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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愼惟)님의 서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정마도(多情魔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0.01.11 00:03
최근연재일 :
2020.02.29 08:5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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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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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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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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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글자
12쪽

5화. 일류무사.

DUMMY

높이 떠오른 태양.

파란 하늘 사이에 길게 늘어선 구름.

육천린은 눈을 깜박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거야?’


[두 시진(네 시간) 되었다.]


육천린은 재빨리 몸을 훑어보았다.

딱히 내공이 늘어난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뭐랄까?

찌뿌둥한 기운이 사라지고 몸이 개운하다고나 할까?


‘사존님 실패했나요?’


[왜?]


‘내공이 늘어나지···’


[이놈아, 무공을 익히기 좋은 신체를 만든다고 했지 않았느냐? 왜 선천진기를 모조리 내공으로 바꿔줄까? 그리고 오늘만 살고 죽을래?]


‘아, 아뇨.’


[어서 내려가서 물 길어 와라. 저녁 해 먹어야지.]


‘어디요?’


[저기. 밧줄 잡고 내려갔다고 올라와.]


육천린은 아득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물을 뜨러 까마득한 절벽을 오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죽고 싶었다.

문득 이것도 ‘무공을 익히는 방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무공수련방식인가요?’


[뭔 소리야? 물이나 떠와.]


육창이 뭔 헛소리냐는 투로 혀를 찼다.

이 늙은이가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이곳에 끌고 왔나 보다.


육천린은 등에 물통을 메고 줄을 잡고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중간 중간에 발을 디딜 틈이 있었다.

아무래도 육창이 이곳에 살 때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절벽을 내려왔을 때, 육천린의 몸은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 도착하자마자 세수를 했다.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젠장할. 그래도 예전에 삼류무사로 살면서 힘이라도 키웠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절벽에서 내려오다가 떨어져 죽었을 거다. 에휴. 내 팔자야. 서두르자. 늦겠다.’


산이라 그런지 해지는 속도가 빨랐다.

올라가는 길은 진짜 죽을 맛이었다.

밧줄을 잡고 죽을 둥 살 둥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무거운 물통까지 메고 올라가려니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겨우 올라와 완전히 대자로 널부러졌을 때,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아이고, 나 죽네.”


[매일 해야 할텐데, 벌써 그러면 어쩌냐?]


차라리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까?

육천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살충동을 느꼈다.

무공을 포기하고 삼류무사로 살까?


[어서 밥 하거라. 배 고프다.]


아, 진짜 귀신이 맞나?

열심히 쌀을 씻고 국을 끓였다.

평생 요리를 안 하다가 처음 했더니 맛이 없었나 보다.

육창이 분통을 터트렸다.


[이 자식이 사존에 대한 예의가 없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끄아아악-”


육천린은 땅바닥을 뒹굴면서 지옥 같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절벽이었기에 그 와중에 살려고 나무를 꽉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 노인네가 무지 화가 났나 보다.

벌써 일각(15분)을 넘었는데 풀어 주질 않는다.

간신히 빌고 또 빌고 나서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일 아침은 예의를 지키거라.]


하아, 진짜 죽고 싶다.

대들었다가는 고통을 당할테고, 내일 아침에 없던 요리실력이 나오는 것도 아닐테고.


‘사, 사존님. 취향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잖아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소문나도 어떤 사람은 맛없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사존님의 취향을 말씀해 주시면 그렇게 요리할께요.’


[사천요리집에서 했던 것처럼 요리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사존님. 오랫동안 여기서 사셨으면 스스로 요리를 하셨잖아요. 그것을 가르쳐 주시면 제가 따르겠습니다.’


[끌끌끌, 이제 좀 사람다워지는구나.]


이때 머릿속으로 그의 요리법이 들어왔다.


‘응? 정말 편하네. 저렇게 요리했구나. 참, 사존님. 지금 요리방법을 전수해 주신 것처럼 무공도 전수해 주시면 안될까요?’


[불가능하다.]


‘왜, 왜요?’


[화경부터는 기존에 익혔던 무공은 다 버려야 해. 초식이 필요 없는 경지야. 생사경의 무공은 생각하면 기가 일어나고 유형의 기운으로 발출되어 적을 살상하지. 움직임이 필요 없어. 누워서 10장(30m)정도 떨어진 상대를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죽일 수 있다. 그게 생사경의 무공이야. 그걸 어찌 알려 준단 말이냐? 네가 깨달아야지.]


‘장풍을 쏘고 뭐 그런 게 아니고요.’


[그건 심심하니까 장풍으로 해보고 이기어검도 해보고 그러는 거지. 가만히 앉아서 상대를 죽인다고 생각하면 격살할 수 있어.]


육창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육천린은 큰 충격에 빠졌다.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경지였다.


‘그, 그럼 추광필의 무공은 어떻게 전수하시려고요?’


