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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방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6號戰車Tiger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6.10.25 17:40
최근연재일 :
2016.11.29 23:27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45,367
추천수 :
754
글자수 :
183,127

작성
16.11.01 22:30
조회
1,029
추천
18
글자
9쪽

종말의 방패 9화.

DUMMY

붉은 와인을 마시며 즐거워하고 피 위에서 노는 아이들 같은 순수한 오크의 모습에 다들 반항할 생각을 버렸다.


그러면 결국 종종 고된 노동에 더 이상 지쳐 움직일 수 없거나 리처드가 갱도에 들어와 한 10일 정도 지났을 때 스스로 삶을 버렸던 누군가를 따라했다.


“더 이상 못 견디겠어. 나는 이곳을 나가지 못할 꺼야. 나는 이곳에서 죽을 꺼야. 나는 이곳에서 죽을 꺼야.”


계속 중얼거리며 자꾸 날카로운 것이나 못 같은 것을 찾았다. 이날 리처드는 아무런 말없이 완전히 열려 있는 천장의 하늘빛을 통해 밤이 된 것을 깨달았을 때 잠자리에 들었다.


낡고 벼룩과 이가 잔뜩 들러붙어 있지만 피로함에 잠을 이기지 못해 잠에 빠져 있었다.


이날 얼굴에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흐른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정신이 들었을 때 그것이 절실히 못을 찾았던 누군가가 죽기 전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지독한 소변 냄새에 머리가 아팠지만 같은 갱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벽에서 나오는 물에 대강 씻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지금 리처드는 다시금 아무 말 없이 망치를 들고 끝이 무뎌진 정을 들고 돌을 쳐댔다.


어디에서 가져오는 것인지 몰라도 목재들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고 대부분이 베어낸지 얼마되지 않았다.


이런 목재들을 이용해 천정에 받침대를 세우는데 작은 등불 하나에만 의지하다 보니 부실하게 시공되어 의외로 여러 사고가 잦았다.


이날 리처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말없이 갱도에서 정과 쇠망치를 두드려 광석을 캐냈다.


광석들을 촛불로 살펴 결을 살펴 최대한 작게 쪼개 버리면 오크 노예나 인간 노예들이 들어와서 그 광석을 등짐에 짊어지고 밖으로 나갔다.


리처드도 처음에는 광석을 캐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광석을 등짐에 짊어지고 나갔다.


지금은 광석을 깨트리는 일을 하는데 별다른 사고 없이 광석을 캐내는 일을 했다. 그나마 광부 일이 등을 짊어지는 잡부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


작업 중간에 빵 한덩이씩을 주고 먹는 시간 동안 잠깐이지만 최고의 휴식 시간을 부여 받았다.


빵을 먹고 큰 나무통에 받아 온 물을 마셨다. 그런 뒤 다들 그냥 광석 더미 대소변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리처드도 일을 본 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곧 가까운 곳에 있는 갱도가 무너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늘 있는 일이니 리처드는 다시금 자신이 파야 하는 갱도로 들어가려 했다.


“크르~ 모두 나와서 저 갱도를 파라! 안에 갇힌 것들을 꺼내라! 어서!! 크르~~”


“······.”


오크 감독관의 외침에 리처드가 들어가 있던 갱도의 광부들이 밖으로 나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여러 광부와 짐을 나루는 노예들이 웅성이고 있었다. 이 사이로 덩치 큰 오크 감독관들이 채찍과 곤봉을 들고 노예들을 쫓아냈다.


“크르~~ 어서 파라! 이곳을 어서 파! 크르르~~”


리처드를 비롯한 광부들은 갱도 앞에서부터 평소에 하던 대로 정과 망치로 돌들을 파냈다.


다행이 갱도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중간이 내려앉은 것이다. 목재로 사방을 보강을 하며 돌을 쪼개고 빼냈다.


오크 감독관의 재촉에 서둘렀지만 제법 큰 돌조각이 내려 앉아 부수고 파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결국 리처드가 갱도를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돌조각을 빼냈다. 순간적으로 공기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슈욱~-


‘······.’


잠시 뒤 안에서 썩은 냄새가 풍겨왔지만 리처드를 비롯해 이 광산 안에 있는 모두가 썩어 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장대에 촛불을 넣어 안을 살피니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흉측하게 부어 있는 얼굴이 나왔다.


마치 터질 것 같은 눈알에 심하게 부풀어 오른 검푸른 피부에 리처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두 안에서 숨쉴 공기가 바닥나 숨이 막혀 사망한 것이 분명했다.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보통인데 오크 감독관들이 소리쳤다.


“크르~ 어서 파내라! 시체를 꺼내!!”


“크르! 어서 움직여라! 어서!!”


오크 감독관들의 독려에 리처드를 비롯한 광부들 모두 어쩔 수 없이 갱도를 다시 열었다.


