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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임

종말의 방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6號戰車Tiger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6.10.25 17:40
최근연재일 :
2016.11.29 23:27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45,372
추천수 :
754
글자수 :
183,127

작성
16.11.02 07:30
조회
1,055
추천
17
글자
9쪽

종말의 방패 11화.

DUMMY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똑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새 하늘 위에 뚫린 구멍에서부터 하늘의 눈물이 하얗게 질려 아래로 떨어졌다.


오크가 있는 곳에서는 계절이 다른 곳 보다 부지런을 떤다고 했다.


그러니 금방 세상이 잿빛으로 변하고 하얗게 질려 버린다고 했다. 리처드는 지금이 늦가을이나 겨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짧은 순간 이후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이번에 새롭게 광맥을 찾아 갱도를 파내려가야 했고 정으로 돌을 쪼개는 일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제법 암석이 단단해서 아무리 정을 쳐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다들 몹시 힘들어 하고 있는데 빛을 혐오하는 자들은 광부들이 일부러 일을 하지 않는다며 채근을 했고 중간 식사를 중단했다.


광부들만 음식을 먹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같이 일을 하는 오크 노예들까지 먹지 못하게 되었다.


어쨌든 하늘의 문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한참만에 이날의 작업이 끝났다. 다들 저녁을 작업량이 얼마 되지 않은 갱도 앞에서 앉아 먹었다.


인간 광부들도 그렇고 오크 노예들도 리처드의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서로 같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었다.


작업 중간에 인간들은 갱도 안에서 음식을 먹고 일이 끝나면 숙소로 사용하는 곳에서 먹었다.


광석을 나르는 오크 노예들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인간과 같은 것을 먹고 마시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다. 리처드는 오크들도 생명체인 이상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렇게 배를 채울 음식을 먹는데 어찌해서 인간을 생으로 잡아먹는지 궁금했다.


이것과 함께 어찌해서 다 같은 오크인데 누구는 감시자가 되고 이들은 노예로 추락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들이야 어떤 식으로든 노예가 되었고 이렇게 오크의 세상까지 팔려와 땅속에 쳐박히게 되었다.


그런데 오크는 어떤 이유에서 노예가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어찌 본다면 인간들보다 더 자주 얻어맞고 잡아먹히는 것이 오크 노예였다.


이제까지 리처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듣고 싶지 않아도 한 두 마디씩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섬머타운에서 같이 노예가 된 사람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새롭게 인간 노예들이 추가로 들어왔는데 모두들 세금을 내지 못했거나 아니면 반란을 일으켰다가 잡혀왔다고 했다.


몇 사람은 자신들이 이렇게 노예 그것도 오크의 노예로 추락한 일에 대해서 자주 분통을 터트렸다.


“마법사 왕이 통치하던 왕도 요크톤이 땅속으로 가라앉고 수장되어 거대한 킹빌 호수가 된지 30년이야. 그 사이 왕도 바뀌고 왕도 클로비스 왕가에서부터 톤토 가문이 패하고 무너진 후 해리퍼드 왕가의 세상이 되었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지.”


“맞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어.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새로운 왕이 들어서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


“미친······. 나는 버밀리온 북부 데일 강 남부 태생이야. 30년 전에 일어난 전쟁으로 그때 할아버지 쪽 사람들은 거의 죽거나 불구가 되었어. 강 건너편 밀런 강과 제인스 강 사이의 토레인 평야 지대도 할아버지와 같은 연배의 사람은 찾아볼 수 없지.”


“30년 전에 전쟁이 왕국 전체를 휩쓸었다고 했잖아. 결국 아무런 의미 없이 죽어나간 것은 우리 같은 것들이지.”


사람들 모두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다고 해도 바뀐 것은 없고 오히려 더 삶이 팍팍해 졌다면서 한숨을 더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 지고 일부는 부자가 되었지만 대부분이 더욱 지독한 날품팔이 삶에 찌들어 있었다.


“그때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 중에서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보통 사람들 중에서도 기회를 잘 보면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지. 오히려 그때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전쟁에 나갔다가 모두 죽어 우리 집은 완전히 끝장났어.”


“나도 마찬가지야. 어른들 말로는 오히려 그 30여 년 동안 더욱 늘어난 것은 노예들이라고 하는데 말이지.”


“새로 바뀐 것은 있지. 그 로버트 멜빌의 씨를 받은 귀족 9명이지.”


