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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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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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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DUMMY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베르트랑은 에드몽과 훈련을 마쳤다.

단 한 번의 훈련으로 이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검술과 레슬링 뒤엔···.

라틴어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족으로서 필요한 교양이었다.


“못 뵌 사이에 실력이 느셨습니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성당의 사제는 베르트랑의 라틴어 실력에 깜짝 놀랐다.

제대로 읽고 쓰지도 못하던 아이가···.

자신보다 유창하게 라틴어를 말하고···.

그걸 글로 적었다.

오해 사기 좋았다.

베르트랑은 재빨리 그 상황을 설명했다.


“그동안 백작님을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기적이 존재한다고 믿는 세상에선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무식한 어부(시몬)가 성령을 받아 사도(베드로)가 되었다.

십이사도의 대부분이 갈릴리의 어부들이었다.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아···.”


순간 타라스콩의 보좌주교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레이먼드를 백작이라 부르는 걸 알아차렸다.

베르트랑의 법적 신분이 사생아가 된 것이다.

서자(庶子)라는 말은 애초에 잘못되었다.

그 안에 자식(子息)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

하나님의 나라엔 서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생아는 유령과도 같았다.


“이번 건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레이먼드의 결혼성사를 한 건 타라스콩의 주교였다.

한마디로 교회가 결혼의 공증을 선 것이었다.

그것이 교황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들로서는 민망한 일이었다.


“저에게는 편하게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무엇보다 타라스콩의 주교구는 아를 대주교의 영향력 아래였다.

아를 대주교가 교황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타라스콩의 보좌주교는 레이먼드와 베르트랑의 편이었다.

모든 성직자가 교황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교황의 의미는 로마의 주교(Episcopus Romanus)였다.

그리고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이다.

아직···.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ius Christi)가 되지 못했다.

절대왕정이 아니었다.

현재 교황직은 지방분권인 봉건제의 일종이었다.

군주 중 가장 힘이 센 군주(왕)였다.

세상의 모든 군주가 왕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왕과 대립해 새로운 왕(대립교황)을 세우는 것도 가능했다.


“괜찮습니다. 모든 게 하나님의 뜻(시련, trial)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보좌주교는 감동했다.

베르트랑은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었다.


“이번 기회에 신학을 배워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사제가 되라는 말이었다.

사생아 중엔 유명한 성직자가 많았다.

카롤루스 대제의 사생아 후고(Hugo)는 대주교가 되어···.

제국의 대법관으로 활동했다.


“감사한 말씀이나···. 저에게 주어진 사명(비전, Vision)은 다른 것 같습니다.”


성직자의 길도 나쁘지 않으나···.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권할 수 없었다.

하나님에게 사역(Ministry)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일하는 자와 싸우는 자, 기도하는 자 모두 하나님의 종이었다.

농부와 어부, 수공업자, 기사와 영주, 수도사와 사제 등 다양했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모든 이가 성직자가 된다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았다.

라틴어 수업이 끝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셨습니다.”


보좌주교는 베르트랑과 대화를 나누면서 깜짝 놀랐다.

베르트랑의 대답에 막힘이 없었다.

보좌주교는 타라스콩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그래서 베르트랑의 교육을 맡은 것이다.

그는 라틴어뿐만 아니라···.

신학과 세상의 모든 학문(철학과 예술, 문학, 과학과 기술)을 섭렵한 자였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이 말을 기다렸다.

베르트랑은 배움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나와 달리 쓸데없는 지식이 대부분이야.-


악마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너에게 배우는 게 편하긴 하지.-


녀석은 지식을 머리에 심어주었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베르트랑은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사제에게 배워야 하는 시간이 아쉬웠다.


“그럼. 저는 스스로 배움을 추구하겠습니다.”

“구도자의 길을 거르실 생각입니까?”


사제라면 구도자가 되는 것이다.

은자가 되어 자신의 수도원을 세웠다.

그중 베네딕토 수도회가 가장 유명했다.

유럽 전역에 수많은 수도원이 생겨났다.

그들 중 대부분이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이었다.

레이먼드의 기반인 생질의 수도원도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이었다.

수도원장이 되는 건 사생아인 베르트랑에게 큰 성공이었다.


“전에 말씀을 드렸지만···.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사명의 다른 길입니다.”


위대한 군주로 가는 길이었다.

굳이 그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었다.