갱도를 여니 10명의 인간 광부의 시체가 나왔는데 두 명은 무너진 돌에 사지가 완전히 짓이겨 있었다.


이 시체 더미 중에서 의외로 사지가 멀쩡한 한 명의 생존자가 나왔는데 흐릿한 등불로 보면 지저분하고 수염도 가득해 5, 60세는 되어 보였다.


비쩍 마른 몸에 왼쪽 눈은 빛을 잃어 촛불로 비춰보니 무슨 거울처럼 밝게 빛났다.


정신을 잃었다가 리처드가 구멍을 뚫어 맑은 공기가 들어왔을 때부터 호흡을 하게 되어 간신히 살아난 것이다.


갱도 밖으로 나올 때까지 마치 죽은 듯 가만히 있다가 한참만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후 그 생존자는 나직이 탄식했다.


“······아직 신께서 내 목숨을 가져가지 않으시다니······. 정말로 참······.”


“······그럼 가서 일해라! 크르!”


“어서 일을 해라 크르~~”


갱도를 다시 여니 오크 감독관들이 고함을 지르며 광부들을 재촉했다.


힘을 다해 일을 한 리처드를 비롯한 광부들 모두 다시 본래 일을 하던 곳으로 향했다. 리처드도 다시금 정과 망치를 들고 돌을 쪼갰다.



* * *



이날 작업을 끝낸 리처드는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갱도로 돌아왔다. 다른 노예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신 것으로 하루의 모든 것이 끝났다.


다들 잠자리에 들기 전 간단하게 하던 일들을 끝낸 후 늘 똑같이 담요에 몸을 감싸 기대앉았다.


리처드도 너무 피곤한 몸을 다독이기 위해서 누워 있는데 옆으로 누군가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


종종 사람들이 바뀌는 경우가 있고 고된 노동의 괴로움에 피로함이 더해가니 서로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잠을 청했다.


불편한 잠자리에 코를 고는 사람도 많지만 너무 지치면 그런 것을 신경 쓸 것 없이 이곳까지 찾아와 눈에 내려앉은 잠의 요정과 함께 했다.


어차피 얼마 동안 주어지는지 몰라도 그 잠을 잘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종일 몸을 움직여 돌을 깨고 땅을 파고들어가야 한다.


다시금 요란한 오크의 고함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리처드는 곁에서 잠을 잔 누군가가 어제 갱도에서 구출한 사람임을 알아차렸다.


리처드가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니 그 노년의 남자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어제 나를 구해서 고맙군. 나는 아론(Aaron) 이야.”

“······.”

“그래! 알겠다고 대답했다고 믿지.”


그러고 보면 섬머타운에서 위그햄 가족들이 모두 죽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이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리처드는 아론의 감사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론은 조금 머쓱해 했지만 언제나처럼 반복되는 일상으로 들어갔다.


수직 갱도 안쪽은 광산의 천정 구멍에서부터 내려오는 불빛 때문에 그럭저럭 볼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밖의 곳은 초나 등잔을 켜고 들어가는데 지독한 어둠속으로 매일 같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늘 똑같이 리처드는 말없이 망치와 정을 들었고 다시금 갱도 안으로 들어와 돌을 두들겼다.


몇 사람이 가르쳐 준 그대로 돌의 결을 찾아내고 그 부분을 쪼아서 쉽게 깨트리는데 오크 감독관이 바라는 만큼의 철광석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곳을 찾아 갱도를 뚫는다.


리처드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대로 정과 망치로 돌을 쪼개냈다.


한참 일을 하다 보니 아론이 옆으로 다가와 능숙한 솜씨로 돌을 쪼갰다. 한참 돌을 쪼개고 철광석을 잘게 부숴내니 어느새 중간 휴식 시간이 되었다.


다들 잠시 멈춰서서 노예가 가져온 음식을 먹고 물을 마셨다.


이번에는 맥주도 한컵 정도 마실 수 있는데 곡물의 껄끄러움이 그대로 목을 타고 넘어갈 정도였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니 아론이 툭 치며 물었다.


“그나저나 말을 하지 못하는 거야? 여러 차례 이름을 물어 보았는데 별 다른 대답이 없네??”


“······.”


리처드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찮고 굳이 입을 열고 싶지 않았다.


아론이 조금은 어이없어 할 때 같이 노예로 끌려온 사람 중에서 하나가 물을 한잔 마신 후 귀찮은 듯 대꾸했다.


“재는 원래 말 안 해. 처음부터 그랬어.”


“그런가? 여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지?”


“나하고 같이 왔어.”


“그런가? 그럼 밖에서 온지 얼마 안되었군. 그나저나 밖에 해리퍼드 왕가지? 그 왕가가 몇 년째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30년째라고 대꾸했다.


그 30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던 아론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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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말의 방패 9화. 16.11.01 1,030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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