[지금 네 몸 안에는 오년치의 아주 작은 내공이 쌓여있다. 그것으로 일주천시켜줄 테니 기의 경로를 기억하거라. 그대로 따라하고, 햇빛을 받으며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극양(極陽)의 내공을 속성으로 쌓을 수 있다. 일단 여기까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그 다음을 알려주마.]


‘예. 사존님.’


절로 존경심이 일어났다.

이런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자신이 지상최고의 행운아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요리해라. 제대로. 배고프다.]


존경심은 취소다.

젠장할.


평생 이렇게 집중한 적은 처음이었다.

최대한 육창이 넘겨준 기억을 더듬어서 요리했다.

맛을 보았을 때 너무 매워서 잘못된 게 아닐까 두려움이 덜컥 들었지만,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밥을 먹는 동안 육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저, 입맛에 맞으세요?’


[그래. 이렇게만 하거라.]


기뻐서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일찍 자거라. 내일부터는 바쁠게다.]


‘예. 사존님.’


어둠이 가시고 사물이 막 보일 무렵에 육천린은 간신히 일어났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하지만 농땡이를 피울 시간은 없었다.

그는 물통을 매고 줄을 잡고 절벽을 내려갔다.

그래도 한번 경험했다고 조금 수월하다.


물을 길어 올라왔을 때,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급히 밥을 지어 먹었다.

노인네의 잔소리 없이 끝났다.


처음에는 말도 많았는데 오늘은 한마디도 안 한다.

어째 불안하다.


‘혹시?’


[어디 안 갔다. 항상 네놈의 의식과 연결되어 있는 것도 피곤해서 끊어 놓았다. 쉬고 있을테니 필요하면 부르거라.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네 인생에 관여하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사라지니 살 맛 난다.

새벽에 물을 길어 오고, 밥 해 먹고, 햇빛 받으며 내공수련하고, 다시 밥 해 먹고 잔다.

이게 육창이 정해 준 하루 일과였다.


매운 사천요리를 먹고 햇빛을 받으며 내공수련을 하려니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았다.

육천린은 사존이 가르쳐 준 대로 기를 일주천시키며 극양의 내공을 쌓았다.

육창은 중간 중간에 잘못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잡아주었다.


4개월 후.

육천린의 몸은 몰라지게 달라졌다.

힘은 있지만, 약간 비대했던 몸은 날렵하고 다부지게 변했다.

매일같이 절벽을 오르내리면서 강인한 근육이 발달한 결과였다.


내공은 벌써 반갑자(30년)에 이르렀다.

속성이라하더니 엄청난 속도였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 곧 한계가 닥칠게야. 오늘부터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초식을 수련해보자.]


‘초식요. 다 잊으셨다면서요.’


[잊었지. 대충 네놈에게 내공을 일주천시키면서 만들어보았다. 이것도 추광필이 그놈의 무공과 비슷할게야. 어차피 초식이라는 게 내공과 불가분의 관계니까. 가부좌를 틀고 앉아라.]


얼른 가부좌를 틀자, 머릿속으로 그가 생각해두었다던 초식이 들어왔다.

그런데.

너무 단순했다.

이렇게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저 이 도법은 삼재도법 비슷한데요?’


[그래? 이거 수련해 봐. 나중에 아주 유용할거다.]


까라면 까야 한다.

거부하면 지옥 같은 고통이 몰려올 것이다.


‘저, 그런데요. 내공 이름이나 도법 이름은 뭐죠?’


[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짓든가? 오늘은 머릿속으로 초식을 운용해 보거라. 반드시 내공의 운기경로를 정확하게 되살리면서 초식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효과가 나올거야.]


‘네. 사존님.’


육천린은 눈을 감고 상상을 통해 내공을 운기하여 초식을 운용해보았다.

단순해 보였지만, 실제로 해보니 어려웠다.


‘상상으로 하는 것도 어려운데 실제로 하면 더 어렵겠네.’


그간 화려한 변초 위주의 초식을 최고로 쳤던 육천린이었다.

삼류무사인 그의 눈에는 정말 멋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실전초식이라는 건가? 아무튼 사존의 뜻대로 열심히 익히다 보면 나도 고수가 되겠지.’


다음날.

육천린은 나무를 도로 삼아 초식을 연습했다.

찌르고, 위에서 아래로 베고, 옆으로 베고.

이게 다였는데 내공을 실어 정확하게 하려니 쉽지 않았다.


육창은 틀릴 때마다 정확하게 잡아주며 기의 운용도 알려주었다.


[이 세 초식을 완벽하게 익히거라.]


‘저, 사존님. 죄송한데 실전초식인 것 같은데 좀 빈약하지 않나요.’


[섞어야지. 실전을 통해서 세 개 초식을 섞어서 사용해야지. 시작하자.]


‘예. 사존님.’


육창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초식이라는 게 여러 개의 작은 초식이 합쳐져서 하나의 초식을 이룬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위력적인 초식이 될 수도 있고, 허접한 초식이 될 수도 있다.

육창이 이 초식을 조합한다면 정말 극강의 위력이 발휘될 것이다.


