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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방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6號戰車Tiger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6.10.25 17:40
최근연재일 :
2016.11.29 23:27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45,383
추천수 :
754
글자수 :
183,127

작성
16.10.31 22:30
조회
1,100
추천
17
글자
9쪽

종말의 방패 7화.

DUMMY

지금 자신들 모두 가축처럼 오크의 저녁 식사 거리로 끌려간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화가 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어떤 결과가 오든 자신에게는 다행이라 여겼다.


‘아버지도 두 형도 루시도 죽었다. 어머니도 죽었겠지. 섬머타운도 모두 불타버리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뿐이다. 결국에는 이들도 모두 죽겠지. 나 또한 이 상황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 없지······. 없어······.’


어떻게 죽든지 언젠가는 죽는 법 오크의 저녁 식사 거리가 된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었다.


섬머타운에서 키운 수많은 가축들을 잡아 그 고기를 먹었으니 자신이 그 저치가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생각했다.


‘다 죽어 버린 지금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 무엇해······. 나도 수많은 가축을 잡아 그 고기를 먹었는데 나라고 그 신세가 되지 못할 것 없지. 어떤 오크인지는 몰라도 나를 먹고 참 배부르다고 하면 좋겠군. 빌어먹을······. 빌어먹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사람의 목이 잘려 떨어지고 그 피를 밟고 웃고 떠드는 악귀 같은 모습에 질려 버린 리처드는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냥 이대로 가축처럼 끌려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신께 빌린 목숨을 갚기를 바랬다.



* * *



오크의 세상은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 그대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푸른 옷을 입은 들판이었다.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그 넓고 온통 푸른색으로 채색된 세상이 파괴와 살인을 사랑하는 오크들의 손에 들어가 있음을 재앙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지금 블러프 성밖에서 마차에 실린 가축처럼 팔려 오크의 세상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탄식은 의미가 없었다.


겨우 목을 축일 정도의 물과 찌꺼기만 먹고 마시던 리처드도 변화 없이 푸른색으로 이어지는 세상이 다른 세계로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오크의 세상으로 들어온지 10여일이 지났을 때 드디어 마차가 멈춰 섰다.


다들 반쯤이나 정신이 나가 있었는데 굳게 닫혀 있던 열쇠가 열리고 오물이 딱딱하게 눌러 붙어 지독한 냄새가 나는 마차안 보다 더 구역질나는 냄새가 풍겨왔다.


“크르~~~ 크르~~~ 어서 내려라! 이것들아! 어서 내려! 크르~~”


“어?”


“크르~~~”


이 순간 누군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고 마치 짐짝을 꺼내듯 사람들을 우리 밖으로 꺼내 놓았다.


리처드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차 밖으로 나와 있었다. 오랜 시간 마차에 실려오다보니 제대로 다리를 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크들은 인간들이 걷는 것 따위는 상관할 것 없이 팔 다리를 잡거나 아니면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갔다.


리처드도 오랜 동안 같은 자세로 있어 몸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는데 오크 중 하나가 오른 팔을 잡고 어딘가로 갔다.


너무나도 팔이 아팠지만 검푸른 피부에 투박하게 만든 가죽과 천으로 만든 의복을 입은 오크를 보니 제대로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오래지 않아 함께 온 사람들과 큼직한 나무 울타리 속으로 들어갔다.


바닥은 여전히 누군가의 배설물이 뒤섞여 썩어가고 있지만 마차 안에서 똑같은 것들과 뒤엉켜 있었다.


새로운 우리가 좁은 곳이기는 해도 마차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좋기는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리처드를 비롯해 사람들 모두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처드도 굳은 몸이 어느 정도 풀어져 눈치를 살피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 가능해 졌을 때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예닐곱의 오크들이 들어왔다.


-크르~~-


“히익!!”


너무 놀란 리처드는 그대로 자리에 누워 버렸다.


오크들은 누더기 같은 가죽조끼를 입고 있고 허리에는 마감 처리가 부족한 투박한 무기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몇 몇은 큰 검을 들고 있는데 칼날과 자루의 길이가 엇비슷했다.


“크르~ 이것들 모두 얼마에 산거야? 크르~~”


“이만큼을 주고 샀습니다요. 크르~~”


“하나 같이 비쩍 마르고 힘도 쓸 수 없을 것 같군. 크르~~~”


리처드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크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검푸른 피부에 눈빛은 피과 살육을 간절히 소망하는 야수와 같고 머리카락은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한 번도 감지 않은 것 같았다.