베르트랑이 일하는 자가 되진 않을 것이니···.

기도하는 자가 되지 않는다면 싸우는 자가 될 것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그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하나님의 축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인연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타라스콩의 보좌주교와도 좋게 헤어졌다.

그는 아버지 레이먼드의 사람이었다.

그를 통해 큰 덕을 볼 것은 없지만···.

앞길을 막으면 피곤한 사람이었다.

큰일을 하기 위해선···.

도움이 되는 사람뿐만 아니라···.

방해될 사람도 잘 관리해야 했다.


***


한동안 낮에는 에드몽과 훈련하고···.

저녁에는 양피지에 글을 적는 일을 했다.


“이 일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 제대로 이해할지 모르는데···.”


이 시대의 글은 모두 라틴어로 적었다.

에드몽이 교양으로 라틴어를 조금 하지만···.

지금 적고 있는 내용은 그런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것이었다.

에드몽이 아를에 가서 해야 할 일을 양피지에 적고 있었다.


“어차피 에드몽에게 읽으라고 적는 게 아니야. 그를 돕는 이가 보라고 적는 거지.”“그래도 이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아는 지식을 글로 적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악마는 환상과 직접 머리에 넣는 주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했다.

덕분에 베르트랑은 쉽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글로 적는 일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을 쉽게 풀어 쓰는 것이었다.

많이 아는 사람이 뛰어난 교사인 것은 아니었다.

가르치는 것은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그것도 라틴어라면···.

더욱 어려웠다.

외국어로 글을 적는 것과 같았다.

어려움이 대폭 상승했다.


“논을 어떻게 설명하면 되지?”

“그냥 밭에 물을 대면 쌀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하면 돼. 어차피 거기에 습지가 많잖아. 그런 습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돼. 나머지는 방법만 적어···.”


이해시키기 위해 모든 걸 적을 필요는 없었다.

이유와 결과, 그것을 위한 과정을 적으면 되었다.

다만···. 그렇게 적기 위해서는···.

글을 적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좀 더 자세히 알려줘.”

“알겠어. 기다려 봐.”


지식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냥 알게 되었다.


“나도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편할 건데···.”

“그럼. 악마로 몰리겠지.”


녀석의 말이 맞았다.

베르트랑도 그래서 녀석을 악마로 생각했다.

그건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었다.


***


쌀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밀보다 높았다.


“종자를 그냥 밭에 뿌려도 되잖아.”


쌀이라는 작물은 사라센인과 무어인들에 의해 이베리아반도 남부와 이곳에 들어왔다.

그것은 논벼가 아니라 밭벼였다.

벼는 아시아에서 인도와 중동, 북아프리카를 건너 유럽으로 왔다.

메마른 지역을 거쳐오면서 습지에 자라던 벼가 마른 땅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물은 원래 자라던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 생산량이 더 많아.”


밭벼보다는 논벼가 품질과 생산량이 더 나았다.


“그런데 굳이 힘들게 논벼를 키울 필요가 있어? 그곳에 밀을 뿌려도 잘 자랄 건데.”

“이래서 적당히 배운 게 문제라니까···. 지금은 비옥한 땅이니 처음 몇 해는 잘 자라겠지. 그다음은?”

“그냥 휴경하면 되잖아. 안 그래도 사람보다 땅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내다봐야지. 그곳은 너의 기반이 될 곳이야. 10년만 지나도 상황이 달라질걸.”


녀석의 말이 맞았다···.

아를은 대도시로 성장할 것이었다.

곧 아를 주위에 빈 땅을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논벼도 휴경해야 하지 않아?”


작물은 지력을 빨아들인다···.

지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휴경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땅도 인간이나 동물처럼 휴식이 필요했다.

영주는 그러한 휴경을 고려해서 농부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었다.

이건 악마가 가르쳐주기 전부터 아는 사실이었다.


“논벼는 휴경이 필요 없는 작물이야.”


설명하기도 힘든 복잡한 지식이 베르트랑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을 필수원소라고 불렀다.

원소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휴경이 필요한 건 작물이 자라면서···.

그 원소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휴경은 땅을 쉬게 해···.

그 원소들을 보충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것이 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논으로 흘러들어. 휴경할 필요가 없지.”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그 비는 공기와 땅의 원소를 품었다.

그렇게 모인 물은 개울이 되고···.

강이 되었다.