산에 들어온 지 육개월이 지났다.


[휴, 아직 멀었다. 도에 내공이 실려야 하는데 따로 놀고 있지 않느냐? 아무리 소질이 쓰···]


‘계속 하세요. 괜찮아요.’


[됐다. 도에 내공을 싣도록 노력하거라. 그래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


솔직히 쓰레기가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나처럼 완벽하게 무공 수업을 받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육천린은 이를 악물고 수련에 매진했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심상수련에 매달렸다.

단순하게 육체를 혹사하는 훈련으로는 도에 내공을 싣는데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사존의 지적을 받아도 잘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산으로 들어온 지 8개월이 지났을 때, 육창의 조언이 정확히 이해되었다.


[저 나무를 베어 보아라.]


‘예.’


두 손으로 잡아야 할 정도로 두꺼운 나무였다.

그의 손에는 부엌에서 요리할 때 쓰는 칼이 잡혀 있었다.

진정한 무인은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육창의 조언에 부엌칼을 잡았지만, 영 자세가 안 나온다.

하지만, 역시 까라면 까야 한다.

그는 짧은 부엌칼을 쥐고 나무에 집중했다.


“타앗!”


횡으로 빠르게 나무를 쳤다.

나무는 그대로 서있었다.


“응? 실팬가?”


[잘했다. 베었다. 이 정도면 대충 일류고수는 될거다.]


“나무 그대로인데요.”


[손으로 밀어봐.]


육천린은 믿기지 않아 손에 힘을 주어 밀었다.

놀랍게도 나무는 옆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자른 단면은 정말 매끈했다.


[잘 잘랐어. 이 정도면 훌륭하다. 팔뚝 두께의 무쇠를 자를 정도가 되면 절정이상이야. 자른 단면이 거칠면 절정, 지금처럼 매끈하면 초절정이지.]


“감사합니다. 사존님!”


육천린은 너무 기뻐서 허공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처음들은 칭찬에 하늘을 날아오를 것처럼 기뻤다.


[시장에 내려가자. 마파두부가 먹고싶구나.]


“예! 바로 가시죠. 초피를 듬뿍 넣어야죠.”


[그렇지. 이제야 네놈이 맛을 알아가는구나.]


“그럼요!”


육천린은 콧노래를 부르며 마을로 내려갔다.

이전에는 매운 사천요리를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괴로웠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일류무사가 되고 보니 육창의 모든 행동이 존경스러워졌다.


‘사존의 가르침 대로라면 나도 절정을 바라볼 수 있다. 어쩌면 초절정을 넘어 화경까지.’


절로 콧노래가 나왔고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다.


[나참. 일류무사되었다고 너처럼 기뻐 날뛰는 놈은 처음 본다.]


육창이 툴툴거렸지만, 그 툴툴거림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늘은 육천린 23년의 인생 중에서 최고의 날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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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천마교의 내분-2. +8 20.02.01 6,754 133 12쪽
22 22화. 천마교의 내분-1. +7 20.01.31 6,736 131 11쪽
21 21화. 진가장-2. +10 20.01.30 6,758 140 12쪽
20 20화. 진가장-1. +12 20.01.29 6,815 144 12쪽
19 19화. 갈등-3. +15 20.01.28 6,832 138 13쪽
18 18화. 갈등-2. +12 20.01.27 7,008 136 11쪽
17 17화. 갈등-1. +16 20.01.26 7,200 139 13쪽
16 16화. 기괴자(奇怪者)-3. +13 20.01.25 7,257 135 13쪽
15 15화. 기괴자(奇怪者)-2. +10 20.01.24 7,124 145 13쪽
14 14화. 기괴자(奇怪者)-1. +16 20.01.23 7,338 146 13쪽
13 13화. 양강지체(陽强之體). +14 20.01.22 7,248 146 12쪽
12 12화. 천마교(天魔敎)에 입성하다. +10 20.01.21 7,547 143 13쪽
11 11화. 청지혈단주(靑地血團主)에 오르다. +15 20.01.20 7,711 145 13쪽
10 10화. 절정(絶頂). +8 20.01.19 7,795 138 13쪽
9 9화. 도광영의 정체. +7 20.01.18 8,090 146 13쪽
8 8화. 냉살(冷煞) 목청영(穆淸煐). +6 20.01.17 8,533 145 13쪽
7 7화. 산을 내려오다. +8 20.01.16 9,117 152 13쪽
6 6화. 축융마제. +10 20.01.15 9,469 161 12쪽
» 5화. 일류무사. +11 20.01.14 10,161 154 12쪽
4 4화. 기연(奇緣)-2. +5 20.01.13 11,031 169 12쪽
3 3화. 기연(奇緣)-1. +11 20.01.12 12,210 174 13쪽
2 2화. 한밤의 칼부림. +9 20.01.11 12,131 165 12쪽
1 1화. 육안현의 똥개. +7 20.01.11 16,808 1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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