해 묻는 것은 관심의 표명이었다.

아직 아는 게 부족해서 그렇지···.

베르트랑은 영리했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적용했다.


“저의 봉지는 보잘것없는 어촌마을입니다.”


에드몽의 이야기와 녀석이 알려준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

악마가 그 부분을 속이지 않았다.

에드몽과의 대화로 추가로 몇 가지 정보를 더 얻었다.

그는 어머니의 가계인 보소니데스 가문에 속한 봉신이었다.

잘나갈 때는 니올론 북쪽, 베흐 연못(Étang de Berre) 부근에 장원을 몇 개 가지고 있었다.

보소니데스 가문 쇠퇴에 에드몽의 가문도 함께 몰락했다.


-상승의 욕구가 있네.-

-알고 있어. 나에게 맡겨줘.-


그런 이를 다루는 법은 아버지 레이먼드에게 배웠다.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그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했다.

그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질문이 상처를 건드리거나···.

추궁처럼 들려서는 안 되었다.

여기서 베르트랑은 자기 능력을 발휘했다.

아니, 악마에게 배운 기술이었다.

그가 스스로 말하게 만드는 것이다.


***


“에드몽 그대는 겸손이 심하군. 복장과 일행들을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네만···.”


그는 제대로 된 군마를 타고 있었다.

사슬갑옷과 함께···.

그 둘의 가격만 합쳐도 작은 마을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10여 명의 병사와 잡부를 먹이고 입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작은 어촌마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그건 모두 도련님의 어머니인 백작 부인 덕분입니다.”


에드몽은 어머니에게 받은 은혜(grace)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단순한 봉신 기사가 아니었다.


-아. 오해 말라고. 그런 관계는 아니야.-


상대하긴 너무 급이 낮았다.

이 시대엔 결혼뿐만 아니라···.

연애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했다.

특히 그 일로 불이익이 많은 여성은 더 그랬다.


-바람을 피워도 남편을 막아줄 힘이 있어야지.-

-또 쓸데없는 소리.-


녀석은 조잘조잘 어른들의 사정을 알려주었다.

어머니가 백작 부인은 아니지만···.

프로방스 지역에 상당한 영토를 가진 영주였다.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이 상당했다.

악마는 또 다른 환상을 보여주었다.

어머니와 에드몽이 보였다.


[님(Nîmes)에서 포도주를 보내왔어요. 에드몽 경도 맛보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부인(my grace)]


님(Nîmes)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주 산지이기도 했다.

그곳은 아버지 가문에 충성하는 트렌카벨 가문의 알비 자작이 통치했다.

프로방스 지배하는 어머니 가문의 영지가 있기도 했다.


[아비뇽에서 올리브와 밀가루, 직물, 모자, 신발 등을 보내왔네요. 경에게도 필요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부인(my grace)]


아비뇽은 론강 하류의 교회와 수도원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수도원이 있는 곳엔 수공업 발달했다.

론강 주변의 산물도 모여들어 중요도시로 발전했다.

많은 수익이 나는 곳이라···.

툴루즈와 프로방스의 가문이 공동으로 통치했다.

교회와 수도원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은 정략적이었다.

두 가문의 화해와···.

교회와 수도원까지 끼어든 론강 하류 지역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도 어머니의 영지가 있었다.

툴루즈 가문의 대표자는 아버지···.

프로방스 가문의 대표자는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많은 곳에서 진상품이(貢物, present) 올라왔다.

그것들의 자신의 봉신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에드몽이 자신을 위해 봉사(service)하기를 원했다.

옛 영광을 원하는 그는 받아들였다.

에드몽에게 사시사철 선물(gift. 하사품)을 내려주었다.

받은 선물을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어머니에게 받는 선물은 세력을 유지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는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었다.

에드몽은 병력을 이끌고 생질 수도원에 찾아왔다.

베르트랑을 안전하게 타라스콩으로 모셔가기 위해···.


