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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방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6號戰車Tiger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6.10.25 17:40
최근연재일 :
2016.11.29 23:27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45,382
추천수 :
754
글자수 :
183,127

작성
16.11.02 22:30
조회
1,064
추천
12
글자
10쪽

종말의 방패 12화.

DUMMY

리처드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신의 상황에서 좋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손에 가지고 있었을 친절함이든 선함이든 다 섬머타운에서 목이 떨어진 아버지, 형제들과 함께 사라지고 오직 남은 것은 그냥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현실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들었던 말인데 정확하게는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 모든 것은 다 내게 달려 있어. 어릴적에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들면 나보다 대단한 사람이 없으며, 늙고 나면 나보다 못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


“······그런데?”


“지금 현실에 맞춰 일하면 그냥 직업이고 그런 현실을 넘어 일하면 소망이라고 했지. 직업이면 보상을 받고, 소망이면 선물을 받는 법이야.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에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에 상하는 법이기도 해.”


“그런데?”


아론이 무엇인가 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와 닿지가 않았다.


리처드가 어이없어했지만 짙게 내려앉은 어둠속이라서 그런지 아론은 전혀 그 표정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론은 다시 눈치 없이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어?”


“몰라······. 졸려 죽겠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다른 것이 아니야. 삶의 문제는 익숙해져 길들여진 내 마음이라는 것이지.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이 속이 좁으면 같이 살 수 없는 것과 같아.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지.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르게 되는 법이야.”


“······.”


그러고 보면 갈만큼 갔다고 생각한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아론은 조용히 그 다음을 이었다.


“지옥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 가까이 있는 사람을 증오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법은 간단해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되지.”


“······모든 것은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는 거야?”


“그래 맞아!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몰라도 그 고통을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법이야. 그 일이 벌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내 몫이란 거야. 그것이 네가 가지는 자유지.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 큰 고통을 겪어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추위를 겪어봐야 봄의 소중함을 알지.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오듯 말이지.”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거야?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루고 모든 것은 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말······. 그건가?”


리처드의 물음에 아론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힘이 빠지게 길게 무엇인가 힘을 내라는 아론의 말이 정말 어이없어진 리처드는 몸을 돌려 누웠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 * *



어느덧 땅속 깊숙한 곳에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인생들에게도 이른 아침이 찾아왔다.


이날 따라 숙소로 사용하는 갱도를 나와 타원형의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걷는데 머리 위에서부터 하늘의 눈물이 하얗게 질려 날아왔다.


‘······.’


완전히 겨울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리처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눈만 뜨고 움직이는 죽은 시체가 되어 갱도 앞에 섰다.


그런 뒤 의미 없이 돌을 두드렸고 철광석을 잘라 떨어뜨렸다. 어느 순간부터 아론이 옆에서 같이 일을 했다.


30년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아론은 매우 능숙하게 일을 했고 큰 사고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리처드는 중간에 휴식을 취할 때 옆에 앉아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아론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아론은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거야? 어쩌다 30년 동안 광산에 있었어?”


“나? 그 전에 너부터 말하지?”


“······.”


“왜? 한참만에 입을 열더니 어째 또 입 다물게?? 그럼 뭐 달라지는 것 있어??”


아론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는데 리처드는 빵을 씹어 먹고 맥주를 마시며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들 그냥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지만 이제 곧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리처드가 우물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하기야 그러고 보니 달라지는 것이 없네.”


“그래. 맞는 말이야. 달라지는 것은 없어.”


“······나는······.”


주저함이 아직 계속 곁에 있었지만 리처드는 차분히 섬머타운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에게 밝혔다. 특히 처음부터 자신을 궁금해 했던 아론에게 말이다.


한참을 듣고 있던 아론은 나직이 탄식을 했는데 알프레드 콕스에 대해서 조금은 아는 소리를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30년 전 콕스 가문은 2개로 나뉠 가능성이 컸지. 윈턴과 블러프를 근거로 하는 북쪽은 백작 롤랜드 콕스가 통치하고 있지. 본래 콕스 가문의 근거였던 그레이워터는 여백작 에일린 콕스를 각각 가주로 삼고 있어. 콕스 가문은 그 두 사람을 제외하고 멸족되었다고 알고 있어. 알프레드 콕스라······.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남쪽 그레이워터 콕스 가문의 에일린의 아들이 분명하군.”


