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동행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날 풀어주면 모든걸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주벽벽이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상준을 달래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없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진실은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씨익!
정작 당사자인 상준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 이걸 어쩌지."
"그..럼 원하는 것이 뭐냐? 다 들어주겠다!"
그녀의 말이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줄 수 있는 있었다. 그녀는 그럴만한 위치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대명제국에서 가장 많은 재물을 보유한 인물중에 하나인 상준에게 그 어떤 것이 필요하겠는가!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살기 위한 방안은 상준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가에 달려 있을 뿐이었다.
"득구야! 그만 발 치워라."
"하지만 주군! 이년이 방금처럼 대들면 주군은 그 성미를 참지 못하고 죽이실 것 아닙니까!"
주벽벽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감히 일어서서 도망치거나 발악을 하게 되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김득구는 그런 생각으로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괜찮은 여자를 봤는데 재미도 못보고 죽인다는 것이 아까웠을 뿐이었다. 그가 알기로 주군이 이미 죽일 작정이었다면 이렇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념은 상준의 다음말로 사라지고 말았다.
"넌! 이만 가라!"
'이런 떠그럴!'
그렇다고 상준의 말에 거역을 할 수 없기에 주벽벽을 아쉬운 눈초리를 한번 바라본 후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했다.
슈슉!
순식간에 움직여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김득구였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된 주벽벽이었지만 좀처럼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방이 지니는 무게감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강함을 따지는 것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무력보다 그 자체에서 오는 두려움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지닌 자는 결코 보통의 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주벽벽은 보통의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금새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대처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생각을 하였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제 정신이라고 생각하나요? 감히 일국의 공주를 이렇게 대하고도 무사하기를 바라는 건가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상준에게 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하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지만 상준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질적인 존재감..
무엇이라고 딱히 정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중원의 계집들은 항상 나를 어떤 식으로든 정의를 내리고 싶어하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곧 깨닫게 해주었지! 크크크!"
그녀는 상대가 중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없었다. 그것이 더 그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대명제국의 공주라고 해도 상대가 명제국의 백성이 아니라면 자신은 평범한 여인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물론 서로간에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국가라면 달리 할 수 있지만 만약 명제국와 원수지간이라면 그녀는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인질이 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죽일 생각이 있었으면 벌써 죽였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왜 날..."
"글세! 변덕이라고 해두지!"
단순히 변덕이라고 하기에는 주벽벽의 위치가 너무 엄청났고 이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에요?"
지금 이 순간 가장 궁금한 것이 이것이었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짓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늘이 내려준 무신이라고 불리우고 있지!"
씨이익!
광호하기 이를데 없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하늘이 내려준 자라는 것은 천자(天子)를 의미하고 있었다. 스스로 황제라고 칭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상대가 무신이라고 하고 있다는 것에 중원에서 황제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금새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그제 서야 이 모든 것이 이해가 되고 남았다.
"천무검신...!!"
"알고 있었군!"
주벽벽이 황실의 공주라고 하지만 강호에 대해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황실에서 무공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강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근래에 강호를 시끄럽게 하는 인물에 대해서 모른척 한다고 해도 들리는 소문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천무검신이라는 별호는 현 강호를 대표하는 가장 뜨거운 소식중에 하나였다. 또한 황실의 재정을 담당하는 대명상단의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주벽벽은 천무검신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를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기에 알지 못한 것이다. 정말 공교로운 상황이었다. 중원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이런 우연의 일치로 만나고 악연을 쌓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우선 가볼까! 마침 대명상단에 갈생각이였거든!"
"거긴 왜요? 당신이 죽으려고 작정을 한 거군요!"
지금 자신을 살려서 대명상단으로 간다는 것은 죽으러 간다고 하는 것과 진배가 없었다. 일국의 공주를 핍박하고 억지로 구타를 한 행위는 어떤 짓을 해서도 덮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무검신이 아무리 무공이 하늘에 이른 초인이라고 해도 황군을 혼자서 막는 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럼 가지!"
'이 미친놈! 기어이 죽겠다는 거지! 좋아! 날 이렇게 대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속으로 그녀는 기가찼다.
황제보다 더 강대무변한 상준에 대해 어이가 없으면서 지금 이 순간만 지나가면 바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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