***


-선물은 영주와 귀부인의 강력한 무기이긴 하지.-


하사품은 월급과는 다른 것이었다.

에드몽과 어머니는 봉건제(feudal system)로 묶여 있었다.

영지로 묶인 관념이었다.

따로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

월급을 주는 관계는 훨씬 뒤에 나온다.

봉신은 계약상의 의무만 했다.

영주가 추가로 일을 시킬 때는 선물을 지급했다.

그것과 비슷하게 봉신이 추가적인 일을 하는 것은 영주에 봉사하는 것이다.

일종의 추가 근무와 그에 대한 상여금과 같았다.

종교가 지배하는 이 시대엔 이자(interest)와 마찬가지로···.

급료(pay)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것을 서로 고상하게 선물(gift)과 봉사(service)로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히 선물이 없으면 봉사도 없었다.

보수가 없으면 일하지 않는 것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난 못해! 하고 드러눕는 일도 흔하지. 하하.-

-또 쓸데없는 지식을···.-

- 제대로 된 영주가 되려면 알아두면 좋아.-


녀석의 말에 따르면 선물이 부족해서 들고 일어나는 일도 흔하다고 했다.

인색한 영주 밑에는 따르는 이들이 적었다.

그래서 매일 연회와 선물을 가신들에게 베푸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던데···.-

-그럴 필요가 없지. 가신들에게 기대를 심어주고 있으니.-


아버지 레이먼드는 적극적인 공세로 영지를 늘려가고 있었다.

영지는 어머니가 내리는 선물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그러한 영지를 지금 당장 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목숨을 던지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이(어머니)가 봉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


-너희 레이먼드는 기대만으로 싸게 사람을 부려 먹는 셈이지. 일종의 열정 페이라고나 할까?-


열정 페이라는 쓸데없는 지식이 들어왔다.

기대만으로 제 월급을 안 주고 실컷 부려 먹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정력적으로 주변 지역을 점령해 나갔다.

그 과정에 영지의 주인이 바뀌는 일도 흔했다.

영지를 원하는 사람은 아버지 레이먼드 주위로 모였다.

열심히 봉사하면 언젠가 자신도 영지를 하사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렇게 모인 사람을 모아···.

다시 주변 지역을 점령해 나갔다.

그걸 보고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선순환이었다.

지배하는 영지가 점점 더 늘어났다.

아버지 레이먼드는 그런 방식으로 빠르게 세력을 키운 것이다.

론강 하류의 프로방스와 루에르그를 포함하는 랑그독 (Languedoc) 지역에서···.

백부 윌리엄이 죽고 나면 툴루즈마저 차지할 것이었다.

아버지는 야심이 많았고···.

따르는 이들도 그것을 알았다.


-나도 에드몽에게 그런 기대를 심어주면 되나?-

-너는 다르지.-

-아버지는 그걸로 사람을 모았잖아.-

-그러니까. 네가 레이먼드에게 잘못 배웠다는 게 아니야. 예전엔 맞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아!-


상황이 달라졌다.

교황 그레고리 7세의 파문으로 모든 게 변했다.

결혼이 무효가 되었다.

서자가 됨으로써 후계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영지 상속을 기대할 수 없었다.

영지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따르는 사람도 없었다.

따르는 사람이 없으니···.

영지를 얻을 수 없었다.

아버지와 달리 악순환이었다.

베르트랑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았다.

기대로 사람을 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내가 사람을 부리기 위해서는 많은 선물이 필요하다는 거네.-

-이해가 빨라서 좋네. 하하.-


악마의 말에 갑자기 베르트랑에게 의문이 생겼다.


-영지가 없는데 어떻게 선물을 마련하지?-


어머니가 봉신들에게 내리는 선물은 영지에서 나왔다.

베르트랑은 물려받은 영지가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


-선물은 영지로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증여와 상속으로 또 다른 선물로도 얻을 수 있었다.