그 강의 물이 농지로 흘러드는 것이었다.

물 안에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원소가 들어있었다.


“논의 효과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야.”


벼농사는 물떼기라는 논에서 물을 빼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다.

물떼기는 이삭이 잘 여물게 하는 용도이지만···.

그것엔 다른 목적이 있었다.


“농사를 오래 짓게 되면 땅에 나쁜 독소가 쌓여서 토양이 황폐해지지. 그게 물과 함께 빠져나가.”


물떼기는 염분과 토양 독성을 빼는 효과가 있었다.

물은 많은 것을 담는 그릇이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지구상에 생물이 살 수 없었다.

염분은 소금이었다.

바다와 가까운 강 하류에 많이 쌓였다.

비옥한 토지였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염분의 축적으로 황폐해졌다.

토양 독성은 알칼로이드였다.

알칼로이드는 식물이 다른 식물을 공격하는 독이었다.

아트로핀과 코카인, 니코틴, 모르핀, 히스타민, 콜히친, 캡사이신, 사포닌, 퀴닌, 아스피린 등 수많은 알칼로이드 독이 약으로 사용되었다.

배수로 토양에 쌓인 염분과 알칼로이드를 빼낼 수 있었다.

그것은 논농사가 휴경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그만큼 생산력이 높았다.

논농사 지역이 밭농사 지역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했다.


“휴경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아를 부근에 살 수 있어.”


잉여생산물과 주변의 많은 인구는 도시 발달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아를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야.”


***


“대신에 사람, 노동력이 많이 들잖아.”


베르트랑은 노동력이라는 말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에 제방을 쌓고 물길을 만들어야 했다.

논에 물을 넣고 빼는 데도 일손이 많이 들었다.

논을 만드는데도···.

벼를 기르는데도···.

많은 노동력이 들었다.

씨앗을 뿌리고 거두어들이기만 하면 되는···.

다른 밭작물과는 필요한 노동력을 비교할 수 없었다.


“강과 가까운 곳만 할 거야. 어차피 아를을 개발하려면 수리 시설을 만들어야 해.”


론강 주위의 습지와 황무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강둑(제방)을 만들어야 했다.

농사에 있어서 가장 큰 재해는 홍수였다.

작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다.

농지는 물 근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조상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를을 도시로 만들려면 항구는 필수야. 제대로 된 항구를 만들기 위해서도 론강의 물길을 정비해야 해.”


복잡한 론강 하류를 정비해야 배가 들어오기 쉬웠다.

갤리선이라도 큰 배는 수심이 어느 정도 깊어야 했다.

아를을, 지중해를 누비는 무역선도 다닐 수 있는 항구로 만들 생각이었다.

아를을 피사와 제노바 마르세유, 바르셀로나를 잇는 경유지로 만들 생각이었다.

교역뿐만 아니라···.

머나먼 레반트 지역으로 보낼 병력을 태우기 위해선···.

이탈리아반도의 배는 필수였다.

이곳에서 예루살렘까지의 육로는 위험했다.


“배는 쓰임이 많은 물건이야.”


그때 환상이 펼쳐졌다.

베르트랑의 깃발을 단 배들이 수많은 병사를 싣고 항구를 떠나 레반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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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성모의 기적. 24.02.28 819 35 12쪽
14 14. 순례자. +4 24.02.27 846 31 12쪽
13 13. 적재적소.(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24.02.26 871 27 12쪽
12 12. 1,000명의 병사. +6 24.02.25 912 36 12쪽
» 11. 레반트로 가기 위한 준비. 24.02.24 922 36 13쪽
10 10. 충성의 맹세. +2 24.02.23 916 38 12쪽
9 9. 앞으로의 계획. 24.02.21 926 35 12쪽
8 8. 에드몽. 24.02.20 960 32 12쪽
7 7. 타라스콩. 24.02.19 976 36 12쪽
6 6. 약속된 권능. 24.02.17 1,053 39 13쪽
5 5. 첫걸음을 내딛다. +6 24.02.09 1,173 38 12쪽
4 4. 선물(gift)과 봉사(service). +4 24.02.07 1,246 38 13쪽
3 3. 사람 낚는 어부. +4 24.02.06 1,505 37 14쪽
2 2. 신실한(Pieux) 베르트랑. +4 24.02.05 1,942 38 13쪽
1 1. 악마의 유혹. +14 24.02.04 3,404 5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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