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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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날린다.
상준의 머리카락이 강바람에 흩날렸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머리의 영웅건을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신체의 일부라고 하여 자르지 않는 것이 습성인 이 시대에 그는 일단 보통보다 짧게 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주 짧은 것은 아니었다.
앞머리가 가려서 잘 보이지 않은 그의 눈동자가 보였다.
짙은 흑색을 띠고 있는 그의 눈은 아무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것은 무엇을 하든 마찬가지였다.
정면을 응시하던 천무검신이 입을 열었다.
"날파리들이 끼는군."
"예?"
주벽벽은 상준이 갑자기 하는 소리를 듣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상준이 하는 말을 흘려 들을 수는 없었다. 이제껏 많은 시간을 겪어 본 것은 아니지만 그가 하는 말이 틀린 것이 없었다.
상준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배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배를 가로막으며 정면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보였다.
배의 수는 거의 6척이나 되었고, 그 크기 역시 일반 상선의 크기에 비해 작지 않았다.
그 맨 앞에서 거대한 덩치와 더불어 대도를 등에 맨 거인이 흉악한 인상을 풍기며 소리를 질렀다.
내공을 쓴 상태로 울리는 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목청소리만으로 강전체를 떠들석하게 울리고 있었다.
"배를 멈춰라∼"
배를 멈추라는 산도적같은 놈들의 말에 배는 멈춰야했다. 이 일대에서 지금 나타난 자들의 목적을 거스를 경우 장사를 못할 뿐아니라 목숨도 위험할 수 있었다.
-장강수로십팔채
장강을 다스리는 도적의 무리들이라고 설명을 하면 아주 간단하지만 그들이 강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로 낮지 않았다. 개인대 개인으로서 장강수로십팔채의 무공수준은 삼류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수가 많았으며, 수공이라는 독특한 무공을 익혀 그들을 강에서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수왕(水王) 남천길
장강수로십팔채의 위용이 근래에 들어 그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은 바로 수왕의 등장 때문이었다. 장강수로십팔채 역사상 처음으로 십강초인에 드는 무인의 탄생은 이제야 비로써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게 되는 사건이었다.
수왕의 독문절기는 과거 천수룡(天水龍)이라는 은거기인이 남긴 무공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수왕의 아버지인 남선강이 발견을 하였고, 그 무공의 연원을 다시 회복하여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어 지금에 이르러 수왕이 탄생이 되었다. 그동안 남선강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장강수로십팔채 수익의 일할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영약과 비급을 남천길에게 하사하였다. 완전한 영재교육과 체질개선으로 탄생을 하였으니 어찌보면 수왕의 탄생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배를 멈추라고 소리를 친 거인은 장강수로십팔채에서 수룡채를 맡고 있는 대도무적(大刀無敵) 육무쌍이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대로를 아무렇지 않게 휘두를 수 있는 그의 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일단 무식하게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였다는 소리였다.
상준의 배의 선장인 오진담이 맘씨 좋은 웃음을 지으며 배를 그들의 배에 대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일대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것이다. 오늘이라고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다. 일단 관례대로 배에 탄 사람들의 돈중에서 삼할을 내 준다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육무쌍이 거들먹 거리면서 오진담의 배로 걸어 들어왔다.
"원칙대로 낸 다면 무사히 보내주마! 하지만 만약 대든다면 모두 죽여서 바다에 수장을 시켜버리겠다!"
수적이라면 당연한 말이다.
물론 모두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들도 사람이었다. 아무런 무공도 익히지 않은 뱃꾼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위협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것 뿐이었다. 간혹 되지도 않는 의협심을 가지고 대드는 놈들이 있기에 미리 말을 하여 의기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영웅을 자처하는 녀석들의 습성중에 하나가 바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한 지나친 관심이 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하지 못한다. 이걸 육무쌍은 이용을 한 것이다.
"물론입니다. 육무쌍 대협!"
오진담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의견에 동조를 하였다.
"자자! 대협의 말을 잘 들으셨을 겁니다. 가지고 있는 것에서 삼할을 내십시오."
오진담의 말이 끝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을 자신의 수중에 있는 돈을 아깝지만 꺼냈다. 돈도 다 자신의 목숨이 붙어 있어서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돈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예외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외라는 말의 뜻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정해진 규칙을 벗어나는 일을 말한다. 평소라면 당연하게 될 상황이건만 누군가 그 일에 대해 방해를 한 것이다.
"감히 일개 수적따위가 협박을 해!"
말을 한 것은 황보세가의 황보영이었다. 그녀의 성격상 참기 힘든 일이었다. 천하를 위진한다고 생각하는 황보세가의 무남독녀이기에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한 것이다.
오진담의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냥 돈을 주면 무사히 끝나는 일을 왜 갑자기 나서서 일을 어렵게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물론 저 여인이 대단한 고수여서 이들을 모두 물리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싸움이 시작되면 배가 파손될 것이 분명하고, 그 이후로 자신의 배는 장강수로십팔채에 찍히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나! 황보세가의 황보영이 네놈들의 못된 짓을 고쳐주마!"
육무쌍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장강수로십팔채가 장강에서 무적이라고 하지만 황보세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괜히 건드려서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황보소저! 우리는 황보세가와 척을 질 생각은 없소! 하지만 우리의 일까지 방해를 하지 말아줬으면 하오!"
육무쌍으로서는 상당부분 양보를 한 것이었다.
똥개도 자기집에서는 삼푼이상 먹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하물며 이곳은 자신들의 성지였다. 이곳에서 일을 남의 문파가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었다. 이이상 나선다면 묵과할 수 없었다.
"닥쳐랏! 무고한 양민의 돈을 갈취하는 네놈들의 만행은 두고볼 수 없다!"
빠직!
육무쌍의 안면의 근육들이 보기흉하게 일그러졌다. 아무리 황보세가라고 해도 선을 넘어서면 참아줄 수 없는 일이었다.
황보영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개 수적따위가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옆에 있는 용자운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협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도적의 무리들에게 협을 깨우쳐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주변으로 바라보는 일반 평민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저들이야 무공을 익혔으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그 피해는 자신들이 고스란히 받아내야하는 일이었다. 어찌 맘이 편할 수 있단 말인가!
'썅! 재수없게..'
'괜한 호기를 부리고 있어.'
'X됐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속으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수적들보다 이런 놈들이 더 싫었다. 일을 지들이 벌려 놓고 책임은 자신들이 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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