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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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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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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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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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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55. 원탁

DUMMY

그녀는 빈자리를 찾아 구석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와중에 눈에 띄는 이들도 있었다. 다양한 인종. 사르삿은 산슈카의 수도이자 대도시로 온갖 사람들이 모여든다. 거기에 ‘플레이어Player'라는 부류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와 있는 상황이었으니.

게임으로서 세계관을 대하는 이들의 행색이 얼마나 가지각색이겠는가. 개중에서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민머리의 거한이었다. 윗옷은 거의 입질 않았고, 그저 방어구처럼 보이는 가죽 조끼 하나만 대충 걸친 채다.

마치 그 가죽 조끼와 비슷한 톤을 가진 피부가 인상적이다. 일부러 태닝을 한듯도 하고, 외형으로 보았을 때 색이 짙은 아시아인, 혹은 중동인의 느낌도 있었다. 체감상 일반적인 사람의 두 배 즈음은 되어 보이는 사내였고, 그런 이가 그녀의 시점에서 등을 진 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식당의 가운데 쪽에 있는 원형 테이블이었고, 그 옆으로 다른 이들이 앉아 있다.


라이엔은 슬쩍 눈이 갔다가, 이내 빈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가게 내부는 손님들로도 차 있었지만, 빈 길마다 서버들이 부지런히 다니면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금방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묻는다.


“추천드리는 건, 흰뿔 큰사슴 스테이크 정식이 있고요. 딱정벌레 수프나 빠에야, 고사리풍 샐러드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저희 가게만의 메뉴가 있으니 한 번 살펴보시면······.”


그녀에게 다가온 건 20대 초반 즈음 되어 보이는 남자였고, 아마 NPC로 보였다. 플레이어들이라면 대개 구분할 수 있을 테였다. 콘란드 대륙을 실제 세상으로 대하고 있는 이들의 표정과 기색은 남다르다. 유저User들은 아무리 상황극에 몰입을 해도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면 쉽게 나오지 않는 깊이감이 있었다.


AI가 표현하는 인격이라는 게 거기까지 정밀하게 구현될 수 있구나, 늘 감탄을 하고 만다. 어지간한 연기자를 고용했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물론 AI들은 늘 이런저런 한계, 공간의 제약 따위가 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곳에서, 관제 AI가 작동하는 곳에서만의 역할극일테니


그녀는 다가오는 금발의 백인, 종업원에게 서글서글 웃으며 스테이크 정식과 샐러드, 그리고 딱정벌레 빠에야를 시켰다.

다른 메뉴들도 있었지만, 이 집이 유명한 이유는 아무래도 처음에 추천한 것들 때문인 듯했다. 확실히 남다른 이름이었고, 맛이 짐작도 가지 않는다.

사슴살 스테이크라면 뭐 고기가 나오겠지만···. 딱정벌레 수프나 빠에야라니. 그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음식이라는 말인가.


중국인답게, 라는 말이 약간 웃기기는 하지만 그녀는 도전적이었다. 음식에 대해서는 말이다. 예로부터 중국 대륙에서는, 네 발 달린 건 책상 빼고 모조리 먹는다는 둥의 농담이 있었다. 거대한 대륙에서 수 천 년 이상 살아온 여러 민족들. 보통 한족을 떠올리지만 그 외 무수한 족속들이 얽히고 설켜서 살아왔다. 거대한 땅이라지만 어떤 의미에서 역사를 배우다 보면 좁게마저 느껴진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서, 그런 식문화가 발달을 한 것이리라. 먹을 수 있는 짐승이라면 모조리 조리를 해서 먹어보는 식의.


그런 땅에서 자라나 역사를 배운 라이엔은 크게 겁이 없다. 어느 나라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따져 보아도 중국은 그 다양성이나 신박함에서 그다지 꿇리지 않는다.

물론 중대륙인 중에서도 희한한 음식을 못먹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기야 하겠다만. 라이엔은 개인적으로 곧잘 시도하고 씹어 삼키는 편이었다. 실제로, 아윈일 때도 말이다.


길게 늘어지는 검은 머리를 질끈 묶었다. 말총 머리가 아주 길게 내려가 허리 부근에마저 닿는다. 그녀는 한구석에 혼자 앉아 작게 흥얼거리면서 신박한 메뉴들을 기다렸다.


흘끔, 눈이 가는 곳은 아무래도 덩치가 거대한 서양인 쪽이다. 구릿빛의 피부를 가진 대머리 사내 말이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 옆에는 아주 예쁘장한 소녀인지, 아가씨인지 하는 여성이 있었다. 전형적인 서구인의 얼굴이었고, 타오르는듯한 붉은 단발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인원들은 동양인인 것 같았고···.


중국이 갈라지면서 극동아시아의 족속들도 국적이 조금 더 다양해지기는 했다. 전형적으로 보이는 외견이더라도 참 가깝지만 먼 사이들이 된 것이다, 조금.