“뭐가 그리 복잡해? 북쪽은 롤랜드 남쪽은 에일린이라며······. 리처드가 북쪽 섬머타운에서 왔다면 그 롤랜드의 자식 아니야??”


“롤랜드 콕스는 본래 사제 기사야. 결혼을 하지 않고 가정도 두지 않고 재산도 모으지 않으며 평생 신과 정의를 위해서 살겠다고 맹세했어. 그 서약에서 자유롭게 되지 않았다면 분명 자식을 두지 않았을 꺼야.”


“그럼 남쪽에서 양자를 들여왔겠군. 귀족 놈들에게 그런 것은 흔한 것이지.”


옆에 있던 몇 사람이 귀족들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알프레드를 롤랜드의 양자로 확신했다.


제 아무리 사제 기사로 이 세상의 모든 재물과 욕심을 초탈한 삶을 살겠다고 해도 자신이 손에 쥔 재산은 아까운 법이다.


“신의 이름을 파는 놈들도 다 그 신의 이름을 도둑질한 도둑놈들일 뿐이야. 결국에는 우리 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것뿐이니 말이지.”


“신이 정의롭다면 과연 이런 상황을 두고 볼까? 큭~ 매일 같이 저기 있는 아론도 그렇고 저쪽에 있는 거 이름이 뭐더라? 어쨌든 저 녀석도 기도를 하는데 뭐 달라진 거 있어?? 신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라도 있어?? 있다면 물어보고 싶군. 나는 어째서 이곳에서 노예가 되었나 말이야??”


“맞아! 신이 있고 정의롭다면 대체 이런 상황을 어찌해서 그냥 두고 본단 말이야? 간절히 그 도움을 바랄 때는 나타나지 않고 말이지. 리처드도 그렇고 나도 세금을 좀 낮춰 달라고 행정관을 찾아갔었지. 같이 간 내 아버지는 그때 관리 졸개들이 인두로 눈을 지졌어. 나 또한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집도 땅도 다 잃었어. 결국 노예가 되어 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곳까지 떨어졌어. 신이 어디에 있어? 한때나마 좋은 일이 생기고 음식을 먹을 때 마다 신께 감사 기도를 했던 내 자신이 정말로 저주스러워!!!”


“······그렇다고 신이 없는 것은 아니야. 신은 가끔씩 자신의 정의를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가혹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안겨 주시는 법이지······. 누구에게나 신이 주신 소명이 있고 그 소명을 위한 운명을 예비하고 계시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 또한 어떤 운명을 찾아가지 위한 과정일 것이야.”


아론은 이 상황에 맞지 않는 정말로 어이없는 말을 했는데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 길게 한숨을 내쉬며 탄식을 했다.


다들 욕을 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싶었지만 마침 오크 감독관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갱도 안으로 들어왔다.


‘······.’


‘······.’


모두들 일어나서 촛불로 광맥을 살핀 후 정과 망치로 두들겼다. 리처드도 말없이 다시금 일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날따라 자신이 늘 해오던 일을 반복하지만 아무런 힘이 들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운명을 예비하기 위한 고통일까?’


지금은 답을 구할 수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친구가 되어 있는 무거운 것들이 조금은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다.



* * *



시간의 힘이라는 것이 참 대단한 것이 처음에는 정말로 하루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일도 어느덧 그냥 삶속에 녹아들어 무감각진다.


그냥 다들 아무런 얼굴도 표정도 이름도 없이 묵묵히 늘 하던 일을 반복했다.


티그르와 서로 이름을 교환하고 조금은 상대에 대해서 알게 된 이후 관심을 가져 알게 된 것이다.


오크 노예들이 오크 감독관에게 더욱 자주 채찍질을 맞고 잡아먹혔다.


이날도 오크 노예 하나가 산채로 뜯어 먹혔고 지켜보던 리처드가 의구심을 보였다.


“그나저나 오크가 어찌 오크를 저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군.”


“제 아무리 노예라고 해도 오크들은 쉽게 참지 못해. 그래서일꺼야.”


“동족들에게 더 심하기는 하더라. 하지만 우리도 결국에는 저렇게 잡아먹힐 꺼야. 여기에 있는 아론도 30년을 이곳에서 버텼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오크의 뱃속으로 들어가겠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지······. 그리고 나도 이제······.”


리처드는 이제 조금은 말을 하고 있지만 모닥불의 매운 연기처럼 천천히 자신을 감싸고 있는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오크가 자신을 끌어내 갈가리 찢어 버린다면 기꺼이 죽음을 환영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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