-어머니 영지는 아버지에 비해 적어···. 게다가 그것을 쉽게 나누어주려 하지 않으실 거야.-


영지는 힘이었다.

어머니도 영지를 쉽게 증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힘은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잘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대엔 증여가 거의 없었다.

정복이 아니면···.

상속이나 지참금으로 영지를 얻는 것이 보통이었다.

선물로 영지를 나누어줄 일가친척도 없었다.

서로 더 가져가려고 야단법석이었다.

많은 전쟁이 상속 문제로 일어났다.


-아! 백부 윌리엄.-

-기대하지 마. 너도 알잖아.-

-그렇지···.-


악마가 보여준 환상에서 보았다.

툴루즈의 백작 윌리엄은 아들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동생 레이먼드나 조카 베르트랑에게 영지를 물려주지 않았다.

딸인 필리파(Philippa)에게 넘겨주었다.

결국 그가 죽자, 상속의 문제가 터졌다.

필리파와 결혼한 아키텐의 공작 윌리엄이 툴루즈를 요구했다.

그 일이 아키텐과 툴루즈 사이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툴루즈의 백작 윌리엄이 동생 레이먼드보다 욕심이 적다고 해도···.

자기 것을 남에게 넘겨줄 정도의 호인은 아니었다.

백부 윌리엄에게 영지를 받기란 쉽지 않았다.

베르트랑은 크게 실망했다.


-그걸로 풀이 죽다니. 좋아. 방법을 알려주지.-

-어떤 방법?-

-선물을 만드는데 꼭 많은 영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야.-

-영지 없인 선물을 만들 수 없어.-


땅은 모든 가치를 만드는 곳이었다.

일용할 양식인 빵을 만드는 밀이 땅에서 자랐다.

식사와 함께 곁들에는 포도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도 없인 포도주를 만들지 못했다.

큰 힘을 내게 하는 고기도 마찬가지였다.

숲에서 사냥으로 얻는 사슴고기나···.

산에서 키우는 양···.

숲과 들에서 키우는 돼지···.

집이나 가구를 만드는 목재···.

직물을 만드는 양털이나 섬유···.

모자와 구두를 만드는 가죽까지···.

모두 영지에서 나왔다.

영지가 많을수록 생산되는 산물(産物)이 많았고···.

그것이 힘이 되었다.

그래서 모두 영지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선물은 영지로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알고 있어.-


증여와 상속으로 또 다른 선물로 얻을 수 있었다.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또 뭐가 있는데?-

-교역이야.-


그러자 다시 환상이 보였다.

항구 도시로 상품을 가득 실은 배들이 오고 갔다.


-저곳은 마르세유 자작의 영지잖아. 어머니가 줄 수 없는 곳이야.-


마르세유는 인근에서 제일 큰 항구 도시였다.

그곳은 수도원과 교회, 마르세유 자작이 통치했다.

프로방스 영역이긴 하지만···.

어머니가 줄 수 없는 곳이었다.


-잘 봐. 마르세유가 아니야.-


마르세유는 어릴 적 아버지와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도시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체 저곳이 어디지?-

-한때 위대한 도시였지만 지금은 버려진 곳···.

신성로마의 영토이지만 돌보지 않는 곳···.

너의 어머니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곳···.

마르세유만큼 번영하는 도시가 될 수 있는 장소이지.

너의 첫 영지가 될 곳이야.-


도시로 들어오는 배들을 보자 가슴이 뛰었다.

그것은 베르트랑의 힘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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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성모의 기적. 24.02.28 819 35 12쪽
14 14. 순례자. +4 24.02.27 846 31 12쪽
13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71 27 12쪽
12 12. 1,000명의 병사. +6 24.02.25 912 36 12쪽
11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21 36 13쪽
10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15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25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59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75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53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72 38 12쪽
»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46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05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41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02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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