남중국인과 북중국인은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그다지 격의가 없지만, 이따금씩 삶과 국가에 대한 문제로 화제가 넘어가면 알게 모르게 간극이 생긴다. 실제로 살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가 다른 탓이었다.


북중국의 수장은 이전의 독재자들의 궤를 따르고자 하는 인간이었다. 현대의 초고도 기술들은 지배자의 욕구를 충실하게 실현시킬 수 있을만한 성능들이었다. 물론 국제적인 협약으로 민간인의 자유나 거취를 지나치게 좇는 일은 못한다지만.

늘 국제 사회 내부에서도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행보를 일삼는 나라들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는 국민들만 알 뿐이었다.


어딘지 답답해보이고, 늘 불안한 기색들. 라이엔은 북중국에 사는 여러 친구들을 보면서 항상 그걸 느낀다. 실제로 만나는 이는 별로 없지만, 이렇게 비련의 시나리오 속이라거나 넷Net 상에서 만날 때는 말이다.


북중국이나 동, 북 러시아가 국경이 폐쇄된 것은 딱히 아니었다. 폐쇄적인 기조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을 뿐이었지. 얼마든지 출입국이 가능했고 사업적인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한없이 배타적이었고, 가급적이면 서로를 배척하기 위해 애쓸 뿐이다. 그러나 바로 곁에 있으면서 경제적인 영향력을 주고 받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옆에 있는 식구와 완전히 이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자가 어떤 속셈을 갖고 있던, 일단 밥은 나눠 먹는다. 함께 시켜 먹는 밥이 더 저렴한 법이었으니 말이다. 중국 대륙의 분위기는 늘 기묘하다. 조금 더 위도緯度를 올려서 동, 북, 서로 쪼개진 러시아를 보면 더욱 그러하고. 러시아는 아시아에도 걸쳐 있었고, 유럽과도 지면을 공유하고 있었다.

서 러시아는 남 중국이 그러했듯 국내에서 이화되길 원했던 평화주의자들이 만든 독립국이었다.


그것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 덩이였고 또 깨나 많은 사람들이었다.


러시아 내부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반긴 유럽 측의 서방 세계는, 서러시아의 독립을 환영했다. 물리적인 원조를 더해 지난 시대를 지나며 유럽의 권역은 아시아 쪽으로 몇 발은 성큼 다가왔다.


자유,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흐름과 세계가 원래의 러시아 국토 가운데 즈음에 닿아 있었다. 본디 러시아 자체도 어쩔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이 있었으나 이를 악물고 다른 노선을 걷고자 했던 게 옛 러시아의 모습이었는데.


그런 서방 세계의 영향력과 차가운 북국의 세력들이 시베리아 대륙 가운데에 영토를 맞닿게 하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실제적으로 교전이 일어난 건 수십 년 전의 일이기는 했으나.

여러모로 애매한 분위기였다.


라이엔은 국제적인 상황, 정치적 분위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는 편이기는 했지만. 국민으로서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름대로 안정적인 삶을 구가한다지만 막말로 전쟁이 터져버리면. 그녀도 살 길을 찾아야지 않겠는가. 그녀의 부모님, 가족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상념들로 가게 안의 시끄러움을 잊어갈 때, 문득 아까의 청년이 다시 와서 음식을 서빙해 주었다.


스테이크, 빠에야, 샐러드가 차례대로 얹혀졌다. 작은 테이블이 구석에 있는 이유는 그녀처럼 혼자 와서 밥을 먹는 이들을 위한 배려일까.

그릇들로 테이블이 얼추 가득 찼다.


보기에는, 완벽히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두고 그녀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브라운 소스가 올려진 사슴 스테이크를 먼저 썰어 보아야겠다.


*


“마땅히 우리가 할 일은 없는 거지?”


릿샤가 물었다.


호아킨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제냐, 최태현, 릿샤, 호아킨은 여느 때나 다름 없이 또 한 번 모여 있었다. 퀘스트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니 사르삿에 모여 플레이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시답잖은 얘기를 나눈다거나 대단찮은 진전이 없어도 제법 도움이 된다.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면에서는 말이다.


가상 세계에서 한 자리에 모여서 우의를 다진다는 게 우습게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 게임은 여태까지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사업가들이 미묘한 기색, 낌새, 비언어적 제스처나 사소한 말씨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마냥 깊은 구석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다른 가상현실 게임에서 만나는 것은 ‘실제로’ 만나는 것에 비해 조금 다를 지 모르겠지만, 비련의 시나리오 속에서의 만남은 거진 현실의 만남과 비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온갖 사소한 정보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비련의 시나리오라는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이었다. 실시간, 실제의 감정 전달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세밀한 툴tool이다.