오크들 모두 얼굴을 포함해 겉으로 드러난 피부에 이리저리 상처가 아문 자국이 나 있엇다.


대장은 리처드를 비롯한 노예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에 든 곤봉으로 절반을 가리키며 수하들에게 명했다.


“크르~~ 음······. 여기에서 여기까지는 잘 먹여라. 여기에서부터 여기는 끌고 나가라! 크르~~~”


“크르~ 알겠습니다.”


잠시 뒤 오크들이 들어왔고 사람들을 끌어냈다.


본능적으로 모두들 자신들이 오크의 뱃속으로 들어갈 것임을 알고 있지만 다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그냥 약간 몸을 움직일 정도일 뿐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리처드도 섬머타운에서 가축들을 도살해 그 고기를 먹었던 것처럼 오크의 손에서 이 삶을 끝내고 싶었다.


리처드 자신도 오크 대장이 손으로 가리켰던 곳에 있었으니 가만히 있으면 곧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안고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둘씩 무의미한 이 세상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고 드디어 리처드의 차례가 되었다.


배고픔과 생고기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찬 오크 둘이 리처드를 잡고 끌어냈는데 곧 처음 들어왔던 곳 근처로 끌려 나왔다.


그곳에는 큼직한 솥이 걸려 있고 1백 이상의 오크들이 입맛을 다시며 그 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앞으로 커다란 통나무를 쪼개 놓은 탁자가 놓여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수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


“크르~ 이놈 맛있겠다. 크르~~”


“크르~~~”


곧 바로 리처드는 아직 생명의 뜨거움이 식지 않은 곳에 눕혀졌다.


이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이상하게 편안하게 더할 수 없이 느껴졌다.


찢어진 살을 고리를 꿰어 묶은 것 같은 오크가 리처드를 내려 보았다.


그런 뒤 큼직한 생명의 물이 리처드의 눈과 얼굴 위로 뚝뚝 떨어졌다.


어느새 차갑게 식어 있는데 금방 리처드가 가지고 있는 삶의 뜨거움이 더해져 잠시 동안은 다시금 열기를 더할 것이 틀림없었다.


리처드는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 오크가 힘을 다해 내리키는 칼을 끝까지 보려 했다.


그렇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통 없이 한방에 끝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 느낌도 없었다.


‘······.’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떠보니 눈앞에 칼날이 있는데 세상 모든 것이 칼날의 투박한 날카로움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오크는 칼날을 치웠고 갑자기 오크 둘이 리처드를 잡고 일으켰다.


“크르~ 충분히 잡았다. 그놈은 다시 넣어 놔!”


“크르~ 알겠습니다.”


오크 대장의 명에 리처드는 다시 질질 끌려 다른 포로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모두들 리처드가 돌아오니 그 모습만으로도 끌려 나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했다.


리처드는 진흙과 오물에 쳐 박혀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고 싶다.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지금의 이 상황이 도저히 현실 같지 않았다. 차라리 모든 것이 악몽이든 아니면 신속하게 죽어 이 세상에서 떠나 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느덧 날은 저물었고 하늘의 별이 무리를 지어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다시금 동쪽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다시 날이 밝자 간밤에 고깃국으로 포식을 한 오크들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심지어는 욕을 하며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어느덧 햇살이 정말로 지독하게 짜증스러워졌을 때 다시 사람들을 가둬 놓은 우리가 열렸다.


‘어제 살아났으니 오늘 내가 잡아먹히겠지? 그래~ 나 좀 죽여 줘······. 오크의 뱃속에 들어가 있더라도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제까지 리처드가 당연히 알고 있던 세상이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끝났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어느새 오크의 세상에 들어와 우리에 넣고 기르는 가축 신세가 되어 잡아먹힐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르~~~ 배고파~ 고기가 필요해! 고기가 먹고 싶어!! 크르~~”


“크르~~~ 뭐라도 하나 먹자! 아! 저놈이 좋겠다. 어제 저놈은 운이 좋았지?”


오크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리처드는 그것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밤새도록 꼼짝하지도 않은 만큼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았다.


‘어서 나를 잡아먹어 줘. 나를 죽여 달라고······. 나를 죽여 달라고.’


이 상황에서도 삶이라는 희망의 포로가 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이 놀라고 버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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