“그래. 맞아! 여왕에게서 아들만 다섯이고 그 남쪽 콕스 가문의 여주인에게서 아들이 4명이지? 진짜 계집은 하나 없이 아들만 9명이면 참······. 그놈들 모두 귀족이랍시고 이곳저곳의 영주가 되었으니 참······.”


리처드도 16살까지는 가난하고 힘들기는 하지만 나름 자유롭게 살기는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바닥에 추락했고 어느새 이렇게 깊은 광산 아래에서 시커멓게 멍들고 이곳저곳 찢기고 짓이겨진 삶을 살고 있었다.


어떻게 되더라도 그냥 죽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그 질긴 목숨이라는 것이 끊어지지도 않았다.


간단히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아니면 손에 들고 있는 망치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고 혹은 오크 감독관에게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어도 될 것이다.


오크 감독관은 곤봉을 들고 다니는데 한방만 맞아도 그대로 고꾸라질 것이다. 그러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두들겨 팰 것이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예 팔다리를 뜯어 생으로 씹어 먹을 것이다.


오크들은 인간의 생간을 특히 좋아했는데 피가 많아서 고소하다는 말을 했다. 몇 번 생간을 씹어 먹으며 즐거워하는 오크들을 보면 리처드도 자신의 뱃가죽이 찢어지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그때마다 계속해서 절망이라는 이름의 어둠의 심연에 자신을 가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어이없게도 리처드가 몹시 갈망하는 것은 오크 노예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오크 특유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오크 노예들은 이제까지 한마디도 한 적은 없었다.


늘 인간과 똑같이 감독관에게 주눅들어 있고 눈치를 살피기만 하고 있었다.


리처드는 섬머타운에서부터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굳이 인간으로서 자신이 배운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리처드의 머릿속을 쥐어뜯고 있는 것은 오크 노예에게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리처드는 손에 든 거친 빵이 조금 남으니 오크에게 대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갑자기 이 작은 조각이라도 해도 뱃속에 들어가면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쉽게 내주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주저하던 리처드는 어차피 마음먹은 것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야! 너 이름이 뭐야? 이거 먹어.”


“······.”


정말로 오래간만에 리처드의 목구멍에서 혀를 타고 넘어 치아와 입술의 창살을 억지로 벌어 열리고 언어라는 것이 터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것은 오크가 아닌 같은 갱도에서 일을 하는 광부들이었다. 아론을 비롯해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너 벙어리가 아니었어?”


“와? 말을 하네? 어째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은 거야?”


“진짜 말을 하네? 벙어리인 줄 알았는데?”


“벙어리가 아니었네??”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이름을 물어 본 오크 노예도 송곳니를 드러내며 그르렁 거렸지만 눈빛에는 당혹스러움을 지우지 못했다.


리처드가 다시 한 번 물어보니 더욱 놀라운 일이 그 자리에서 벌어졌다.


“너 이름이 뭐냐고?? 이거 먹어!”


“크르~~~ 티그르······. 나는 티그르다. 너는 뭐냐??”


“나? 나는 리처드······. 리처드다.”


“크르르르르르~~~ 리처드. 나는 티그르다. 너는 리처드고.”


티그르는 검은 피부에 위쪽 송곳니가 입술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오른쪽은 부러진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름을 말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다른 말이 없으니 리처드와 티그르는 그냥 잠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거 하나 먹으라고······. 먹기 싫어?”


“······.”


갑자기 리처드가 손에 든 작은 빵조각을 내밀자 티그르는 경계하는 눈빛 가득히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가 잽싸게 빵조각을 집어 들었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삼켰다.



* * *



그 이후로 별 다른 일은 없었지만 다들 티그르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다.


숙소로 사용하는 갱도로 돌아오니 몇 사람이 리처드가 말을 하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 했다. 리처드는 다시 입을 다물었는데 옆 자리에 누운 아론이 물었다.


“오크한테 관심이 많니?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아서 이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거야?”


“그냥 말하고 싶지 않아.”


“······그래! 알겠어. 그나저나 어떤 과정을 거쳐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말을 시작한 것을 보면 조금은 좋아진 것 같군. 아니면 이제 이곳에 적응하게 되어 더 최악이 된 건가?”


“뭘 좋아져. 어차피 똑같이 막장 인생인데······. 언제 죽을지······. 늘 우리를 감시하는 놈들에게 잡아먹힐지 모르는 상황인데 말이야.”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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