이 게임이 서비스된 지도 벌써 햇수로 3년째였다. 게임의 탁월한 특이성을 가장 먼저 이해한 자들은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부류였다.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는 첨단의 사업체들 말이다. 그리고 그 집단을 이끄는 사업가들 역시.

비즈니스적 문제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를 해야 할 때, 비련의 시나리오는 쓰기 편한 프로그램이었다. 수 억에 달하는 이용자가 있다는 뜻은, 그만큼 대중적인 비용의 게임이라는 말이었고.


값싼 데다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에는 클리어나 게임 내內적 목표를 지닌 플레이어들도 있지만, 반대로 외부적 이유로 이용중인 유저들도 있었다.

커뮤니티 기능만을 쓰는 이들이 개중 한 부류였고, 그들 중에서 실제 사업적 이유로 만남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지금 모여 있는 이들은 현실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아이젠 하우스.


시끌벅적한, 그리고 인심 좋은 아이젠 하우드의 집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장소다.


동네 사람들을 다 끌어 모아두고는 잔치라도 벌이듯한 광경이었다. 물론 한 명 한 명이 모두 돈을 내고 음식을 먹고 있는 손님들이기는 했다만.

맛이나 양에 비해서 싼 것은 분명했다. 그건 개업 이래로 계속해서 모여드는 손님들의 숫자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본점 자체도 테이블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만원이었고, 아이젠이 따로 벌이는 사업인 밀키트와 배달 역시 성행을 이룬다.


근래 사르삿 가도 근처 주민들의 가장 큰 이슈인 밥집이었다. 산슈카 인들은 ‘밥’만을 주식으로 먹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 곳의 중앙 즈음의 테이블.


원형에 제법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네 사람이다.


호아킨은 입구를 등진 채 있었고, 그 옆에 릿샤, 제냐, 그리고 다시 호아킨의 옆으로 최태현이 빙 둘러 앉아 있다. 호아킨과 제냐는 마주보고 있었고.


턱, 하고 호아킨은 거대한 나무 잔을 들어 쥬스를 마셨다. 보기에는 술을 통째로 마실 것 같은 인상과 체구였지만, 호아킨은 실제로도 별로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신체의 감각이 무뎌지는 듯한 게 싫다는 모양이었다. 건강 상의 이유도 있었고. 술이건, 담배건, 혹은 대마초건.

건강을 위해서 손을 대지 않는 게 가장 좋았다.


술의 경우에는 간혹 건강을 위해서, 담석 제거 따위를 위해서 섭취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지만은.

호아킨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게 참 어정쩡하구만.”


호아킨의 말은 으르렁거리듯 들렸다. 거대한 사내여서 그럴 지 모른다. 실제로는 아주 친근하게 굴기를 좋아하고, 신사다운 사내였음에도. 현실에서의 호아킨도 그런 분위기가 날 지는 모를 일이다. 체육을 전공했고, 군인으로 일했던 전력이 있는 사내이니까.

게임 내에서 그가 익힌 여러 스킬들이나, 현실보다 거대해진 몸뚱이는 확실히 위압감을 더 준다.


제냐는 호아킨을 바라보면, 그가 곰이나 사자 따위의 대형 맹수로 변해서 싸우던 것이 저절로 떠오른다. 괴물같은 강함이고, 야성이었다.

만약 그와 같은 몹을 만난다면 레이드를 하기 싫어질 정도로.


“그렇죠. 뭐 어쩌겠습니까. 이 게임이 그렇게 불친절한 것을.”


제냐가 힘없이 웃는 투로 이야기했다. 확실히 이 게임은 불친절했다. 그가 골목에서 위험에 처했던 노인과 아가씨들을 도와준 건 분명 그의 선택이었다.

그로 인해서 거대한 연계 퀘스트에 휘말렸고, 산슈카의 국내 정세와 연관되었다.


이 게임은 ‘곧 퀘스트가 벌어집니다, 준비하세요’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가만히 넋놓고 있다가, 어둠숲이나 사르삿 도심에서 습격을 당한 것처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마냥 전조가 없다고 넋놓고 개인 플레이를 하다가, 그대로 게임 오버를 당할 수도 있었다. 불친절한 웨이브Wave. 일종의 디펜스 게임과도 비슷했다. 거점을 지키는 건 아니고, 이 드넓은 게임 세계에서 자신의 목숨만을 지키면 되는 방식이다.


제냐가 가장 위험했다. 퀘스트의 주체가 되는 유저였으니 말이다. 키 플레이어라고 해도 좋았다. 아마 이 퀘스트의 빌런이 있다면, 그 빌런에 대한 어그로Aggro는 제냐에게 집중되어 있을 테였다.

다른 사람들도 완벽하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제냐가 빌런의 주의를 끌고 있다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상황이 급변할 지 모르는 것이 이 게임이었다.


고도의, 그리고 거대한 시뮬레이션 게임인 이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울 것을 요구한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아라, 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살아남는 이들만이 적어도 메인 스토리 퀘스트에 다가갈 자격을 얻게 된다.


서비스한 지 햇수로 삼 년 째. 무수한 이들이 게임 오버를 당했다. 한 번 HP가 바닥나면 그대로 계정 삭제라는 극악한 난이도. 어쩌면 이렇게 몇 달 이상 쾌적하게 플레이를 하고, 레벨이 계속 오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닐 지 모른다.


제냐는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류일 지 몰랐다. 그 성장세나 플레이한 이력을 살펴본다면.

최태현이나, 호아킨, 릿샤 역시 마찬가지이다.


등반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산의 꼭대기에서 만나듯,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결국 만나게 되는 걸지도.


이 게임은 시나리오 온라인이었고, 그 이름답게 극적인 무대 연출과 퀘스트 스토리 제공을 잘 해준다. 지금 제냐와 이들이 모여 있듯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파티들이 거대한 퀘스트를 깨나가고 있으리라.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시나리오를 써나가는 것이다.


플레이어 레벨로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도 있고, 혹은 고수나 랭커 급의 이야기도 있을 테였다. 모두 의미가 있었고, 기술적으로 보아도 AI 만물박사의 데이터 수집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과정이었다.


그 여러 시나리오 흐름 중에서 한 종류만이 살아남아 메인 스토리 급 퀘스트에 닿게 되리라.


산슈카는 그런 면에서 확실히 변방이었다.


고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갖고는 있었지만.


이 콘란드 대륙 내에서 농담으로도 강국이라 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나라가 아닌 정도의 집단과 비교하면, 산슈카는 상당히 강력한 단체였다.


당장 서부 사막의 유랑 부족들과 견주어도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여러 종류의 나라들 중에서는 영토도 작고, 국력도 크게 볼 것이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고국이라는 이름답게 말도 안되는 수준의 역사적 흔적들이 나라 곳곳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들을 잘 발굴해내고, 올바른 사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강력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작금의 국왕은 외부로 영토를 넓히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자였다. 그런 국왕 아래의 파벌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내치에 힘쓰고, 안정적인 체제를 이룩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나름대로 현왕이라고 할만한 자였다. 현재의 국왕은.


왕실 내부 다양한 부서를 채우는 인물들의 질과 인격, 또 그 집단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나라를 이끄는 일꾼들 중에 좋은 이밖에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었다.


정치적, 당쟁적인 싸움의 양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나라의 발전보다는 개인의 번영을 중요시하는 배고픈 돼지들도 언제나 꿀꿀대기 마련이었다.


산슈카를 다스리는 이들에게 국정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어설픈 주장일 수도 있었다. 현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신분제 속에서 발전된 나라의 통치 양상이었으니까.


그저 주어진 자리에 올라서서 좋을대로 권위를 누리는 자들이 더러 있었고, 능력보다 야욕이 큰 자들은 언제나 문제였다.


개중 ‘게으른 대공’이라는 이름은 별다른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지금 제냐 일행에게 있어서는 가장 위험한 권력자로 여겨지고 있었고.


“밤중에 습격당했다는 건, 사르삿 내부에 있는 게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건?”


릿샤가 말을 툭 꺼냈다. 제냐 역시 생각해보지 않은 구석은 아니었다.

ar-MN5EWo63sS4-unsplash.jpg


작가의말

으어


으어어어어어어


좀비는 아닙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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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168. 캐스팅 23.11.24 16 2 19쪽
168 167. 사색 23.11.23 20 2 12쪽
167 166. 동굴 앞(3) 23.11.23 16 2 15쪽
166 165. 동굴 앞(2) 23.11.23 15 2 15쪽
165 164. 동굴 앞 23.11.22 17 2 14쪽
164 163. 데슈칸 심부 23.11.21 21 2 23쪽
163 162. 갈색 매 23.11.20 20 2 22쪽
162 161. 바구니 23.11.19 21 2 10쪽
161 160. 그와 그녀 23.11.19 19 2 18쪽
160 159. 의뢰(re)Quest 23.11.18 21 2 15쪽
159 158. 그녀, 라이엔 23.11.17 19 2 23쪽
158 157. 스킬러Skiller 23.11.16 25 3 15쪽
157 156. "음." 23.11.16 20 3 12쪽
» 155. 원탁 23.11.14 22 3 17쪽
155 154. 남중국 23.11.12 22 3 16쪽
154 153. 야욕 23.11.11 22 3 14쪽
153 152. 제국 특기特機 23.11.11 21 3 17쪽
152 151. 다시 만나, 담화 23.11.10 20 3 19쪽
151 150. 세르게이 알사드; 또라이 23.11.09 2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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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48. 병실 23.11.08 2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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